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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457화 (457/471)

〈 457화 〉 전초전

* * *

“당신은 누구시죠?”

박사의 친절한 물음에, 자신의 얼굴을 공개한 중년 백인이 대답했다.

­세계연합 특수작전사령부 비서실장, 데이비드 허셀입니다.

박사의 옆에 몰래 있던 나는, 재빨리 미국 군사령부를 해킹해보았다.

데이비드 허셀... 나온다.

제99특수전술대대 지휘관.

계급은 대령이고, 얼굴도 일치한다.

지금 놈의 어깨에 붙어있는 계급장은 소장인데... 최정예 특수부대 지휘관 자리를 놓고 차출된 만큼 진급한 모양이로군.

“세계연합 특수작전사령부?”

­이번에 새로이 창설한 군사조직입니다. 당신이 알고 싶어 했던 비밀조직이죠.

“그렇군요. 솔직한 말씀 감사해요.”

­그런데 조금 실망스럽습니다. 함께 나아갈 마음이 진심이라면, 그쪽에서도 아주 긍정적으로 가진 것들을 공개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데이비드의 가시 돋친 말에, 박사가 대답했다.

“맞는 말씀이세요.”

­그런데 왜 본부에선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겁니까? 국가와 세계연합의 명예, 제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걸고 감히 말하건대, 저는 가짜로 내세운 더미가 아닙니다.

“믿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실래요?”

­예, 알겠습니다.

박사가 날 흘끗 쳐다보았다.

자신의 얼굴을 오픈해도 되냐는 물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박사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키보드를 조작했다.

그러자,

치지직­!

잠깐의 잡음이 들려오더니, 박사의 아름다운 모습이 그대로 데이비드에게 송출됐다.

“비스트 슬레이어 본부 대표, 제니퍼 캐시에요. 이사벨 파슨스라는 이름으로 미래과학 쪽에서 활동했었죠.”

연구복을 입고 있는 그녀를 잠깐 멍하니 바라본 그가 평정심을 되찾고는 말했다.

­반갑습니다, 제니퍼 캐시 대표님.

“박사라고 불러주세요.”

­예, 박사님. 헌데 이사벨 파슨스라면 혹시...

반신반의하는 데이비드.

환한 미소를 지은 박사가 물었다.

“절 알고 계시나보죠?”

­제가 미래과학에 관심이 많아서... 그쪽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긴 한데... 본인이 맞으십니까? 이사벨 파슨스 박사의 얼굴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아무도 몰라서...

“어떻게 증명해드릴까요? 제게 대신 논문을 써달라고 했던 과학자의 이름을 언급하면 되려나요?”

­그, 그런 일도 하셨었습니까?

“네.”

­그러실... 필요까진 없고... 박사님께서 쓰신 논문만 조금 말씀해주시면...

“좋아요. 맨 처음엔....”

박사의 입에서부터 자신이 썼던 논문의 이름이 술술 튀어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데이비드의 눈빛에 약간의 신용이 담겼다.

박사가 말했던 논문들 중 몇 개를 아는 모양이었다.

“.... 여기까지에요. 자리가 자리인 만큼 내용마저 설명하진 않을 게요. 그쪽에서 따로 절 조사해보셔도 좋아요.”

­그럴 필요까진 없을 것 같습니다. 이 회선은 본부와 세계연합 전용 회선이니까요. 본부의 대표님이 확실하시니 믿겠습니다.

화상통화가 끝나면 곧바로 조사할 거면서, 입바른 소리하기는...

­다만 특수작전사령부의 과학자들에겐...

“말해도 좋아요.”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진작 이렇게 할 걸 그랬네요. 답답했던 마음이 가시는 기분이에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세계연합에서 숨겨둔 패가 뭔가요?”

­그 전에 확답을 받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특수작전사령부가 발족할 때까지는 비밀을 엄수해주셨으면 합니다.

“당연해요.”

­감사합니다. 저흰...

말끝을 흐린 데이비드가 입술에 침을 적셨다.

초조한 듯한 모습.

박사는 그런 그를 침착하게 기다려주었다.

얼마 후, 데이비드의 입이 열렸다.

­저흰 네 명의 영웅을 새로이 확보한 상태입니다.

“네 명의 영웅?”

­비스트 슬레이어를 말하고 있는 겁니다.

아마존에 넣어둔 아이테르는 다섯 개가 아니었나?

그중 네 개의 연구를 성공했다니... 지구의 기술력도 인정할만하군.

눈을 크게 뜨며 놀란 척을 한 박사가 물었다.

“확보라면...?”

­기존의 영웅들을 납치했다는 뜻이 아닌, 말 그대로 새로운 영웅입니다. 우주에서 날아온 신비한 에너지를 받아들인 사람이 네 명이죠.

“.... 세계연합에서 아이테르를 얻은 건가요?”

­그 에너지를 아이테르라고 부르나보죠?

“맞아요.”

­과학자들에게 말해두겠습니다. 아직 그 힘... 아니, 아이테르를 어떻게 명명할지 정하지 못해 너도나도 자기 이름을 붙이겠다고 나섰었는데, 파슨스 박사님이 붙이신 이름이라고 말한다면 그들도 수긍하겠지요.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그렇습니다.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혹시 바쁘십니까?

박사는 의자를 가지고 와 앉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데이비드 또한 자리에 앉더니, 본격적으로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존 깊은 곳에서 우연히 다섯 개의 아이테르를 발견했습니다. 비밀리에 연구해본 결과, 이것이 엄청난 힘을 가진 우주적 에너지임을 확인하고....

전부 솔직하게 털어놓는구나.

우리의 기술을 갖고 싶어서 애가 타있었다는 방증.

박사의 작전이 제대로 먹혀들어갔다.

오랜 시간동안 모든 설명을 끝낸 데이비드가 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저희의 목적은 마물들을 상대로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것, 단 하나뿐입니다.

동시에 본부의 영향력을 지워나가면서 지구를 실효 지배할 목적도 갖고 있겠지.

잠자코 데이비드의 이야기를 듣던 박사가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렸다.

“그렇군요. 현재 사령부의 인원은 몇 명이죠?”

­총 인원은 쉰입니다. 지속적으로 보충 중이고요.

“사령부 위치는요?”

­그건 공개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본부 측에서 저희에게 기술 공유를 해주신다면... 저희도 그만한 성의를 보이겠습니다.

“아직은 동료가 아니라, 비즈니스 관계라고 할 수 있겠네요? 믿음은 아직 없고요.”

­.... 솔직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본부를...

한손을 든 박사가 데이비드의 말을 끊었다.

“아녜요. 충분히 예상한 답변이었으니까요.”

세계연합은 큰마음을 먹고 중요한 사항을 말해주었다.

하지만 우리의 입장에서, 데이비드의 말은 알맹이가 없었다.

저들이 아는 건 우리도 모두 알고 있었으니까.

그나마 새 영웅들의 수가 네 명이라는 걸 알아냈으니, 수확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약간 아쉽다.

“기술 공유는 가능해요. 같이 지구를 지켜나가는데 당연히 해드려야죠.”

­감사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보를 보내주시는 겁니까?

“아뇨. 접선을 원해요.”

단호한 박사의 대답에, 데이비드가 순간 당황했다.

­접선... 이요?

“네. 사령부 소속의 신임할 수 있는 사람을 한 명 보내세요. 그러면 이블리언 에너지 탐색기에 관한 기술을 드리죠.”

­저희 쪽 인원의 인적사항은...

“어려우신가요?”

약간 싸늘하진 박사의 말투.

데이비드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어렵진 않지만... 극비사항이라 이해를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희 기술도 극비사항이에요. 이상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면 큰일이 날 수도 있죠. 이런 저희의 입장도 이해해주셨으면 하는데요?”

­이상한 마음이라뇨... 사령부 인원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통해 적합 판정을 받은 사람들만 차출합니다. 모두 정의와 평화를 위해서...

“그건 요원들의 입장이지, 세계연합의 입장은 아니잖아요.”

­.....

“보내지 않으신다고 하셔도 기술은 공유할 거예요. 단, 이블리언 에너지 탐색기에 관한 기술 딱 하나만요. 본부와 특수작전사령부는 비즈니스 관계라고 인정하셨으니, 저희도 똑같이 받은 만큼만 돌려드리겠어요.”

­박사님.

“얼굴은 서로 공개했으니 됐고, 아이테르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주셨으니까 탐색기 기술이면 충분하겠죠?”

데이비드가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강경한 박사의 태도에 골치가 아파진 듯한 모습이었다.

­비즈니스 관계라고 인정한 건 죄송합니다. 본부의 입장도 이해하니, 일단은 제 재량으로 한 명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좋아요. 순순히 인정해주셨으니까, 접선은 제가 직접 하죠. 기술도 직접 가르쳐주고요.”

­정말입니까?

“네. 대신 저와 접선하실 분은 여자 분이었으면 해요. 배움에 열의가 있는 젊은 여자요.”

­꼭 젊은 여자여야 합니까?

“고리타분하고 늙은 과학자들에겐 쓸데없는 자존심이 많아서요. 여자여야 하는 이유는... 저와 힘이 비슷해야 해서 그래요. 직접 만나는 만큼 세계연합에서 나쁜 마음을 먹을 수도 있잖아요? 같은 여자라면 반항이라도 해볼 수 있겠죠.”

­서, 설마 납치나 협박... 뭐 이런 걸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그럴 생각은 전혀 없지만, 정 불안하시다면 대리인을 내세우셔도...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하는군.

“그쪽에서 신용을 일부 주실 생각이니, 저도 보답을 해야 하잖아요. 물론 불안하긴 해서, 접선자가 자리에 나타나면 모든 검사를 다 할 거예요. 어떻게, 거래하실까요?”

세계연합의 입장에서, 박사의 가르침은 상당한 유혹이었다.

지구 최고의 과학자에게 직접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 흔치 않다.

또한 평가를 깎아먹은 현 상황에서의 만회책도 필요했기에,데이비드의 고민은 길어지지 않았다.

­좋습니다. 박사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죠. 날짜와 시간은 지금 보내주시는 겁니까?

“1시간 뒤에 보낼게요.”

­알겠습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저도 고마워요, 저희 하나하나씩 맞춰가죠.”

­예, 박사님.

통신을 종료한 박사가 의자를 돌려 날 쳐다보았다.

“접선하러 온 여자를 세뇌하기만 하면 운에만 의지하지 않아도 될 거야. 접선이 끝나면 그 여자는 조직 내에서의 위치가 오를 텐데, 세뇌했던 세 아이들 중에서 한 명을 침투시키게 만들자.”

박사를 향해 씨익 웃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고마워, 누나.”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널 위해서...”

박사 덕분에 계획을 확 앞당길 수 있을 것 같다.

스텔라 타락도 코앞이고... 이제 끝이 보인다.

박사의 머리를 가슴에 품은 내가 말했다.

“접선 날짜를 보내놓고돌아가자, 세화가 같이 파티하재.”

“마르셀라도 챙기고 싶은데... 우리끼리만 가면 서운해 할 거야.”

“당연히 챙겨야지. 스텔라의 악의도 물이 올랐으니까... 마르셀라도 데려가서, 누나의 제자라고 말하자.”

“그래도 돼? 마르셀라가 엄청 좋아하겠다...”

“지금 연락할래?”

“응. 바로 오라고 할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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