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4화 〉 음문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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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컥.
문을 열고 들어간 스텔라는, 알렉스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가 굳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일자배꼽이 드러나는 흰 티셔츠, 그 안으로 비치는 분홍색 브라.
허벅지를 돋보이게 하는 하늘색 테니스 치마...
동생은 분명하게도 자신의 이 코디를 살피고 있었다.
그의 목젖이 꿀렁거리는 것까지 발견한 스텔라는, 애써 태연한 척 책상 위에 그릇을 올려놓았다.
“오늘 점심이야. 먹어.”
“아, 응...”
자신의 눈치를 보며 책상으로 자리를 옮기는 알렉스.
밥을 먹으면서도 새로이 칠한 빨간색 네일을 흘끗거리고 있다.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나 좋을까? 한심하다.
변신을 풀면 여자가 아닌 누나로 봐주는지도 궁금한데... 나중에 실험해봐야겠다.
묘한 미소를 지은 스텔라는 이번엔 다소곳한 자세로 침대에 걸터앉아 동생을 지켜보았다.
금세 점심을 뱃속으로 들여보낸 알렉스가 뒤를 돌아보았다.
“다 먹었어...”
“거기 놔둬.”
“.... 저... 누나.”
“응.”
“요즘... 옷이 좀...”
“옷이 왜?”
“아니... 그... 너무 외설적인 게 아닌가 해서...”
너 이런 거 좋아하는 변태잖아.
근데 왜 시치미야?
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한 스텔라의 눈에 호선이 그려졌다.
하찮은 동생이 죽어도 넘보지 못할 자신의 몸을 보며 망상을 하는 게 혐오스럽고, 재미있다.
그리고 이런 장면을 지혁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엄청난 흥분이 찾아왔다.
“별로야?”
“그건 아니지만... 가리는 건 어때...?”
“내가 네 말을 굳이 들어야할까?”
“아, 아니...”
“다 먹었으면 무릎 꿇어야지.”
“.... 응.”
의자에서 내려온 알렉스가 스텔라의 코앞에 무릎을 꿇었다.
“시작해.”
“지혁이 형한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형을 너무 싫어하는 데에 눈이 멀어 못할 짓을....”
1분여의 시간 끝에 사과문을 막힘없이 읽은 알렉스가 말했다.
“다 읽었어, 누나.”
“잘했어.”
칭찬에 기뻐한 알렉스는 무릎을 꿇고 가만히 있었다.
일어나도 뭐라 할 생각은 없었는데 얌전하다.
사과문을 술술 읊었던 것도 그렇고, 방금 자기주장을 순식간에 굽혀버렸던 것도 그렇고.
미국에 있을 때의 동생을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조금만 더 테스트를 해보자.
“오늘 산책 시켜줄까?”
“어...?”
뜬금없는 제안에, 알렉스의 눈이 크게 뜨였다.
바짝 긴장해선 몸이 굳어버린 게 볼만하다.
“산책가고 싶어?”
“.... 가, 가고 싶어... 하지만...”
“하지만?”
“누, 누나가 봤을 때... 내가 별로 반성하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 산책 시켜주지 마...”
아아... 돌아오고 있다.
어떠한 굴욕을 받아도 꾹꾹 눌러 참으며 혼자 찌질하게 훌쩍거리던...
소심했던, 그래서 따돌림을 당했던 사랑하는 동생의 모습으로.
친누나를 좋아하는 성벽만 어떻게 하면 자유를 줘도 될 것 같은데...
‘아냐... 아직이야.’
저 모습이 연기일 가능성도 크니, 더 지켜보자.
“그러면 보류할게.”
“.... 응.”
만족스레 고개를 주억거리던 스텔라는 알렉스의 방 안에서 미세하게 풍기는 퀴퀴한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 반응을 알아차린 알렉스가 더듬더듬 변명을 했다.
“냄새가 좀... 심하지...? 그... 방 안이 따뜻한데다가...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만 보내서... 아마 이불이 땀에 젖은 것 같아...”
“그래? 그럼 오늘 저녁에 바꿔줄게. 시트랑 베개랑 다 걷어서 수거함에 넣어놔.”
“저, 정말...?”
“응. 오늘 태도가 마음에 들어서 상 주는 거야.”
“고마워 누나...! 정말 고마워!”
스텔라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말을 잘 들으니까, 갑자기 흥미가 팍 식었기 때문이었다.
저번처럼 약간 반항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재미있는데... 조금 짜증이 난다.
침대에서 일어난 스텔라는 아침에 넣어두었던 책을 챙겼다.
“누나... 책은 왜... 나 아직 덜 읽었는데...”
“오늘부터 며칠간은 반성만 해.”
그리 말한 스텔라가 방을 나서려고 하자, 알렉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신의 뒤를 따르려고 했다.
“자, 잠깐만...! 나 그것마저 없으면 미쳐버릴지도 몰라...! 오늘 나 잘했는데... 그렇게 생각했는데 왜...!”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역시 아까 저 모습은 연기였다.
코웃음을 친 스텔라가 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앉아.”
“.....”
움찔하더니 뒤로 물러나는 알렉스.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것이, 어지간히 분하나보다.
줏대도 없어가지고는... 저러니까 왕따를 당했지.
동생을 싸늘하게 쳐다보고는 방에서 나간 스텔라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거실 화장실로 달려가, 알렉스가 보던 책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는 손을 깨끗하게 씻기 시작했다.
알렉스가 자위를 하던 손으로 책을 만졌을까 걱정이 들어서였다.
‘더러워...! 더럽다구...!’
스텔라는 핸드워시를 마구 짜내며 손톱으로 손바닥을 벅벅 긁었다.
엄청난 혐오. 그것이 그녀의 마음을 잠식하며 행동을 점점 과격하게 변화해나갔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손을 씻어낸 그녀는, 저도 모르게 거칠어진 호흡을 고르며 거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까무러칠 정도로 놀라고야 말았다.
자신의 흰자위가 있어야할 양쪽 눈 끄트머리가 시뻘겋게 변해버렸기 때문이었다.
“꺄아아아악!!”
찢어지는 비명을 터뜨린 그녀.
비명소리가 거의 끝나자마자, 화장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지혁이 들어왔다.
“왜 그래!?”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가 눈앞에 나타나자, 스텔라가 그의 품으로 달려가 안겼다.
“오, 오빠...! 나 눈이... 눈이 이상해...!”
“눈?”
“눈이... 빨개... 피가... 나는 것 같아... 나 왜 이래...? 어떡해...?”
벌벌 떨리는 목소리에 담긴 불안감.
그것을 느낀 지혁이 스텔라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준다.
“진정해. 어디 한 번 보자.”
지혁이 무서워할 것 같아서 보여주기가 싫다.
그러한 마음을 먹은 스텔라가 지혁의 가슴팍에서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지혁이 인자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을 거야.”
자신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듯한 지혁의 온화한 목소리.
불안으로 떨렸던 스텔라의 마음이 순식간에 안정되어가고, 지혁을 향한 사랑이 그 크기를 더더욱 불려나간다.
“.....”
안정을 되찾은 스텔라는 그렁그렁해진 눈으로 지혁을 빤히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진지한 표정으로 스텔라의 눈을 살핀 지혁이 말했다.
“아무렇지도 않은데.”
“.... 정말...?”
지혁은 말없이 스텔라의 몸을 돌려, 그녀가 거울을 쳐다보게 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은 스텔라는, 지혁이 괜찮다며 뺨을 쓰다듬어주자 눈꺼풀을 아주 천천히 올렸다.
“.... 어...?”
빨간 부분이 온데간데없어져있다.
자신이 알던 백색 홍채 그대로.
침을 꼴깍 삼킨 스텔라가 지혁을 올려다보았다.
“빨간색...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
“응, 없어.”
“잘못 본 거야...?”
“아마 그런 것 같아. 정 불안하면 의료기기에 한 번 가볼까?”
지금은 딱히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지혁을 보자마자 식어버렸던 욕구가 다시 치솟았으니까.
“.... 일단 기다려볼래...”
“그렇게 해. 근데 빨간 눈이라니... 뭔가 좋은데?”
“조, 좋다구...? 빨간 눈이...?”
“응. 흰색 눈보다 훨씬 어울린다고 생각해.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마.”
지혁의 말을 듣다 보니, 빨간색 눈도 괜찮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새로 칠한 네일의 색과 어울릴 듯도 했다.
더욱이... 왜인지는 모르지만, 지혁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지혁이 한 말 때문이 아니라, 그냥... 그냥 운명처럼 좋아할 것 같았다.
피처럼 붉은 빨간색 홍채를.
“응...”
조신하게 고개를 주억거리는 스텔라.
지혁은 그런 그녀의 이마에 진한 키스를 해주며 애정을 표현했다.
**
스텔라는 놀란 것뿐이다.
평소와 다른 자신의 눈이 낯설어서.
지금쯤 그녀는 괜히 호들갑을 떨었다고 자책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내 손목을 잡아끌고 안방으로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짓는 저 멋쩍은 표정을 보면 답이 나왔다.
그나저나 벌써부터 변화를 보일 줄이야.
놀랍다. 그리고 스스로 악의를 양껏 키워준 스텔라가 기특하다.
“오빠... 나 옷...”
양팔을 내 쪽으로 쭉 뻗는 스텔라.
타이트한 옷을 벗기가 힘든가보다.
스텔라에게 손을 빌려준 나는, 치마를 벗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 또한 옷을 벗었다.
이후 침대에 누워 스텔라를 살폈다.
보이는 것 같다. 그녀의 몸에서 미세하게 흘러나오는 마기가.
그리고 확신한다. 오늘 악의를 집어넣으면, 스텔라의 몸에 변화가 생기리라는 것을.
어느새 옷을 전부 벗어던진 스텔라가 내 위로 올라왔다.
상체를 약간 숙여 키스를 하려고 하는 그녀.
무게로 인해 쏠린 가슴이 내 가슴팍에 닿아 간질간질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잠시 그녀의 공세를 받아준 내가 물었다.
“아직도 불안해?”
“.... 아니... 아까는 그냥... 놀라서...”
“그럴 것 같았어. 의료기기는 내일 가볼까?”
“아, 안 가도 될 것 같은데에...”
자신의 머리 끄트머리를 손가락에 두르고는 배배 꼬는 스텔라.
지금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드러나고 있어서 웃기다.
나는 그녀의 허벅지에 양손을 올렸다.
그에 곧바로 반응을 보인 스텔라의 허리가 살살, 앞뒤로 움직여지기 시작한다.
“직접 넣을 거야?”
“으응... 내가 위에서... 할게... 오빠는 가만히 있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적극적이지? 알렉스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나?”
“그건 아니야... 알렉스랑 있는 거 재미없었어... 근데에... 오빠 보니까... 이상해졌어어...”
아랫배가 슬슬 축축해지고 있다.
스텔라의 가랑이에서 새어나온 액체의 양이 꽤나 많다.
오늘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는 듯한 모습처럼 보인다.
물론 실제로는 전혀 모르겠지만, 말이 그렇다는 거다.
점점 내려가는 스텔라의 치구.
내 불룩 솟아오른 사타구니에 자신의 예민한 부위가 닿은 스텔라의 입이 벌어졌다.
“으응...”
얕은 신음을 흘리며 허리를 움직이던 스텔라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얼른 허락해달라며 풀린 눈으로 날 주시하는 모습이 무척 뇌쇄적이다.
그 상태에서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스텔라의 양팔이 그녀의 갈비뼈에 딱 달라붙었다.
벌써 느끼고 있는 것이다.
천천히 스텔라의 색기어린 표정을 음미하던 나는, 그녀의 얼굴이 풀어지려 할 때쯤 허리춤으로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힘을 주어, 올라가있던 스텔라의 허리를 내렸다.
쯔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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