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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453화 (453/471)

〈 453화 〉 흥미로운 반응 #2

* * *

고오오오...!

스텔라를 보영의 집으로 막 데려다주고 주차장으로 향한 나는, 몸속으로 제법 방대하다고 할 수 있는 힘이 들어오자 제자리에 멈췄다.

‘이건...’

저번에도 느꼈던 신의 힘이다.

내가 스텔라에게 집중하는 사이에도 신도들이 열심히 제 몫을 해주고 있다는 의미.

지금쯤 세화를 비롯한 아내들도 이 힘을 느꼈겠지.

악의가 충분히 키워진 스텔라도 마찬가지일까?

답은 아니오였다.

아직 그녀의 아이테르는 완전한 내 것이 되지 않은 상태.

내 마력을 공유하지 않는 이상, 스텔라가 수상쩍은 기운을 느낄 리 없다.

안심한 나는 몸 안에 감도는 순수한 신앙심을 제대로 느껴보았다.

짜릿하다. 전지전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큰 힘은 아니지만, 무력이 크게 상승했다.

이정도면 F급 마물과 비슷한 힘을 가진 존재들을 학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직 미약하다면 미약하다.

그러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예전에도 생각했듯, 신도들의 수가 늘어나고, 늘어난 그녀들이 포교를 행하면 행할수록 얻는 신앙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테지.

‘좋아.’

주차장 가운데에 우뚝 서선 사악한 미소를 흘리고 있는 나를, 이곳의 입주민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죽이지는 말자.

운 좋은 줄 알거라, 인간들이여.

그들을 무시한 채 인적이 없는 곳으로 간 나는 포탈을 열었다.

쩌어억­!

아가리가 쩍 벌어지는 모습이 힘이 있다.

주변에 거뭇한 기운도 상당...

삐빅! 삐빅!

얌전히 포탈을 감상하려던 나는, 휴대폰에서 크나큰 경고음이 울리자 흠칫했다.

설마 이거... 고작 사람 한 명이 드나들 수 있는 포탈에서 흘러나온 마기를, 탐색기가 감지한 건가?

그 정도는 탐색 제외 대상일 텐데?

기겁을 한 나는 재빨리 수도권 전역에 있는 탐색기를 중지시켰다.

우웅­!

그와 동시에 울리는 휴대폰.

스텔라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오빠...! 마물 나타났어...?

자그마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화장실에서 연락을 한 모양이다.

“아니. 단순 인식 오류야.”

­그, 그래...? 확실해?

“응. 확실해. 세화가 확인했어.”

­다행이다... 지금 수리하러 갈 거야? 그럴 거면 같이 가.

“수리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잠깐 오류만 일으킨 거라서, 본부에 계신 박사님이 잘 처리해줄 거야. 넌 연습에 집중해.”

­응... 근데 오빠... 보영이 언니가 조금 이상해.

보영이가 이상하다?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로군.

“왜?”

­연습 시작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떠시더니 기침을 하셨어. 몸살 기운이라도 있으신가봐.

“언제?”

­한 3, 4분 정도 전쯤...? 지금은 괜찮아지긴 하셨는데... 걱정돼.

그때라면 내가 신앙심을 느낀 시간과 비슷하다.

보영에게도 내 힘이 일부 전해졌다는 뜻 같은데...

처음 신앙심을 느꼈을 때도 이랬었나? 위험할 뻔했다.

스텔라의 아이테르가 덜 침식되었다면 분명히 의심했겠지.

“일단 지켜보고, 상태가 별로인 것 같으면 바로 나한테 연락해. 알았지?”

­응. 알렉스는 뭐하고 있어?

“글쎄... 확인 안 해봤는데... 노트북 보고 톡 남길게.”

­아냐. 번거롭게 그럴 필요 없어. 점심에 알렉스한테 사료 줘야 되니까 열한 시쯤에 데리러 와. 알았지?

동생을 향한 밥을 사료라고 칭하다니...

우리 덜렁이, 많이 사악해졌구나. 아주 좋아.

“알았어.”

전화를 끊은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고방송은 안 나오겠지?

세계연합에서 본부에 무슨 일이냐고 연락을 취하면, 눈치 빠른 박사가 잘 처리해줄 것이다.

나는 이번엔 힘을 최대한 조절한 채 아주 약하게 포탈을 열었다.

쩌어억...

아까보다 덜한 기세로 열리는 아가리.

탐색기의 경고음은 울리지 않는다.

조심하자. 힘을 주체하지 못하면 안 된다.

**

­인구가 밀집되어있는 지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아시잖습니까. 탐색기를 유지보수할 인력이 모자라다면 저희가 얼마든지 도와드릴 수 있는데...

본부로 가니 세계연합 관계자와 박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저들의 속내가 보이는구나. 우리에게도 기술력을 공유해달라고 은근한 압박을 주고 있다.

“유지보수는 잘 되어가고 있어요. 지금 사건은 그저 단순한 오류일 뿐이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하지만 뒷감당은 저희가 해야 합니다.

“저흰 탐색기를 비롯한 대 마물 장비를 사비로 유지보수하고, 세계연합은 그에 대한 뒷처리를 한다... 애초에 그렇게 합의를 보지 않았었나요?”

­그렇긴 하지만... 탐색기가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 자세히 알아야 대비도 잘 할 수 있잖습니까.

박사의 입꼬리가 의미심장하게 올라갔다.

나와 눈을 마주친 그녀가 통신기에다 대고 차분하게 말했다.

“세계연합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해요. 저희가 상황을 주도해나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겠죠.”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

“한솥밥을 먹은 지도 꽤 오래 됐는데... 솔직해지죠, 우리.”

­.... 마음에 들지 않는다기보다는, 함께 지구를 지키는 동료인데 비스트 슬레이어 본부가 감추는 것이 너무 많다고 느껴집니다.

“들러리가 된 것 같아서 서운하다?”

­뭐... 대놓고 말하면 그렇습니다.

“음...”

박사가 침음을 삼켰다.

그러자 화면 안에 있던, 30대 후반처럼 보이는 세계연합 관계자의 안색이 약간 밝아졌다.

박사의 얼굴은 볼 수 없지만, 그녀가 고민하는 듯한 소리를 듣고 희망 같은 걸 가진 듯했다.

얼마간 그러고 있던 박사가 말했다.

“세계연합과 본부의 관계를 정의해보실래요?”

­함께 지구를 지키는 소중한 동료죠.

“중대사를 같이 해나가는 만큼 비밀이 없어야겠네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면 숨기고 있는 패를 공개하세요.”

­예...?

당황하는 관계자.

비밀조직에 대해서 말하니 찔린 게 아니라, 박사가 무슨 얘길 하는 건지 진심으로 몰라서 저러는 것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패라뇨?

“세계연합 미국지부의 대표나 직책이 아주 높은 상관에게 이렇게 전하세요. 저희 몰래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면, 자꾸 재지 말고 시원하게 공개하자고. 함께 나아갈 마음이 진심이라면, 저희도 아주 긍정적으로 가진 것들을 오픈하겠다고요.”

­음...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오늘 저희가 한 대화가 유익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통신은 이만 종료할게요. 수고하세요, 담당자님.”

­아, 예... 박사님도 수고하십시오. 건강 챙기시고요.

“네, 고마워요.”

통신을 종료한 박사는 의자를 내 쪽으로 돌렸다.

“세계연합에서 정말 우리의 기술이 탐난다면, 조직에 대한 정보를 흘려줄 거야. 전부는 기대하지 않지만, 적어도 복제 아이테르에 관한 것들은 넌지시 오픈하겠지. 언론 플레이도 자제할 테고.”

그녀를 향해 다가간 내가 씨익 웃었다.

“받아먹으면 되게끔 만들었네? 저쪽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제안이었어.”

“응. 그런데 지혁아.”

“말해.”

“아까 그 힘... 그거지? 신도들에게서 받아온...”

역시 박사도 느꼈구나.

“맞아. 어땠어?”

“뭐랄까... 조금... 강해진 것 같아. 마기도 수월하게 다룰 수 있게 됐어.”

“다행이네.”

박사의 배에 손을 올린 나는 지그시 눈을 감아보았다.

내 아이가 마기를 쑥쑥 먹으며 자라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 듯하다.

모든 일이 끝나면, 다른 아내들도 임신시켜야지.

**

턱.

스텔라가 카트에 집어넣은 물건을 본 나는 입을 살짝 벌렸다.

그것이 대형견 전용 사료였기 때문이었다.

헛웃음을 켠 내가 말했다.

“아까 사료라고 하더니만... 진짜로 개 사료를 골랐어?”

그에 선글라스를 고쳐 쓴 스텔라가 우물쭈물 대답했다.

“그냥... 알렉스한테 반성하는 기미가 안 보이면, 가끔씩 주려구...”

이젠 알렉스를 갖고 노는데 완전히 재미를 붙였구나.

“오빠도 좋아할 것 같아서 사려고 했는데... 그냥 그러지 말까...?”

은근슬쩍 날 떠보는 스텔라.

나는 그런 그녀의 둔부에 손을 가져가 약하게 쥐었다.

“후으으...”

스텔라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몸을 떨었다.

인적이 꽤나 많은 장소라 오싹하고 짜릿한 기분을 느낀 모양.

처음에 비하면 성벽이 상당히 바뀌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해온 결과가 눈에 보이는 것 같아 무척 뿌듯하다.

“오늘은 무슨 옷 입을 거야?”

“으응... 그냐앙... 배꼽이 약간만 보이는 크롭 티랑... 테니스 치마... 생각했는데에... 아, 아직 확인이 덜 돼서어...”

어제 밤에 알렉스가 너무 변태, 이상성욕자 같다고 씹어대놓고선 덜 되긴 무슨.

덜렁이는 이런 쪽으론 솔직하지 못한 게 탈이다.

그게 또 매력이기도 하지만.

“그 얘긴 그만하구... 얼른 가자...”

나는 직접 카트를 끌고 계산대로 향하는 스텔라의 허리를 검지로 콕 찔렀다.

“햣!”

꽤 높은 톤의 비명을 터뜨리는 그녀.

황급히 자신의 입을 막고는 주변 눈치를 보다가, 원망스런 시선으로 날 쏘아보는 모습이 귀엽다.

계산을 마친 나는 사온 재료들을 트렁크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내가 조수석에서 담요를 덮어쓴 스텔라에게 물었다.

“연습은 어땠어?”

“괜찮았어. 보영이 언니도 칭찬해주셨고...”

“보영이 누나는 어때보였어? 그때 이후로 괜찮아진 것 같아?”

“응...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신 것 같았었는데, 다시 보니까 아니었어. 내 착각이었나봐... 근데 걱정돼. 혹시 병이라도 걸리신 건 아닐까 하고...”

“누나 몸은 누나가 가장 잘 알겠지. 만약 상태가 별로였다면 연습도 빠르게 끝냈을 거야.”

“그렇겠지...? 오빠, 나 부탁이 있는데... 집에 가면 건강보조식품 같은 거 한 번 알아보면 안 돼? 언니한테 드리고 싶어.”

남들에게는 천사 같지만, 알렉스한테만큼은 정반대.

저 이중적인 모습이 뭐랄까... 색기가 흘러넘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자.”

“응... 고마워. 참, 점심 메뉴는 뭘로 할까?”

“우리가 먹을 거?”

“아니, 알렉스 거.”

“글쎄... 오늘은 고기를 좀 넣어줄까?”

“왜?”

“어제 자위하느라 고생했을 텐데, 그쯤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 말에 스텔라의 미간이 구겨졌다.

“오빠...! 왜 여기서까지 그 더러운 얘기를 해?”

“네가 즐거워하길래 말한 건데?”

“.... 그냥 재미있는 거였지, 즐거운 건 아니었어...!”

“그게 그거 아닌가?”

“아, 아무튼 고기는 안 돼. 어제 반성하는 기미를 보여주긴 했어도, 오늘은 다를 지도 모르잖아.”

“그러면 간단하게 토스트만 주고 반응을 살펴봐. 아니면 토스트에 침이라도 뱉을까?”

“그건 너무 심하다아...”

말은 저렇게 하고 있어도, 스텔라의 눈엔 흥미가 돋아나있었다.

이런 쪽으로도 배덕감을 느끼는 건가?

좋은 현상이다.

지금 저 사악한 반응,

그리고 어제 아랫배가 간지럽다고, 콕콕 눌러달라고 부탁을 했던 것까지 고려해봤을 때...

슬슬 음문이 나타날 시점이 된 듯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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