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450화 (450/471)

〈 450화 〉 사랑의 각인

* * *

­지혁이 형한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형을 너무 싫어하는 데에 눈이 멀어 못할 짓을 했습니다...

이틀이 지난 시점, 알렉스는 꽤 능숙하게 사과문을 읊고 있었다.

그제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

증오하는 사람에게 하는 사과치고는 나름 반성도 섞여있는 목소리다.

다 누나와의 대화를 위해서겠지.

­.... 형을 한 번 뵙고 제대로 된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칭찬해줄 만도 한데, 스텔라는 알렉스의 사과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모니터 안에 있는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던 것이다.

­너 바보야?

­.... 어?

­대사도 얼마 안 되는데 왜 그걸 머뭇거리면서 읽고 있어?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못 외웠어?

­.... 누나... 그건... 내가 송지... 아니, 지혁이 형에게 사과를 하는 게 싫어서...

­대체 왜? 때렸잖아. 원인이 지혁이 오빠한테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사과하기가 싫은데? 사람이라면 당연히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누나... 내 말 좀 들어주면 안 될까...?

­네 쓰레기 같은 친구들을 시켜서, 지혁이 오빠를 납치하려고까지 했잖아.

알렉스의 이야기를 전혀 들을 마음이 없어 보이는 스텔라.

무릎을 꿇은 채로 그런 자신의 누나를 올려다보던 알렉스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누나... 2분만... 2분만 내 말을 들어줘...

­뭘 잘했다고 우는 거야?

­흐윽... 제발... 누나... 제바아알...!

알렉스는 요 이틀간 얌전했고, 누나가 넣어주는 책도 집중해서 읽은 상태다.

자위 같은 건 하지도 않았고, 심지어는 매일 누군지 모를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스텔라는 그 사실을 노트북을 통해 다 보고 있었다.

그러한 알렉스의 태도는 스텔라의 다소 격앙된 목소리를 가라앉게 했다.

­.... 그만 울어.

역시 피는 진한가? 아무리 스텔라가 악독해졌다고는 해도, 저렇게까지 무너진 모습을 보여주니 마음이 약해졌나보다.

­누나... 허어어어엉...! 누나...! 나 진짜 미안해...! 다시는... 다시는 이런 짓 안 할게...! 지혁이 형한테도 제대로 사과할게...

­아, 아까는 사과하기 싫다고 했으면서... 왜 말을 바꾸는 건데?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견뎌낼 수 있을까? 동생의 저 눈물을?

­사과하고 싶어...!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어... 지혁이 형을 만나게 해줘... 흐으윽...!

­뚝 그쳐...! 너 이런 애 아니잖아. 거짓말하는 거잖아.

­아니야! 거짓말 아니라고오...! 나 진심으로 누나랑 다시 잘 지내고 싶단 말이야...!

스텔라는 악에 받쳐선 소리까지 지르기 시작하는 알렉스의 기세에 눌린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뒷걸음질을 치며 문으로 향했던 것이다.

­가지 마...! 누나... 날 떠나지 마...! 같이 있어줘...! 허어어어엉!!

­아, 알렉스...

이건 좋지 않다.

저런 알렉스의 반항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받아들이는 스텔라의 반응은 예상외다.

저 호소가 먹혀들어가고 있어.

잠시 떼어놔야겠다.

한숨을 내쉰 나는 마르셀라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삐빅! 삐빅!

스텔라가 찬 디바이스에서 급박한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엇...?

움찔한 스텔라가 디바이스와 알렉스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랫입술을 잘근 깨문 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알렉스의 앞에서 화면을 두 번 터치했다.

화아악­!

눈이 멀어버릴 듯한 백색의 빛이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순식간에 잦아든다.

알렉스의 눈앞에서 비스트 슬레이어로 변신한 스텔라는,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알렉스를 향해 정색을 했다.

­그대로 반성하고 있어.

누나가 지구의 영웅임을 알고 있던 알렉스가 퍼뜩 정신을 차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어...

대답을 듣자마자 포탈을 탄 스텔라.

번쩍! 하고 사라진 누나의 자리에 조심스레 손을 뻗어보고, 휘적거리는 알렉스가 보인다.

신기하지? 그 마음 이해한다.

**

“이게 대체 무슨... 포탈에서 마물이 나타날 것 같았다가... 사라졌어... 이런 경우도 있어...?”

황당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스텔라의 물음.

본부 홀에 있던 나는 의자 등받이를 뒤로 쭉 뺐다.

“우리도 처음 봐.”

“뭐지...? 마물들의 세계에 문제라도 일어난 건가?”

아니, 그냥 알렉스에게서 널 잠시 떨어뜨려놓으려고 포탈만 열어둔 거야.

“왜? 기사들이 나타날까봐 기대라도 했어?”

그 말에 스텔라가 주변 눈치를 보더니 자신의 입가에 검지를 올렸다.

“쉿...! 오빠...! 그런 얘길 하면 어떡해...”

“네가 그 마물들을 좋아하는 건 우리 모두가 다 아는데, 굳이 비밀로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어.”

“조, 좋아한다니...? 그 마물들은 언제든 날... 흐흠... 내게 심한 부상을 입힐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아서...”

죽일 수 있었다고 말하려다가, 험한 말이라고 생각해서 다르게 순화했구나.

죽인다는 말조차 입에 올릴 수 없을 정도로 순딩한 우리 덜렁아.

알렉스한테 조금만 더 무자비해지자.

“알아. 네 실력이 오르는데 크게 일조한 녀석들이기도 하니까 그냥 보내줬겠지.”

“응...”

“하지만 다음번에도 나타난다면? 그땐 없앨 수 있어?”

“.... 만약 그 기사들이 사람을 막 해치려고 하면... 나도 용서하지 않아...”

가만히 있을 경우엔 저번처럼 그냥 돌려보낼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내 표정을 흘끗 살핀 그녀가 물었다.

“이러면 안 돼...?”

“아니. 네 마음대로 해도 돼. 난 언제나 널 지지할 거야.”

“.... 응... 고마워, 오빠.”

“여기 잠깐 앉아봐.”

무릎 위를 툭툭 두드리자, 스텔라가 헤실거리는 표정으로 다가와 냅다 앉았다.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두른 내가 말했다.

“오늘 출동하기 전에, 알렉스랑 네 모습을 봤어.”

“아, 응... 조금... 마음이 약해지더라구...”

“이해는 하지만 더 독해져야 돼.”

“.... 그래도... 눈물은 진짜였는데...”

“그렇게 생각을 하니까 매번 알렉스한테 속아 넘어가는 거지. 저런 연기에 한두 번 당한 게 아니잖아.”

“오, 오빠는 알렉스를 교화시키는 게 목적이야...? 아니면 괴롭히는 게 목적이야?”

후자긴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네가 직접 알렉스를 죽이는 게 목적이야.

네 타락은 놈이 죽음으로서 완성된단다.

스텔라를 바짝 끌어당긴 나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진실 반, 거짓 반을 섞어 말했다.

“둘 다.”

“.... 너무해...”

너무하긴... 너도 알렉스를 괴롭히는 데에서 희열을 느끼는 단계까지 왔잖아.

상황판을 쓱 쳐다본 나는, 툴툴거리고 있는 스텔라를 향해 그윽한 눈빛을 했다.

“이제 딱히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집에 갈까? 확인해야할 것도 남았잖아.”

알렉스의 성벽을 말함이었다.

“이, 이틀간 알렉스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는데...”

“이대로 진실이 묻혀버려도 좋아?”

나긋나긋한 도발이 먹혀들었을까?

스텔라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아니... 확인하고 싶어...”

이래야 덜렁이답지.

알렉스의 같잖은 눈물작전 따윈 머릿속에서 날려버리자.

**

“점심은 이정도면 돼?”

콩, 옥수수빵, 탄산음료 한 컵, 그리고 고기가 들어간 볶음밥.

쓰레기한테 주는 것치고는 지나치게 화려하다.

고개를 가로저은 나는 탄산음료와 옥수수빵을 빼고, 볶음밥에 섞여있는 고기까지 모조리 제거했다.

“이대로 갖다 주자.”

실제 죄수가 먹는 점심보다 훨씬 초라한 식단.

눈을 질끈 감았다 뜬 스텔라가 대답했다.

“알았어...”

“그리고 오늘은 변신한 상태로 들어가.”

그 말에 스텔라의 눈이 동그래졌다.

“뭐...? 왜...?”

“알렉스가 네 정체를 눈치채긴 했지만, 변신한 모습은 그에게 있어 무척 낯설 거야. 그리고 아름답지.”

“.....”

“눈매만 제외하고 외형이 달라지는데, 이러면 알렉스는 변신한 널 남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아. 이 상태에서 저번처럼...”

말끝을 흐린 나는 스텔라와 눈을 마주쳤다.

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아차린 스텔라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저건 이렇게까지 하는 내게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설명을 듣고 묘한 흥분이 찾아왔기에 나타나는 반응이었다.

“알았어... 해볼게...”

그래, 넌 이래야 어울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스텔라에게서 두 발자국 정도 떨어졌다.

그러자 스텔라가 자신의 디바이스를 두 번 두드렸다.

화악­!

변신을 완료한 스텔라는 자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백색 기운을 최대한으로 낮추었다.

그 상태로 무기까지 집어넣고는 식판을 들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자 움찔했다.

“오, 왜애...”

스텔라와 한 뼘의 거리를 두고 달라붙은 나는, 그녀의 허리에 감긴 끈을 잡아당겼다.

사르르 거리는 소리와 함께 부드럽게 풀리는 끈.

내가 무엇을 할 작정인지 눈치챈 스텔라의 눈이 커졌다.

“지, 지금... 이대로... 하려는 거야...?”

나는 말없이 그녀가 끼고 있는 장갑을 벗기려고 했다.

하지만,

“아, 안 돼...! 내가... 내가 벗을게...”

다급하게 날 만류한 스텔라가 스스로 장갑을 벗었다.

현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내게 상처를 입힐까봐 우려하는 것 같다.

뇌가 터져버리는 게 아닌 이상, 난 부상을 당해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데, 우리 덜렁이는 걱정도 많다.

이젠 S급 마물과 대등할 정도로 싸울 수 있는 힘을 가졌음에도, 한 방에 가슴을 으깨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약한 나에게는 여리여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스텔라.

지금 저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욕정이 끓어오른다.

내 눈치를 흘끔흘끔 보던 스텔라는, 곧 자신의 드레스마저 벗고는 자신의 나신을 드러냈다.

새하얀 머리카락, 그리고 눈동자 덕에 평소보다 한 층 더 밝아 보이는 몸.

그러고 보니 스텔라와 변신한 채로 하는 건 처음인가?

색다른 느낌을 받아서 그런지 성욕을 숨길 수가 없다.

방긋 웃은 나는 스텔라의 허리춤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가 다소곳하게 내 손바닥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그런 그녀를 이끌고 알렉스의 방 앞까지 간 나는, 조곤조곤하지만 다소 엄한 투로 명령을 내렸다.

“뒤로 돌아서 짚어.”

“아...♡”

지배당하는 것 같은 감각에 쾌감을 느꼈을까?

스텔라의 입에서 교태 섞인 탄성이 터져 나왔다.

목젖을 꿀렁거린 그녀는 곧 천천히 뒤를 돌아, 철로 된 문에 손을 짚더니 허리를 쭈욱 내렸다.

잘록한 허리, 그 가운데에 잘 단련된 기립근이 무척 매력적이다.

그곳에 검지를 가져다대고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움직이자,

“흐읏...!”

야릇한 신음을 토해낸 스텔라의 허리가 더욱 내려갔다.

스텔라의 아이테르 침식은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다.

이젠 그녀의 몸에 악의를 다이렉트로 주입해도 상관없다고 본다.

여기서 침식된 아이테르를 받아들이고 변신한 상태의 그녀와 사랑을 나누면 더 큰 효과를 보겠지.

옷을 전부 벗어던지고는 벌써부터 식은땀이 송골송골 올라오기 시작하는 스텔라의 등을 한 차례 쓸어준 나는,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성기를 들이밀었다.

‘힘 조절 잘해야 할 거다.’

그렇지 못한다면 철문이 박살나버릴 테니까.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