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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439화 (439/471)

〈 439화 〉 제대로 닦인 마왕님

* * *

“아파...! 아파요...! 머리가... 너무...! 몸... 뜨거워...!”

횡설수설하고 있는 여자.

팔을 교차해 자신의 어깨를 감싸고 주저앉아있는 모습이 애처롭다.

모니터 너머로 그녀를 지켜보던 내가 마르셀라에게 물었다.

“왜 저러는 거지?”

“자신의 주인이 될 존재를 만나지 못해서 그래요. 고통과 자각을 담당하는 뇌에 마왕님의 존재를 선명하게 각인시켜놨어요. 마왕님을 뵙지 못한다면, 그녀는 일평생을 고통과 함께 살 거예요.”

“만나면 고통은 멎나?”

“네. 뿐만 아니라 모든 사고가 세뇌 전으로 돌아가요. 마왕님의 존재는 그대로 각인된 채로요.”

“직접 한 번 보지.”

“알겠습니다.”

내가 실험대로 통하는 문 앞에 서자, 마르셀라가 버튼을 눌렀다.

철컹­!

묵직한 소음을 내며 열리는 문.

그 안으로 발걸음을 한 발 내딛으니, 온몸을 오들오들 떨던 여자의 고개가 들려졌다.

그리고 날 확인한 그녀는,

“아...! 아아아...!!”

감탄의 감탄을 거듭하면서 점점 안정을 되찾아갔다.

내가 그녀의 지척까지 다가갔을 땐, 그녀는 이미 완전한 평온을 되찾은 지 오래였다.

“타, 타이라트 님...! 주인님...!”

본명을 부르는 그녀에게 방긋 미소지어준 내가 말했다.

“일어나라.”

“네...! 넷!”

벌떡 일어나 내 앞에 시립하는 여자의 얼굴은 환희로 가득 차있었다.

아까 전에 심한 고통을 느꼈던 건 온데간데없어진 듯한 반응.

일단 겉보기로는 그저 사랑에 빠져버린 여자처럼 보인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날 공포의 대상으로 만들지 않은 건 괜찮지만 너무 신격화시킨 게 문제였다.

이럴 경우 비밀조직에 차출이 된다고 하더라도 정신검사 쪽에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컸다.

전자라고 해도 문제를 일으키는 건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나는 내 곁으로 다가온 마르셀라를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실험은 실패로군.”

마르셀라 또한 내 말에 동의하는지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어요. 애초에 다른 쪽으로 세뇌를 시킬 걸 그랬네요.”

“네가 죄송할 게 있느냐. 시간이 촉박한데다 기계도 아직 연구가 덜 끝난 상태인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뇌를 재조정할까요?”

소름이 끼칠 만한 말을 하고 있음에도, 여자는 멀뚱멀뚱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의 뺨을 톡톡 치자, 그녀의 눈이 마치 주인의 손길을 느끼려는 강아지처럼 지그시 감겼다.

“존재의의 자체가 날 향해있는 것 같군.”

“맞아요. 어떠한 명령이든 기쁘게 수행할 거예요.”

“원 상태로 복구도 가능한가?”

“물론이에요. 복구에 관한 정보는 전부 데이터화되어있어요.”

“혹시 복구하면서 무의식 속에 암시를 하나 심어놓을 수 있겠느냐?”

마르셀라의 고개가 갸웃했다.

“암시요?”

“그래. 평소에는 그저 나나 네 존재를 모른 채로, 세뇌하기 전 상태로 생활을 하도록 하되... 어떠한 키워드를 들으면 그간의 기억이 모두 깨어나게끔 만드는 거다.”

“아... 최면 같은 느낌이군요.”

“그렇다. 이러면 혹시나 이 아이가 비밀조직에 차출이 되어도 검사를 통과할 수 있겠지.”

“좋은 방법 같아요. 한 번 해보겠습니다.”

“이 아이의 정신이 지친 상태라 성공 가능성이 낮아진 건 알고 있다. 그러니 무리하지 말고, 실패할 것 같으면 그냥 원래대로 돌려놓고 풀어주어라. 키워드는 네가 정하고.”

“네, 마왕님.”

마르셀라를 보낸 나는, 여자의 손을 잡고 실험대를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부끄러워하며 내 인도에 따라 조신하게 걸음을 옮기는 여자.

그녀를 실험대에 눕힌 내가 인자한 투로 말했다.

“고생시켜서 미안하구나. 이번엔 아프지 않을 게다.”

“주인님...”

“한 숨 자고 일어나면 개운해질 것이다. 아무 일 없이 출근하면 되는 거야. 또 다시 만났으면 좋겠구나.”

“주, 주인님께서 절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언제든지 주인님을 생각할 수 있도록 마음속에 품고 있을게요... 꼭... 저를 다시 불러주세요...”

마르셀라와 내가 한 얘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구나.

이러면 암시가 정착할 가능성이 높아지려나?

여자의 이마에 손을 대어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나는, 그녀의 눈이 천천히 감기는 것을 보자마자 포탈을 열었다.

**

­오빠, 뭐해?

“본부에서 일하고 있지. 너는?”

­나 잠깐 화장실 왔어.

“밥은 먹었어?”

­응. 알렉스랑 도시락 먹었어.

“대화는 많이 나눠봤고?”

­임시매니저가 너무 방해돼. 대화하는데 막 끼어들구... 진짜 마음에 안 들어. 일하는 것도 별로야. 짜증나.

스텔라의 말투엔 날이 서있었다.

매니저가 어지간히 싫었던 모양이다.

“그래...?”

­그래도 대기실에 단둘이 있을 때 이야기를 많이 하긴 했어. 근데... 잘 안 되는 것 같아.

“어떤 식으로 잘 안 되는데?”

­만나면 다 말해줄게. 나 스케줄 10시쯤에 끝날 것 같은데, 오빠 그때까지 일 다 마칠 수 있어?

“그 전에 끝내놓고, 네가 거짓말했던 거 수습하려고.”

밴 고장 사건을 말함이었다.

잠깐 침묵한 스텔라가 앙탈을 부렸다.

­아 오빠아... 오빠도 내 마음 이해했잖아...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수습만 한다고 말하는 거야.”

­그런 거지?

“솔직히 나도 그 밴에 다른 사람 태우기 싫었어.”

­그치? 오빠도 그렇게 생각하지?

“당연하지.”

­아... 오빠 목소리 들으니까 진짜 보고 싶다아... 오빠...♡

마지막에 애타게 날 부른 스텔라의 목소리 톤이 확 높아졌다.

뭐지 싶었던 나는, 휴대폰 너머에서 그녀의 기다란 콧바람이 들려오자 흠칫했다.

‘설마...’

화장실 안에서 자위를 하고 있는 건가?

내 목소리를 들으면서?

어처구니가 없어져 할 말을 잃어버린 나는,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바지를 내리려는 충동을 간신히 참아냈다.

­오빠아...♡ 지금 여기 올래...? 오빠 꺼 넣어줬으면 좋겠는데에...♡

너무나도 감미로운 목소리였다.

가수라 그런지 심장에 확 하고 와 닿는다.

나는 생전 처음으로 혼자 자위를 해볼까? 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스텔라는 남자를 미치게 하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너...”

­흐응...♡

관계를 가질 땐 수줍어선 내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애가 이럴 정도라니...

진심으로 날 보고 싶어 하는 게 느껴진다.

헛기침을 몇 번 한 나는 성대의 떨림을 최대한으로 낮추었다.

“화장실 문 잠갔어?”

­아...♡ 으응... 잠갔어...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하겠는데?”

­상관없어... 다른... 화장실에 가겠지이... 오빠... 그거 말해줘...

사랑한다고 해달라는 뜻이었다.

지금처럼 약간 잠에 취한 듯한 목소리로 사랑고백을 하는 건, 스텔라가 굉장히 좋아하는 것 중 하나였다.

히죽 웃은 내가 물었다.

“말해줘?”

­응... 빨리이...

“너부터 말해야지.”

­사랑해...♡ 흐응... 오빠 진짜 조아... 사랑해요...♡

벌써부터 도파민이 마구 분비되었나보다.

거의 마약에 취한 듯 말하는 걸 보면.

“나도 사랑해.”

­하아악...♡ 후으...

살쾡이 같은 신음을 내며 헉헉거리는 스텔라.

나 또한 흥분이 마구 고조되고 있다.

“흥분했어?”

­응... 해써... 쉬 나올 거 가타...

“오늘 팬티 무슨 색?”

­거, 검은색... 입어써...♡

“우리 덜렁이... 내가 좋아하는 색 입었네?”

­으응... 잘해찌...?

“지금 벗고 있으면 다시 입을까?”

­안대애... 스케줄... 가야 해... 젖으면 안대요...♡

“젖은 상태에서 스케줄 소화하면, 돌아가서 엄청 박아줄게.”

­흥앗...!

쪼르르르...

고인 물에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스텔라가 짧게 가버린 것이다.

다리를 벌리고 앉아 조수를 질질 새는 스텔라를 상상하니 자지가 터질 듯 발기된다.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 그리고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까지 전부 생생하게 들려와 귀를 간질인다.

얼마간 헥헥거리던 스텔라가 말했다.

­정말...? 약속해애...?

“응. 약속해.”

­흐으응...♡ 그러면... 입을...

똑똑.

­햑!

힘겹게 말을 하던 스텔라가, 뜬금없는 노크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끊긴 것처럼 조용해진 휴대폰 너머에서 아주 희미하게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특유의 중저음. 이건 분명 알렉스였다.

오랫동안 나오지 않는 누나를 찾으러 온 게 틀림없었다.

쥐 죽은 듯 있던 스텔라가 말했다.

­가써...

“알렉스네?”

­으응... 알렉스가... 10분 뒤에 스케줄 시작한다구... 나오래...♡

다시 높아진 톤.

알렉스 따윈 신경 쓰지 않고 다시 자위를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알렉스가 너 거기 있는 거 알아?”

­알아... 대기실 바로 옆에 있는... 화장실에 간다구 말해써...

“우리 덜렁이... 변태네?”

­마자...♡ 나 변태야... 나 이제 모하까...? 오빠가 명령해줘어...

나는 스텔라의 복종의 표시에 잔뜩 흥분을 하면서도, 머릿속을 스치는 어떠한 생각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보지에 손가락 넣었어?”

­응...! 넣어써... 꼬물꼬물 움직이고 이써요...

“그럼 계속하면서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에 솔직히 대답해.”

­네에...♡

“방금 알렉스 왔을 때, 기분이 어땠어?”

­으음... 그냥 놀라써...

“놀랐어? 그것뿐이야?”

­.....

잠시 조용히 있던 스텔라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아니이...

“어떻게 생각했어?”

­방해... 라구 생각했어...

“중요할 때 간섭한 방해꾼이라고 생각했지? 짜증도 났어?”

­으응... 마자... 짜증나써...

“그런 동생인데 사랑해?”

­.... 그래두 사랑해... 동생이니까아... 근데에... 오빠가 더 조아...♡ 오빠를 더 사랑해애... 그것도 어어엄청 많이이...♡

스텔라의 요염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에, 쿠퍼액이 찔끔 나와 팬티를 적셨다.

이제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내 의도를 미리 캐치하고 알아서 대답해주는구나.

기쁘다. 당장 스텔라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후...”

저도 모르게 새어나온 기다란 한숨.

이것을 들은 스텔라가 떨리는 투로 물었다.

­오빠아... 흥분해써...?

“어.”

­얼마나...?

“지금 달려가서 박고 싶어. 오늘 스케줄 빨리 끝내달라고 해.”

어마어마하게 흥분했다는 표현을 에둘러 하자, 스텔라가 간드러진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안대요... 참아... 흥읏...♡

지금 너는 내 눈이 시뻘겋게 충혈 됐다는 걸 알기나 할까?

“지금 바로 채보영한테 전화해서, 여덟 시 전까지 돌아오게 만들 거야.”

­흐으응...♡ 그럴 꺼야...?

평소엔 꼬박꼬박 누나라는 호칭을 부른 것과는 달리, 이번엔 보영의 풀 네임을 불렀음에도, 스텔라는 내 반응에 호응만 할 뿐 그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알렉스는...? 나 오늘 알렉스랑... 대화 많이 해야 되는데에...?

날 흥분시키기 위한 매개체로 알렉스를 서슴없이 이용하는 모습까지...

오늘의 스텔라는 남자를 유혹해 정기를 빼앗아먹는 구미호 같았다.

나를 빨리 만나려고 작정한 게 보인다.

내가 너를 휘두르는 게 아니라, 네가 나를 휘두르고 있었구나.

그리 생각한 내가 말했다.

“이건 네 탓이야. 하아...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으웅... 하아앙...♡ 그러며언... 어쩔 수 없네에...?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내가 말했다.

“손가락 빼. 지금부터 나 볼 때까지 참아.”

­아앙... 아라써요...♡ 그러면... 나 스케줄 갈게...? 오빠가 명령한 대로... 젖은 상태로 소화해야지...♡

전화는 곧바로 끊겼다.

내가 끊은 게 아니라, 스텔라가 일방적으로 끊었다.

기가 막힌 일을 당한 나는 휴대폰을 부서져라 쥐다가, 보영의 집으로 통하는 포탈을 만들었다.

원래는 전화로만 명령해놓으려고 했는데, 이 폭발할 것 같은 욕구를 조금이나마 해소시키지 않으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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