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0화 〉 너무 많이 넘어가고 있는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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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진 밤.
인적이 아예 없는 어느 골목길에 흰색과 빨간색의 빛무리를 희미하게 뿜어내는 사람이 있었다.
스텔라와 실비아였다.
“후으... 후읍...”
스텔라는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하며 평온을 유지하려했다.
심장이 시도 때도 없이 뛰고, 긴장으로 전신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그런 그녀를 본 실비아가 툭 던지듯 말했다.
“진정해. 네가 상상하는 것만큼 큰일은 일어나지 않아.”
그녀들은 현재 대전에 와있었다.
요즘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범죄조직 중, 규모가 적당한 곳을 소탕하기 위해서였다.
실비아의 격려에도 심신을 진정시키지 못한 스텔라가 말했다.
“사, 사람을 때린다고 생각하니까... 무서워져서요...”
“안 때리고 제압할 수 있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어. 일반사람들은 우리 속도를 눈으로 쫓을 수 없거든. 하지만 추천하지는 않아. 너무 평화적으로 제압하려 하다간 시간도 오래 걸리고, 놈들이 인질을 잡을 수도 있거든.”
“그럼... 어쩔 수 없이 폭력을 휘둘러야하나요?”
“왜? 사람이라서 껄끄러워?”
“네...”
“솔직해서 좋네. 근데 너, 지혁이한테 우리가 소탕할 조직에 대한 정보를 들었니?”
“그냥 나쁜 놈들이라고만...”
“나쁜 놈이지. 그것도 아주 악독한... 놈들은 어린아이들을 잡아다 인신매매를 하고 있어. 지금까지 전 세계로 팔려간 아동이 많아.”
“네에...?”
믿어지지 않는 말에, 스텔라의 인상이 순식간에 찌푸려졌다.
실비아가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엄청 활개치고 다니는데 정부는 손을 놓고 있어. 그래서 우리가 처리하는 거야. 이런 놈들한테 사사로운 정 같은 건 갖지 마.”
“.... 네.”
떨림이 멎고 눈이 가라앉은 스텔라.
그녀를 살핀 실비아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준비됐어?”
“네, 선배님.”
“좋아. 갈게.”
그리 말한 실비아가 곧바로 공중을 향해 솟구쳤다.
화아아악!
그러면서 엄청난 바람이 스텔라가 입고 있는 슈트 치마를 들췄다.
“엄마야...”
순간 당황해한 스텔라는 재빨리 치마를 추슬렀다.
그리고는 후다닥 실비아를 따라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렇게 두 사람은 디바이스에 찍힌 범죄조직의 본거지 입구 상공에 도착했다.
“먼저 갈 테니까, 뒤따라 들어와.”
칼바람을 맞으며 빨간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실비아의 말.
뭔가 멋지다고 생각한 스텔라가 대답했다.
“알겠어요.”
굳은 의지가 섞여있는 대답에 고개를 주억거린 실비아는, 숨을 훅 하고 들이켰다.
이후,
쐐애애액!
어마어마한 속도로 지면을 향해 쇄도했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피어오르는 흙먼지.
한 차례 입술에 침을 묻힌 스텔라는, 실비아가 만들어놓은 입구로 쏙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가 그 안에서 본 것은,
“뭐야! 씨발!”
혼비백산해선 욕지거리를 내뱉는, 흉악하게 생긴 남자들이었다.
건물 자재가 박살나면서 생긴 먼지.
그 안으로 보이는 두 실루엣을 발견한 조직원 한 명이 둘을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뭔 개 같은 일이 벌어진...”
손으로 먼지를 걷어내며 지척까지 접근한 그는,
“어... 어...?”
실비아와 스텔라를 확인하고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캐, 캐롤라인이잖아...? 로제까지...!”
스텔라는 자신을 곧바로 알아보는 저들에게 살짝 놀랐다.
하지만 금세 냉정을 되찾았다.
비스트 슬레이어가 얼마나 유명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부는 정기적으로 범죄집단을 소탕한다.
범죄자들의 입장에선 비스트 슬레이어는 규격 외의 적이었다.
지옥에서 온 사신처럼 생각될 터.
그런 걸 생각해보면 알아보지 못하는 게 말이 안 됐다.
“이런 미...”
뻑!
“컥!”
무언가 말을 하려던 남자가 짧은 단말마를 뱉어냈다.
흰자위를 보이며 그대로 뒤로 쓰러진 남자.
그를 쓰러뜨린 실비아가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훑었다.
‘저러면 뇌진탕일 것 같은데에... 괜찮을까...?’
저도 모르게 쓰러진 남자를 걱정한 스텔라가 흠칫하며 정신을 차렸다.
이들은 아동 인신매매범이잖은가.
이런 사람들은 걱정해선 안 된다.
먼지가 서서히 걷히자 안의 광경이 제대로 보였다.
당황하고 있는 못생긴 남자, 총을 꺼내는 깍두기...
심지어 육중한 머신건을 꺼내는 떡대도 있었다. 저걸 어디서 구했을까?
막상 이곳에 오고 나니 긴장이 전혀 안 된다.
자신보다 훨씬 아래인 사람들임을 알고 있어서? 아마 그런 것 같다.
짧은 시간에 주변을 둘러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스텔라는, 괴상한 냄새가 코를 찌르자 미간을 좁혔다.
“....?”
냄새를 따라 시선을 돌리니, 여러 개의 열린 방 중, 구석에 있는 방에 헤진 옷을 입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나이는 어림잡아서 7, 8살 정도.
심지어는 거의 네다섯 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아이들도 있었다.
씻지도 못했는지 전체적으로 꾀죄죄하다.
이 아이들이 범죄자가 납치한 그 아이들인 모양.
갑작스레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 스텔라는, 옆방에서 온몸에 상처가 있는 꼬마아이가 나오자 눈을 부릅떴다.
역력한 학대의 흔적.
감정조절을 잘 못하는 어린아이임에도 애써 평온한 표정을 지으려 하고 있다.
아파하면 더 때렸다는 뜻.
“이... 이...!”
같은 사람이면서... 어떻게 감히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것도 어린아이들에게.
완전하게 화가 폭발한 스텔라는,
핏!
실비아가 움직이기도 전에 먼저 움직여, 가장 가까이에서 총을 발포하려고 하는 조직원을 향해 달려갔다.
우득!
“으걱!”
한 번의 발길질, 뼈가 박살나는 소리, 그리고 짤막한 비명.
그렇게 한쪽 갈비뼈가 박살난 조직원은, 옆으로 쓰러져 입에 거품을 물었다.
사람은 처음 때려보았다.
그러나 불쾌한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사람이라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극악무도한 녀석들이라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뻐걱!
뒤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실비아 또한 행동을 개시한 것이다.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 있던 스텔라는, 최대한 빨리 이 인간 같지 않은 것들을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몸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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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전국에서 기승을 부리던 중범죄집단이, 비스트 슬레이어들에 의해 동시다발적으로 소탕되었습니다. 사적 조직인 비스트 슬레이어 본부가 정부를 대신하여 행동했다는 소식에 국민들의 호평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따로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TV를 보던 스텔라는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떤 채널을 돌려도 다 자신과 동료들의 활약상을 치켜세워주고 있었다.
네티즌의 반응도 칭찬일색. 너무나도 설렜다.
기뻤다. 남들이 자신을 믿고 응원의 말을 보내주는 것이.
가장 기쁜 건, 지혁에게 맡겨진 아이들이 좋은 시설에서 좋은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엄선해서 보호시설을 골랐다고 하였으니 학대받던 과거의 상처를 빠르게 아물어갈 것이고, 본부의 후원금으로 커가면서 훌륭한 사람이 될 터였다.
신비한 아이테르의 선택을 받아 반강제적으로 된 비스트 슬레이어지만, 하기 싫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더욱이 이번 일로 아예 천성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다만 실전경험은 솔직히, 소오오오올직히 거의 안 쌓인 것 같았다.
다수의 적들을 상대하는 방법만 약간 배운 정도?
그럼에도 굉장히 흡족했다. 다르닐에게 인정을 받았을 때보다 더.
다리를 교차하기까지 하며 신난 감정을 감추지 못하던 스텔라는, 현관문에서 도어락이 눌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철컥!
문이 열리며 보고 싶어 마지않았던 지혁이 돌아와 신발을 벗었다.
그를 향해 우다다다 뛰어간 스텔라가 폴짝 점프하여 안기자, 지혁이 낮은 웃음소리를 터뜨리며 엉덩이를 툭툭 쳐주었다.
그리고는 물었다.
“늦게까지 뭐하고 있었어?”
“그냥... 짐 풀고 오빠 기다렸지. 애들은? 어떻게 됐어?”
“예정대로 우리랑 연계하는 보호시설에 맡겼어. 서류작업 좀 하느라 늦어졌는데 미안해.”
“좋은 일을 하고 왔는데 왜 미안해...! 그런 말 하지 마. 배고프지? 밥 차려줄까? 오빠 오늘 뭐 먹을래? 파스타? 아니면 늦은 시간이니까 간단하게 샌드위치라도 만들어줄까?”
신이 나선 재잘재잘 떠드는 스텔라.
그녀를 식탁 위에 올려놓은 지혁이 대답했다.
“편의점에서 사오자. 괜히 이것저것 만들지 말고.”
“그럴까? 근데...”
스텔라가 말끝을 흐렸다.
지혁의 눈이 제법 퀭한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다섯 명의 비스트 슬레이어가 소탕한 조직의 뒤처리를 박사와 도맡아서 해야 했을 테니까.
그의 눈 밑을 엄지로 살포시 누른 스텔라가 말했다.
“오빠 다크서클 엄청 내려왔어... 일처리 하느라 피곤했나보다... 그냥 여기 있을래? 내가 사올게.”
“그 정도는 아냐. 씻기 전에 편의점에서 샌드위치 사고, 공원에 앉아서 먹고 다시 돌아오자.”
지혁과 있다 보면, 하루하루마다 사랑이란게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매번 새로운 긍정적인 것들을 느낄 정도로 말이다.
예전엔 못 느껴본 감정. 매일매일이 날아갈 정도로 황홀했다.
자신은 지혁에게 완전히 빠졌다.
그가 떠난다거나, 다른 여자를 만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찡했고, 진심으로 싫었다.
자신만 바라봐주었으면 했다.
이렇게 생각하니 왜 지혁이 어제 알렉스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냐고 물었는지 알 것 같았다.
자신도 사랑을 확인받으려 지혁에게 집착했듯, 지혁도 똑같았던 거다.
‘가끔씩... 말해줄까? 엄청 좋아하던데...’
양심에 찔리니까 자주는 말고... 그냥 가끔씩... 아주 가끔씩만...
그러한 생각까지 하면서, 스텔라는 지혁의 손을 꼭 붙잡고 집을 나섰다.
그렇게 편의점에 들러 먹거리들을 산 두 사람은, 오피스텔 안에 마련된 공원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었다.
서로의 입에 음식을 먹여주거나 시답잖은 농담을 따먹으며 시간을 보내던 둘은, 멀찍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덩치들을 발견했다.
‘뭐지...?’
푸짐한 사이즈의 못난이들이 대여섯 명.
괜히 긴장한 스텔라가 지혁의 팔을 붙잡으며 물었다.
“저 사람들 뭐야...? 혹시 우리한테 보복하러온 범죄자들 아니야?”
“걔네들은 우리 정체를 몰라.”
“아, 그렇지... 그럼 왜 여기 있는 거지? 누가 사채라도 썼나...?”
“외관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돼.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닐지도 모르잖아.”
“그래도... 너무 험상궂게 생기셨잖아... 사람들한테 막 겁도 주는 것 같아.”
“하긴... 엮이지 않는 편이 좋겠다. 이만 일어나서 들어가자.”
쓰레기를 챙기는 지혁.
걱정스런 얼굴로 주변을 살핀 스텔라가 말했다.
“도와줘야 되지 않을까?”
“누굴?”
“사람들이... 무서워하고 있잖아.”
이것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을 소탕하고 와서 그런가?
저 덩치들을 보자니 마음이 무척 불편했다.
자신과 한 공기를 마신다는 생각을 하니 혐오스러울 정도로.
“개입하고 싶어?”
하고 싶었다.
그러나 뒤처리를 해야 할 지혁을 생각하니 망설여지기도 했다.
오늘 엄청 고생했을 텐데... 또 일감을 주는 것 같아서.
이런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렸을까?
지혁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해도 돼. 저 정도는 그냥 기절만 시켜놓으면 끝나. 경찰에 신고해놓을 테니까 인적이 없는 곳으로 가서 변신해. 상황이 다 종료되면 오피스텔 옥상으로 가.”
“그, 그래도 돼...?”
“지금 가. 얼른.”
“아, 응...!”
지혁의 말을 들은 스텔라는 공원에 즐비한 나무 사이로 달려갔다.
그리고 주위에 사람들이 없는지 확인한 뒤, 디바이스를 두 번 터치했다.
기운을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낮춘 그녀가 공중에 살짝 떠서 다시 지혁에게로 돌아왔을 땐,
“얘 맞네. 송지혁이.”
“누구십니까?”
“알 거 없고, 일단 따라와 새끼야.”
이미 지혁은 덩치들에게 위협을 받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스텔라의 속안에서 무언가가 확 끓어올랐다.
지혁은 저들 같은 밑바닥 하류인생이 함부로 굴만한 사람이 아니다.
지구에 존재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자, 마땅히 찬양을 들어야하는 사람이었다.
저도 모르게 사람 간의 급을 나눠버린 스텔라는, 더 이상 생각지도 않고 덩치에게 달려들었다.
“넌 오늘 뒤졌다고 생...”
빠각!
무언가 말을 하려던 덩치의 턱이 확 들렸다.
입 안에서부터 튀어나온 두 개의 누런 이빨.
사정없이 발차기를 날린 스텔라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지는 그를 살피지도 않은 채 남은 놈들을 노려보았다.
“로, 로제...! 로제다...!”
당연하게도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있는 덩치들.
뒷걸음질을 치는 모습이 아까 기세등등하던 것과는 정반대로 비굴해 보인다.
하찮은 자들. 왜 저렇게 자신의 가치를 낮추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혼비백산하던 덩치들은 곧 걸음아 나 살려라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지금은 딱히 큰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기에, 스텔라는 저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보고 변신을 풀려 했다.
하지만 주변 시선이 너무 신경 쓰였다.
동경심이 가득한 일반 시민들의 표정. 기쁘긴 하지만 지혁과의 데이트를 방해받는 것 같아 약간의 짜증이 나기도 했다.
결국 스텔라는 어쩔 수 없이, 지혁과 대화를 나누지도 않고 옥상으로 향했다.
이후 변신을 풀고 내려오면서 지혁을 만났다.
“수고했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이 너무 따뜻하고, 의지가 된다.
빨리 올라가서 지혁과 키스하고, 그의 포근한 품 안에서 자야지.
그리 생각하던 스텔라는, 이어지는 지혁의 말에 미간을 꿈틀했다.
“먼저 올라가있을래? 처리해야할 일이 있어.”
“처리...? 아... 그 기절한 사람을 경찰한테 넘겨주게? 다른 사람들이 하겠지.”
“그게 아니야. 네가 기절시킨 사람이 날 알고 있었어.”
“으응...?”
눈을 동그랗게 뜬 스텔라는 아까의 일을 머릿속에서 재생했다.
확실히... 그 덩치가 분명히 그랬었다.
얘 송지혁 맞다고, 따라오라고.
당시엔 분노로 인해 몸이 달아올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지만... 지금 보니 확실히 이상했다.
“네가 변신하기 전에 날 보면서 찾았다고 소리치기도 했었어. 애초에 날 노리고 온 것 같아.정체가 탄로 난 건 아닐 거야. 만약 내가 본부의 사람인 걸 알았다면 긴말 없이 총부터 쐈을 테니까.”
“그럼 뭔데...?”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얼른 올라가.”
“나도 뒤에서 따라갈래. 그 사람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오빠한테 해코지하면 어떡해?”
“지금 막 경찰이 왔는데, 그분들이랑 같이 갈 거라서 괜찮아. 넌 가서 세화한테 지금 있었던 일을 말해. 그리고...”
말끝을 흐린 지혁이 스텔라의 손을 잡고 내렸다.
그녀가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텔라의 손톱 상태를 확인해본 지혁이 피식하며 말했다.
“요즘 안 한다 싶더니 또 이러네. 이거 하지 말랬잖아.”
“이, 이건 그냥 습관이 나온 건데에...”
“큰일이다 정말... 손톱 다 망가지겠네.”
고작 손톱을 물어뜯는 게 큰일이라니...
지금 더욱 큰일이 있으면서, 자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지혁이 기꺼우면서도 바보 같다.
‘프힝...’ 하는 추임새를 넣으며 지혁의 품에 쏘옥 들어가 안긴 스텔라가 생각했다.
그냥 지혁과 함께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요새 자꾸 신경 쓸 일이 생긴다고,
짜증난다고, 재수 없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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