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8화 〉 역전되어가는 사랑
* * *
모든 이야기를 엿들은 나는 이제 어찌해야할지 고민했다.
울고 있는 스텔라에게 가서 위로를 해줄까...
아니면 그녀가 진정되기까지 기다릴까...
내가 내린 답은 후자였다.
동생과 찢어질 결심을 할 정도면, 스텔라는 현재 생각할 거리가 무척 많을 것이었다.
어차피 스텔라는 금방 내게 올 것이니, 스스로 마음을 추스를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게 나았다.
어쨌든 이번 사건의 종합적인 평가는 최상.
스텔라는 기대이상으로 잘 싸워주었다.
내가 숨을 죽이고 두 사람의 다툼에 빠져들었을 만큼.
알렉스가 나가기 전에 했던 말이 걸리긴 하지만, 그거야 뭐 평소 스텔라를 대하는 것처럼 하면 되니 걱정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스텔라의 마음속 깊숙한 곳에 있는 악의가 얼마나 커졌을지 궁금해진다.
최소한 멍울 정도는 맺혔겠지? 그 정도는 되리라 본다.
또한 스텔라가 알렉스에게 들었던 것들을 나한테 얼마나 말해줄지가 궁금해지는구나.
나는 얼음주머니 안에 얼음을 한가득 넣어놓고 스텔라를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을 대기하고 있으니,
삑, 삑삑삑.
현관문에서 도어락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재빨리 맞은 자리에 얼음주머니를 올려놓은 나는,
철컥!
스텔라가 들어오자마자 힘없는 미소를 지었다.
이후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 너 울었어?”
그에 대답하지 않은 스텔라가 천천히, 마치 좀비처럼 걸어와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내 품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알렉스랑 크게 싸웠나보다... 내가 미안해.”
“.... 오빠가 왜 미안해...”
“나 때문에 싸운 거잖아.”
“으흑... 오빠 때문이... 아니야아... 흐이잉...”
울음소리마저도 까무러칠 정도로 귀엽다.
당장 안아들고 침실로 가고 싶지만 참자.
욕망을 억누른 나는 말없이 스텔라의 등을 톡, 톡, 일정한 리듬으로 두드려주었다.
한동안 훌쩍거리며 내 티셔츠를 적시던 스텔라.
그녀는 이내 물기가 가득한 고양이 같은 눈으로 날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물었다.
“오빠가 아까 말해줬던 것들... 다 진실이지...?”
알렉스의 말이 켕기는 거지?
아니, 다 거짓이야.
“응. 진실만을 말했어.”
“그치...? 그런 거지...? 내 생각이 맞는 거지...?”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 생각이 긍정적이라면 맞다고 얘기할게.”
“.... 그러면 됐어... 흐응... 이제 됐어...”
“만족했어?”
“응... 만족해... 나 눕고 싶어... 안아줘...”
자신을 들고 침실로 가달라는 의미였다.
가라앉은 투로 알겠다고 대답한 나는, 스텔라를 앞으로 안아들어 그녀의 엉덩이 아래에 팔을 받쳤다.
**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내 허리를 꼭 껴안은 스텔라는 아까 있었던 일을 가감 없이 솔직히 전했다.
의외였다. 몇 가지는 숨길 줄 알았는데 전부 말을 해왔다는 게.
공략 단계가 확 줄어들은 느낌. 기분이 정말 좋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경청한 나는 약간 심란한 척 기다란 콧바람을 내뱉었다.
“알렉스가 그랬다니 의외네...”
“질 나쁜 애들이랑 어울리더니 이기적인 생각밖에 못하게 됐나봐... 거짓말을 하는데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오빠 엄청 실망했지...?”
“나야 뭐...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근데 너만큼은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왜...?”
“알렉스는 피가 섞인 친동생이니까. 믿을 사람 하나 없는 세상에서 혈육은 큰 힘이 되는 거 알지?”
“난 오빠가 있으면 힘이 나...”
“알렉스는 너밖에 믿을 사람이 없잖아. 서로 기대고 보듬어줘야 마땅하지.”
“.... 알아. 그래야하는데... 알렉스가 너무 철이 없어...”
“그래도 찢어지자고 말한 건 너무 심했어.”
허리를 감은 스텔라의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알렉스는 날 향해 못할 말을 마구 쏟아내는데, 나는 알렉스를 걱정해주니 감격한 듯했다.
그런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쓸어내린 내가 말했다.
“돌아오면 알렉스한테 사과할게.”
“오빠가 왜...? 잘못은 오직 알렉스한테만 있는데... 알렉스가 먼저 사과를 해야지... 때려서 미안하다고, 거짓말로 이미지를 깎으려 해서 잘못했다고.”
응응. 사과 같은 건 절대 안 해.
더 약 올릴 거야. 이건 그냥 네 환심을 사기 위한 거짓말이란다.
“이건 나한테 맡겨줄래?”
“싫어.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나도 알렉스를 관리할 책임이 있어.”
“남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다고 보는데?”
“.....”
“응? 그렇게 해주라.”
그리 말한 나는 스텔라의 엉덩이 밑살을 중지로 꾸욱 꾹 눌렀다.
그러자 꿈틀하며 하체를 움직인 그녀가, 애교가 가득한 투로 날 책했다.
“오빠아... 지금... 지금 진지한 얘기하고 있는데에...”
“얘기해. 듣고 있어.”
“이, 이러면 어떻게 듣냐구...♡ 진짜 나쁘다아... 변태 같아... 핫...!”
움찔하며 하반신을 내 허리춤에 딱 붙여오는 스텔라.
나는 그녀의 코끝에 내 코끝을 가져다대고 조심스레 비볐다.
그러자 인중에 후욱! 하고 닿는 스텔라의 콧바람.
후끈하다. 점점 흥분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를 드러내며 웃은 나는 스텔라의 뒤쪽 허벅지 사이로 손가락을 넣었다.
그리고는 편한 트레이닝복을 입은 그녀의 가랑이를 천천히 애무했다.
“하아... 하아...”
입에서 벌써부터 새어나오는 끈적한 바람.
잠깐 그녀의 흥분을 고조시킨 내가 나긋한 투로 물었다.
“알렉스랑 나랑 단둘이 대화하게 해줄 거야?”
“아, 안 대애... 하지 마...”
“진짜 안 돼?”
“으으응...♡ 허락 안 해줄 꺼야...”
“그럼 포기해야겠네?”
“응...! 응...! 포기해... 포기하는 게 조아...♡”
“알았어. 어쩔 수 없지.”
말을 끝마친 나는 스텔라의 바지춤을 잡고 끌어내렸다.
그에 스텔라의 골반이 좌우로 흔들렸다.
내가 바지를 벗기기 편하도록 편의를 봐준 것이다.
풀려가는 눈으로 날 올려다본 그녀가 말했다.
“오빠...”
“응.”
“사랑해... 사랑해요...”
은연중으로 나오는 존댓말은 언제 듣더라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지금의 스텔라처럼.
“나도 사랑해.”
감미로운 목소리를 최대한 쥐어짜서 고백하니, 황홀에 절어버린 미소를 짓는 스텔라.
그녀는 무언가 결심한 듯 몸을 꿈틀거리더니, 자신의 얼굴을 천천히 아래로 내려보냈다.
뭔가 싶었던 나는 그녀의 얇은 손이 바지춤에 닿자 흠칫했다.
스텔라는 지금 내게 봉사를 해주려 하고 있었다.
아주 기특하게도, 자발적으로 말이다.
예전 스텔라의 집 소파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는구나.
속으로 쾌재를 부른 나는, 스텔라가 내 바지를 벗기자 눈을 슬쩍 아래로 내리깔았다.
이후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으웅...”
입술을 오므린 스텔라가 볼록한 팬티 가운데에 키스를 해왔기 때문이었다.
자지에 직접 키스를 한 건 아니었지만, 저 모습이 마치 날 영원토록 사랑하겠다는 맹세처럼 보였기에, 난 흥분을 참아내지 못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런 내 반응에, 스텔라의 눈가가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졌다.
요망하기 짝이 없는 표정. 더 이상 참지 못한 나는 스텔라와 눈을 맞추고 그녀를 덮쳤다.
**
찰박.
욕조 밖에 앉아있는 내게 튄 물.
헛웃음을 켠 나는 욕조에 수줍게 앉아있는 스텔라의 이마에 아주 약한 딱밤을 때렸다.
그러자 스텔라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아파...”
“엄살은...”
“이마 말구... 아래... 오빠 너무 무서웠어...”
오늘 좀 눈이 돌아가긴 했다.
정액과 섞인 악의가 끝까지 나왔다가, 간신히 도로 들어갈 정도로.
처량하게 쪼그려 앉아있기 싫었던 나는 스텔라가 있는 욕조에 들어갔다.
“왜 들어와... 물 넘치잖아...”
저렇게 말을 하면서도 구석까지 딱 달라붙는 그녀.
꿀렁거리는 투명한 물 안에, 다리를 가슴께까지 모은 스텔라의 몸이 비친다.
내 시선을 느낀 스텔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로 인해 달달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야릇하게 변했다.
“.... 오빠... 미리 말해두지만 나 지금 엄청 힘들어...”
“알아.”
“그래서 오늘은 쉬고 싶어...”
“응, 쉬어.”
“근데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
“내가 무슨 눈으로 쳐다봤는데?”
“.... 불경한 눈...”
정확하구나. 역시 눈은 예리하단 말이지.
“그런 적 없어.”
“지금 그러고 있잖아...”
“아닌데?”
“오빠 진짜 유치한 거 알아...?”
스텔라와는 이렇게 간단한 잡담만 나누어도 재미있다.
시간이 무척 빨리 가는 기분.
피식 웃음을 터뜨린 나는 스텔라의 손목을 확 잡아끌었다.
이후 속절없이 딸려오는 가냘픈 몸을 한 번에 끌어안았다.
“우리 오늘 그냥 여기서 잘까?”
“자다가 머리가 물에 빠지면 어떡해?”
“그럼 깨어나는 거지.”
“음... 싫어.”
앙증맞게 거부하는 모습을 보니 심장이 두근거린다.
“그럼 이대로 30분만 있자. 이건 괜찮지?”
“.... 응... 그건 좋아... 근데 오빠 배 안 고파? 샤워 다하면 뭐라도 해줄까?”
“내가 너보다 요리 잘할 걸?”
“아 뭐래애... 내기할래?”
“무슨 내기?”
“각자 가장 자신 있는 요리를 만들어서 선배님들한테 평가해달라고 하자. 이긴 사람이 진 사람 딱밤 때리기.”
내기 내용이 고작 딱밤이야?
주종관계플레이... 뭐 이런 건 없나.
방긋 웃은 나는 스텔라의 뒷목을 마사지하듯 주물거리며 대답했다.
“그래. 하자.”
“.... 오빠.”
“왜?”
“아까 오빠랑 그거 끝내고... 잠깐 기사 찾아봤는데 악플 달렸어. 신인주제에 행사도 없고, 음방 출연도 안 하고... 배가 불렀대.”
그래? 당장 가서 죽여야지.
온몸을 토막 내서 믹서기에 갈아 들개한테 줘야겠다.
“그런 거 찾아보지 말랬잖아. 정신적으로 더 힘들어져.”
“아냐... 오히려 미안했어. 그 사람의 말처럼 난 신인인데... 게을러가지구...”
“이번에 음방 출연도 할 거고, 예능 녹화도 하나 끝났어. 스케줄도 많이 잡혀있고. 슬슬 매스컴에 나오기 시작하면 그런 악플은 전부 사라지게 되어있으니 걱정하지 마.”
“그럴까...?”
“그럴 거야.”
“응...”
위안을 얻었는지 표정이 한 층 밝아진 스텔라.
잠깐 날 물끄러미 바라본 그녀가 말했다.
“나 떠나면 안 돼.”
떠난다니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지... 어이가 없다.
황당한 웃음을 터뜨린 나는 스텔라의 정수리에 턱을 괴었다.
“평생 같이 있을게. 알렉스랑도 어떻게든 화해하고 친하게 지낼게.”
“.... 그냥 알겠다고만 해줬으면 좋겠어. 사족 붙이지 말고.”
의도적으로 알렉스 얘길 피하려 하고 있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아까 전에 크게 다투었던 알렉스가 언급되니 살짝 거북해진 모양.
바라마지 않던 반응이었다. 아주 기특해.
“알았어. 안 떠날게.”
“응...”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스텔라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샤워기를 가져와 그녀의 머리에 대고 약한 물줄기를 뿌린 나는 샴푸를 손에 짰다.
얌전히 내가 머리를 감겨주길 기다리는 그녀.
오늘 굉장히 저기압이지만, 동시에 뭔가 몽환적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스텔라의 모습도 좋다고 느껴진다.
아델이 저번에 이런 적이 있었다.
지혁 씨는 요즘 막내에게 빠져있는 것 같다고.
그 말이 정확히 맞았다. 부정하지 않는다.
난 지금 스텔라에게 완전히 빠져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그녀를 내 것으로 만드는데 온힘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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