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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425화 (425/471)

〈 425화 〉 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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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음계는 조금 높여서...”

“.....”

배가 고프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라도 사먹을까?

갑자기 로제 파스타가 당긴다. 근처에 파스타 집이 있나?

잠깐만... 좋은 생각이 났다.

지혁의 입에 로제소스를 머금게 해놓고, 내 입엔 면발을 넣어서 키스를 하는 거다.

그러면 식사와 애정표현을 동시에 할 수 있다.

“히...”

“.... 스텔라, 듣고 있니?”

“.....”

음... 새우튀김이 들어간 우동도 먹고 싶다.

뜨끈한 우동국물을 한 모금 마시면 몸이 따뜻해질 것 같다.

가만, 면을 다 먹은 뒤에, 남은 국물을 지혁의 손가락에 찍어 쪽쪽 빨아먹는 건 어떨까?

그렇게 해서 야릇한 분위기가 생기면 지혁의 거기를 할짝... 그러면 엄청 좋아하겠지?

“흐힣...”

헤픈 웃음을 터뜨리는 스텔라.

멍하니 보영의 어깨 뒤에 있는 벽지를 바라보며 요상한 망상을 하던 그녀는,

“스텔라 헤일리!”

보영이 버럭 화를 내자 까무러칠 정도로 놀라고야 말았다.

“으아앗!? 네?”

“내가 뭐라고 말했지?”

“어... 음... 그...”

흐물흐물 녹아내린 머리를 굴려본 스텔라의 표정에 낭패감이 깃들었다.

보영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 망했다...’

온몸을 움츠러뜨린 스텔라가 무릎 사이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푹 수그리며 사과했다.

“조, 죄송합니다... 제가... 딴생각을 했어요...”

“똑바로 집중하지 못해!? 음방 하고 싶다는 애 맞아?”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너 어제 몇 시에 잤어?”

“네...?”

몇 시에 잤더라...?

지혁과의 정사가 끝나고 곧바로 잠들었었는데... 시간을 모르겠다.

새벽인 건 분명하긴 했기에, 스텔라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새, 새벽이요...”

“뭐하느라?”

“그...”

뭘 했냐고? 엄청난 일들을 했다.

차마 입 밖으로 내뱉기 힘든... 그런 야릇한 일들을.

당시 생각을 하니 온몸이 후끈해진다.

자신의 몸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스텔라가 우물쭈물거리고 있자, 보영이 의아한 투로 물었다.

“얼굴은 왜 이렇게 빨간 거야? 몸살기운이라도 있어?”

“아, 그게... 잘 모르겠어요... 어제 조금 춥긴 했는데요...”

“어디 한 번 봐봐.”

손등을 스텔라의 이마에 갖다 댄 보영이 약간 놀란 투로 말했다.

“열이 좀 나네?”

이건 열이 아니라... 야한 생각을 해서 몸이 뜨거워진 건데...

그냥 가만히 있어야지...

눈동자를 데굴 굴린 스텔라는 잠자코 보영의 말을 기다렸다.

“몸살기운이 있으면 미리 말했어야지. 바보같이 꽁꽁 숨기고만 있으면 누가 알아줘? 오늘은 이만하고 다음에 날짜 잡자.”

“.... 네...”

보영에게 너무 미안했다.

가장 소중히 여겨야할 연습시간에 이상한 생각이나 하다니...

그래도... 그런 강렬한 일이 있었는데, 지혁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잖은가.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여기서 조금 쉴래? 아니면 집으로 갈래?”

“아, 저... 집으로 갈게요... 이사준비도 해야 해서...”

“아픈데 준비는 무슨 준비. 그냥 두꺼운 이불 덮고 누워만 있어. 열 내려야 돼.”

글쎄 열이 아니라니까요...

저는 언니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여기서 나가면 지혁이 오빠를 만나서 시간을 보낼 거예요... 죄송해요...

라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

“알았니?”

“알겠습니다...”

“지혁이는 지금 소속사에 있지?”

“아마두요...”

“데리러 오라고 할게. 기타는 여기 두고 가.”

“네...? 왜요?”

“가져가면 칠 것 같으니까. 소중한 물건인 건 알고 있으니까 잘 보관해둘게.”

“.... 네, 언니.”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지혁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겠다.

그리 생각한 스텔라는 보영에게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이후 알렉스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문득 새벽에 있었던 미친 플레이가 생각나 멈칫했다.

‘들킨 건 아니겠지...?’

절대 아닐 것이다.

그랬다면 알렉스가 지혁을 죽이겠다며 노발대발했을 테니까.

그나저나 전화했을 당시의 기억이 일부 사라져있다.

알렉스가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했던 것 분명한데...

지혁과의 섹스에 열중하느라 집중해서 듣지를 못했다.

동생을 향해 뭐라고 해야 할지 깊은 고민을 해보던 스텔라는 심호흡을 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뚜루루 거리는 신호음이 세 번 정도 지나가고 난 뒤,

­어, 누나. 조금 괜찮아졌어?

알렉스가 전화를 받았다.

조금 괜찮아졌냐고? 아, 엉엉 울었던 것을 걱정하고 있구나.

애꿎은 화장실 바닥을 발로 비빈 스텔라가 말했다.

“응... 어디야?”

­집이지. 누나가 나가지 말고 있으라며. 영상통화해서 보여줄까?

영상통화까지 언급할 정도면 진짜 집이라는 뜻인데... 기특하긴 하다.

확실히 반성하고 있긴 한 모양이었다.

“됐어... 믿을게... 게임하고 있었어?”

­이삿짐 쌌어. 누나 옷도 상자에 넣어놓을까?

“아냐. 정리해서 싸야 하니까 내 방은 그냥 놔둬. 밥은?”

­라면 끓여먹었어. 누나 감기는 괜찮아? 재채기 했었잖아.

움찔한 스텔라가 재빨리 대답했다.

“푸, 푹 자니까 괜찮아졌어.”

­다행이네. 오늘은 몇 시에 와?

“글쎄...? 아마 늦을 것 같은데... 나 음악방송... 때문에 연습해야 돼서...”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한 스텔라가 윗가슴에 손을 얹었다.

한쪽 가슴이 찌르르 울려왔기 때문이었다.

피가 섞인 가족을 속여서는 안 되는데... 그걸 잘 알면서도 서슴없이 거짓말을 하는 자신이 밉다.

­그러냐...? 알았어. 내가 어제 했던 말 기억하지?

“응...? 그야... 당연히 기억하지...”

­나 앞으로 절대 사고 안 치려고. 친구들도 다 정리 끝냈어.

목소리만 듣는 상황임에도 진심이 전해져온다.

눈이 시큰해져온다.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고 싶다.

하지만 아직 안심해선 안 된다.

신뢰를 주면서 자신을 향한 감시를 느슨하게 하려는 수작일 수도 있으니까.

알렉스는 계속,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했다.

“잘... 했어. 앞으로는 그런 애들이랑 어울리지 마.”

­알았어. 근데 나 편의점엔 다녀와도 돼? 알바를 가겠다는 게 아니라, 배고프면 뭐 좀 사먹으려고.

“다른 곳으로 안 샐 거지?”

­안 새. 바로 돌아올 거야.

“그러면 다녀와도 돼.”

­응. 속 터놓고 얘기하니까 후련하다. 쪽팔리긴 해도.

어렸을 땐 사탕발린 얘기도 잘 했으면서... 머리 좀 커졌다고 쪽팔리다니.

그래도 기특하기는 하다. 먼저 사과할 줄도 알고.

약간이긴 하지만, 미국에 있을 때의 알렉스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펑펑 울어댄 것이 도움이 된 듯했다.

진심으로 서글퍼서는 운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딩­동!

잡음 하나 없는 경쾌한 벨소리가 화장실 문을 뚫고 희미하게 들려왔다.

지혁이 도착한 모양.

이렇게나 빨리 오다니... 보영이 연락한 지 얼마 안 됐을 텐데.

아마 볼 일을 다 보고, 이미 이곳으로 오고 있던 중이었나 보다.

기분이 확 좋아진 스텔라가 말했다.

“나도 그래. 누나 지금 회의 들어가 봐야 되거든? 이만 끊을게.”

­알았어. 수고해.

“응.”

**

보영에게 사정을 들은 나는 속으로 헛웃음을 켰다.

혼이 날 건 예상하긴 했지만 몸살이라니...

그리고 보영이 멋대로 오해한 걸 정정할 생각도 않다니...

의미심장한 눈으로 스텔라를 바라보자, 그녀가 내 시선을 슬쩍 피했다.

새벽에 있었던 일이 어지간히 즐거웠나?

보영이 열로 착각할 정도면 당시 상황에 제대로 이입했나보다.

“이렇게 됐으니까 스텔라는 바로 집으로 보내.”

“알았어.”

보영과의 대화를 마친 나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는 스텔라와 함께 집을 나섰다.

이후 엘리베이터 안에서 스텔라를 놀렸다.

“몸에 열이 나서 덥다고 느꼈나보다?”

“으응...?”

“이불을 걷어찬 것도 모자라서 배꼽까지 드러내고 잔 걸 보면.”

“.....”

“근데 이상하네... 조금 더 자겠다고 짜증을 냈을 땐 전혀 아파보이지 않았는데...”

“오, 왜 비꼬고 그래...? 오빠 진짜 유치하다... 어이없어...”

꽁한 표정을 지은 스텔라가 엘리베이터 구석에 몸을 기댔다.

거의 쪼그려 앉을 기세. 어지간히 창피했는지 얼굴마저도 붉어져있었다.

킥킥거린 나는 장난을 그만두었다.

“농담이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뭐할래?”

“.... 집에 갈래.”

“너희 집?”

“아니이...! 오빠 집... 나 늦잠자서 선배님들한테 인사도 못 드리고 나왔잖아...”

그게 마음에 걸려서 가겠다고? 정말?

우리 덜렁이는 가끔 속마음을 꽁꽁 감춰서 탈이다.

물론 나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말을 하기가 쑥스러워서 그런 것이겠지만.

어깨를 으쓱인 나는 스텔라를 향해 손을 슬쩍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가 입을 오물거리더니, 내민 손을 맞잡아왔다.

손이 제법 차다. 빨리 따뜻하게 해줘야지.

**

“그래서 알렉스랑은 이제 완전히 화해한 거야?”

“완전히는 아니고... 그래도 사이가 다시 좋아진 것 같긴 해...”

침실에 놓아둔 빈티지 흔들의자.

거기 앉아있는 내 위에 올라탄 스텔라는, 오늘 알렉스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전부 털어놓았다.

“오늘 돌아가면 더 얘기해봐.”

“그러려구... 빨리 알렉스가 예전의 착한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

덜렁아, 알렉스는 이미 늦었단다.

한 번 나쁜 길로 빠진 사람은 고쳐 쓸 수가 없어요.

지금 마르셀라가 알렉스를 강경하게 호출하면 널 속여서라도 나갈걸?

왜? 걔는 지금 우리가 주는 달콤한 과실에 푹 빠져있거든.

그러니 헛된 희망 같은 건 갖지 않는 게 좋아.

‘이제 슬슬...’

다음 스텝을 시작해야겠다.

알렉스를 향한 스텔라의 의심이 조금 풀어질 때까지 기다린 후에, 더욱 큰 배신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거다.

나는 내 가슴을 콕콕 찔러보는 스텔라를 번쩍 안아들고 거실로 나왔다.

이후 아이처럼 가슴께에 손을 모으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올려다보는 스텔라를 향해 말했다.

“이사는 예정대로 할 거지?”

“응... 알렉스가 걱정되긴 하는데... 이번에 제대로 혼내놨으니까 큰 문제는 일으키지 않을 거야... 근데 오빠...”

“응?”

“.....”

말없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스텔라.

몸까지 배배 꼬는 걸 보니 성욕이 돋아났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가볍게 웃은 나는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스텔라를 화장실로 데려갔다.

그러자 내 행동을 오해한 스텔라가 말했다.

“나 화장실이 아니라...”

“누가 뭐래? 여기서 할 거야.”

“여, 여기서...?”

“여기선 쉬해도 바로 치울 수 있잖아.”

“아 오빠아...”

새벽에 있었던 일을 에둘러 언급하니 무척 창피해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싫은 눈치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벌써부터 흥분했는지 자신의 허벅지를 딱 붙이기까지 했다.

제대로 무너진 모습을 보여준 이후 물꼬가 완전히 터진 상태인데, 아주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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