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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418화 (418/471)

〈 418화 〉 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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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언니... 죄송해요... 이런 부탁을 드려서...”

­아냐. 지혁이한테 이야기 듣고 처음엔 얘가 왜 이러지 싶었는데, 사정을 다 들어보니까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봐. 난 동생은 없지만 네 마음만큼은 이해해.

역시 보영에게 솔직히, 그리고 직접 말하길 정말 잘한 것 같다.

지혁의 혜안에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동시에 뭔가 기이한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지혁이 보영을 저리 잘 아는지 궁금해졌던 것이다.

예전에도 생각했던 거지만, 과거에 그렇고 그런 사이었나?

둘의 외모와 성격을 보면 서로 호감을 갖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이긴 한데...

‘아 왜 이래...!’

지혁의 과거에 집착을 하려는 경향이 일어나자, 스텔라가 고개를 마구 털어냈다.

간신히 마음을 다잡은 그녀가 말했다.

“직접 만나 뵙고 말씀을 드려야했는데... 전화로만 이야기해서 죄송해요.”

­괜찮다니까. 그런데 알렉스는... 네가 관리를 좀 철저히 해야 될 것 같아. 한국에선 의료용 대마초가 아니라면 불법이야. 예전엔 가벼운 처벌만 받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 같은 경우엔 많이 귀찮아져.

“그러게요...”

­대마초에 손을 댔다가 중독성이 더 심한 마약으로 갈아타는 경우도 많이 있고... 걱정이네.

자신이 했던 우려를, 지혁은 물론 보영 또한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연예인 이미지에 타격이 입는 걸 걱정하는 게 아니라, 알렉스를 걱정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감격스러웠다.

동시에 알렉스에게 화가 났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을 표하고 있는데, 동생이란 녀석은 사고만 쳐대고 있다.

제대로 된 훈육이 필요했고, 그건 혈육인 자신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너무 풀어주진 않으려고 해요.”

­그래, 네가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내일은 스케줄 없지?

“없어요.”

­다음 주에 음방이랑 행사 있으니까 연습하자. 오전에 집으로 와.

“네? 진짜요? 저 음방해요?”

­네가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잖아. 승환이 오빠한테도 말해놨어.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나 지금 바쁘니까 끊을게?

“아, 넷! 일 보세요, 언니!”

­그래.

보영과의 긴 통화를 마친 스텔라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자신보다 한참 더 큰 지혁에게 음방을 하게 됐다고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오빠! 나...”

상기된 표정으로 시동을 걸던 스텔라의 입이 순식간에 멎었다.

항상 옆에 있던 지혁이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 맞다...’

방금 지혁과 헤어졌다는 것을 자각한 스텔라의 어깨가 축 쳐졌다.

순식간에 전신을 엄습하는 외로움.

이사를 하면 나아질까 싶다.

터벅터벅, 힘없는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간 스텔라는 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문을 열었다.

철컥.

열자마자 풍겨오는 블랙체리 냄새.

코로 향을 빨아들이니 기분이 제법 상쾌해졌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 향에 쩐내가 섞여있어서 의심했었는데... 아마 그건 알렉스가 피웠던 대마초였으리라.

그 말인 즉, 알렉스는 대마초를 제법 오래 전부터 피워왔다는 뜻이었다.

‘이 멍청이...!’

사랑해 마지않는 동생이 유일한 가족인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그딴 걸 하다니...

생각할수록 화가 치민다.

신발을 벗고 있던 스텔라는, 방 문이 열리면서 알렉스가 나오자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밥은?”

“피자 시켜먹었어. 남은 거 싸놨으니까 배고프면 먹어.”

“난 됐어. 집에 있었지?”

“어. 아무데도 안 나갔어.”

“짐은 다 쌌어?”

“대충... 근데 누나, 나 옛날에 미국에서 입었던 바지랑 티셔츠가 없어진 것 같은데, 혹시 어디 있는지 알아? 흰색 그거...”

스텔라가 흠칫했다.

알렉스는 지혁이 입고 갔던 옷을 말하고 있었다.

오늘 받아왔어야하는 건데... 자신도 지혁도 깜박했다.

“나도 몰라. 네가 관리를 잘했어야지.”

냉랭한 투로 그리 쏘아붙인 스텔라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없이 수긍하는 동생을 보며 마음이 약해졌다.

하지만 그건 잠시뿐이었다.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저건 악어의 눈물 같은 것이었다.

저기에 낚여서 동생을 풀어줬다간 또 같은 짓을 저지를 터였다.

순박한 동생의 표정을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스텔라가 말을 이었다.

“이사는 사흘 뒤에 할 거야. 그때까지 준비 다 끝내놔.”

“사흘...? 너무 짧은데... 친구들이랑 인사도 해야...”

“인사는 무슨... 어차피 이사해도 몰래 연락해서 만날 생각이잖아.”

그 발언에 욱한 알렉스가 언성을 살짝 높였다.

“누나가 연락하지 말라며.”

“네가 하지 말란다고 안 할 사람이야?”

“나도 이번 일로 느끼는 게 있어서 정리하려고 했다고. 근데 왜 말을 그딴 식으로 지껄여?”

“이딴 식으로 말하지 않도록 네가 처신을 잘했어야지. 그리고 누나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지껄인다고? 장난해? 왜 버릇없이 굴어?”

“.... 하... 됐어. 말을 말자.”

대화의 문을 차단하려는 알렉스.

성질이 뻗친 스텔라가 소리쳤다.

“뭘 말을 말아! 사과부터 하는 게 먼저잖아!”

“누나가 먼저 재수 없게 구는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돼? 동생이라고 무조건 누나 말에 따라야 되냐? 나도 이제 성인인데 너무 묶어놓으려고만 하지 말고 존중해줬으면 좋겠는데?”

“존중은 네가 존중받을 행동을 했을 때 해주는 거고!”

“소리 지르고 난리야... 짜증나게...”

“뭐!? 야! 너 뭐라고 했어!”

“내가 알아서 친구들이랑 연락 끊을 테니까 누나는 신경 꺼.”

그리 말한 알렉스는 몸을 홱 돌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동생의 적반하장 같은 태도에 어이가 없어진 스텔라는 쾅! 하고 닫힌 문을 빤히 쳐다보았다.

“하아...”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 스텔라가 식탁에 털썩 주저앉았다.

조금 유해져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아 씨발 병신이세요? 템 제대로 떨구라고! 초면에 욕? 초면이면 뭐? 집에 찾아오게? 발음? 그래 씨발놈아. 나 외국인이다 이 좆같은 김치 새끼야.

곧바로 게임 삼매경에 빠져 욕지거리를 내뱉는 알렉스를 보니 더욱 화딱지가 났다.

‘이게 다 질 나쁜 애들이랑 어울려서 그래...’

근묵자흑이라는 말이 더없이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누나인 자신이 있음에도 저럴 정도인데, 밖에 있을 땐 어떨지...

동생의 옆에 지혁과 동료들 같은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면...

그랬다면 저렇게까지 추해지진 않았을 텐데...

.... 하지만 이런 식으로 알렉스를 몰아붙이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답은 ‘아니오’였다.

빈민가에 살면서, 잘못된 훈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어떻게 커가는 지 봐왔다.

집안 사정도 좋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알렉스를 계속 압박하면... 더욱 삐뚤어질지도 몰랐다.

‘내가 왜 그랬지...?’

마치 알렉스가 무조건 또 사고를 친다는 가정을 하며 그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려 했다.

이럴 생각은 전혀 아니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동생을 향한 선입견이 생겨버린 모양이다.

이래서야 빈민가의 막장 부모들과 다를 게 뭐란 말인가?

짝!

큰 소리가 날 정도로 자신의 뺨을 때린 스텔라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노트 한 장을 부욱 찢었다.

그리고는 펜을 들어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

“교주님을 뵙습니다.”

살랑거리는 치마 옆자락을 잡아 들추며 우아하게 고개를 까딱하는 아리따운 여자들.

아델의 취향이 듬뿍 들어간 인사에 헛웃음을 켠 나는, 그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외투를 벗었다.

임시신전의 은밀한 지하엔 일반생활과 종교생활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전부 갖춰져 있는 상태였다.

주방이나 같은 생활필수시설부터 시작해서 마사지실, 독서실 같은 편의시설은 물론, 예배당, 그리고 재판소까지...

심지어는 각 방이 최고급 호텔 뺨 칠 정도로 호화로웠다.

내가 스텔라와 꽁냥거리는 동안, 이곳도 많이 바뀌었다.

그냥 사육장 같았을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언제 이렇게 바뀌었는지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아델이 꼼꼼하게 관리를 하고 있나보다. 사실 마르셀라가 힘을 썼겠지만.

어쨌거나 현재 임시신전엔, 내 명이라면 가족에게도 칼을 들이댈 만큼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잘 세뇌된 신도들이 서른 명 정도 되었다.

그리고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있는 그녀들의 아랫배엔 하나같이 구원진리교의 문양이 새겨져있었다.

이들의 믿음은 건실하다.

그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세뇌도 세뇌지만 어마어마한 재력으로 신도들의 힘들었던 사정을 전부 처리해주고, 더 좋은 생활을 영위하게 해주는데 좋아 죽겠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 마력이 있다.

우웅­!

“아...! 아아아아!! 교주님의 기적...! 교주님...! 교주니임...!!”

보라, 간단하게 마력을 뿜어내 물건을 든 것만으로도 무릎을 바닥에 처박고 기도를 올리는 신도들을.

직접 눈으로 보면 안 믿을 수가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

그것을 쉽게 일으키는 나는, 세뇌된 신도들의 눈에 정말 신으로 보이겠지.

가끔 들러서 능력을 보여주기만 해도, 이들의 믿음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다.

그녀들을 쓱 둘러본 나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마력을 회수했다.

‘이러면 뭐하냐고.’

가장 중요한 신의 힘이 깃들지가 않는데.

아델이 거짓말을 한 건 절대 아닐 테지만, 이래서야 언제쯤 로사리오를 무너뜨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까 싶다.

그렇게 생각했다.

방금까지는.

고오오...

‘음?’

기이한 소리가 머리에서 울려 퍼지더니, 신도들의 몸에서부터 흑색 빛이 형상화되어 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이후 코와 입으로 천천히 흡수됐다.

인간들의 오감으론 인식하지도 못할 정도로 아주 미약한 기운.

그 기운은 내 본질적인 마력과 순식간에 동화되었고, 이내 힘을 증폭시켰다.

그것을 제대로 느낀 나는 눈을 부릅떴다.

“이건...!”

처음 느껴보는 생소한 기분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리며 설렐 정도로.

그럼에도 나는 이 기이한 현상이 뭔지 곧바로 알아차렸다.

아델이 말했던 신의 힘이 내 안에 깃들었다.

신도들의 믿음이 내 안에서 신력으로 치환된 거다.

쥐꼬리만도 못한 힘이 들어온 것뿐이었지만, 내겐 굉장히 유의미했다.

흥분을 감출 수가 없다.

드디어 눈에 보인다. 천계로 가는 길이.

오늘 돌아가면 아델의 머리부터 시작해서 발끝까지, 온몸에 키스를 날려줘야겠다.

어느 정도의 힘이 들어왔는지 알았으니, 이제는 신도를 늘릴 차례.

지금처럼 몰래 알음알음 모으는 게 아니라, 폭발적으로 유입을 시켜야지.

일단 이곳 부촌 전체를 구원진리교의 영역으로 만들어야겠다.

이 임시신전만으로는 늘어나는 신도들을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으니까.

우우웅­!

주머니에서 울려 퍼지는 진동.

휴대폰을 꺼내 살펴보니, 세화에게서 전화가 와있었다.

조용히 자리를 옮겨 통화 버튼을 누른 나는 휴대폰을 귀에 가져갔다.

“응.”

­너 지금 뭐해?

세화의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다.

약간 상기되어있으면서도, 의문이 섞여있다.

나는 세화가 왜 저러는지 대번에 눈치챘다.

전화가 온 타이밍이 워낙 절묘해서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임시신전에 있어. 혹시 몸에 이상이라도 생겼어?”

­뭔가... 포근한 힘이 들어와서 마력과 동화됐어. 아주 자연스럽게.

세화를 비롯한 아내들은 실시간으로 내 마력을 공유한다.

신의 힘이 섞여 들어간 마력을, 그녀들도 느낀 것이다.

­세화야! 세화야아! 아악!

휴대폰 너머로 아델의 큼지막한 목소리와 우당탕거리는 소음이 들려왔다.

아델도 세화와 똑같은 느낌을 받고, 이게 뭔지 설명해주기 위해 달려오다가 어디 걸려서 넘어진 듯했다.

­아델! 괜찮아? 집에선 뛰지 말라니까... 어휴... 지혁아, 잠깐만...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입꼬리를 쭈욱 올린 내가 대답했다.

“그래.”

설명은 아델이 전부 해줄 것이다.

흥분에 차있는 상태라 제대로 된 설명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해가 갈만한 정도는 되겠지.

아델은 바보가 아니니까.

우웅­!

복도를 천천히 거닐고 있는데 다시 한 번 진동이 울렸다.

이번엔 마르셀라의 문자였다.

[마왕님, 혹시 지금 뭐하고 계시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세화와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마르셀라는 내 직속 권속. 아내들만큼은 아니지만 마력을 깊이 공유하고 있다.

그녀 또한 몸의 변화를 느낀 모양.

씨익 웃은 나는 손으로 허공을 휘저어 포탈을 열었다.

우리 마르셀라한테도 이 기쁜 소식을 전해줘야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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