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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416화 (416/471)

〈 416화 〉 마지막 퍼즐

* * *

약속된 시간에 밖으로 나온 스텔라의 눈밑은 정말 퀭했다.

피곤에 찌들어 풀려있는 눈가까지...

상황이 내가 생각했던 대로 흘러갔다는 뜻이었다.

차에서 내린 나는 아무것도 모른 척 스텔라의 얼굴을 살폈다.

“안색이 안 좋은데... 잠 못 잤어?”

“.... 응... 오빠 때문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알렉스랑 얘기 좀 하느라...”

“들키기라도 했어?”

“아니... 그런 게 아니야.”

“일단 뒤에서 조금이라도 자둬. 아니면 오늘 훈련 뺄까?”

“절대 안 돼... 시간 미루는 것도 싫어... 나 훈련할 거야. 그리고 오빠한테 할 얘기 있으니까 조수석에 탈래.”

“얘기는 자고 일어나서...”

“배려는 그만해.”

오늘따라 스텔라의 분위기가 굉장히 차갑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에 보일 정도.

어깨를 으쓱인 나는 조수석 문을 열고 운전석에 탔다.

그러자 스텔라가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사과했다.

“예민하게 굴어서 미안해... 어제 알렉스가 대마초 피우는 거 걸려서 그래.”

알고 있단다.

우리 덜렁이, 철없는 동생을 훈계하느라 고생이 많아.

얼굴 근육을 눈에 보일 정도로 움직인 내가 말했다.

“뭐? 대마초? 알렉스가 마약을 했다고?”

“응...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한숨을 내쉬고는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하는 스텔라.

속으로 끅끅거린 나는 스텔라의 얘기를 꼼꼼히 경청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끝에 그 사건의 설명을 끝낸 그녀가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내가 알렉스를 압박하고 있는 것 같아?”

“여러 번 말했는데도 고쳐지지 않으면 채찍을 들긴 해야 한다고 생각해. 대마초만이면 그나마 낫다고 보는데...”

“무슨 소리야...!”

“말은 끝까지 들어. 대마초는 대부분 입문용 마약으로 쓰이잖아. 이걸 시작으로 다른 마약에도 손을 댈 수 있으니까 초장에 잡아놔야 한다고 봐.”

“아... 그치? 오빠도 그렇게 생각하지?”

“응. 오늘은 대화해봤어?”

“했어. 오늘은 집에만 있으면서 짐 싸라고...”

내가 제일 기쁜 건, 혼을 내는 와중에도 이사를 간다고 했다는 거다.

알렉스의 반항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기회를 움켜잡은 타이밍이 좋았다.

“그랬더니 뭐래?”

“일단 알겠대... 알바는 내가 직접 전화해서 그만둔다고 말했어. 그 편의점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셔서 죄송스러워. 좋은 분인 것 같던데...”

그 사장님은 나중에 만나게 될 거란다.

마르셀라라고, 아주 유능해서 너도 좋아할 거야.

“그렇게까지 해야 돼? 채찍을 드는 건 좋지만 너무 휘두르기만 하면 반발심이 생길 텐데...”

“초반에 잡아놔야 한다고 말한 사람이 누군데? 걔는 자기 자신은 물론 나까지 곤란하게 했어. 마약에까지 손을 댔는데 당근도 줘야 해? 난 아니라고 봐.”

나도 아니라고 봐. 우리 덜렁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나는, 스텔라가 내 손목을 꼬옥 잡자 그녀를 돌아보았다.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인다.

그녀의 눈 밑을 살포시 누르며 마사지해준 내가 말했다.

“오늘 스케줄까지 끝나면 집 보러 가자.”

원하는 대답이었는지, 스텔라가 밝게 웃었다.

저 아리따운 미소의 뒤편엔 다른 감정이 담겨있었다.

씁쓸하겠지. 동생이 사고를 친 것도 서운한데, 그 사고를 이용해서 이사를 간다는 것이.

스스로를 탓하고 있는 그 마음, 곧 지워줄게.

마주 웃어준 나는 차를 출발시켰다.

“훈련 끝나고 디바이스 줄래?”

“디바이스는 왜? 저번에도 줬었잖아.”

“너 스케줄 가있는 동안 체크 좀 하려고. 정기적으로 검사해줘야 돼.”

“그래...? 알았어.”

마왕님은 말 잘 듣는 우리 스텔라가 아주 좋아요.

상으로 알렉스를 죽일 기회를 줄 거예요.

이참에 마르셀라에게 알렉스의 사정을 봐달라고 말해놔야겠다.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조직에 더욱 충성하게끔, 그리고 발을 뺄 수 없도록.

“나는 진짜 알렉스가 왜 저러는지 이해를 못하겠어.”

**

“오늘 왜 이래? 제대로 집중도 못하고.”

“.... 죄송합니다...”

“말로만 죄송하다고 하지 말고 의지를 보여줘야지. 두 시간동안 성과가 하나도 없잖아.”

다소 엄한 말투로 스텔라를 꾸중하는 유리아.

스텔라는 양손을 가운데로 모으고 고개를 푹 수그리는 것밖엔 할 수가 없었다.

유리아의 말마따나, 오늘 훈련성과가 아주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갈게. 이번에도 방금과 똑같으면 오늘 훈련은 끝이야. 알았어?”

“아... 넷...!”

이번에 새로이 구한 훈련장에서 두 사람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나는,

우우웅­!

전화가 오자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모르는 번호. 이건 분명히 매디슨 스완이었다.

보고를 하려고 전화를 건 모양.

통화 버튼을 누른 내가 말했다.

“보고해.”

­네, 펜타곤에서 극비로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사람들을 모은다?

벌써 임상시험을 할 인간들이 떨어져나간 건가?

“어떤 종류의 사람들을 모으는데?”

­각 임무에 통달한 전투요원입니다. 소속에 상관없이 잘 훈련됐고, 비밀엄수를 잘하는 인물들을 추천해달라는 추천서가 각 부서 사령관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세계연합 마크가 찍혀있는 것으로 보아 펜타곤뿐만이 아닌 세계연합 소속의 연합국에도 뿌려진 공문인 것 같습니다.

전투요원? 게다가 연합국에 뿌려진 공문이라...?

지금까지 세계연합의 움직임을 보았을 때, 그들은 분명히 아이테르의 특성을 알아차렸다.

그럼에도 정의감이 뛰어난 요원을 소집해서 아이테르 실험에 투입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잘 훈련되고 입이 무거운 전투요원을 구한다라...

이것들이 무슨 의도로 이러는 건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추측해볼만한 건 하나 있다.

바로 아이테르 임상시험의 윤곽이 슬슬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

아이테르 연구에 투입된 과학자들은 박사나 마르셀라보단 급이 낮긴 하지만 천재는 천재다.

그들을 한데 모아놓으니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고, 임상시험에 사용될 인간들도 많았으니 연구 또한 진척됐겠지.

그래서 슬슬 조직 편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전투요원은 아마도... 새로이 탄생할 영웅들을 보좌하는 사이드킥이 아닐까 싶다.

비밀임무에도 투입하여 국가의 치안을 유지하려 할 수도 있고.

아니, 이건 너무 나갔나?

어쨌든 아주 맛있는 정보가 될 것 같다는 확신이 선다.

“정보획득 경로는?”

­미래사령부 사령관의 자택 서재입니다. 금고에 숨겨져 있던 것을 확인했습니다.

“인물들의 명단은 없나?”

­그게... 제가 확인했을 때는 백지였고, 다시 봐보려 하였으나 이미 제출했는지 서류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건 아쉽다.

누구인지 알면 찾아내서 악의를 집어넣어볼 수 있었는데.

“네가 추천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은?”

­저는 사령관을 보좌해야하는 입장이고, 제대로 된 전투요원들보다는 실력이 떨어지니 0퍼센트에 수렴합니다.

“그렇군. 계속 알아보되 무리하지는 마라. 다시 말하지만 펜타곤에서 눈치채면 안 된다. 세계연합은 더더욱.”

­네, 명심하겠습니다.

내가 전화를 끊는 타이밍과 맞물려,

“꺄아악!”

스텔라가 비명을 터뜨렸다.

뭔가 싶어서 훈련장을 살펴보니, 합금으로 된 바닥에 철퍼덕 쓰러져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앞엔 유리아가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고 말이다.

“여기까지만 하자. 완전히 시간낭비야.”

다소 과한 언사에, 스텔라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 네... 죄송해요...”

“무슨 일 있었어?”

“그게... 사적으로 조금 힘든 일이 있어서요...”

“왜 얘기 안 해? 알려주기 껄끄러울 정도야?”

“그, 그건 아닌데... 선배님께서 들으실 가치가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그 대답에 혀를 끌끌 찬 유리아가 변신을 풀고 스텔라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스텔라를 안아주었다.

갑작스레 달라진 분위기에 당황해하던 스텔라는, 이어지는 유리아의 말에 감격스런 표정을 지었다.

“가치가 없는 이야기라니 말이 심하네. 우리가 왜 저번에 모임을 가졌는데?”

“.....”

“같이 잘해보자고, 가족처럼 지내자고 모인 거잖아. 믿고 의지할 사람이 네 주변에 많은데, 꽁꽁 숨겨만 두면 마음에 병이 생겨.”

다정다감해진 목소리에, 스텔라가 유리아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고 꼭 껴안았다.

유리아를 믿고 있다는 걸 나타내듯 변신 또한 자연스레 풀렸다.

그런 스텔라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준 유리아가 말을 이었다.

“네가 힘들 때, 날 비롯한 본부의 모든 사람들은 네 옆에 있을 거야. 그 반대도 마찬가지. 우리가 힘들 때도 네가 옆에 있겠지. 안 그래?”

“네... 맞아요...”

“지혁이한테는 말했지? 무슨 일이 생겼는지.”

“.... 말했어요... 죄송해요...”

“죄송할 게 있니? 가장 믿는 사람에게 기대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날 비롯한 본부의 모든 사람들도 네게 지혁이만큼의 존재가 되고 싶다는 거야.”

“.....”

“강요하는 건 절대 아냐. 네가 본부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조심스러워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까. 부담 갖지 마. 알았니?”

“네, 선배님...”

“오늘 심하게 굴어서 미안해.”

“아, 아니에요...! 제가 죄송해요... 집중해야하는데...”

속을 터뜨리는 동생만 보다가 마음씨가 넓은 본부의 동료들과 만나니 위로가 되는 기분일 테지.

포옹을 푼 유리아가 변신하며 말했다.

“다시 한 번 해보자.”

“네...? 방금 오늘까지만 하신다고...”

“경각심을 심어주려고 한 말이지. 준비해.”

“아, 네! 알겠습니다!”

힘차게 대답한 스텔라의 안색은 방금과는 정반대로 밝았다.

이렇게 점점 우리에게 마음을 열어 가면 된다.

반면 알렉스에겐 마음을 닫아가게 되고, 종국엔 가족의 주체가 뒤바뀌게 되는 그림...

아직 맛보지는 못했지만, 분명히 상당할 것이다.

**

방송국 대기실.

풀 메이크업을 마치고 돌아온 스텔라는, 아침보다 훨씬 밝아진 얼굴로 내게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오빠 여기서 나가지 마.”

“왜? 모니터링 해야지.”

“나 못 믿어?”

“믿긴 한데... 대표님한테도 보고해야 할 거 아니야.”

“회의 끝나면 직접 할게. 나가지 마.”

스텔라는 혹시나 다른 여자들이 내게 눈독을 들일까, 내가 다른 여자에게 흥미를 보일까 우려하고 있는 거다.

태연한 척 어깨를 으쓱인 내가 물었다.

“화장실 가고 싶으면?”

“여기서 해결해.”

“너무 극단적인 거 아니야? 쓸데없는 소리 말고 포즈나 좀 잡아봐. 희주 누나한테 보내게.”

“그 SNS 관리 때문에 그러지? 내가 직접 찍고 보낼게.”

뭐 하지 말라는 게 이렇게 많아? 독재자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나는 손을 내밀었다.

“그럼 디바이스나 줘봐. 너 스케줄 가있는 동안 검사하게.”

그 말에 자신의 손뼉을 부딪친 스텔라가 황급히 디바이스를 풀더니 내 손에 올려주었다.

“좋은 생각이네? 느리게 검사해도 되니까 꼼꼼히 만지고 있어. 배고프면 이것들 먹고.”

팬들이 준 간식거리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스텔라.

모든 일을 마무리 짓고 뿌듯해한 그녀가 말했다.

“나 다녀올게. 여기 꼼짝 말고 있어야 돼. 알았지?”

헛웃음을 켠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만족스럽지 않은 듯 꽁한 표정을 짓는 스텔라였지만, 방송국 직원이 문을 두드리자 금세 프로다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직원과 이야기를 나눈 스텔라는, 내게 손을 흔들고 밖으로 나갔다.

조용해진 대기실 안.

주위를 슬쩍 둘러본 나는, 테이블 위에 디바이스를 올려놓고 조작했다.

우우웅­!

허공에 뜨는 화면 가운데에, 작게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아이테르가 보인다.

‘드디어 때가 됐군.’

긴 시간이었다. 사실 아직 끝나지도 않았고.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한 부분을 넘긴다는 것만큼은 명백했다.

아이테르를 봉인한 나는, 가방에서 초소형 스포이트를 꺼냈다.

그리고는 흥분을 가라앉혔다.

괜히 급하게 생각해서 주입 양을 늘리면 안 된다.

생각한 대로 아주아주 극소량만 넣는 거다.

어차피 악의는 스텔라의 심리상태에 따라 점점 커지게 되어있다.

마지막 퍼즐인 만큼 정성을 다해주지.

새끼손가락에 피를 모은 나는 첫 마디에 상처를 냈다.

꿀럭거리며 올라오는 검붉은 피.

그것을 스포이트에 빨아들인 나는, 평화로운 듯 디바이스를 유영하는 아이테르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악의가 들어가는 것도 모를 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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