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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411화 (411/471)

〈 411화 〉 두 번째 결투 #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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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아앙­!

“꺄아아악!”

청기수의 공격을 흘리려다 실패한 스텔라의 신형이 뒤로 쭈욱 날아갔다.

텅텅 빈 하늘에서 엄청난 속도로 밀려나던 그녀는, 한참을 날아가다 간신히 중심을 잡고 멈췄다.

“아파...!”

손이 벌벌 떨려온다. 채찍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이 풀릴 것 같다.

잘못 막은 공격, 현격한 힘의 차이 때문에 충격을 입은 것이다.

이를 악 문 스텔라는 다시 전의를 불태웠다.

공중을 뻥뻥 차며 다시 청기수의 앞으로 날아간 스텔라는,

­#@&!&$#, @*#*!^$@#^&!.

청기수가 하는 말을 듣고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

그러나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는 행동과 목소리 톤을 보면 대충이나마 유추할 수 있었다.

지금 저 자식은 자신에게 약하다고 하고 있었다.

고작 몇 합 겨루지도 못하고 나자빠졌으니 그럴 수밖에.

“이익...!”

선배들과 고된 훈련을 했음에도 제대로 된 결투를 하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했다.

물론 가수 일을 병행하느라 훈련을 얼마 못하긴 했지만, 이건 핑계였다.

추가 훈련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으니까.

이래서야 지구는 어떻게 지킨다는 말인가.

이럴 거면 그냥 은퇴하고 가수 생활에만 집중하는 게 훨씬 낫겠다 싶을 정도다.

‘나쁜 자식...!’

청기수는 마치 스텔라 자신더러 들어오라는 듯, 안장에 오만하게 앉아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게 스텔라의 화를 더 돋우었다.

저 콧대를 확 눌러주고 싶지만, 지금 자신의 실력으론 놈에게 상처 하나 입힐 수조차 없다.

분하긴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S급 마물과 자신의 차이.

저번에도 그랬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세화의 말로는 자기를 비롯한 비스트 슬레이어 모두 S급 마물을 상대로 많은 시간을 벌 수 있다던데...

자신도 그렇게 되려면 얼마나 많은 훈련이 필요할까?

패배감에 찌들어있던 스텔라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아직 자신은 첫 발을 내딛은 새내기일 뿐, 열등감을 가져선 안 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을 얕보고 있는 저 마물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일.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한 스텔라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막내야, 그냥 우리가 나서야 될 것 같아.”

걱정이 담긴 아델의 말이었다.

스텔라가 단호히 대답했다.

“안 돼요. 아직 더 싸울 수 있어요.”

“그러다 죽으면 어떡해?”

죽는다니. 아델이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못 싸웠다는 말인가?

쪽팔리다. 저번에 이어 선배들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오기가 생긴 스텔라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죽어요.”

“더 싸우면 죽을 것 같은데에...”

“아니에요.”

“맞는데에...”

자꾸 죽는다고 불길한 말을 하는데, 기분이 살짝 나쁘다.

가뜩이나 화가 나는데 옆에서 더욱 부채질을 하는 기분.

순간 올라온 분을 참지 못한 스텔라가 버럭 소리쳤다.

“선배님! 안 죽는다니까요!”

“히익!”

그에 깜짝 놀란 아델이 실비아의 등 뒤로 숨었다.

누가 봐도 삐친 표정을 지은 그녀가 스텔라를 향해 말했다.

“걱정해주는데 왜 화를 내!? 바보! 멍청이!”

한쪽 팔을 들어 올리며 위협을 하는 모습이 퍽 귀여웠으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경험이 많은 선배들과는 달리, 자신은 이런 상황에서 절대 여유롭지 못하다.

여유로워선 안 된다. 앞으로 수많은 마물들과 싸워야 하니까.

성을 내는 아델을 깔끔하게 무시한 그녀는, 다시 청기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정면승부는 답이 없어...!’

박사가 만들어준 소모품, 그리고 최대한으로 펼치면 굉장히 길어지는 채찍을 활용하자.

무기가 아닌 소모품을 사용한다면 기사도를 중시할 것 같은 청기수가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마물인데 뭐 어떠한가. 이렇게 일대일 결투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마땅하지.

**

늑장을 부리며 박사와 함께 태평양 한가운데에 도착한 내가 목격한 건, 전투용 소모품을 뻥뻥 터뜨리며 청기수에게 공세를 펼치고 있는 스텔라였다.

초장거리에서 꽤나 능숙하게 채찍을 활용하며 청기수를 압박하는 그녀를 보니, 저번보다 훨씬 성장했다는 확신이 든다.

다만 청기수가 간간히 반격을 할 때, 허둥지둥하는 건 단점이었다.

이는 경험을 쌓으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

나와 박사는 따로 오더를 내리지 않고 스텔라를 지켜보았다.

“하앗!”

아델마냥 큼지막한 기합을 내지르며 무기를 휘두르는 스텔라.

그녀의 치맛자락은 상당부분이 찢어져있었다.

격렬한 전투의 흔적.

그로 인해 새하얀 허벅지가 거의 끝까지 드러났는데, 예전이었다면 창피해선 어쩔 줄 몰라 했을 스텔라가 결투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감격스러웠다.

세화와의 통신라인을 따로 만든 내가 물었다.

“얼마나 싸웠어?”

­1시간 정도.

그 정도라면 마물이 나타나자마자 전투에 돌입했다는 뜻인데... 제법 오래 싸우고 있다.

“아델 표정은 왜 저래?”

­삐쳤어. 스텔라가 화냈거든.

“스텔라가 화를 내? 무슨 일로?”

­아델이 스텔라의 자존심을 살살 건드리니까 그런 거지 뭐.

대충 알만하다. 스텔라를 위한답시고 무슨 말을 했다가 역린 비슷한 걸 건드렸겠지.

이제는 아델이 뭘 했는지 그림이 그려지는 수준까지 왔다.

정신적으로 성장했다고는 해도 아직 한참 멀었구나. 조만간 혼을 좀 내야하나 싶다.

“네가 보기엔 어때? 잘 싸우고 있는 것 같아?”

­초반엔 약간 한심했지만 지금은... 세 번째 실전인 걸 감안하면 훌륭해. 가진 것들을 잘 활용하고 있어. 훈련 때 했던 것들도 써먹고 있고... 배우는 게 빨라.

그 평가처럼, 스텔라는 발록과 비견될만한 최상위 마물인 청기수를 상대로 아주 잘 싸우고 있었다.

물론 녀석이 봐주지 않았더라면 끝나도 진즉 끝났겠지만.

­명예를 모르는 이로다!

사방팔방으로 뻥뻥 터지는 첨단 소모품에 성질이 뻗쳤는지, 청기수가 낫을 크게 휘두르며 포효를 해댔다.

근데 대사가 좀 걸린다.

넌 명예를 알아서 나한테 반기를 들었었냐?

연기 하나만큼은 기가 막혀서 봐준다.

그나저나 3기사들에게 지구의 언어를 가르쳐주면 훨씬 재미있는 상황이 나올 것 같다.

여유롭게 도발을 거는 3기사, 그에 분해선 노발대발하는 스텔라.

이후 점점 성장한 스텔라가 3기사들과 비등하게 겨룰 수 있게 되고, 종족은 다르지만 각자의 무기를 맞대면서 서로를 호적수로 인정하게 되는 그림...

땀내 나는 우정까진 바라지 않지만, 미운 정까지는 박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파캉­! 쩌적!

여러 그림을 그려보던 나는, 날붙이끼리 맞부딪치는 소리 속, 무언가가 갈라지는 소리가 함께 딸려서 들려오자 눈을 부릅떴다.

“저건...”

스텔라의 채찍 끄트머리의 가장 날카롭고 뾰족한 검첨이 청기수의 낫에 정확하게 닿았다.

그로 인해 낫공치에 균열이 생겨버렸다.

“앗...!”

노리고 친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스텔라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뒤이어,

­음...!

마찬가지로 놀란 청기수의 감탄사를 듣고는 입꼬리가 올라가며 뿌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건 잠시뿐이었다.

균열만 살짝 가있을 뿐 여전히 견고한 청기수의 낫이 자신의 몸통을 노리고 들어오자, 스텔라가 다급하게 몸을 틀었다.

공격이 성공하여 흥분한 스텔라는 방어 타이밍을 놓쳤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청기수는 스텔라에게 자그마한 상처조차 입히지 못할 것이다.

애초에 나와 입을 맞춘 상태인데다가, 세화를 비롯한 사람들이 여기 그냥 있는 게 아니니까.

쐐애애액! 파캉­!

가녀린 스텔라의 몸을 동강낼 것 같던 청기수의 낫이, 엄청난 힘에 의해 경로가 뒤틀렸다.

유리아가 타이밍 좋게 화살을 날린 것이다.

­크으윽!

한 차례 침음을 터뜨린 청기수는 휘청거리는 무게중심을 가다듬으며 스텔라의 어깨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말과 함께 뒤로 물러서면서 이를 뿌드득 갈았다.

방금도 느꼈었지만 연기가 장난이 아니다.

내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 혼신을 다하는 건가?

“.... 허어억...”

그 사이 눈을 부릅뜨고 있던 스텔라가 참아왔던 숨을 토해냈다.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는 상태.

자신이 죽음의 문턱에 가까이 다가갔었음을 자각했다는 방증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청기수가 나직이 말했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지. 다음을 기약하겠다. 지구의 영웅이여.

“....?”

어리둥절해하는 스텔라를 뒤로한 채, 청기수는 말의 고삐를 잡아당기며 마물 포탈을 향해 움직였다.

쩍 벌어진 마물의 아가리가 무언가를 집어삼키듯 닫히고, 태평양은 언제 소란이 일어났느냐는 듯 조용해졌다.

그러자 스텔라의 신형이 한 차례 휘청였다.

긴장이 순식간에 풀려버린 모양.

진이 다 빠져버린 그녀가 중얼거렸다.

“뭐라는... 거야아... 나쁜 자식...”

사태가 흐지부지 끝나기는 했지만, 그녀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오늘도 패배했다는 것을.

허나 성취감 또한 들겠지.

다음번엔 더 잘해보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을 테고.

얻어가는 것이 있다면 된 거다.

흐뭇한 미소를 지은 내가 박사에게 말했다.

“스텔라한테 복귀하라고 해.”

“응. 기쁜가보네?”

“기쁘지. 성장이 눈에 보이는데. 의지도 보이고.”

“요즘 스텔라한테 너무 빠져 사는 거 아니야?”

“귀엽잖아.”

“그렇긴 해. 항상 주인의 손길을 바라는, 얌전한 척하는 강아지 같아.”

얌전한 척하는 강아지라.

적절한 비유다.

**

“아델라인 선배님은? 나 선배님한테 죄송하다고 말씀드려야하는데...”

샤워를 마치고 나온 스텔라의 걱정스런 말.

그녀가 입은 박시한 티셔츠에 묻어있는 보풀을 떼어낸 내가 대답했다.

“지금 실비아 씨한테 꾸중 듣고 있어.”

“꾸, 꾸중...? 나 때문에...?”

“너 때문에라니? 들어보니까 네 잘못은 딱히 없던데. 한창 싸우는 와중에 사기를 떨어뜨린 아델이 심한 거지.”

“오빠...! 아델라인 선배님은 날 걱정해서 그런 건데... 물론 말이 조금 심하시긴 했지만 꾸중을 들을 정도는 아니야...!”

“자매들간의 일이야. 우리가 끼어들면 안 돼.”

“두, 두 사람은 친자매도 아니잖아...”

“친자매보다 더 친자매 같지.”

그건 인정하는지 스텔라의 입이 앙다물어졌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그녀가 물었다.

“아델라인 선배님이 날 싫어하시진 않겠지...?”

“오늘 가장 먼저 연락 오는 사람이 아델일 거야. 아마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할 걸? 장담할게.”

“장담까지 해...? 아델라인 선배님을 그렇게 잘 알아?”

의미심장한 질문이다.

질투를 조금 하고 있구나. 화제를 돌리자.

“같이 오래 지내다보면 잘 알게 될 수밖에 없지. 디바이스부터 줘.”

“디바이스는 왜...?”

“슈트에 상처가 많더라. 수선해야지.”

“아... 응... 여기서 해?”

“아니. 지금 여긴 분주하잖아. 집에 가져가서 해야지. 네 이삿짐은 나중에 같이 싸자.”

스텔라의 얼굴이 빨개졌다.

이사한 후에 벌어질 일들을 예상해보고 있는 것이다.

먼저 그런 생각을 하다니 기특하다고 해야 할지, 너무 밝히는 거 아니냐고 해야 할지... 웃음이 나온다.

“일단 네 집까지 데려다줄게. 나가자.”

“알았어... 아, 나 이세화 선배님한테 할 말 있어.”

“뭔데?”

“최대한 빨리 훈련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 오늘 제대로 느꼈는데 난 아직 한참 멀었어.”

빨리 훈련하고 싶어?

그럼 디바이스부터 충전해야지.

싸우느라 에너지도 많이 썼을 텐데... 오늘 네 집에서 다 채워놓자.

아, 그리고 네가 청기수와 싸우기 시작할 때쯤, 알렉스의 방에 선물을 하나 놔뒀단다.

네가 너무 둔해서 직접 손을 썼으니, 이번만큼은 눈치채주길 바랄게.

“알았어. 말하고 가자.”

“응... 근데 있잖아... 그 마물은 왜 나랑 결투하려는 걸까?”

“저번에도 했던 질문이네.”

“오빠는 궁금하지 않아? 평소엔 지구를 못 파괴해서 안달이었던 마물들의 태도가 급변했잖아. 오늘도 봐봐. 충분히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실력이 있는 마물이 나랑 겨루고 나서 얌전히 돌아갔어. 세상이 점점 미쳐가는 느낌이야.”

미쳐가는 거 맞아.

방긋 미소 지은 나는 스텔라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콧속으로 향긋한 샴푸냄새가 들어온다.

벌써부터 안고 싶다. 빨리 돌아가야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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