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4화 〉 집착
* * *
스텔라의 다리근육은 미친 듯이 떨리고 있었다.
마치 한참 운동하지 않다가 무리한 등산을 한 것처럼 말이다.
이대로라면 내일 걸을 수조차 없을 것 같다.
그녀의 허벅지를 살살 주무르며 근육을 풀어주던 내가 말했다.
“조금만 쉬었다가 할까?”
“.....”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싫은 눈치다.
더 해달라고 눈총을 쏘고 있기까지 했다.
어깨를 으쓱인 나는 스텔라의 상체를 일으키고, 그녀의 뒤로 자리를 옮겼다.
침대 헤드보드에 등을 기대고, 스텔라를 내 다리 사이에 넣고 뒤에서 끌어안은 자세.
그 상태로 가만히 있자, 스텔라의 고개가 내 쪽으로 돌아왔다.
“....?”
흐리멍덩한 표정으로 뭘 하느냐고 묻고 있다.
펑펑 울었음에도 번지지 않은 아이라인 덕분에 흐트러진 모습임에도 눈가가 굉장히 섹시하다.
나는 말없이 스텔라의 촉촉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이후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면서, 한쪽 손을 가랑이 아래로 내려 보냈다.
“아학...!”
“그렇게 좋아?”
“조, 좋아한 적 없는데에...”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잖아.
더 잘 만져달라고 다리까지 벌린 주제에 없긴 무슨.
방금 내 자지가 들어갔다 나온, 일자로 쭉 찢어진 도톰하고 부드러운 살.
그 주변을 손가락으로 살살 문지르기 시작하니, 스텔라의 골반이 수차례 튕겼다.
입에선 마라톤을 완주한 선수처럼 거친 숨이 토해지는 상태.
문지르는 속도를 빨리하자, 스텔라가 마구 몸부림을 쳤다.
“하아악...♡ 오빠아...! 오빠...!”
애타게 날 찾기까지 한다.
“나 여기 있어.”
“화장실... 화장실 가고 시퍼어...♡”
다리를 가만 두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그녀.
절정에 도달하는 시간이 굉장히 빠르다.
첫 섹스라는 특수한 경험을 해서 그런 모양이다.
그나저나 아델도 절정할 때 화장실에 가게 해달라고 소리를 질렀던 것 같은데...
쑥스러워할 때의 반응도 그렇고, 역시 보면 볼수록 닮은 면이 있다.
어쨌든 오늘은 내 쾌락만을 탐하지 않고, 스텔라를 철저하게 보내고 또 보낼 것이다.
종국에는 나만 봐도 하고 싶어서 애액을 질질 흘리게끔...
알렉스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나와의 정사가 더 중요해서 내팽개칠 만큼 체질을 바꿔나가야지.
손놀림을 빠르게 가져간 나는, 스텔라의 몸부림이 더욱 심해지자 한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갈 때가 되면 소리를 지를 게 뻔해서였다.
“흐으읍! 흡!”
보라. 벌써부터 납치를 당한 사람마냥 온몸을 비틀며 비명을 내지르잖은가.
싫어하는 게 아니라, 쾌락의 강도가 엄청난 속도로 높아져서 저러는 것이다.
발악을 하는 그녀의 보지를 묵묵히 애무하길 얼마 후,
“으으으으읍!!”
스텔라의 입에서부터 제법 큰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보지에선 점성이 얕은 액체가 푸슛 하며 짧게 쏟아졌고, 아래로 주르륵 흘러내려 커버를 적셨다.
물도 마시지 않았으면서 나오는 양이 장난이 아니다.
그만큼 흥분했다는 방증.
나는 허리를 마구 튕겨대고 있는 스텔라의 정수리에 얼굴을 묻고, 그녀가 조수를 전부 뿜어낼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많은 땀이 나서 기름이 져있는 머리카락임에도 냄새가 어찌나 좋은지.
아니, 그냥 스텔라의 모든 면이 다 좋다.
내가 없으면 항상 얼이 빠져선 뭐 하나 까먹는 그녀가 사랑스럽다.
“흐읍... 흡...”
어느 샌가부터 잦아든 조수와 함께 작아진 신음소리.
또 다시 가버린 그녀의 보지를 마사지하듯 문질러준 나는 그녀에 귓가에 입술을 가져갔다.
“수고했어.”
조곤조곤 속삭이며 말하는 것이 좋았을까?
스텔라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의 코에서부터 새어나오는 지친 숨결이 입을 막고 있는 손을 간지럽힌다.
그제야 손을 떼어낸 나는, 스텔라의 아랫배를 톡톡 두드려주며 그녀의 심리를 진정시켜주었다.
새벽까지 신나게 박고 만져줘야지.
@@
쏴아아아!
자신의 현 상태와는 정반대로,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정말 힘차다.
진이 다 빠진 스텔라는 샤워실 한켠에 앉아 멍하니 물줄기를 맞았다.
‘.....’
지금 대체 몇 시일까?
체감 상 자정은 넘은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자신의 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몇 번이나 절정을 맞이하고 가버렸는지도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머리가 멍했다.
그냥 딱딱한 샤워실 바닥에 누워서, 따뜻한 물을 온몸이 녹아내릴 때까지 맞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
그리 생각한 스텔라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자신을 향해 방긋 웃는 지혁이 보인다.
그의 탄탄한 상체 아래로 탄력이 좋은 스판 팬티가 보인다.
그리고 팬티 가운데가 볼록하게 솟은 남성기마저도...
괜히 부끄러워진 스텔라는 무릎을 끌어당겼다.
‘저게 내 몸에...’
저 흉악한 물건이 자신의 음부 안에 들어갔다가 나오길 반복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아래가 저릿하다. 감각이 없어진 것 같기도 하다.
무슨 이상이라도 생겼을까 덜컥 겁을 먹은 스텔라였지만, 그녀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지혁이라면 자신의 몸에 해를 끼치지 않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눈동자를 데굴 굴려 지혁을 바라본 그녀가 생각했다.
‘이게 보통 일인가...?’
그나저나 첫 섹스를 끝내고 서로의 몸을 노출한 채로 사이좋게 샤워를 한다...
다른 커플들도 다 이런가?
자신은 지금 창피해 미치겠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데...
지혁이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을 들고 샤워실로 향했기에 거절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고개 숙여.”
지혁 특유의 중저음의 목소리가 화장실 안을 울렸다.
이 화장실은 샤워기 소리도 밖에서 선명하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방음이 안 되어있다.
행여나 알렉스가 들을까 우려한 스텔라가 자신의 입술에 검지를 가져갔다.
“조, 조용히 해... 알렉스 깨...”
그에 고개를 끄덕인 지혁이 손에 샴푸를 짜내더니, 아주 조용히 말했다.
“알았어. 고개 숙여봐.”
“.....”
머리를 감겨주려고 하는데, 자신은 어린애가 아니다.
아무리 힘이 없다지만 머리 정도는 혼자 감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아빠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려고 하는 지혁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다.
스텔라가 잠자코 고개를 숙이자, 지혁이 샤워기로 머리를 적셔주더니 샴푸를 묻혔다.
그리고는 부드러운 손길로 머리를 만져주기 시작했다.
“아...”
순식간에 노곤해지는 몸.
자연스럽게 지혁의 손길에 몸을 맡긴 스텔라는, 오늘 그가 했던 행동들을 상기해보았다.
알다가도 모르겠다. 지혁의 성격을.
그렇게 느낄 정도로 이번에 보여준 지혁의 또 다른 면은 놀라웠다.
허나 나쁘지 않았다. 뭔가 색다른 기분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맨날 자상한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자상한 쪽이 훨씬 좋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한 가지 확실한 건, 지혁을 향한 사랑이 더욱 깊어졌다는 거다.
그에게 첫 경험을 바쳤다.
평생 잊지 못할 기억, 그리고 함께 가져가야할 추억이기도 하다.
“눈 감아.”
인자한 지혁의 말에, 스텔라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러자 따스한 물이 머리를 적시면서, 샴푸로 인해 생긴 거품이 씻겨 내려가며 얼굴을 적셨다.
쪼그려 앉아선 수발을 받고 있던 스텔라는 돌연 걱정이 들었다.
자신과 헤어지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사이, 다른 여자가 그에게 접근하기라도 하는 것은 아닐까?
가령 이지안. 그 여우같은 사람이 지혁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데 걱정이다.
물론 지혁을 믿기는 하지만, 예쁜 여자가 적극적으로 들이대면 흔들리지 않을 수 없는 법.
더욱이 이지안은 자신과 정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여자에, 실력은 하나도 없으면서 콧대만 높은 아주 몰상식한 사람이었다.
라는 생각을 하던 스텔라가 자신의 마음을 다독였다.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서 사람을 깎아내리다니...
아무리 마음속에서 한 생각이라고 해도 이는 옳지 않다.
이지안의 메이크업 실력은 누가 봐도 인정해줄만하다.
자신 또한 그녀의 성격은 마음에 들지 않아도, 화장은 마음에 들어 했잖은가.
이래선 안 된다. 정신 차리자.
“일어날 수 있어?”
머리를 전부 씻겨준 지혁의 물음.
낑낑거리며 일어나려는 노력을 해보던 스텔라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힘들어?”
사실 설 수는 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릴 게 분명하긴 하지만, 혼자 샤워까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기 싫었다.
왜? 지혁이 자신을 직접 씻겨줬으면 하는 바람이어서.
철없는 행동임을 잘 알고 있지만, 오늘만큼은 이렇게 하고 싶었다.
어차피 보여줄 건 이미 다 보여준 사이다.
거부감? 아까까지만 해도 있었지만 지혁이 머리를 감겨주고 나니 사라졌다.
사실은 위의 이유는 다 핑계거리고, 혹시나 지혁이 자신의 몸을 더 만져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깔려있었다.
바디워시를 묻히고 닦아주면서 중요부위를 어루만져주는... 뭐 그런 일 말이다.
“응... 많이...”
쥐꼬리만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지혁이 피식하더니 샤워타올에 바디워시를 짜기 시작했다.
스텔라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행동.
아까 능숙하게 자신을 보내버린 것도 그렇고... 삽입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여자들에게 이런 일을 많이 해본 듯싶었다.
억울했다. 자신은 지혁이 처음인데, 지혁은 자신이 처음이 아니라니.
그렇다고 해서 싫은 건 아니지만, 짜증나는 건 짜증나는 거다.
동시에 질투가 났다. 지혁과 관계를 맺어왔던 여자들에게.
누구일까? 분명히 예쁠 것이다.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을까? 지혁의 휴대폰을 샅샅이 뒤져보고 싶다.
미행이라도 할 수 있다면 하고 싶다.
그의 모든 생활패턴을 전부 알고 싶다.
자신이 지혁이 사는 오피스텔에 살았다면 감시할 수 있었을 텐데...
만날 시간이 많아지는 건 덤이고...
아예 그냥 이사를 가버릴까?
알렉스가 엄한 짓을 할까봐, 동료들과 붙어있으면 꽤나 수상쩍게 생각할 테니 저번의 제안에 거절을 하긴 했는데...
갑자기 지혁의 옆집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이 확 든다.
든든한 세화나 귀여운 아델과도 어울릴 수 있고, 유리아, 실비아와 더 친해지려면 가까이 있는 게 좋긴 할 것 같은데...
진지하게 한 번 고민을 해봐야겠다.
“다리 풀어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던 스텔라는 지혁의 말이 들리자 정신을 차렸다.
“.....”
괜히 심통이 난 스텔라는 반항의 일환으로 눈에 힘을 빡 주었다.
이후 지혁을 노려보면서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지혁이 헛웃음을 켰다.
“빨리 끝내자며. 이러다간 물소리 때문에 알렉스가 깨겠다.”
“.....”
“우리 덜렁이, 얼른 씻어야지? 자, 다리 벌려보세요.”
이번엔 유치원 선생님처럼 말하고 있다.
왠지 능욕을 당하는 것 같은 기분.
무척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선생님답긴 해서 더 짜증난다.
한 번 더 반항을 하고 싶지만, 확실히 알렉스가 깰 수도 있으니까... 이 울분은 빨래방에 가서 토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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