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397화 (397/471)

〈 397화 〉 욕망과 쾌락 #2

* * *

@@

집으로 돌아와서 멍하니 샤워를 마친 스텔라는, 머리를 제대로 말리지도 않고 침대에 누웠다.

디바이스의 버튼을 눌러 충전량을 확인해보자, [93%]라는 숫자가 눈에 띄었다.

굉장한 양이 채워져 있다. 이 정도면 오랜 시간 훈련을 해도 끄떡없을 것이다.

탄성이라도 튀어나올 만하지만, 스텔라는 정신이 나간 사람마냥 하염없이 숫자만을 바라보았다.

엄청난 일을 겪었는데, 기억이 드문드문 빠져있다.

마치 부분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찬물로 샤워를 한 그녀의 체온이 돌아오면서, 찢어져있던 기억의 편린이 합쳐지며 모든 일들이 생각난다.

“아...”

아랫입술을 잘근 깨문 스텔라의 얼굴이 절로 빨개졌다.

생전 처음으로 엄청난 쾌락을 느꼈다.

지금까지 있었던 지혁과의 스킨십은 애들 장난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자신의 가랑이 사이의 속살을 휘젓던 손가락에 부끄러운 줄도 애액을 쏟아냈고, 절정의 절정을 거듭했다.

그것도 모자라 마지막엔 애가 타서 지혁의 혀를 잡아먹을 듯 삼켜버렸다.

자신이 직접 들이대서 말이다.

정말 추한 모습을 보여줬었는데, 내일 어떻게 얼굴을 봐야할지 모르겠다.

어둑한 주황색 취침등이 내리쬐는 방 안에서, 스텔라는 눈을 두어 번 끔벅거리고 고개를 돌렸다.

항상 마시던 모과차가 탁상 위에 올려져있다.

저게 왜 여기 있을까? 아... 그래, 지혁이 현관문까지 바래다줄 때 손에 들려주었었다.

마시라고 한 것도 기억이 난다.

상체를 일으키고 힘없이 손을 뻗어 모과차를 집어든 스텔라.

병뚜껑을 따려던 그녀는,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병에 코를 가져가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리고는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병에서 지혁이 자주 사용하는 핸드크림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

벌써부터 보고 싶다.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이토록 그리운지...

지혁과 꼭 껴안고 자고 싶었으나, 뒷좌석이 개판이 나버려서 어쩔 수 없이 돌아오게 됐다.

혼자 청소하기 힘들 텐데... 괜히 미안해진다.

‘오빠랑 같이 있고 싶은데...’

눈앞에 지혁의 잘생긴 얼굴이 아른거린다.

귀에선 그의 자상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핫!”

몽롱한 정신으로 그를 생각하던 스텔라가 흠칫했다.

어느 샌가부터 병에 입술을 갖다 대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혁의 체취가 묻어있어서 저도 모르게 키스를 하려고 한 모양이었다.

‘미쳤어...’

이 정도면 완벽한 중증이 아닐까?

저번에도 생각했었지만, 자신은 변태가 맞았다.

인정을 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모과차를 쭉 들이켜고 침대에 누운 스텔라는, 불을 끄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몸이 다시금 후끈해진다.

지혁과의 일이 무척 만족스러웠음에도, 제대로 된 오르가즘을 겪고 나니 성욕이 시도 때도 없이 끓어오른다.

아니, 몸이 달아오르는 걸 보면 사실은 만족하지 못했을지도...

“.... 후읏...”

기다란 콧바람을 내뱉은 스텔라의 손이 천천히 팬티 안으로 들어갔다.

혼자 자위를 하려고 하니 뭔가 처량하다.

허나 어찌하겠는가?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잠을 자지도 못하고 날을 새게 될 것이었다.

지혁이 옆에 없는 이상, 임시방편으로나마 욕구를 해결하는 게 맞다고 본다.

자위행위는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리현상. 그러니 괜한 자괴감은 느끼지 말자.

그리 다짐한 스텔라가 자신의 치구 밑으로 중지를 내려 보냈다.

도톰하고 말캉한 음렬에 손가락 끄트머리를 대고 힘을 조금 주자 쏘옥 하고 들어간다.

따스하다. 아까 있었던 지혁과의 격렬한 스킨십이 재생되며 깨끗이 씻었던 성기가 순식간에 질척해진다.

입에선 끈적한 타액이 생성되어 남아있는 모과차 향과 섞이고, 그로 인해 숨결이 텁텁해진다.

“하아...♡”

손가락을 구부려 안쪽을 휘적거리니 흥분도가 높아진다.

지혁을 상상하기만 해도, 손가락을 하나만 사용해도 이 정도인데...

나중에 섹스를 하게 되면 어떨지 궁금하다.

막연한 두려움과 큰 기대감이 동시에 찾아온다.

‘오빠... 오빠아...♡’

속으로 애타게 지혁의 이름을 부르며 자위에 집중하던 스텔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손놀림이 점점 과감해져갔다.

한손으로 자신의 가슴도 만져보고, 손톱으로 유두도 꾸욱 눌러보고...

지혁이 해주었던 것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욕구를 해소할 정도는 됐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한창 자위에 빠져 오르가즘을 느끼기 시작한 스텔라는,

덜컥.

“누나, 언제 들어왔어?”

자신의 방 문이 열리면서 알렉스가 들어오려 하자 정말이지 까무러칠 정도로 놀라고야 말았다.

“꺄아아악!!”

강도라도 들어온 양 비명을 지른 스텔라.

놀란 알렉스가 반 발자국 뒷걸음질을 쳤다.

“무, 뭐야...? 자고 있었어?”

“노... 노크하랬잖아!!!”

방 안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는 스텔라.

움찔한 알렉스가 곧바로 사과했다.

“미, 미안...”

“너 미국에 있을 땐 안 그러더니, 한국에 와선 왜 이러는데!? 왜 이렇게 삐딱해졌냐고!!”

“삐딱하다니... 난 집에 누나 밴이 서있길래 궁금해서...”

“노크하라고! 노크! 너 저번에도 그랬잖아! 나한테 불만이라도 있어!? 내가 너한테 뭐 서운하게 한 거 있냐고! 일하느라 밥도 잘 안 챙겨줘서 반항하는 거야!?”

“미, 미안해. 진짜 미안...”

“나가!”

쾅!

다급히 문을 닫은 알렉스의 발소리가 멀어진다.

그 이후로도 제법 긴 시간을 씩씩대던 스텔라는 상체를 일으켰다.

이후 헤드보드에 등을 기대고 이불을 끌어와 얼굴을 묻었다.

애초에 방 문을 잠갔다면 되는 일이었는데... 너무 예민했고, 과하게 성질을 부렸다.

알렉스가 상처를 받았겠지.

‘봤을까...?’

아니,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자신은 이불을 덮고 자위를 했다.

게다가 불까지 꺼놓았고, 알렉스가 들어오자마자 몸을 일으켰기에 눈치채는 건 불가능했다.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던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친동생이 볼 뻔했다.

그리고 또 알렉스다.

며칠 전에도 노크하지 않고 마음대로 들어오더니, 지금도...

심지어 아까 전에 지혁과 있을 때 차창을 두드린 것도 그렇고.

그렇게 생각하니 괘씸하다.

자신이 언제 함부로 알렉스의 방에 들어간 적이 있던가?

청소도 미리 물어보고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한다.

이렇듯 친가족이어도 개인사를 존중하는데, 이런 자신에게 배려를 보여주지는 못할망정 계속...

“하아...”

착하디착했던 동생이 어찌 저리 안하무인으로 변해버렸는지... 슬퍼진다.

그나저나 알렉스는 대체 언제 돌아온 걸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로 자위에 흠뻑 빠져있던 자신에게 어이가 없다.

조심조심 일어난 그녀는 거실을 확인해보았다.

시꺼멓다. 알렉스의 방 문 밑의 틈에서부터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안심한 스텔라는 도둑마냥 살금살금 화장실로 향했고, 수전을 아주 약하게 튼 뒤 손을 씻었다.

이후 팬티와 잠옷바지를 갈아입고 알렉스의 방에 노크를 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이 열린다.

기가 죽은 표정을 지은 알렉스가 나와, 스텔라의 시선을 피하며 말한다.

“미안해, 누나.”

“이렇게 노크하라고... 자, 자고 있는데 갑자기 큰소리가 나길래 깜짝 놀랐잖아.”

상당히 누그러진 목소리.

표정을 푼 알렉스가 허겁지겁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음부터는 무조건 노크할게.”

“.... 너 어디 갔다 왔어?”

“친구들 좀 만나러.”

“그래...?”

“누나는? 나 잠깐 나갈 때 주차장에 밴 서있던데.”

빠르게 머리를 굴린 스텔라가 대답했다.

“차에 두고 내린 물건이 있어서 지혁이 오빠가 가져다주느라고... 그리고 스케줄 상의 차 오빠랑 근처 카페에 갔다 왔어.”

거짓말을 해서 죄책감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지혁과 애정을 나누었다고 하면 지혁을 따로 만나 화를 낼 게 뻔했으니까.

“그랬구나...”

“.... 밥은?”

“친구들이랑 간단하게 챙겨먹었어.”

“그래... 알았어. 나 이만 잔다?”

“응. 잘 자.”

지금은 또 왜 이렇게 순한지.

화를 내야 꼬리를 내리는 건가 싶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스텔라는, 아직까지도 뛰고 있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침대에 누워 숨을 훅 들이켰다.

오늘, 처음으로 동생을 크게 혼냈다.

예전엔 화를 내긴 했어도 이 정도로 성질을 부린 적은 없었다.

후련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치부를 감추고 싶어서, 동생의 훈육이라는 이유를 갖다 대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래도 기존과는 차원이 다르게 잘 먹힌다.

알렉스의 표정을 보면 안다. 그는 지금 진심으로 반성을 하고 있었다.

동생의 태도를 고치려면, 가끔은 이런 식으로 혼을 내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후우...”

답답한 숨을 토해낸 스텔라는 눈을 감았다.

흥분도 가셔버렸고... 그냥 자야겠다.

**

고도로 발달된 기술력으로 만든 초소형 정찰기.

그것은 지금 파나마에 있는 열대우림, 다리엔 갭을 비추고 있었다.

각종 위험천만한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아직까지 남아있는 천혜의 오지.

그러나 과학이 무척 발달되고 그 기술로 중무장한 세계연합의 인원들에게 있어서, 이곳 정찰은 그저 산책, 식은 죽 먹기일 뿐이었다.

그들이 왜 이곳에 왔느냐면, 이곳 지하 깊숙한 곳에서만 나는 천연자원을 캐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나와 박사는 왜 이들을 지켜보고 있느냐?

그건 바로 여기에 복제한 아이테르를 숨겨놓았기 때문이었다.

만들긴 했지만 진척은 전혀 없는 복제 아이테르.

이것을 우연찮게 발견하고, 연구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었다.

열심히 열대우림을 헤치고 나아가던 세계연합의 군인과 과학자들.

그들은 다리엔 갭의 한가운데에서 멈췄다.

­시작하시오.

팀장으로 보이는 남성의 말에, 보호복을 입은 과학자들이 앞으로 나서서 군인들을 부리기 시작했다.

잠자코 정찰기가 보내주는 화면을 지켜보던 내가 박사에게 물었다.

“흠집이라도 내면 어떡하지?”

“쓸 만한 기계들을 사용하고 있어서 문제없을 거야.”

“몇 개나 넣어뒀어?”

“다섯 개.”

복제 아이테르 다섯 개라...

저들에겐 너무 과분한 것도 같지만, 연구하느라 서내 개는 날려먹을 테니 딱 적당한 숫자였다.

실수해서 하나가 무용지물이 될 때마다 똥줄이 타서 신중의 신중을 거듭하겠지.

여러 미래과학기기들을 사용하여 땅을 파고, 그 안에 있는 자원을 빨아들이고, 정화시키고...

한참을 그러고 있던 과학자들 중 한 명의 기계에서 이상현상이 발견되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태블릿을 바라보던 젊은 과학자가 중얼거렸다.

­뭐지?

그러자 뒤에 있던 중년 과학자가 다가와 묻는다.

­무슨 일이지?

­아, 그게...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에너지가 자원 옆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자원일까요? 아니면 이물질?

­이물질이라면 경고음이 나타났겠지. 어디 한 번 보자고.

­예, 여기...

태블릿을 받아든 중년 과학자.

화면을 바라보던 그의 얼굴이 점점 심각해져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내 입꼬리가 쓰윽 올라갔다.

저들도 기본적으로 열정이 있고 한가락 하는 과학자들이니, 복제 아이테르의 실체를 보는 순간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기분이 들 것이다.

공기만 축내며 살아가던 쓸모없는 것들아.

이번엔 나와 박사, 그리고 마르셀라를 기쁘게 해주길 바란다.

모든 인력을 동원해서 제대로 연구해라.

세계연합 소속의 과학자들은 물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천재들을 다 데리고 가서 열심히 붙잡아봐.

활성화만 시켜놔.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