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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395화 (395/471)

〈 395화 〉 참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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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컥.

현관문을 연 스텔라가 가장 먼저 느낀 건, 열린 창문에서 들어오는 찬바람이었다.

알렉스가 그런 모양인데, 아직 날씨가 추운데 왜 창문을 열어놓았을까.

뭔가 수상쩍지만 지금은 캐물을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누나, 왔어?”

방 문을 연 알렉스의 말.

힘없는 미소로 화답해준 스텔라가 물었다.

“알바 안 갔어?”

“오늘 대타 보냈어. 계속 일만 하니까 피곤해서.”

“그래...? 밥은?”

“먹었어. 근데 어디 아파? 왜 얼굴이 죽을상이지? 송지혁 걔가 쓴 소리라도 했어?”

“그런 거 아냐. 그리고 지혁이 오빠는 너보다 나이도 많은데 그렇게 말하지 마.”

“난 이 한국식 호칭이 도무지 적응이 안 돼. 고작 한두 살 차이난다고 예의를 차려야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불만을 터뜨리는 알렉스.

미국에 있을 때 허덕이면서 살던 건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이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르는 게 맞는데... 배가 불렀다.

그래도 지혁의 앞에선 반말을 하지 않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야하나 싶다.

“한국에 왔으니까 네가 적응해야지. 그리고 지금까지 잘해놓고 왜 이제 와서 삐딱선을 타?”

“아 알았어. 잔소리는... 날도 좋은데 오랜만에 같이 나가서 외식할래? 나 알바비도 받았는데 내가 쏠게.”

웬일로 이렇게 기특한 말을 다 한담?

방금까지 철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래도 자신에게만큼은 진심이구나.

그러고 보니 동생이 먼저 외식하자고 제안을 한 건 처음인가?

순간 혹한 스텔라였지만, 그녀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음에 먹자. 내일이나 모레나... 나 오늘 피곤해.”

“그래 보이긴 하네. 알았어 그럼.”

“미안해.”

“누나가 미안할 게 뭐있냐? 내가 미안하지. 나 게임하러 간다?”

“응. 시끄럽게 하지 마. 욕도 자제하고.”

“오늘은 혼자 게임해서 욕할 일도 없어.”

헛웃음을 켠 스텔라가 알렉스를 나무랐다.

“친구들이랑 같이 게임하면 더 하지 않아야 되는 거 아니야?”

“욕 안 한다고 강조해서 말한 거지. 그것도 모르냐?”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네게...”

“아 시끄러. 꼰대 같아.”

시큰둥한 표정으로 스텔라의 말을 끊은 알렉스가 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픽 하고 한 번 웃어버린 스텔라 또한 자신의 방 문을 열고 침대에 털썩 누웠다.

조용하고 어두컴컴한 자신만의 공간에 있다 보니, 노르웨이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간단한 도발에 감정조절도 못하고 돌진해버린 것도 모자라, 한 대도 때리지 못하고 완패했다.

‘한심해...’

세화를 비롯한 모두가 자신에게 실망을 했을 것이다.

훈련을 해도 달라진 게 없어서, 이토록 서툰 사람이 동료라서.

한숨을 푹푹 내쉰 스텔라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한참을 고민한 뒤에야 세화에게 문자를 보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괜찮아. 실수하면서 성장하는 거야. 박사님께서 화가 나신 이유는 너도 잘 알지?]

[마물을 상대하고 있다는 경각심이 부족했습니다.]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화로 표출되신 거니까 마음에 크게 담아 두지는 마.]

호되게 혼이 날 줄 알았는데 도리어 격려를 받으니 더욱 죄송스럽다.

[네, 알겠습니다. 내일 훈련시켜주실 수 있어요?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물론이야.]

[감사합니다, 선배님.]

세화와의 문자를 마친 스텔라는 이번엔 인터넷에 들어가 뉴스란을 보았다.

예상대로, 메인화면에 마물 뉴스가 나타나있었다.

[노르웨이에 출현한 S급 마물 격퇴, 비스트 슬레이어의 활약으로 피해 경미.]

제목만 읽었을 뿐인데 절로 얼굴이 화끈거린다.

격퇴? 피해 경미? 전부 틀렸다.

그 마물이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면 피해 규모는 어마어마했을 터였다.

S급 마물은 비스트 슬레이어의 도움 없이는 토벌하기가 불가능한 마물.

그렇게 생각하니 적기수가 다른 마음을 먹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하아...”

착잡한 기분. 동시에 호승심이 끓어올랐다.

다음에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다시 만난다면 오늘만큼 무기력하게 패하진 않으리라.

오늘은 참 힘든 날이었다.

옆에 지혁이 있다면 좋았을 텐데... 초대라도 하고 싶었지만 알렉스가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차라리 차 안에서 지혁과 꼭 껴안고 오랫동안 있을 걸 그랬다.

‘밤에 잠깐 만날까...?’

그래야겠다고 다짐한 스텔라가 충전량을 확인해보았다.

41퍼센트. 많이 소모되지는 않았지만,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충전을 하긴 해야 한다.

지혁과의 진한 스킨십을 상상하니 얼굴이 후끈해진다.

“후...”

한참 손부채질을 하던 그녀는, 베개를 자신의 얼굴에 가져다대고 꾹 눌렀다.

죽을 위기를 벗어난 날임에도 이런 야한 생각이라니...

인정한다. 자신은 변태다.

**

츠르륵... 츠르르륵...

기이한 소리를 내며 규칙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복제 아이테르.

좁디좁은 공간에 갇혀있는 그 에너지를 바라보던 박사가 말했다.

“솔직히 말할게. 버리기엔 너무 아까워. 내가 없을 때도 마르셀라가 계속 해왔던 연구였잖아.”

“그렇긴 하지.”

“너무 마족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면서 이걸 붙잡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그리고 어쩌면 완성은 잘 됐는데, 우리에게서 느껴지는 마기 때문에 스스로 잠들었을 수도 있어. 복제했다고는 하지만 아이테르는 기본적으로 정의로운 힘이니까.”

“해결방안이라도 생각난 모양이네? 말이 많아지는 걸 보니까.”

자신의 배를 약하게 쓰다듬은 박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해결까지는 아니야. 오히려 도전에 가깝지. 우리에겐 신선한 바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때?”

“신선한 바람?”

“지금 지구엔 영웅을 절실하게 원하는 곳이 하나 있잖아.”

바로 생각난다.

박사가 수뇌부를 다 갈아치웠음에도 다시금 야욕을 드러내는 놈들.

우리를 크게 시기하는 하찮은 인간들의 집단.

“세계연합을 말하는 거야?”

“맞아. 최근엔 언론플레이까지 할 정도로 우릴 경계하고 질투하는데, 넘겨줘보면 어때?”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기술력도 달리는 놈들이 뭘 하겠다고.”

“빈곤한 예술가에게서 걸작이 나온다는 격언이 괜히 있는 줄 알아? 간절함이 있으면 뭘 해도 성공하는 법이야.”

“놈들이 그만큼 간절한가?”

“지금 저긴 우릴 입맛대로 컨트롤하지 못해서 화를 내고 있어. 철저한 을의 입장인 상황에 열등감을 갖고 있기도 해. 그러니까 한 번 내어줘 보자. 어차피 우리가 갖고 있어도 제자리걸음인 건 똑같잖아. 혹시 알아? 만약 잘돼서 새로운 영웅이 하나 탄생할지. 그러면 네 권속으로 만들어서...”

묵묵히 박사의 말을 듣고 있던 나는 한손을 들어올렸다.

“나는 이대로가 좋아. 스텔라를 마지막으로 위장은 그만둘 거야.”

“나도 스텔라를 떨어뜨리는 일처럼 긴 시간이 걸리는 일은 동의하지 않아. 강제로 납치해서 정신을 망가뜨린 다음 세뇌시키면 돼. 아니면 악의를 집어넣어도 되고. 물론 세계연합 쪽에서 성공했을 때의 얘기지만.”

험악한 말을 서슴없이 하는 박사였다.

황당한 웃음을 터뜨린 내가 물었다.

“정신이 망가지면 아이테르도 힘을 잃지 않을까?”

“적어도 지금처럼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보단 낫잖아.”

“맞는 말이네. 어떻게 주려고?”

“우연히 발견하도록 만들면 좋을 것 같아. 지구에 있는 모든 고학력자를 총동원할 텐데, 만약 정말로 새로운 영웅이 탄생하면... 우린 세계연합에서 만든 걸 빼앗아먹기만 하면 그만이야.”

도박이긴 하다.

하지만 리스크가 적은 도박이었다.

왜? 우린 세계연합이 뭘 하든 다 알고 있으니까.

박사의 말대로 세계연합에서 성공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진척이 보인다 싶으면 회수한 뒤 우리가 연구를 재개하면 된다.

천계를 정복할 날이 머지않았는데, 마물들 외에도 쓸 만한 전투원들을 양성하긴 해야지.

애초에 복제 연구를 한 이유도 그러기 위해서고.

의자에 앉아 턱을 괴고 있던 나는, 박사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해.”

**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핼쑥해진 스텔라의 얼굴.

마음고생이 엄청 심했나보다.

말없이 뒷좌석에 탄 스텔라는, 평평하게 펴진 의자에 누워 제 집인 양 담요를 덮었다.

그리고는 운전석에 앉아있는 날 빤히 쳐다보았다.

얼른 오지 않고 뭐하냐고 묻는 것 같다.

스텔라의 옆으로 자리를 옮긴 나는,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자긴 잤어?”

“한 시간 정도...? 노력은 했는데... 잘 안 됐어. 근데 여기 오니까 막 잠 온다...”

집보다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장소,

내가 있음으로 인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

그게 바로 차 안이었다.

나는 실내조명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쳐진 커튼에 빈틈이 있나 확인해보았다.

이후 스텔라의 머리맡에 앉아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올렸다.

“잠깐 눈 좀 붙이자.”

“그건 안 돼... 아, 맞다... 어떻게 됐어? 왜 그 마물이 그냥 돌아간 거야?”

“마물은 지구에서 나타나는 게 아니다보니까... 조사는 해봤지만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어. 계속 알아봐야지.”

“그렇구나...”

천천히 수긍한 스텔라가 자신의 옆을 툭툭 건드렸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오빠 여기 누워봐.”

애써 그윽한 눈으로 날 바라보려는 게 귀엽기도 하고, 요망하기도 하다.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이후 모르는 척 물었다.

“이제 자려고?”

“아, 아니... 자긴 잘 건데... 나 오늘 할 일 있어...”

“할 일?”

“지, 집에 있으면서 많은 고민을 해봤어... 나 오늘 엄청 한심했잖아...”

“그 정도까진 아냐. 호기를 못 이겨서...”

“아 오빠...! 내 말 먼저 끝까지 들어봐...”

콧소리까지 섞어가며 앙탈을 부리는 스텔라.

너 지금 내 손목을 부서져라 붙잡고 있는데, 그건 알고 있니?

“알았어. 얘기해.”

“응... 난 오늘 비스트 슬레이어라고 할 수조차 없었어... 근데 막 오기가 생긴다? 꼭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내, 내일 이세화 선배님하고 훈련 약속도 잡았어. 엄청 오래할 생각이야. 그래서...”

“응.”

“그래서... 그래서...”

스텔라는 계속 같은 말만 반복했다.

먼저 내게 해달라고 하기가 껄끄러운 모양.

조금만 더 용기를 내면 돼.

눈 딱 감고 말해. 우리... 아니, 나만의 소심한 덜렁아.

“그래서... 나... .....해.”

용기를 내긴 냈는데,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뭐라고 말했는지는 확실하게 예상할 수 있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스텔라의 앞으로 귀를 가까이 가져갔다.

“뭐라고?”

“힉...!”

갑작스레 콧바람을 내뱉더니 움찔하는 그녀.

한동안 입을 오물거리던 그녀가 내 손목을 잡은 손에 어마어마한 힘을 주었다.

그리고는 아까보다는 큰소리로 말했다.

“나... 많이 채워야 해... 추, 충전... 아이테르...”

아주 잘했다.

기특해서 안아주고 싶을 정도다.

이제 다음번엔 오늘보다 훨씬 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겠지.

그 다음번엔 그때보다 더더욱 수월해질 테고.

이렇게 적응하면서 성욕에 눈을 뜨게 되는 거란다.

잠깐 침묵한 나는, 스텔라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많이?”

“응... 마, 많이...”

“얼마나 많이?”

“최대한 많이... 아 오빠아...! 좀...!”

짜증내는 모습이 귀여워 죽겠다.

일부러 짓궂게 물어보고, 그 반응을 보는 게 재미있어서 미치겠다.

오늘은 저번보다 수위를 더 높게 가져가야지.

목소리를 죽이고 대소를 터뜨린 나는, 손목을 잡은 스텔라의 손을 풀었다.

이후 그녀의 배 위에 손을 올려 시계방향으로 천천히 쓰다듬었다.

접촉한 부위가 최소한이 되도록, 스텔라가 간지럼을 느낌과 동시에 흥분도 하도록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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