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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391화 (391/471)

〈 391화 〉 마법의 단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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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단다.

귀가 녹아내릴 만큼 좋은 목소리로 자신에게 사랑한단다.

보영의 집에 온 지금도, 연습을 하고 있는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오늘 끝나면 지혁과 뭐할까?

어차피 내일도 쉬는 날인데, 영화관에서 영화라도 볼까?

아니, 알아보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말하며 거절할 게 뻔하다.

그러면 그냥 차에서 데이트를 해야 하나?

맨날 거기서만 만나는 것 같아서 좀 그런데... 차에선 할 것도 없고...

“.... 라.”

“.....”

“스텔라.”

데이트 장소를 고민해보던 스텔라는, 보영의 엄한 부름을 듣지도 못했다.

“사랑해.”

그저 지혁이 했던 달콤한 마법의 단어를 중얼거리며 되뇔 뿐.

그녀의 그런 행동에 인상을 팍 구긴 보영이 언성을 약간 높였다.

“뭐라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스텔라가 흠칫하며 말했다.

“아, 네...! 부르셨어요?”

“방금 사랑해라고 한 건 뭐니?”

“네...? 제가 그랬어요...?”

“부르는데 대답도 안 하고, 집중도 못하고, 혼잣말까지 하고... 정신 못 차리지?”

“조, 죄송합니다...”

“얼굴은 왜 그래? 어디 아파?”

손등으로 스텔라의 이마와 뺨을 만져본 보영이 화들짝 놀랐다.

“왜 이렇게 뜨거워? 감기 걸렸어?”

뜨겁다고? 화끈해진 얼굴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나보다.

하긴, 달달하기 그지없는 고백을 들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음... 그냥... 그냥...”

“그냥 뭐?”

연습과 데이트. 둘 중 뭘 할지 고민된다.

자신은 아직 초보 가수다.

하루에도 빠짐없이 연습을 해야 하고, 가르침을 받아야 된다.

그러니 당연히 전자를 선택하는 게 맞다.

그러나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나니, 오늘만큼은 지혁과 오랜 시간을 함께 있고 싶었다.

그 말을 듣기 전이었다면 당연히 연습을 했을 텐데... 지금은 집중이 전혀 안 될 것 같았다.

이 상태에서 연습을 하면 분명히 하는 둥 마는 둥 할 테고, 보영에게 혼쭐이 날 것이다.

딱 하루만.

하루만 땡땡이치자.

결심이 선 스텔라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보영을 불렀다.

“저... 언니.”

“응?”

“사, 사실 감기에 걸리긴 했는데, 심하진 않은 것 같아서 왔거든요...? 근데 여기 오니까 막 어지럽네요... 그래서 오늘은 쉬면 안 될까요...? 콜록!”

얕게 기침하는 척을 한 스텔라는 죄책감에 몸 둘 바를 몰랐다.

하늘처럼 우러러보아야할 스승님에게 거짓말을 했다.

너무 죄송스럽다.

하지만 지혁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컸다.

“그래? 많이 어지러워?”

“조금요...”

“너는 아프면 말을 해야지, 미련하게 연습하러 오냐? 아픈 상태에서 연습하면 목에 무리 가는 거 몰라?”

“조, 죄송합니다...”

“여기서 자고 가.”

“네...?”

“어지럽다며. 그냥 집에 보내기 걱정되니까 여기서 쉬었다가 상태 한 번 보자. 약 챙겨줄게.”

저 대답을 기대한 게 아닌데... 빨리 핑계를 대자.

당혹스런 마음을 감춘 스텔라가 말했다.

“지, 지금 주차장에 지혁이 오빠가 있어요. 저 연습 끝날 때까지 기다려준다고 했는데... 오빠한테 태워다달라고 할게요.”

“너는 지혁이를 그냥 거기 둔 거야? 연습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어?”

마치 타박을 하는 것 같은 보영의 말투.

스텔라가 황급히 손을 휘저었다.

“아뇨...! 지혁이 오빠가 먼저 기다린다고 말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니, 됐다. 그럼 그렇게 해. 주차장까지는 갈 수 있어?”

“네, 막 기절할 정도로 어지러운 건 아니어서요... 조심해서 갈게요. 연습해야하는데 죄송합니다...”

“괜찮아. 앞으로 아프면 미리 언질이라도 해. 알았니?”

“알겠습니다... 이만 가볼게요.”

보영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스텔라는, 갈아입었던 팬티를 잊지 않고 챙긴 뒤 스승의 집을 나섰다.

그러다 기이한 감정에 휩싸였다.

지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보영의 반응이 약간 거슬렸다.

마치 지혁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은 투였는데... 착각인가?

설마 자신을 만나기 전에 보영과 뭔가 있었던 건 아니겠지?

“.....”

아까 보였던 보영의 행동을 되짚어보던 스텔라는,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요새 예민해져서 그렇다. 망상에 빠지지 말고 지혁과 뭘 할지나...

“.... 읏...!”

스텔라의 허리가 돌연 살짝 굽어졌다.

지혁과의 뜨거운 스킨십이 자연스레 생각났기 때문.

자신의 엉덩이와 허리, 그리고 가슴을 만지던 지혁의 손길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진짜 미쳐버릴 정도다. 이놈의 성욕은 시도 때도 없이 끓어오르나?

이번에도 젖으면 안 된다. 진짜로 곤란해질지도 모른다.

빠르게 심호흡을 한 스텔라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 보니 충전량을 확인해볼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내려가면서 디바이스의 버튼을 눌러본 스텔라는, 눈앞에 나타난 수치에 입이 떡 벌어졌다.

[29%]

‘2, 29...?’

지혁과 그 일을 한 것만으로도 이 정도나 채워졌다는 말인가?

물론 꽤나 오랜 시간을 했고, 굉장히 좋긴 했었다.

허나 끽해봐야 10퍼센트 정도 찼을 줄 알았는데...

흥분한 정도에 따라 충전량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이렇게나 와 닿을 줄이야... 어이가 없다.

‘나, 난 진짜 변태인 건가...?’

천박해 죽겠다. 미치고 팔짝 뛸 정도다.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타이밍인가 싶다.

애꿎은 엘리베이터의 바닥을 쿵쿵 찬 스텔라는, 왜 자신이 화를 내고 있지? 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천박하게 여길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호재라고 볼 수 있었다.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깊어지고, 충전도 빠르게 되고...

이게 호재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배 아파...’

아랫배가 찡하게 울려옴을 느낀 스텔라는, 그냥 좋게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

굼벵이마냥 천천히 차를 향해 걸어오는 스텔라가 보인다.

딱 봐도 연습을 빼먹었구나.

하긴, 네가 가수에 진심이라고는 해도, 오늘 일어난 사건이 워낙 커서 집중하기엔 힘들었겠지.

알아서 뱀의 아가리로 들어오는 스텔라를 보던 나는, 빠르게 뒷좌석으로 움직여 자는 척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더니, 주차장 특유의 매캐한 냄새와 함께 찬바람이 훅 들어왔다.

이어서 스텔라가 올라와 내가 덮은 담요를 약간 걷어냈다.

이 담요는 스텔라의 애착이 무척 강한 물건이다.

그럼에도 딱히 빼앗으려 하지 않는 걸 보니, 내가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선 관대한 것 같다.

저번에 알렉스가 덮으려 했을 땐 어땠더라?

덮지 말라고 타일렀었지 아마?

그런 의미에서 지금 보이는 반응은 아주 좋은 징조다,

“오빠...”

날 깨우려는 것 같은데, 목소리가 너무 작다.

저래서야 더 자라고 등을 떠미는 수준.

미동도 없는 척 눈을 감고 있으니, 스텔라가 내 허리를 콕 찔렀다.

“오빠, 일어나.”

건드리기까지 했으니 연기는 이쯤하자.

눈을 게슴츠레 뜬 나는, 스텔라의 얼굴과 시계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자 스텔라가 배시시 웃더니 말한다.

“나 오늘 연습 쉬어.”

“.... 그래? 왜?”

“쉬기로 했어. 나중에 보영이 언니가 오빠한테 연락하면 받지 마.”

“그건 또 왜? 싸우기라도 했어?”

“내가 언니랑 왜 싸워? 아 받지 말라면 그냥 받지 마. 알았지?”

“거짓말했구나.”

그 말에 찔끔한 스텔라가 순순히 실토했다.

“응... 오빠랑 있을래... 스케줄이 밀려있는 상황에서 훈련도 해야 되고, 노래 연습도 해야 되는데 땡땡이치는 건 잘못된 일이긴 해. 근데 딱 오늘만 쉴게... 나 이 상태론 연습 못해...”

내가 혼낼 줄 알고 먼저 선수를 치는 모습이 깜찍하다.

잠깐 말없이 스텔라를 노려보듯 바라본 나는, 낮은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이번만이다?”

“응... 이번만... 이, 일단 우리 집으로 가자.”

집은 왜? 설마 또 젖은 거야?

홍조 띤 뺨을 보니 맞는 것 같다.

너 벌써부터 이러면 나중에 첫경험을 했을 땐 어떡하려고 그러냐?

이러면 반응이 궁금해져서 네 방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싶어지잖아.

“지금?”

“응, 지금. 나 놓고 온 거 있어서.”

“알았어.”

“담요는 나 줘. 덮고 갈 거야.”

행여나 내게 젖어있는 모습을 들킬까 무서운 모양이다.

“조수석에 안 타고?”

“그... 음... 다, 담요에 오빠 냄새 뱄잖아... 다시 내 냄새로 덮을 거야.”

생각한 핑계가 그거냐?

네가 아델보다 몇 배는 더 엉뚱하다야.

“그래...? 뭐... 알았다.”

“바, 방금 그거 뭔데? 그냥 넘어가주겠다는 그 표정 뭐야?”

제 발을 저려놓고 도리어 성을 내는 스텔라.

웃음을 간신히 참아낸 내가 물었다.

“내가 언제 그런 표정을 지었다고? 너 혹시 나한테 숨기는 거 있어?”

“뭐래... 그런 거 없는데? 빨리 출발하기나 해...!”

그리 말한 스텔라가 머리끝까지 담요를 덮어썼다.

헛웃음을 켠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운전석으로 향했다.

그렇게 스텔라의 집 앞으로 향한 나는,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어? 누나?”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며 다가오던 알렉스와 딱 마주친 것이다.

휘청거리며 차에서 내리던 스텔라는, 동생을 보더니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너 뭐야...? 알바 간 거 아니었어?”

“친구가 돈 좀 필요하대서 오늘 하루만 대타 보냈어.”

“그래도 되는 거야? 사장님께서 안 좋아하시는 거 아니야?”

“미리 말해둬서 괜찮아. 근데...”

말끝을 흐린 알렉스가 스텔라와 날 쓰윽 훑어보았다.

빨개진 스텔라의 얼굴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알렉스의 반응을 눈치채지 못한 스텔라가 놈의 등을 툭 쳤다.

“야, 나 지금 화장실 가고 싶으니까 먼저 올라간다?”

거의 통보하듯 말하고 공동현관 안으로 쌩 들어가버린 스텔라.

어지간히 급했나보다.

그런 누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알렉스가 날 돌아보며 말했다.

“형.”

“응?”

“잠깐만 이리 와봐.”

갑자기 반말을 하고... 빡쳤냐?

알렉스를 따라 근처 골목길로 들어가자, 그가 내 어깨에 어깨동무를 하더니 스산한 목소리로 말한다.

“혹시 우리 누나한테 선 넘은 거 아니죠?”

신성한 애정행위를 그렇게 정의하다니... 사형감이다.

목을 자르고 피를 전부 빼낸 다음 개의 먹이로 던져주겠노라.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선을 넘다니?”

은근히 긁어대는 말투로 반문하니, 알렉스의 한쪽 주먹이 쥐어졌다.

날 때릴까 말까 고민하는 것 같은데... 맞을 준비 됐으니까 패주면 안 될까?

아직 그 정도 용기는 없는 거야? 아니면 덜 악독해진 거야?

조롱이라도 해야 때리려나 싶지만, 이건 나중으로 미뤄둘 거다.

스텔라의 마음에 악의가 들어갈 틈이 생겼을 때 터뜨리기 위해서 말이다.

조롱을 들은 알렉스가 내 면상에 죽통을 갈기고...

집으로 돌아와서 날 만나지 말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업보 스택이 이미 쌓일 대로 쌓인 상황이라 스텔라는 귓등으로도 듣질 않고...

종국에는 자신과 나와의 관계를 동생이 파탄 낸다고 생각하게 되는 그림...

상상만 해도 꼴리잖아.

날 죽일 듯 노려보는 알렉스.

나는 일부러 여유로운 표정으로 놈의 눈싸움을 받아주었다.

왜 그런 사람 있잖은가.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해도 재수가 없는 놈.

알렉스는 날 그런 놈으로 생각해야 한다.

뭐 하지도 않았는데 기분이 더럽다고 느끼게끔, 나중에 가면 살살 자극하는 말에도 터질 수 있게끔 말이다.

한참동안 그러고 있던 알렉스가 훅! 하는 입바람을 내뱉으며 앞머리를 불었다.

“형 누나 매니저죠?”

“그렇지?”

“누나랑 소속사가 갑이고 형은 을인 것도 알겠네?”

“알지.”

“그럼 괜히 누나 신경 거슬리게 하지 말고, 매니저 역할이나 잘해요. 싸우지 말라고. 알았어요?”

아... 너 설마 나랑 스텔라가 말다툼이라도 한 줄 아는 거냐?

이런 개 병신 같은 새끼... 눈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아니면 스텔라와 내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른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건가?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안 싸웠어.”

“아이 씨... 알았냐고요!”

“왜 화를 내고 그래? 알았어. 명심할게.”

“그리고 오만 원 있으면 좀 빌려줘봐요. 나중에 갚을게.”

어이가 없네. 이럴 생각이었으면 일단 돈부터 빌려놓고 화를 내지.

이 무안한 분위기 어떡할 거야.

게다가 오십만 원도 줄 수 있는데, 꼴랑 오만 원...

그릇이 작은 네놈을 키우기가 참으로 힘들구나.

“오만 원? 잠깐만...”

알렉스야, 빨리 개새끼 중에서도 질이 훨씬 나쁜 개새끼가 돼라.

대마초도 더 피우고, 가끔 코카인 같은 중독성이 심한 마약도 하면서 업보를 쌓아나가라.

스텔라의 복장이 뻥 터져버릴 정도로 말이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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