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9화 〉 구원, 진리 #2
* * *
“교주님... 저... 너무 떨려요...”
시술용 의자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는 신도의 말.
중요부위만을 간신히 가린 끈팬티를 입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야하다.
창피할 만도 하지만 그런 기색은 전혀 없다.
그저 경외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고만 있을 뿐.
유세라, 송혜윤을 제외한 신도들은 악의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민간인이다.
그럼에도 내게 절대적인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흔들리는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는 세뇌란 이렇게 무섭다.
초자연적인 현상에 내성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내 능력을 본 것도 이러한 믿음에 한몫했겠지.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내가 말했다.
“이름이 서혜지라고 했던가? 대학생이라고 했지?”
“맞아요...”
“학교는 어디지?”
“원미대학교입니다... 경제학과에 재학 중이에요...”
“원미대라... 똑똑한 신도로구나.”
교주가 직접 해주는 칭찬을 들어서였을까?
서혜지의 눈이 몽롱하게 변했다.
“가, 감사합니다, 교주님...!”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
“스물두 살입니다...”
“이제 3학년이겠군. 원미대에 입학할 수 있을 정도면 한국대를 노려봐도 됐을 텐데?”
“그게... 예비 1번이었지만 제 차례는 없었어요...”
안타깝구나.
하긴, 한국대를 포기하는 사람은 없다시피 할 테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한국대로 편입할 수 있게 힘을 써주마. 사흘 안으로 연락을 주라 할 테니 준비하도록 해라.”
그 말에 서혜지가 화들짝 놀랐다.
“네...? 정말이세요...?”
“내가 누구인지 잊었느냐?”
“아...!”
한 차례 탄성을 터뜨린 서혜지의 안색이 안정적이게 바뀌었다.
그녀의 입장에서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신이다.
그것을 깨달았기에 침착함을 되찾은 것이다.
감격에 겨워한 그녀가 말했다.
“저 같은 말단 신도에게 은총을 베풀어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교주님을 위해 열심히 포교활동을 하겠습니다...”
“그러라고 해주는 일이 아니다. 가족끼리 뭘 바라고 선물을 주던가?”
“교, 교주님...!”
이젠 눈물까지 글썽이는 서혜지.
이런 식으로만 립서비스를 해주어도 신도들은 내게 충성의 충성을 맹세하며 더욱 열심히 일을 할 것이다.
사이비는 철저하게 사람을 파괴하고, 머릿수가 많아지면 사회를 좀먹어 병들게 만든다.
신도들의 재산을 빼앗고 거의 노예를 부려먹듯이 한다.
그러나 타이라트교... 아니, 대외적인 이름인 구원진리교는 다르다.
신도들을 좋은 쪽으로 지원한다.
합숙을 시키긴 하지만 경제활동을 하거나, 학교를 다니거나 하는 기본적인 것들은 보장해준다.
믿음으로 치유되는 마음의 상처는 덤.
이렇게 내면을 치유해주고 매일같이 행복과 안정을 주는데, 과연 구원진리교를 사이비라 칭할 수 있을까?
아니, 그렇지 않다.
신봉해야할 대상인 교주의 명으로 인해 어떠한 일을 하든 행복으로 치부하게 된다면, 그것은 사이비가 아니다.
경건하고 기쁜 마음으로 수행해야하는 성스러운 임무... 즉, 성무일 뿐.
이렇게 구원진리교는 만인... 이 아니라, 아름답고 젊은 여인들을 위한 진실된 종교로서 지구에 뿌리를 내릴 것이다.
“내가 바라는 건 따로 있다. 날 향한 사랑과 믿음, 이 두 가지면 족하다.”
나는 서혜진의 가랑이 사이로 손을 뻗었다.
돌발적인 행동이었음에도,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몸에 힘을 빼고 다리를 활짝 열었다.
심지어는 아래에서 애액이 빠르게 흘러나와 팬티를 적시기까지 했다.
내 손길이 무척 기쁘고, 날 위해 처녀를 바칠 각오가 되었다는 방증이었다.
“다, 당연해요...! 오늘 깨달았어요... 제, 제가 여태까지 정조를 지켜온 이유는... 교주님의 은총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부디... 앗...♡”
상당히 흥분했는지, 말을 하다 말고 신음을 터뜨리는 그녀.
그녀의 보지를 살살 어루만지던 내가 말했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거라. 네겐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느냐?”
“아, 그렇습니다...! 교주님만의 신도라는 증표를 새겨야합니다...! 구원진리교를 위해... 교주님을 위해...!”
“나중에 자리를 따로 마련하여 은총을 내려주도록 하마.”
“네, 교주님...”
그렇게 서혜지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덜컥.
문이 열리더니 이주연이 문신 시술용 도구를 들고 들어왔다.
요즘 나오는 도구가 아니라, 옛날에 사용하던... 시술할 때 꽤나 아픈 도구였다.
일부러 고통을 느끼게끔 하여 그 아픔을 진정한 신도가 되었다는 성취감으로 승화시키라고 했다지 아마?
살벌하다. 그리고 아주 마음에 든다.
이주연 또한 서혜지처럼 중요부위만을 가린 속옷을 입은 채였다.
노출된 피부 여기저기 새겨진 문신이 썩 야하게 보였고, 왁싱을 했는지 면적이 좁은 팬티 양옆이 무척 깨끗했다.
굽이 굉장히 높은 하이힐까지... 누가 보면 봉사를 하기 위한 복장인줄 알 정도다.
그나저나 서혜지도 똑같이 깨끗하던데... 왁싱은 그냥 일반인한테 받은 건가?
다음 포교대상은 왁서를 포함시키라고 시켜야겠다.
우리 신도들의 몸을 언제든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지.
내가 있는 줄은 몰랐는지, 이주연이 당황해하다가 고개를 숙였다.
“교, 교주님을 뵙습니다...! 함부로 들어와서 죄송합니다... 계신 줄 모르고...”
“괜찮다. 머리가 띵하지는 않느냐?”
기절했던 일을 말함이었다.
부끄러움과 놀라움이 공존한 표정을 지은 이주연이 대답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멀쩡해요.”
“다행이군. 앞으로 고생하게 될 텐데, 잘 부탁하마.”
“기, 기쁜 마음으로 하겠습니다! 격려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교주님...!”
“네 경우는 직접 시술을 하나?”
“맞습니다.”
“한 번 새기면 지우기 쉽지 않은 것이 문신일진대, 혼자 하다가 실수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그러지 말고, 내 앞에 서보아라.”
“아, 네...!”
내가 무언가를 하려는 걸 본능적으로 눈치챘는지, 이주연의 동공이 기대감으로 번들거렸다.
앞에 차렷 자세로 선 이주연.
그녀의 하복부에 손을 갖다 댄 내가 말했다.
“조금 아플 것이다. 기절하면 안 된다.”
“차, 참을게요...!”
“장하구나.”
말을 끝마친 나는 마력을 일으켰다.
불빛 하나 없는 야음보다 더욱 어두운 기운이 손바닥에 모이고,
치이익...!
곧이어 이주연의 아랫배에서 타는 소리가 나더니,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흐으으읍...!”
고통이 상당할 텐데도 이를 악 무는 이주연을 보니, 새삼 신앙이 가진 힘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흡...! 으으읍...!”
이주연의 아랫입술에서 피가 새어나온다.
너무 꽉 물어서 이빨이 살점을 뚫고 나간 것이다.
그녀의 몸이 떨리기 시작할 때쯤, 나는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그녀의 옆으로 가서, 팔을 뻗어 허리를 둘렀다.
“끝이다. 잘 참아주었다.”
“가, 감사... 합니다아...”
이주연을 부축하여 거울 앞까지 데려간 나는, 그녀가 보란 듯 아랫배를 가리켰다.
“보아라.”
그러자 힘겨운 숨을 몰아쉬던 이주연이 거울을 보았다.
이후 까무러칠 정도로 놀라고야 말았다.
그녀의 아랫배에 교의 표식이 새겨져있었기 때문이다.
자극받아 새빨갛게 변한 피부 안쪽에 마치 문신처럼 시꺼멓게 그려진 신도의 증표.
그것을 확인한 이주연의 얼굴이 황홀함으로 물들었다.
“아... 아아아...!”
공중을 부양한 것도 모자라 교주가 직접 증표까지 새겨주었다.
이주연의 입장에선 축복을 받은 것처럼 느껴졌으리라.
슬쩍 서혜지를 바라보니 부러운 눈으로 이주연을 쳐다보고 있다.
저 눈에 질투의 감정은 들어있지 않았고, 자신도 내게 쓸모 있는 신도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것처럼 보이기만 했다.
그녀들의 저러한 모습을 보니, 교주 노릇이 재미있게 생각되어진다.
날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준비가 된,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아름다운 신도들.
이래서 사이비들의 수장이 어떻게든 자리를 유지하려고 하는구나.
아랫도리에도 자극이 막 오고... 중독이 될 것 같다.
**
딩동!
경쾌한 벨소리가 울려 퍼지고 얼마 후,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층간소음 한 번 심하게 일으킨다. 아랫집에 사람이 있다면 화를 내겠군.
뒤이어 현관문이 벌컥 하고 열리더니, 평상복 차림의 스텔라가 날 맞이했다.
“왔어? 얼른 들어와.”
“알렉스는?”
“알바 갔다고 했잖아. 잠결에 전화 받아서 기억 안 나나보네?”
아니, 기억은 나는데 일부러 물어본 거야.
스텔라의 집 안으로 들어온 나는, 신발을 벗자마자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 행동을 미리 파악한 스텔라가 황급히 주방으로 자리를 피하자 미수에 그쳤다.
아직은 쑥스러움을 타고 있는데... 그래서 어떻게 훈련할래?
오늘 최소한 30퍼센트는 채워놔야 내일 어깨 피고 훈련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피식한 내가 장난스레 물었다.
“왜 도망가?”
“누, 누가 도망갔다고... 얼른 밥 먹자.”
“약속시간까진 한참 남았는데, 천천히 해.”
“배고프니까 그러지...! 근데 오빠, 혹시 집에서 이상한 냄새 안 나?”
우리 둔한 덜렁이, 드디어 방향제에 섞인 대마초 냄새를 맡았구나.
그 특유의 옥수수 쩐내는 잘 사라지지 않고 누적이 되지.
“냄새?”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한 나는 숨을 몇 번 반복해서 쉬어보았다.
그리고는 의도적으로 인상을 약간 찡그렸다.
이런 내 얼굴을 본 스텔라가 말했다.
“나지?”
“응. 확실히 뭔가 이상한 냄새가 섞여서 나긴 나네.”
“그치?”
“방향제가 잘못됐나? 뭐 음료수라도 탄 건 아니지?”
“그럴 리가 있어? 내가 확인해봤는데 방향제엔 이상 없어. 어쨌든 냄새가 약간 거슬리는데... 내가 너무 민감한 건가?”
조금만 더 잘 생각해봐.
너 미국에서 살았잖아. 길 가다가 몇 번은 맡아봤을 거 아냐.
블랙체리 향에 섞여있는 그 냄새를 상기해내렴.
지금 말고, 나중에 돌아와서.
나는 스텔라가 코를 킁킁거리는 틈을 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아까 못한 키스를 이마에다가 해주었다.
그러자 스텔라가 깜짝 놀라더니 내 가슴팍을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는지 그냥 손만 올린 상태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아 뭐해...!”
말이랑 행동이 너무 다르잖아.
“왜? 싫어?”
구석진 곳으로 도망치듯 물러난 스텔라가 말을 더듬었다.
“시, 싫은 게 아니라... 예고는 하고 들어오든지 해... 놀랐잖아... 오늘따라 왜...”
오늘따라 왜 이렇게 과감하냐고?
너도 광신도들이 있는 종교의 교주 한 번 해봐.
세상이 전부 내 것처럼 생각돼서, 모든 일들이 쉬워 보여.
그리고 너도 예상했잖아. 내가 이럴 거라는 것을.
트드득...! 트득!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등 뒤로 손을 가져간 스텔라가 벽을 긁으면서 나는 불협화음.
넌 어째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질 않냐. 귀여워가지고...
어깨를 으쓱인 나는 스텔라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한걸음, 또 한걸음.
거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벽을 긁는 소리의 템포가 빨라지고 사운드가 커졌다.
얼핏 보기엔 불안해하는 것 같지만, 스텔라의 표정에 서려있는 감정은 명백한 기대감이었다.
스텔라의 코앞까지 접근한 나는,
“밥... 다 식는데...”
그녀의 핑계를 듣고 콧방귀를 꼈다.
“밥솥에 있는데 왜 식어.”
“아, 그... 밥이 아니라 국...”
“국은 아직 뜨지도 않았잖아.”
“.....”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는지, 스텔라가 입을 앙다물었다.
원망이 섞여있는 시선은 덤.
그 틈을 탄 나는, 스텔라의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햑!”
곧바로 튀어나오는 격한 반응.
교성인지 비명인지 모를 감탄사를 터뜨린 스텔라의 몸이 파리하게 떨렸다.
평소와 같아 보이지만 분명히 어제보단 거부감이 덜하다.
조금이나마 적응한 것이다. 나와의 스킨십을.
나는 스텔라가 안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부드럽게 그녀의 몸을 만졌다.
양옆으로 보기 좋게 튀어나온 골반, 그곳에 손을 댄 내가 말했다.
“밥은 조금만 있다가 먹자. 알았지?”
“.....”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두어 번 끄덕이는 그녀.
속으로 쾌재를 부른 나는, 스텔라의 골반을 힘을 주고 당겨와 내 몸과 밀착하도록 했다.
서로의 하반신이 딱 달라붙게 되자, 스텔라가 ‘흐익...’ 하는 귀여운 비명을 터뜨렸다.
웅...
미세하게 울리는 디바이스의 소음까지... 완벽하다.
너의 첫 번째 보금자리.
동생과 단둘이 사는 이곳에, 내가 뿌린 먹물이 남겨지는 기념비적인 날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