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4화 〉 자칭 연애고수 아델의 성교육 #2
* * *
“성교육...?”
“네, 막내가 빨리 다리를 벌리도록 제가 성교육을 할 생각이니, 내일 막내는 제가 사용하겠어요. 그리고 김민지 사제에게 말을 하여 여자의 성기를 본뜬 모형을 구매하도록 시킬 생각이에요.”
천진난만한 아델의 말에, 뒤에 있던 실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는지 언니의 행동을 귀신같이 눈치챈 아델이 쌍심지를 켰다.
“언니! 제가 미덥지 못한 건가요!?”
“아니... 넌 성을 가르칠 입장이 못 되잖아.”
“그걸 어떻게 장담하시지요?”
“지혁이가 만져주기만 해도 다리를 벌벌 떠는 네가 스텔라를 가르치겠다고...?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러는 언니는 어떻구요? 지혁 씨가 아니라 제가 만져줘도 가버리시잖아요.”
“그, 그건...!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그래서 제 말이 틀렸나요? 자신이 있으시다면 지금 한 번 실험해보도록 하지요.”
한 방 먹은 실비아가 입을 꾹 다물었다.
아델의 손에 가지 않을 자신은 없나보구나.
실비아도 어지간하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실비아를 쏘아본 아델이 고개를 홱 돌려 날 바라보았다.
“막내를 사용해도 되지요?”
“스텔라가 무슨 물건도 아니고... 사용하겠다는 말은 지양해주세요. 말버릇 고치겠다고 했잖습니까.”
“아이 참... 알겠어요. 사랑하는 막내와 성교육 시간을 가져도 괜찮을까요, 지혁 씨?”
“만나서는 안 되고, 전화, 혹은 문자로 교육하겠다면 말리진 않겠습니다.”
“네에...? 어째서지요?”
하늘이 무너진 듯한 얼굴이다.
어깨는 완전히 축 늘어뜨려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자신의 의견이 묵살 당했을 때 자주 하는 행동.
예전엔 먹혔겠지만 지금은 절대 아니지.
“모처럼의 짧은 휴식기입니다. 스텔라는 저와 만나야 해요. 단둘이.”
“지혁 씨는 매일 막내를 만나잖아요! 저희는 내팽개치구!”
“내팽개치다니요. 제가 집으로 돌아와서 가장 많이 예뻐해 주는 사람이 누구죠?”
“세, 세화요!”
“아니죠. 아델이죠. 어제도 네 시간 가까이 아델과 담소를 나누었잖습니까. 잠도 아껴가면서요.”
“.....”
할 말 없지? 그래 보인다.
속으로 낄낄거린 나는 아델을 내 앞으로 바짝 끌어와 앉혔다.
“아델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성교육이 아니라 전도입니다.”
“그건 알지만... 너무 가혹해요. 제게도 쉬는 시간이 있어야 옳지요.”
아델이 다른 이블 발키리들보다 일을 더 많이 하는 건 사실이었다.
박사나 마르셀라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말이다.
나는 말없이 아델의 도톰해진 볼을 콕콕 찔렀다.
그러자 아델이 손을 휘휘 저으며 성을 냈다.
“아잇! 찌르지 마셔요! 어허!”
반응이 재미있는데 어떻게 안 찌르고 배기겠니.
적당히 장난을 친 내가 말했다.
“그러면 하루 통째로는 안 되고, 시간이 날 때 가끔씩은 빌려드리겠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죠?”
“.... 좋아요. 그리고 지혁 씨가 뭔가 오해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제가 막내를 만나려는 건 야한 암캐... 가 아니라 여자로 키우기 위해서지, 놀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알겠나요?”
입버릇도 조금씩이지만 고쳐지고 있네? 기특하다.
“알겠습니다.”
“흠흠...! 이토록 기특한 제게 상을 줘야 마땅하지 않나요? 특별히 실비아 언니도 끼워주도록 하지요.”
결국 본색을 드러내는구만. 쯔쯔...
실비아와 눈을 마주친 내가 고개를 작게 주억거리자, 그녀가 아델을 뒤에서부터 부드럽게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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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새끼 오늘 여기 와서 약 달라고 난동 피운 거 알아? 내가 약쟁이 새끼들 믿지 말라고 했을 텐데... 왜 그랬냐?”
스산한 목소리.
움찔한 알렉스가 상체를 꾸벅 숙였다.
“죄송합니다, 형님.”
“왜 그랬냐고.”
“그... 단골손님이라... 더 챙겨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돈이야 언제든 받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동정심 때문에 그랬구만. 약쟁이가 약 못해서 울고불고 매달리니까 마음 약해져서... 맞지?”
“아, 아닙니다.”
툭.
잘 정돈된 갈색머리가 충격에 의해 아래로 내려간다.
약하게 머리를 맞은 알렉스가 허리를 더욱 숙였다.
“죄송합니다.”
“동정심이 밥 먹여주냐 새끼야? 뭔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고 앉아있어? 그렇게 자선 사업하다가 우리 호구라고 소문나면 다른 지역에서 눈독 들일 거 아니야!”
항상 자신을 예뻐해 주던 사람에게, 처음으로 까이고 있다.
이 먹먹한 기분은 무어란 말인가.
마치 부모님에게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기분이다.
‘씨발.’
괜히 그 약쟁이한테 공짜로 약을 넘겨줬다.
미국에서 많이 봐왔잖은가. 눈 돌아간 중독자들이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
어찌 보면 난동을 피우고 끝난 게 다행이었다.
“이번 일은 제가 책임지고 처리하겠습니다.”
“됐다. 성태 시켰으니까 넌 며칠 쉬고 있어라. 누나들이랑 술이라도 먹던가.”
상상하지도 못한 이름이 나오자, 알렉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예?”
“이성태 시켰다고.”
사람의 자존심을 마구 깎아내리는 데엔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다.
아랫급으로 취급받던 사람 한 명을 당사자 앞에서 높여주면 그만이다.
특히나 나잇대가 어릴수록, 허영심이 높은 사람일수록 이런 게 잘 먹힌다.
성태는 일처리도 어설퍼서 그다지 신임을 받지 못하던 놈이었다.
알렉스가 항상 잘 좀 하라며 구박을 하던 놈이기도 했다.
그런 녀석을 자신의 비교대상에 올린다는 말인가? 짜증난다.
“형님, 성태는...”
“왜, 서운하냐?”
날카롭던 목소리가 약간 온화해졌다.
그에 용기를 얻은 알렉스가 말했다.
“이번 일은 제가 잘못한 게 맞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성태는...”
“성태 요즘 독기 품었더라. 잘 할 거야. 걱정하지 마라.”
누가 성태 걱정을 하는 줄 아는가?
병신 같은 새끼와 비교되는 게 기분이 나쁜 거지.
막말로 이성태는 자신이 떨어뜨려주는 콩고물만 받아먹는 놈인데... 참 너무하다.
“표정 살벌한 거 봐라. 사람 죽이겠네.”
“예...? 아, 죄송합니다.”
“앉아봐.”
잔뜩 긴장한 알렉스가 맞은편에 앉자, 변장한 마르셀라가 그에게 양주를 따라주었다.
고개까지 돌리는 극도로 공손한 예법으로 술을 마신 알렉스에게, 마르셀라가 말했다.
“나만큼 너 챙기는 사람 있냐? 믿으니까 보고도 직통으로 하게 하는 거 아니야.”
“예, 형님.”
“조만간 규모가 작은 연예기획사 대상으로 사업 넓힐 거다.”
알렉스가 흠칫했다.
“여, 연예기획사요...?”
“그래. 우리도 언제까지 물장사랑 약장사만 할 수는 없잖냐. 슬슬 양지로 나가봐야지.”
“아, 예...”
“그때까지 사고치지 말고 있으면 자리 하나 줄게. 이건 너한테만 말하는 거야. 다른 어중이떠중이들 귀에 안 들어가게 처신 잘해.”
“근데 형님... 이거 잘못되면 큰일 나는 거 아닙니까?”
“우리 대신 던지기할 놈들이 수두룩한데 큰일은 무슨 큰일. 그리고 내가 뭐 실수하는 거 봤냐?”
눈앞의 남자는 굉장히 주도면밀했다.
마약이라는 민감한 물건으로 장사를 하고 있음에도, 심지어 물장사까지 넓게 겸하고 있음에도 검경의 레이더에 걸린 적이 없었다.
“아뇨... 못 봤습니다.”
“거봐. 넌 걱정하지 말고 형만 따라와. 이번 실수는 조금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너 만한 놈 없으니까 처신 잘해라. 친구들도 잘 관리하고.”
연예인인 누나가 있기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던 알렉스였으나, 신용을 보여주는 보스의 행동에 그 마음이 싹 사라졌다.
이번 기회만 잘 잡으면 수중에 들어오는 돈이 많을 텐데...
그렇게 되면 누나는 예능이나 광고 같은 딴따라 짓거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오로지 음악만 하게 만들 수 있는 거다.
자신에게 떨어지는 수많은 돈과 여자는 덤이고.
“알겠습니다, 형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알아들은 것 같으니까 좋네. 나가서 친구들 데리고 누나들이랑 놀아라. 술 많이 마시지 말고. 그러다 위에 빵꾸난다.”
군기가 바짝 잡힌 목소리로 대답한 알렉스는 몰래 주먹을 쥐었다.
남자답기 그지없는 저 사람이 믿음을 주는데, 너무 미숙하게 일을 처리한 자신이 한심해서였다.
이번 일로 인해 조직 내에서의 평가도 깎였을 터.
다시는 약쟁이 새끼들한테 관용을 보여주지 않으리라.
그리 다짐한 알렉스가 남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감사합니다, 형님.”
“오냐.”
알렉스는 알고 있을까?
눈앞의 마르셀라가 그를 비웃고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그는 심연 속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남들이 떠미는 일 따윈 없이, 자신의 의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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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지안이 누나. 알겠습니다. 조만간 봬요. 네... 네, 수고하세요.”
전화를 끊은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시큰둥한 투로 말했다.
“그만 쳐다봐라. 얼굴 뚫어지겠다.”
그 말마따나, 무릎에 머리를 대고 있던 스텔라는 내가 이지안과 통화를 할 때부터 날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대수롭지 않은 듯한 내 말에 기가 찼는지, 스텔라가 헛웃음을 켰다.
“이지안 쌤이 그렇게 좋아?”
“누가 좋대? 다 너 잘 되라고 알랑방귀 끼는 거지. 이런 게 사회생활이야.”
“웃기시네. 헤벌쭉해져선 전화받아놓고.”
“내가 언제 헤벌쭉해졌는데?”
“방금 그랬잖아.”
“정색하고 받았지, 실실 웃으면서 받지는 않았어.”
“아예 살림을 차리지?”
자꾸 불필요한 질투를 하는데, 보기 좋다.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데? 넌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예의 없이 굴면 좋겠어?”
“그것도 나쁘진 않은데? 내일부터 정색하면서 다녀봐봐.”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그리 말한 내가 스텔라의 머리에 손을 가져가려고 하자, 그녀가 자신의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청개구리 짓을 하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에 절로 입가에 미소가 새겨진다.
지금 알렉스가 스텔라를 본다면, ‘저게 진짜 누나인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만큼 괴리감이 있었다. 날 많이 의지하게 된 스텔라의 모습은.
양손으로 스텔라의 머리를 딱 고정하고 손끝을 세워 살살 마사지해주자, 그녀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
열 손가락이 머리카락을 스쳐지나가면서 사각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온다.
“으음...”
나른한 한숨을 내뱉은 그녀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간다.
한참동안 말없이 마사지를 받던 그녀가, 눈을 감은 채로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한다.
“오늘 아델라인 선배님이 이상한 사진을 보내셨어...”
“무슨 사진?”
“오빠는 몰라도 돼...”
아델이 뭘 했는지는 다 알고 있지.
딱 보니까 어제 말했던 여자 성기 모형을 찍어, 성교육 명목이랍시고 스텔라한테 보냈구만.
이런 쪽으로는 부끄럼이 가득한 넌 그 사진을 보자마자 놀랐을 테고.
“말 안 해줄 거면 이야기는 왜 꺼낸 거야?”
“그냥... 궁금하라구...”
또 또 솔직하지 못하기는...
스텔라는 지금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손목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시계로 변한 디바이스가 있는 손목 말이다.
이는 스텔라가 충전에 대한 강박이 더욱 올라왔다는 증거.
방금 말을 하려다 만 것도, 그러한 강박이 무심코 입 밖으로 튀어나온 거다.
이번 훈련에서 꽤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것 같은데... 고민이 깊지?
그 마음 다 안단다. 오늘 일부 해소시켜줄게.
“머리 들어.”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명령하듯 말한 나는, 스텔라의 고개가 살짝 들리자 그 밑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뒷목에서 느껴지는 딱딱한 경추, 그 주변을 살살 문질렀다.
“으응...”
스텔라의 목소리 톤이 약간 높아졌다.
몸이 살짝 움찔거리기까지 한다.
성감대가 아님에도 느끼려고 하고 있다.
충전 생각을 한 직후라 자연스레 나와의 스킨십을 성적인 행위와 연관 짓게 되고, 그로 인해 자연스레 몸이 예열되는 것이다.
더 과감하게 가보자.
손을 조금 더 내려 거의 어깨 가운데까지.
거기서부터 척추라인을 따라 내려가면서 살살 긁어주고, 올라가면서 주무른다.
그러다 손바닥으로 잡티 하나 없는 등 전체를 쓰다듬듯 만져주고,
“.... 읏...!”
스텔라가 반응을 보일 때쯤 천천히 손을 빼내 다시 목을 마사지한다.
우웅...
저번보다 더 큰 소리가 들린다.
공명음이 꽤나 길다. 이정도면 스텔라도 눈치채지 않았을까?
흘끗 스텔라를 살펴보니, 미소를 짓고 있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었다.
눈은 아예 질끈 감은 상태.
코에선 후끈한 숨결이 기다랗게 뻗어 나와 자동차 뒷좌석을 데우려 하고 있었다.
“.... 하아... 오빠...”
눈을 뜨고 떨리는 목소리로 날 부르는 스텔라.
눈가가 촉촉하다.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건가?
마사지를 멈춘 나는 몰래 까두었던 초콜릿을 꺼내, 스텔라의 입술에 가져다댔다.
“아 해봐.”
멍한 눈빛으로 날 응시하며 입을 살짝 벌리는 그녀.
안심하라는 듯 부드럽게 웃은 나는, 그녀의 입 안에 초콜릿을 넣어주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손가락 한 마디 정도를 집어넣었다.
우웅...!
아까보다 더욱 커진 소리.
스텔라의 몸이 움츠러들고, 디바이스가 채워진 오른쪽 손목이 무릎 사이로 쏙 들어간다.
충전 소리를 들었다는 방증.
속으로 쾌재를 부른 나는 스텔라의 머리를 다시 마사지해주기 시작했다.
오늘 스텔라를 잔뜩 흥분시킬 생각은 없었다.
푸욱 익혀놓고, 완전히 농익었을 때 딸 거다.
그때까지 밤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으려나 모르겠구나, 우리 덜렁이.
당장 오늘부터가 걱정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