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383화 (383/471)

〈 383화 〉 자칭 연애고수 아델의 성교육

* * *

@@

“야아압!”

우렁찬 기합소리.

높이 뛰어올라 망치를 내리치는 아델을 보며 기겁한 스텔라가 옆으로 몸을 날렸다.

쩌어어억­!

곧이어 제법 거대한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손으로 눈앞의 먼지를 걷어낸 스텔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투정을 부렸다.

“서, 선배님...! 그렇게 세게 내려치시면 어떡해요...!”

“으응? 세게?”

고개를 갸웃하는 아델.

굉장히 깜찍한 모습이지만, 그녀가 내려친 망치의 결과물을 보면 그런 말이 쏙 들어갔다.

움푹 들어간 바닥, 그리고 그 바닥에서부터 사방팔방으로 퍼진 균열.

지진이라도 나기 직전인 지면 같다.

거대한 망치가 무지막지한 속도로 머리를 향해 떨어지는 모습...

정말이지 엄청난 위압감이었다.

가슴을 쓸어내린 스텔라가 말했다.

“살살 해주세요, 선배님... 전 아직 초보라구요.”

“살살 한 건데에...? 내 힘의 반의 반의 반의 반도 안 썼어.”

“네...?”

기가 찬 스텔라가 반박하려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지혁이 말해준 각 비스트 슬레이어들의 특징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델은 힘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주먹만 휘둘러도 지형을 바꿔버릴 정도라고 했다.

그런 사람이 내리친 망치인데 고작 땅에 균열이 이는 걸로 끝이 났다?

확실히 사정을 봐줬으리라.

“우리 막내... 미안해... 겁먹었어?”

망치를 내려놓은 아델의 말에, 스텔라의 눈빛이 진중해졌다.

세화와 훈련할 때도 비슷한 말을 한 자신이었다.

앓는 소리를 낼 순 없었다.

“더 해요.”

“긴장한 것 같은데, 딸기우유 마시면서 조금 쉬자.”

“한 번만 더 하고 마셔요. 이번엔 반격할 거예요.”

“아 왜애...! 나 힘들어.”

어깨를 마구 흔들며 칭얼거리는 아델.

훈련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엄살이라니...

이건 뭐 자신이 아델을 훈련시키는 상황도 아니고...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낸 스텔라가 말했다.

“저는 시간을 허투루 쓸 수 없어요. 만약 C, B급 마물이 나타났는데 제가 당황해서 우물쭈물하다 사람들이 다치면 어떡해요?”

“그럼 세계연합에서 보상해줄 거야.”

스텔라의 입이 떡 벌어졌다.

저게 정녕 비스트 슬레이어의 입에서 나올 말이란 말인가?

“자, 장난이시죠...?”

기가 찬 듯한 물음에 움찔한 아델이 대답했다.

“당연히 장난이지 바보야. 우리 막내는 매사에 진지해서 친구가 별로 없겠다... 그치?”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저랬으니 장난인 것 같긴 했다.

그래도 식겁했다. 정의의 용사가 할 말은 절대 아니었으니까.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고 있는 스텔라에게, 아델이 다가와 어깨를 두드려준다.

목에 걸친 귀여운 여우 모양 목걸이가 눈에 띈다.

“선배님 목에 거신 건 뭐에요? 변신하신 상태에서도 차고 다닐 만큼 소중한 물건인가요?”

“이거? 사랑하는 분한테 받은 거야. 귀엽지?”

역시 아델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었구나.

세화도, 유리아도, 실비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자신도.

“네... 엄청 귀여워요.”

“에너지 충전은 할 사람 있어?”

마침 궁금했던 주제가 튀어나왔다.

이때가 아니라면 물어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스텔라가 변신을 풀었다.

그러자 아델 또한 디바이스를 터치하더니 평소 모습으로 돌아왔다.

“훈련 계속 하자더니 변신은 왜 풀고 그래? 너도 힘들어?”

“아뇨... 선배님께 궁금한 게 있어서요.”

“그래? 그러면 같이 딸기우유를 먹으면서 천천히 이야기해보자.”

딸기우유가 그렇게나 좋은가?

매일 먹으면 질릴 만도 한데...

그래도 아델은 역시 편하다. 마치 친구 같아서.

옆에 철퍼덕 주저앉은 아델이 물었다.

“궁금한 게 뭐야?”

“선배님께서는 어떤 식으로... 디바이스를 충전하세요?”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을까? 아델이 잠깐 벙 쪘다.

하지만 이내 헤실헤실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아이테르를 충전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야.”

성적인 행위라는 뜻이었다.

이토록 순진한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과 그렇고 그런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뭔가... 어울리지 않았다.

“어떻게 충전하는지 궁금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저리 물어오는 아델.

왠지 싸한 느낌을 받은 스텔라였지만, 궁금증이 더 컸기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서로의 성감대를 찾는 게 중요해.”

“서, 성감대요?”

“응. 나 같은 경우엔 일단 사랑하는 남자와 뜨거운 키스를 하면서, 꼬추를 주물러주면서 발기를 시키는 편이야. 특히 성기 아랫부분을 간지럽히듯 살살 긁어주면 좋...”

노골적인 묘사.

이 정도까진 기대하지 않았던 스텔라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 그만...! 선배님! 그만요!”

“으응?”

“잘 알아들었어요... 그러니까 그만... 들을래요...”

“왜 부끄러워해? 학교 다닐 때 성교육 같은 거 안 받았어?”

“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적나라하게 설명하실 필요까진 없잖아요...”

“아휴... 우리 막내는 참 소심하구나? 이래서야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네? 자, 이거 마시고 진정해.”

스텔라에게 딸기우유를 먹여주는 아델.

‘옳지, 옳지.’ 라는 추임새까지 넣으면서, 마치 아이에게 젖병을 먹이듯 하고 있다.

아델의 동생이라는 세 살짜리 어린아이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

그리 생각한 스텔라가 우유를 몇 모금 마시고는 물었다.

“선배님, 선배님께서 사랑하는 분은 누구신가요?”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

“아뇨... 그냥... 지구에서 만난 분인지, 아니면 선배님의 행성에서 같이 온 분인지 궁금해서요...”

“내 행성에서 온 사람은 실비아 언니랑 내가 끝이야.”

지구인이라는 뜻이었다.

새하얀 도화지 같은 순진한 아델이 어떻게 사랑을 찾았을까.

아니, 방금 말했던 것을 상기해보면 순진한 건 아닐지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다시 시작할까요?”

“내 질문엔 대답 안 했잖아. 너 충전할 사람 있어?”

“이, 있어요... 있긴 한데... 아직 관계가 확실히 정립되지 않은 것 같아요.”

“아... 그 기분 나도 알아. 뭔가 사귀는 것 같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기분이지?”

“어, 어떻게 아셨어요?”

“나도 예전에 그랬거든. 지금은 완전히 고수인데,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 선배님한테 털어놓으렴.”

의기양양하게 콧대를 세우는 모습이 깜찍하다.

저도 모르게 폭소를 터뜨린 스텔라가 대답했다.

“네, 선배님. 감사합니다.”

“자, 이제 다시 훈련하자. 저녁에 약속이 있으니, 그때까지 열심히 가르쳐줄게.”

“약속이요? 그분이랑?”

“그건 아니구... 내가 요새 전도를 하고 있거든. 예비 신도들한테 교리를 가르쳐주고 있어.”

아... 그러고 보니 아델은 그녀가 살던 행성에서 종교를 믿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 지구인들을 대상으로 전도하려는 건가?

뿌리를 내린 거대한 종교가 많아서 힘들 텐데... 참 긍정적이라서 보기가 좋다.

“그렇구나... 근데 선배님, 선배님의 종교는 이름이 뭐에요?”

“으응...? 갑자기 그게 왜 궁금하지?”

스텔라는 일순 자신의 등줄기에 오한이 찾아오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지? 한창 땀을 뺀 직후라서 그런가?

“아휴... 오늘 춥다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가디건 한 장만 걸치고 오면 어떡해. 이래서 막내 챙기는 건 힘들다니까... 자, 내가 변신하라고 할 때까지 이거 입고 있어.”

나긋한 투로 패딩을 덮어주는 아델.

지혁이 해주던 것과는 다른 맛이라고 해야 할까?

자신보다 더 어려보이는 사람이 챙겨주니까 웃기기도 했고, 기껍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막내는 이 선배님만 믿으면 돼. 나중에 시간을 내서 성교육도 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구. 알았지?”

“서, 성교육이요...? 선배님께서 직접요?”

“왜? 싫어?”

“아뇨...”

싫은 건 아니지만 잘 가르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동시에 기대가 되기도 했다.

저 순진무구한 어여쁜 입에서 어떠한 말들이 나올지 말이다.

패딩을 여민 스텔라는, 서로의 성감대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아델의 조언을 곱씹어보았다.

혹시 찾는 팁 같은 게 있나?

**

[아 씨발...!]

[하, 한 번만...]

[정 하고 싶으면 눈이라도 팔아서 돈 마련해 이 병신아. 약쟁이 새끼가 혓바닥 한 번 존나 기네.]

[제발요... 부탁드립니다... 다음엔 꼭 마련할게요...]

툭.

사정하는 말라깽이 남자 앞에 떨어지는 자그마한 봉지.

선심 쓰듯 그것을 던진 알렉스가 말했다.

[단골이니까 봐준다. 너 씨발 한 번만 더 돈 없는데 예약 걸면 뒤질 줄 알아.]

이후 알렉스는 땅에 머리를 처박다시피 하며 봉지를 까려는 남자의 허리를 적당한 힘으로 찼다.

그리고는 혐오스런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영상은 거기서 끝이었다.

마르셀라에게 태블릿을 건넨 나는 혀를 끌끌 찼다.

“아직 덜 망가졌군. 세상에 그 어떤 미친놈이 약쟁이한테 약을 공짜로 줘? 절박한 놈은 쓰임새가 많은 법인데.”

“그래도 서서히 물들고 있어요. 예전에 학교폭력을 일삼을 때처럼요.”

“더 물들어야 해. 얘 여자는 좋아한대?”

“좋아하죠. 스텔라 님께서 늦게 들어오시는 날엔 무조건 2차 가서 여자랑 자요.”

“얼굴도 잘생겨서 다리 벌려줄 여자가 수두룩할 텐데... 술집 여자가 그렇게 좋나?”

“룸싸롱 분위기가 끈적끈적하고, 성인이지만 명목상으론 학생이라 마음 졸이지 않고 술도 마실 수 있고... 돈도 안 드니까 좋은 거겠죠.”

말 되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 내가 말했다.

“이번 사건은 네가 눈치챈 걸로 하고, 알렉스한테 책임 물어.”

“어떻게 할까요?”

“네가 한 짓 때문에 고객들이 우릴 호구로 안다, 널 믿고 있으니까 다시는 그러지 마라, 네 친구한테 일 넘길 테니까 넌 며칠간 쉬어라... 이 정도면 되겠지.”

“명예욕을 건드리면서 질투심과 분노 또한 유발하는 건가요?”

우리 마르셀라는 내 의중을 정확히 알아차려서 좋단 말이지.

“정확해.”

“괜찮은 방법이네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중소 연예기획사들 있지? 아이돌 위주로 운영하는 곳들. 거기 손 좀 뻗어봐.”

“알겠습니다. 알렉스를 엮으려는 생각이시죠?”

“맞아. 아이테르 복제 건은 어떻게 됐지?”

“그게... 복제는 완료됐지만 약간의 문제가 생겼어요.”

저번엔 수월하다더니, 이번엔 문제가 생겼다?

역시 쉽사리 내 것으로 할 수 있는 힘이 아니로구나.

“뭔데?”

“복제한 아이테르를 인간들의 몸에 주입하면 전부 의식을 잃고 쓰러져요. 다양한 성격을 가진 인간들에게 전부 실험해보았는데도 똑같아요.”

“죽었어?”

“그건 아니에요. 그냥 하루에서 이틀 정도 자다가 깨서, 평소처럼 살려달라고 빌어요.”

완성도가 낮은 건 절대 아닐 터다.

아이테르의 복제는 마르셀라가 오랜 시간동안 할애한 연구.

지구 최고의 천재라 할 수 있는 박사 또한 가세하여 완벽하게 복제에 성공했을 테지.

그렇다면 다른 이유가 있을 텐데... 혹시 아델이 말했던 신기 같은 걸 집어넣어봐야 하나?

아니면 환경의 문제인가?

뭐가 됐든 문제가 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왜? 지금은 스텔라 한 명만 남은 상태니까.

로사리오가 사는 천계에 쳐들어가기 전까지만 완성되면 그만이다.

*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