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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380화 (380/471)

〈 380화 〉 청천벽력과도 같은 충전방법 #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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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드득­!

단단한 콘크리트 기둥이 엿가락 부러지듯 박살난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 자리에 있었던 스텔라는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나, 날 죽일 생각이신 거야...?’

침을 꼴깍 삼킨 스텔라는 질렸다는 눈빛으로 세화를 바라보았다.

“서, 선배님...! 진심으로 공격하신 거예요...?”

그에 다리에 묻은 파편 부스러기들을 털어낸 세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절반 정도만 썼어.”

절반이라니... 방금도 기겁을 하면서 겨우 피했는데...

역력한 힘의 차이. 눈앞이 새하얘질 정도다.

입을 헤 벌린 채로 가만히 있는 스텔라에게, 세화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네가 처음 상대한 마물은 강하긴 하지만 상처를 입은 녀석이었어. 그 녀석보다 더 강한 마물도 많아. 만약 마물이 쏟아져나와서 우리가 널 도와줄 여력이 없을 때, 위기가 닥치면 어떻게 풀어나갈래?”

살살 봐주면 실전에서 위험해진다는 뜻을 순화해서 말하고 있다.

세화의 의도를 눈치챈 스텔라가 굳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이세요.”

“다시 시작할게. 너무 겁먹지는 마.”

“네, 선배님!”

“이번엔 직접 공격도 해봐. 네 무기의 특성을 잘 살려서.”

“네...? 그래도 돼요...? 만약 다치시면...”

세화는 말없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비웃는 게 아니라, 초보라고 할 수 있는 스텔라가 하는 말이 귀여워서였다.

스텔라 또한 자신이 했던 말이 얼마나 한심하였는지 알아차리고는 얼굴이 빨개졌다.

‘아... 쪽팔려...’

최전선에서 수많은 경험을 했던 세화가 자신 따위의 공격으로 다칠 리가 없잖은가.

아마도 세화는 한 대조차 공격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열심히만 한다면 한 대 정도는 맞출 수 있을지도...

순간 승부욕이 생긴 스텔라가 눈을 가라앉혔다.

인적이 아예 없는 폐건물. 그 중앙에 우뚝 선 스텔라는 세화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지금 자신에게 다행인 건 세화가 마물의 특성을 고려하여 공격을 행하는 점이다.

마물들은 대부분 덩치가 거대하고, 그에 따라 날렵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했다.

보통 파괴력이 강한 공격을 하는데, 동작의 전조를 파악하기가 쉬웠다.

스윽...

세화의 오른팔이 천천히 들리는 것을 본 스텔라가 손을 휘둘렀다.

촤라락­!

채찍 같은 사복검이 살아있는 뱀처럼 유연하게 꿈틀거리며 세화를 향해 쏘아져나간다.

스텔라는 세화가 자신의 공격을 피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녀가 다음에 취할 자세를 미리 예측해보았다.

하지만 그런 정성은 무위로 돌아갔다.

촤륵!

사복검이 자신의 팔을 휘감을 때까지, 세화는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눈을 크게 뜬 스텔라가 지금 뭘 하는 거냐고 물어보려는 순간,

“꺄아아악!”

쿠당!

그녀는 무지막지한 힘에 이끌려 바닥에 얼굴을 부딪쳤다.

볼 성 사납게 패대기쳐진 스텔라는 울상을 지으며 일어나 코를 만지작거렸다.

“아팟... 아... 피... 는 안 나오네...”

피뿐이랴? 뼈도 부러지지 않았다.

부러지기에 충분한 속도와 힘으로 넘어졌는데 그냥 얼얼하기만 하다.

문제는 이게 아니라, 자신의 서툰 모습이었다.

세화를 슬쩍 바라보니 약간 한심하다는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

“생각한 공격법이 고작 이거야? 팔을 휘감는 거?”

“.....”

“마물들도 지능이 있어. 네가 이러면 너와 상대하는 마물은 옳다구나 하고 나처럼 할 걸?”

“.....”

“지금처럼 패대기쳐지는 게 끝이 아니라, 네 몸이 마물의 더러운 입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어. 잡아먹힌다는 소리야. 알아? 이래서야 C급... 아니, D급 마물도 상대하지 못하겠네.”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찌른다.

D등급 마물은 지구의 미래화기로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데... 자신을 너무 낮잡아보는 건 아닌가 싶다.

그리고 훈련은 처음해보는 것이잖은가.

이래선 안 되지만 괜히 세화에게 서운해진 스텔라가 자세를 다시 잡았다.

그러다가 이어지는 세화의 말에 얼굴색이 활짝 폈다.

“무기를 놓치지 않은 건 칭찬해줄게. 다시 해보자.”

“아, 네!”

정신 차리자. 실전감각을 빨리 익혀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마물들과 싸우는 거다.

이를 악 문 스텔라는 곧 상념을 날려버리고 훈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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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완전히 무너져버린 폐건물 옆 공터.

그곳에 아무렇게나 앉아 휴식을 취하던 스텔라는 자신의 산발이 된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뜨렸다.

어설프고, 또 어설프고, 또 또 어설프고.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서툰 모습만 보였다.

훈련이 네 시간째가 되고 나선 그나마 나아졌지만, 아직 갈 길이 무척 멀었다.

이래서야 마물 하나 제대로 잡을 수 있을지... 훈련 초반에 기세등등한 생각을 했던 것이 무척 창피하다.

한숨만 푹푹 내쉬는 그녀의 옆에, 세화가 다가와 앉으며 딸기우유를 내밀었다.

“아델이 오늘 아침에 너 꼭 주라고 한 거야. 마셔.”

아델이? 저번에 받은 것들도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그래도 아델의 마음이 느껴져서 기쁘다.

두 손으로 공손히 딸기우유를 받은 스텔라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훈련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해 축 쳐져있는 건 이해해. 근데 급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면 돼.”

진심이 느껴지는 격려.

스텔라의 얼굴색이 조금이나마 펴졌다.

“네, 선배님. 저... 궁금한 게 있어요.”

“말해.”

“선배님께서도 처음 변신하셨을 때 저처럼...”

“서툴렀냐고?”

“네... 그러셨어요...?”

조심스런 물음에, 세화가 방긋 웃었다.

“물론이야. 인천에 나타난 마물 알아?”

“찾아봐서 알아요. 바다에서 출현한 촉수괴물 같은 거요.”

“응. 그 녀석이 내뿜은 산성 액체를 막지 못해서 지혁이의 팔이 거의 녹기 직전까지 가버리기도 했고, 심지어는 검을 빼앗길 뻔하기도 했어.”

“지, 지혁이 오빠의 팔은 왜... 오빠랑 선배님이 같이 싸우셨어요?”

“얘기하자면 길어. 어쨌든... 나도 너와 다르지 않았다는 거야.”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린 스텔라가 딸기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

팔이 거의 녹을 뻔했다니... 자신이 변신하였을 때도 지혁의 팔이 완전히 박살났었는데.

팔에 액운이라도 낀 모양이다.

그나저나 지금 초창기의 세화가 서툴렀다는 건 의외였다.

지금은 그 어떤 마물이든 처리할 수 있는 멋지고 완벽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역시 영웅은 고초를 겪으며 성장하는구나 싶다.

자신도 저렇게 늠름하게 변할 수 있을까?

우유 곽이 살짝 구겨질 정도로 손에 힘을 준 스텔라가 말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우리도 열심히 도와줄게.”

“감사해요, 선배님.”

“잔여 에너지는 얼마나 남았어?”

“잠시만요... 63퍼센트네요.”

“여유가 있긴 하지만 충전해둬.”

그러고 보니 세화에게서 충전방법을 듣지 못했다.

“그... 저기... 어떻게 충전하는지 알려주셔야... 오늘 만나서 말씀해주신다고...”

“처음부터 말하지 않은 이유는, 네 머리가 혼란스러워질까봐서야. 잡생각이 많으면 훈련이 잘 안 될 테니까.”

“네?”

“아이테르는 신비한 에너지야. 마치 인간들끼리의 어떤...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말해줄 듯 말 듯하니 감칠맛이 나서 미치겠다.

제발 빨리 좀 말해줬으면 좋겠다.

귀를 쫑긋한 스텔라가 세화의 입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는 사랑이라고 생각해.”

“....?”

뜬금없이 튀어나온 단어에, 스텔라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런 그녀의 반응을 살핀 세화가 말을 이었다.

“충전방법은 서로에게 마음이 있는 남녀 간의 스킨십이야.”

“.... 네...?”

“그 스킨십으로 성적인 흥분을 하면, 아이테르 에너지는 다시 차올라.”

“.....”

한참 벙 찐 채로 세화를 쳐다보던 스텔라가 돌연 입을 가렸다.

“풉...”

생각지도 못한 농담을 들어 웃음이 터져나온 것이다.

그녀는 곧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세화의 앞에서 폭소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무릎까지 치면서 깔깔거리길 한참, 눈물까지 흘리던 스텔라가 눈가를 닦아내며 세화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낯은 점점 굳어져갔다.

세화의 얼굴이 무척이나 진지했기 때문이다.

“.....”

약간 젖어있는 아래 속눈썹을 닦아낸 스텔라가 물었다.

“자, 장난... 하시는 거죠...?”

“장난 아냐. 혼란스러운 건 충분히 이해해. 나도 처음에 그랬으니까.”

농담을 하는 말투가 전혀 아니다.

스텔라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진... 짜... 에요...?”

말없이 스텔라의 시선을 피한 세화의 고개가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였다.

그것으로 답은 나온 것과 마찬가지였다.

‘말도 안 돼...’

머릿속이 하얘진다.

남녀 간의 스킨십으로 성적인 흥분을 느껴야지만 충전이 된다고?

뭐 이런 황당한 방법이 있다는 말인가.

심지어 쓸데없이 구체적이다.

스텔라의 눈이 질끈 감겼다.

자신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을 들었기에 잠깐 띵해져왔기 때문이다.

**

스텔라는 나에 관해선 감수성이 굉장히 풍부해진다.

내가 해준 모든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했고, 3자가 끼어들어 나와의 추억을 방해하는 걸 싫어한다.

예를 들자면 밴이 파괴되기 전, 그곳에 알렉스를 제외한 그 누구도 들이기 싫어하는 태도 같은 것 말이다.

어쨌거나 그런 민감한 감정을 지니고 있는 그녀가, 나와의 관계가 한창 깊어지고 있는 상태의 그녀가 세화에게 충전방법을 들으면 멘탈이 살짝 나가버릴 게 분명했다.

­여, 여보세요...? 오빠?

예상대로, 스텔라가 개미만도 못한 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훈련 끝났지? 지금 어디야?”

­나, 나... 지금 그... 건물...

“뭐라고? 잘 안 들려.”

­건물...

“건물? 세화랑 같이 있어?”

­아니... 언니는 먼저 돌아가셨는데... 언제 와?

“금방 가. 목소리가 왜 이렇게 작아? 힘들었어?”

­.... 이, 일단 빨리 와...

지금 옆엔 없지만 스텔라가 무슨 얼굴을 하고 있는지 눈에 훤하다.

속으로 끅끅거린 내가 말했다.

“2분 안에 도착해.”

­응...

전화를 끊은 나는 곧 폐건물이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건드리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건물은 물론이고 그 옆 공터까지 제법 황폐하다.

훈련을 빡세게 했다는 방증.

그리고 스텔라는 건물 바로 앞에서 궁상맞게 쪼그려 앉아있었다.

그래, 마치 실연을 당한 여주인공처럼 말이다.

차에서 내린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걱정스런 투로 물었다.

“왜 그러고 있어?”

“아니... 그냥... 오빠 기다리고 있었지...”

나와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있다.

화장기가 있는 얼굴인데 머리카락은 산발인 것도 웃기다.

조심스레 손을 뻗은 나는 스텔라의 머리를 정리해주었다.

그러자 스텔라의 오른쪽 어깨가 크게 돌아갔다.

“아아악! 놀랐잖아!”

다 죽어가는 사람처럼 보였던 방금과는 달리 빼액 소리를 지르는 스텔라.

내 팔을 쳐낸 스텔라를 당황스런 표정으로 응시하자, 자신이 뭘 했는지 알아차린 그녀가 사과했다.

“미, 미안해... 화를 내려던 게 아니라... 그냥 놀라서... 마, 많이 아파?”

아직까지 멘탈이 정리되지 않은 모양이다.

부드럽게 미소 지은 나는 그녀를 다독였다.

“괜찮아. 훈련이 많이 힘들었나보네.”

“.... 훈련은 괜찮았어.”

“그럼 왜 그렇게 우울한 사람마냥 있는 거야? 배고파? 너 좋아하는 베이컨 넣어서 오믈렛 했는데 지금 먹을래?”

“오빠.”

“응?”

“오빠도 알고 있었어...?”

올 게 왔구나.

“뭘?”

“아이테르를 충전하려면... 서, 성적인... 그... 행위를 해야 하는 거... 오빠도 알고 있었지? 그래서 나한테... 이세화 선배님이나 아델라인 선배님한테 듣는 게 낫다고 한 거잖아... 맞잖아...”

거의 울먹거리는 게 언뜻 보면 이해가 안 된다.

그러나 이제까지 겪어본 적 없는 행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스텔라의 가녀린 성정과 시너지를 일으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거다.

스텔라의 앞에 쪼그려 앉은 내가 대답했다.

“알고 있었어.”

“.... 내가 왜 충전하는 방법을 이세화 선배님한테 들어야 돼...? 오빠가 말해줬으면 되는 거 아니야...?”

그랬으면 네가 껄끄러워했을 거라니까.

차라리 이 편이 더 나아.

“네가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서 그랬어.”

“무, 물론 그렇겠지만... 지금만큼은 아닐 거야...”

“내가 직접 말하면 우리 사이가 어색해질 거라고 생각하기도 해서... 미안해.”

이는 나와의 스킨십을 가정한 간접적인 고백이었다.

서로에게 마음이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는 뜻도 담겨있었다.

아주 아리송해서 속뜻을 파악하기 힘든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 사랑의 힘은 참으로 신비스러웠다.

원래였다면 내 의도를 눈치채지 못하였을 스텔라가 눈을 크게 떴던 것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차렸다는 뜻.

그녀의 안 그래도 붉은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나는 아무런 말없이, 아까 하려고 했던 일을 했다.

스텔라의 머리를 정리해주는 것 말이다.

아까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아주 천천히 스텔라의 머리로 손을 뻗자,

“.....”

그녀의 고개가 내가 뻗은 손 쪽으로 약간 기울었다.

눈은 여전히 날 주시하고 있는 채였는데, 내 손이 머리에 닿자 힘이 약하게 풀렸다.

손길을 느끼고 안심하는 건가? 새끼 강아지 같다.

스텔라는 곧 손톱을 입으로 가져가 물어뜯기 시작했다.

자신의 마음이 요동치고 있다고 다 알려주는 저 모습이 엄청 귀엽게 느껴진다.

첫 번째 계단은 아주 순조롭게 올랐다고 확신할 수 있다.

이젠 다음 계단으로 넘어가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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