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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376화 (376/471)

〈 376화 〉 비스트 슬레이어 로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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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척에서 본 레오나는 마치 하늘을 쳐다보는 것처럼 눈이 부셨다.

아름답고, 강인해보였으며, 위압감이 대단했다.

그리고 스텔라는, 그런 레오나와 통성명도 나누지 못한 채로 오더를 받고 있었다.

“동작이 너무 굼뜨잖아. 창피해하지 말고 똑바로 움직여.”

뒤에서 자신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는 레오나의 엄한 목소리.

군기가 바짝 잡힌 스텔라가 대답했다.

“아, 넷!”

레오나의 말대로, 그녀는 공중에서 상당히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치마 때문이었다.

속바지가 전혀 없어서 움직일 때마다 눈치가 보였던 것이다.

보는 사람은 레오나를 제외하고 단 한 명도 없는데 말이다.

‘미치겠네...’

가뜩이나 날아갈 때 치마가 뒤집힐 것 같은데, 딱 달라붙는 팬티 한 장만 입은 채로 공중을 쏘다니기가 힘들었다.

이것도 사람이 디자인한 것일 텐데...! 레오나처럼 활동성이 좋게 만들어주던가!

이도 아니라면 차라리 유리아처럼 일체형 슈트처럼 만들어주던가!

이걸 만든 사람은 약간 변태 기가 있는 것 같았다.

­크오오오오!!

괴물의 우렁찬 포효를 들은 스텔라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다, 지금은 창피해할 때가 아니었다.

레오나는 그녀의 손으로 직접 괴물을 죽일 생각이 없어보였다.

스텔라 자신이 없애는 걸 바라고 있다.

앞으로 동료이자 리더, 선배로서 모셔야할 사람인데...

여기서 잘못된 모습을 보여주면 앞으로의 일이 무척 험난할 터였다.

또한 지금은 근처에 민간인들이 없지만, 괴물을 가만 놔두면 재산피해가 생길 수도 있었다.

정신을 잃어버린 지혁도 생각해야했기에, 빨리 끝내는 게 좋을 듯싶었다.

본능적으로 공중을 찬 스텔라의 신형이 쏜살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

뻐어어엉­!

그녀의 발끝에서부터 생성되어 주변으로 퍼지는 거대한 압력파는, 온몸에 물을 감싼 4미터가 넘는 괴물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

괴물이 무어라 입을 웅얼거리고 있다.

설마 지금 말을 하는 건가?

‘징그러워...!’

피부는 파랗고, 입이 무척 크고, 뾰족한 이빨이 수백 개나 촘촘히 나있고, 혓바닥마저도 기다란...

정말이지 너무 흉측했다.

평상시의 자신이었다면 저런 흉물을 본 순간 기겁을 했을 텐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아무래도 쇄골 가운데에 위치한 크리스탈이 마음을 다잡아주며 대담성을 키워준 것 같았다.

신기한 일 투성이. 그러나 앞서 생각했듯 당혹스럽진 않았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면 된다.

그러한 생각이 스텔라의 가슴속을 장악하고 있었다.

“흡!”

숨을 훅 들이켠 스텔라가 오른손을 휘둘렀다.

챠락!

유려하게 곡선을 그리며 괴물의 목을 휘감는 채찍.

폴리머스로 만들어진, 날카롭고 단단하기 그지없는 날이 괴물의 목을 감싼 비늘을 조각내고,

푸슛­!

날이 박힌 살점에서부터 푸른색 피가 사방팔방으로 뿌려졌다.

­끼에에에에엑!

소름이 끼칠 정도로 높은, 하늘을 쩌렁쩌렁 울리는 괴물의 비명.

깜짝 놀란 스텔라의 손에서 일순 힘이 빠졌다.

그리고 괴물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채찍의 조이는 강도가 약해지자마자 아가리를 벌린 것이다.

고오오오...!

“어...? 어?”

절벽을 박살내고 자신과 지혁이 탄 차를 전복시킨 새파란 에너지가 괴물의 입에서 모이기 시작한다.

스텔라는 일순 피해야할지, 아니면 반격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피하면 자연이 파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반격을 한다면 저 어마어마한 공격에 가루도 남기지 않고 죽을 것이었다.

일단 녀석의 목표물은 스텔라 자신이었다.

그렇다면 저 높이 올라가 공격을 유도하고, 피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판단을 마친 스텔라가 공중을 밟으며 하늘로 올라가려고 할 때,

쐐액­!

그녀의 옆으로 레오나의 거대한 대검이 지나갔다.

거의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회전하며 공기를 마구 찢어발기고 날아간 그것은,

퍼어억­! 뻐버버벙!

괴물의 아가리에 횡으로 깊숙이 박히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팔을 위로 치켜든 스텔라는, 폭발의 여파로 닥쳐온 엄청난 풍압을 견뎌내며 실눈을 떴다.

뿌연 연기 속에 괴물의 검은 형상이 보인다.

위태롭게 휘청거리는 몸. 그 위에 자리하고 있어야할 머리는 아예 없었다.

단말마조차도 내지르지 못하고 죽은 것이다.

“.....”

입을 살짝 벌린 스텔라가 뒤로 넘어가는 괴물을 쳐다보고 있을 때,

“원래는 네 손으로 없애게끔 하려고 했지만... 너무 서툴러서 나설 수밖에 없었어. 그래도 첫 변신치고는 나쁘지 않아. 너만 좋다면 훈련하면서 실력을 기르도록 하자.”

옆에서 냉정하지만 온기가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스텔라의 옆까지 다가온 레오나가 말을 이었다.

“만나서 반가워. 세화라고 해. 이세화.”

세화? 지금 자신이 레오나의 본명을 들은 건가?

믿어지지 않는다.

벙 쪄있던 스텔라가 상체를 꾸벅 숙였다.

“아... 저... 아, 안녕하세요...! 스텔라 헤일리입니다...!”

“알아.”

“아, 알다니요...?”

“지금 한국에서 엄청 유명한 가수잖아. 널 모르는 사람도 있어? 개인적으로 팬이기도 해.”

“네...? 팬이요...? 제 팬?”

눈을 끔벅거리며 저리 물어오는 스텔라가 웃겼던 것일까?

세화가 풋 하는 실소를 터뜨렸다.

“그래, 네 팬.”

설마 레오나가 자신의 팬이었다니...

예의상 한 말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기뻐서 미치겠다.

“당황스럽진 않아? 너무 갑작스럽게 변신했을 텐데...”

“소, 솔직히 당황스럽긴 한데 정신은 엄청 멀쩡해요! 아, 맞다...! 지혁이 오빠...!”

“지혁이는 걱정하지 마. 네가 마물과 싸우고 있을 때 유리아 언니가 본부로 데리고 갔어. 지금 치료받고 있을 걸?”

유리아가 왔다 갔다고?

대체 언제?

은밀해도 너무 은밀한 거 아닌가 싶다.

상념을 털어낸 스텔라가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자세한 상황은 이제부터 들어봐야 알겠지만, 지금에서야 이해가 간다.

지혁이 괴물을 마물이라 칭했던 것도, 마물이 나타났을 때 무척 침착했던 것도, 자신의 손목에 디바이스를 채워준 것도...

레오나... 아니, 세화가 자신에게 하늘색 기운을 쏘아 보냈던 것도.

“지혁이 오빠는... 본부 사람인가요?”

“맞아. 나랑 박사님, 그리고 지혁이... 이렇게 세 명이서부터 시작했어. 이제 1년 조금 넘었네.”

“그럼... 지혁이 오빠는 제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거예요...?”

“그것도 맞아.”

예상한 대답을 들은 스텔라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솔직히 성질이 난다. 지금까지 자신을 속여 와서.

그러나 웃긴 게 뭔 줄 아는가?

지혁이 자신을 속였다는 부분에 대해 화가 나는 마음보다, 그가 더 이상 매니저를 하지 않을까봐 불안하다는 마음이 더 컸다.

“우린 널 꽤나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어.”

“저를요...?”

“응. 네가 한국에 도착하기 전부터 네 존재를 알고 있었어.”

“지, 진짜요...?”

“네 가슴팍에서 힘을 주고 있는 크리스탈... 우린 아이테르라고 부르는데, 네 몸속에 들어가 있는 게 마지막 남은 아이테르야.”

스텔라가 무심코 자신의 쇄골 가운데를 만지작거렸다.

“미, 믿기지 않아요.”

“아이테르는 운명처럼 네게 이끌렸어. 여기서이럴 때가 아니고... 본부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해줄 테니까 지금 당장 돌아가자. 누가 영상이라도 촬영하면 골치 아파져.”

두근!

‘운명’, 그리고 ‘본부’라는 단어에 괜히 심장이 떨린다.

진심으로 자각이 된다. 자신은 비스트 슬레이어가 되었다.

상기된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스텔라.

그런 그녀를 본 세화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손목에 찬 하늘색 디바이스를 조작한 그녀가 말했다.

“가까이 와. 포탈 타고 돌아갈 건데, 오늘 동료들도 소개시켜줄게.”

포탈! 들어본 적 있다!

비스트 슬레이어들이 지구를 지키고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크나큰 도움을 준 이동수단!

다른 사람들은 절대 건드리지 못하고, 행여나 근처만 가도 엄벌에 처하는 미래과학기술의 집약체!

그걸 자신이 탄다는 말인가?

게다가 동료들까지 소개시켜준다고...?

뜬금없는 상황에 영입이 되었음에도 왜 이리 설렐까?

딱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이 느낌은 또 뭐고?

행복하진 않지만 다소 흥분상태에 들어간 스텔라는, 온갖 망상을 하며 세화에게 다가갔다.

그러다가 잊어버렸던 기억이 흘러들어와 흠칫하여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잠깐만...!’

지혁은 본부의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좋아하는 비스트 슬레이어들의 순위를 말한 적이 있었다.

이 사실이 그녀들의 귀에 들어가면 기분이 상당히 나쁘지 않을까...?

속으로 식겁의 식겁을 거듭한 스텔라가 침을 꼴깍 삼켰다.

‘서, 설마 말한 건 아니겠지...?’

아니, 가능성은 충분했다.

왜? 지혁은 레오나를 비롯하여 유리아, 캐롤라인, 셀린... 그리고 본부의 수장인 제니퍼 캐시 박사와 한솥밥을 먹은 지 1년이 넘었으니까.

유대감이 대단할 터였다.

그래도 지혁은 입이 싼 사람이 아니니까...

자신을 위한다면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세화의 코앞까지 간 스텔라는 가슴에 찌릿한 통증이 찾아오자 미간을 약간 구겼다.

질투가 나서였다. 지혁에게 스텔라 자신보다 더욱 친한 여자들이 있다는 것이.

“어디 아파? 부상은 없어보였는데... 본부 의료기기에서 확인해보자.”

걱정이 담긴 세화의 물음.

기꺼움에 황급히 표정을 푼 스텔라가 대답했다.

“아니에요... 그냥 너무... 상상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 찾아오니까 머리가 지끈거려서...”

“변신 풀면 더 아플 걸?”

“왜요...?”

“네 마음을 지탱해주던 아이테르의 힘이 사라지니까. 지금처럼 침착하지 못할 거야.”

“아... 그런 거구나...”

“그렇다고 해서 네 정신력이 약하다는 건 절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 마음고생이 심하면 언제든지 변신해도 돼. 실비아 언니도 그랬어.”

스텔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실비아 언니요...? 그분은 누구세요?”

“캐롤라인.”

“아...! 캐, 캐롤라인 님이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셨어요?”

“응. 우리들 중에서 가장 힘들어했어.”

그 캐롤라인이?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영웅인데...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

“박사님도, 유리아 언니도, 실비아 언니도, 아델도... 모두 널 기다리고 있어.”

박사는 제니퍼 캐시가 확실하고,

유리아는 비스트 슬레이어인데... 지금까지의 맥락을 파악해보면 그녀는 가명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델은...

“저... 아델이라는 분은 셀린이죠?”

“맞아. 아델라인이야. 애칭으로 아델이라고 부르는 거고... 걔가 널 가장 보고 싶어 해.”

“정말요?”

“응. 철없는 아이인데 네 골치를 조금 썩일 수도 있을 거야.”

골치는 스텔라 자신이 모두에게 썩일 것 같은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세화의 디바이스에서 흰색 빛무리가 피어나, 그녀와 스텔라의 주변을 감쌌다.

뒤이어 신비한 에너지가 공명음을 내며 귀를 간지럽혔다.

‘이게 포탈... 인가?’

앞으로 자신은 어떻게 되는 걸까?

기대감도 있지만 막연한 두려움도 있다.

세화가 이미 자신을 동료로 받아들인 것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기분이 나쁜 건 아니었다. 오히려 기뻤다.

하지만 자신의 의중을 물어보지 않아서 조금은 서운했다.

그런 스텔라의 생각을 알아차렸을까?

빛무리에 삼켜지던 세화가 따스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의지가 가장 중요하고, 우린 네 의견을 존중할 거야.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마. 알았지?”

마음을 읽혀버린 스텔라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네...”

관대한 조언을 들으니 진정이 되는 기분이다.

빠르게 심호흡을 한 스텔라가 다짐했다.

돌아가면 동료가 될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에 지혁에게 따질 것이다.

왜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였느냐고, 다친 곳은 괜찮으냐고,

그리고 모든 사실을 털어놓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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