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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374화 (374/471)

〈 374화 〉 비스트 슬레이어 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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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압!

기합을 내지르며 어마어마한 크기의 대검을 휘두르는 레오나.

눈빛에 가득한 정의감은 스텔라로 하여금 그녀의 가슴속에 있는 무언가를 지피도록 만들었다.

아름다운 하늘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괴물의 몸을 도륙하는 히어로.

잔인한 장면은 잘 보지 못하지만, 아름답다 못해 신성해 보이는 레오나가 있어서 고어함이 희석되는 느낌이었다.

정의로운 영웅의 표본! 강렬한 카리스마! 비스트 슬레이어의 리더!

너무 멋있어서 미칠 것 같다.

자동차 안에서 수십 번 이상 영상을 돌려보던 스텔라는,

[요청에 의해 삭제된 동영상입니다.]

[요청자 – 세계연합 대한민국 지부]

영상이 끊기면서 안내문이 나오자 아쉬워했다.

‘더 보고 싶었는데...’

영웅들이 싸우는 장면을 왜 비밀로 하는지 모르겠다.

대중들에게 공개하면 더 큰 인지도를 끌어 모을 수 있는데 말이다.

궁금하다. 물론 지금 어마어마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긴 하지만 너무 신비스럽다.

세계연합과 본부가 비스트 슬레이어들의 정체를 꽁꽁 숨겨놓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현생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비스트 슬레이어가 외계인이 아니라는 가정 하에, 그녀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정체가 탄로 나면 세계구급으로 유명해질 테고, 그렇다면 제대로 된 삶을 살 수가 없어진다.

어딜 가든 카메라가 따라다니고, 뭘 하든 큼지막한 토픽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본부는 배려를 해주고 있는 거다.

그녀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라는 배려를.

스스로 결론을 내린 스텔라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고마워요.’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비스트 슬레이어들에게 감사를 전한 스텔라.

눈을 뜬 그녀가 고개를 돌려 지혁을 바라보았다.

“오빠.”

“응?”

“우리 집에서 밥 먹고 갈래?”

“아니. 오늘은 바빠.”

바쁠 일이 뭐가 있다고... 혹시 친구들이라도 만나려는 걸까?

단칼에 거절을 당한 스텔라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어디 가는데?”

“할 일이 있어.”

“어제는 아무것도 안 한다고 했잖아.”

“갑자기 생긴 거야.”

참내... 어이가 없다.

밥 먹기 귀찮다면 귀찮다고 말하던가!

속으로 궁시렁거린 스텔라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물었다.

“왜? 야동이라도 보게?”

그 말에 지혁이 전방을 주시하던 고개를 돌렸다.

황당한 표정마저도 잘생겼다고 생각한 스텔라가 혼자 깔깔거렸다.

그러다가 입을 꾹 다물고는 지혁의 눈치를 살폈다.

“농담이야. 기분 나빴으면 미안해.”

“기분은 안 나빴는데... 너 예능 나가서 야동 같은 단어는 말하지 마.”

“내가 말했잖아. 난...”

“알아. 내가 편해서 이러는 거.”

편하다 뿐이랴? 지혁이라면 무엇이든지 맡길 수 있다.

책임감 있는 지혁의 모습을 보면서 그 마음이 알음알음 강해졌었고, 괴물이 출현하였을 때 그가 보여준 침착한 모습으로 인해 정점에 달했다.

자신은 지혁을 믿는다.

그리고 다른 감정도 있다. 이건 믿음과는 달리 아직은 자그마하긴 하지만 말이다.

달콤한 감정이 든 스텔라는, 자신의 얼굴이 빨개졌을까봐 두려워 담요를 덮어썼다.

부끄러운 마음을 삼키고 나니 레오나가 했던 행동이 생각난다.

휴양지의 바다보다도 깨끗한 기운을 보내 자신을 살피듯 했던 레오나.

그때 자신은 영혼의 이끌림 같은 기이한 느낌을 받았었다.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은 감수성이 풍부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레오나가 굳이 기운까지 내보내가며 자신을 살필 이유가 없었다는 뜻이다.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인가...?’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자신이 아는 사람이라고는 미국에 있는, 그마저도 연락을 잘 하지 않는 친구 몇 명.

미국에서 다니던 학교 선생님, 그리고 알렉스와 지혁, 보영을 비롯한 소속사 사람들뿐이었다.

그중에서 남자를 빼면 다섯 명이 될까 말까인데... 그 안에 비스트 슬레이어가 있다고?

말이 안 되다 못해 황당한 생각이었다.

이런저런 망상을 하던 스텔라가 머리끝까지 덮어쓴 담요를 홱 내렸다.

“밥만 먹고 가. 나 혼자 먹기 심심해.”

“알렉스랑 먹으면 되잖아.”

“걔 지금 알바 중이야. 밤이나 돼야 올 걸? 그러지 말고 30분만 있다가 가.”

“안 돼.”

이토록 단호한 지혁을 꼬시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풀이 완전히 죽어버린 척 연기를 한 스텔라가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게 바빠? 나 진짜 심심한데...”

그러자 지혁이 스텔라를 흘끔거리며 살피더니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밥만 먹고 갈게.”

보라, 불쌍한 표정이 아주 잘 먹히잖은가.

바쁜 일일 수도 있지만, 지혁은 꼼꼼한 사람이다.

밥을 먹어도 시간에 늦지 않는다는 판단이 섰으리라.

더 틱틱대고 싶었지만, 목적을 이루었으니 여기까지만 하자.

만족스런 미소를 지은 스텔라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혁이 좋아하는 음식이 뭘까?

뭐든 잘 먹긴 하지만 특별히 선호하는 게 있을 터다.

나중에 한 번 물어봐야겠다.

**

끼리리릭...! 끼리릭...

디바이스 안에 잘 들어가 있는 아이테르가 신비로운 소리를 낸다.

평온해 보인다. 허나 내 눈엔 오들오들 떠는 가련한 여인네처럼 느껴진다.

일단 딱히 특별한 현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실비아에게 계시를 내려준 로사리오의 전적을 생각해보았을 때, 마음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스텔라를 떨어뜨리려면 절대 방심하지 말아야했다.

악의가 들어갈 수 있을 때까지만 그녀를 물들이면 된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변신 초반 상황만 촉각을 곤두세우면 된다는 이야기다.

솔직히 로사리오가 어떤 방해를 할지는 예측이 전혀 안 간다.

그러나 나는 물론이고 세화, 유리아, 실비아, 아델, 박사... 그리고 마르셀라까지 스텔라를 떨어뜨릴 준비가 됐다.

보영도 마찬가지고, 기타 떨거지들 또한 이용가치가 있다.

이미 스텔라의 주변은 먹먹한 어둠 뿐. 그녀는 절대 탈출할 수 없다.

모든 준비는 끝마친 상태다.

디바이스 작동도 정상적으로 되고, 무기도 완성이 되어 넣어놓았다.

이제는 스텔라를 차근차근 성장시키면 된다.

무지개색으로 빛나고 있는 아이테르를 지켜보며 흉계를 꾸미던 나는,

“준비됐어.”

옆에서 세화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디바이스를 품에 잘 갈무리했다.

그녀를 향해 방긋 웃어준 내가 말했다.

“오늘 수고했어. 같이 잘 키워보자. 네 역할이 클 거야.”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 세화는, 기대된다는 눈빛으로 포탈을 열었다.

쩌어억­!

그리고 그 안에서부터 시뻘건 불빛이 일렁이더니 발록이 튀어나왔다.

옥좌에 나란히 앉아있는 나와 세화를 본 녀석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강녕하셨습니까. 마왕님, 왕비님.

한손을 들어 대충 인사를 받아준 내가 발록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안색이 좋구나.”

­예. 요새 살맛이 나서...

“살맛이라?”

­그... 제가...

거대한 덩치가 수줍은 듯 움츠러든다.

딱 봐도 세이렌의 구멍에 열심히 박아댄 티가 난다.

미간을 구긴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만,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마라.”

­아, 예...

발록이 머쓱한 듯 머리를 긁자 바닥에 불똥이 튄다.

이놈은 지구에 풀어두면 화산에 있는 모든 용암을 먹어버릴 것 같다.

“세이렌은 멀쩡하나?”

­요새 하루에도 몇 번이나 저를 찾습니다. 아무래도 제게 빠진 듯합니다만...

“.... 정말인가?”

­좋은 배필을 만난 것 같습니다. 으핫핫핫!

비밀기지가 울릴 정도로 쩌렁쩌렁한 목청.

혀를 찬 세화가 놈의 즐거움을 와장창 깨뜨렸다.

“배필이라고? 조심해. 어울려주는 척하면서 등에 칼을 꼽을 수도 있으니까.”

­왕비님! 어찌 그런 말씀을...!

“세이렌은 말파스에게 돌아선 반역자였어. 당연히 신용할 수 없지.”

­수상쩍은 움직임을 보인다면 제가 직접 세이렌의 머리통을 불사르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사랑에 빠진 것 같은데 제 손으로 불사르기는 무슨...

세화를 말린 내가 발록에게 명령을 내렸다.

“반역자들은 언제든 사용할 준비가 되었느냐?”

­말씀만 하시면 사지를 찢어 지구로 내려 보내겠습니다.

무식하기 짝이 없는 놈...

“마지막 왕비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야하니, 마르셀라가 마물을 정하면 적당히 싸울만한 상태로 만들어두어라.”

­예, 마왕님.

앞으로 스텔라는 비스트 슬레이어들의 지도 아래 지구를 위협하는 마물들을 처리하게 된다.

영웅이 되는 길을 걸으면서 성장하게 되고, 날 향한 사랑이 키워질 것이며,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질 것이다.

점점 변해가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로, 그게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

강남의 한 지하 룸싸롱.

그곳의 구석 사무실 창고에 숨어있던 나는 자그마한 구멍에 눈을 가져갔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우렁찬 인사와 함께, 젊은 남자 세 명이 변신한 마르셀라를 향해 상체를 꾸벅 숙였다.

남자로 변신하기 싫다더니... 잘만 하고 있구만.

어쨌든 마르셀라에게 인사를 하는 남자 세 명 중엔 알렉스도 있었다.

마르셀라를 향해 존경스런 표정을 짓는 것을 보니 이 조직에 점점 빠져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수고했다.”

온화한 마르셀라의 말투.

세 명이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감사합니다!”

가운데에 있던 알렉스가 한발자국 걸어 나와, 마르셀라에게 두 손으로 봉투를 건넨다.

약을 팔고 번 돈이 분명하리라.

마르셀라가 그것을 받아들자, 알렉스가 조심스레 용건을 꺼냈다.

“저... 형님. 혹시 지태...”

“지태? 방금 나왔다. 훈방으로 빠져나온 거라 전과도 안 남아.”

그 말에 세 명의 안색이 환해졌다.

대화의 맥락을 파악해보니, 지태라는 이름을 가진 알렉스의 친구가 경찰에게 잡혔고, 마르셀라가 수를 써서 빼낸 듯했다.

알렉스가 멋쩍은 듯 말했다.

“감사합니다, 형님. 돈 많이 쓰셨을 텐데...”

“가족인데 당연히 빼내야지. 니들 나 못 믿냐?”

“아닙니다!”

대사가 옛날 범죄영화를 보는 것 같다.

그런데 무척 잘 통한다. 내가 바라던 모습이기도 했다.

‘좋아.’

이런 건 조직에 대한 충성심, 소속감을 키워주는데 크나큰 도움이 된다.

이 외에도 사소한 것들... 예를 들자면, 알렉스가 봉투를 건넸을 때 액수도 확인하지 않은 것도 소속감을 키워주는데 주효하다.

자신을 믿고 있다는 마음을 들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알렉스의 눈에는 변신한 마르셀라가 무척 듬직한 사람으로 보일 터였다.

그리고 범죄조직 특유의 문신 같은 것들도 도움이 되겠지.

“오늘 고생했고, 프론트에 말해둘 테니까 누나들이랑 놀다 가.”

“그래도 됩니까?”

“안 될 건 뭐있냐? 나가봐라.”

“예, 형님!”

보이스카우트마냥 으악을 지른 세 명이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문까지 소리 내지 않고 닫으려 하는 게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동생이 마약을 파는데다 여자 끼고, 술 마시고 하는 걸 보면...

스텔라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겠구나.

방문을 잠근 마르셀라가 변신을 풀더니 창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지금까진 이 정도로 진행됐어요. 어때요?”

아직 멀었다.

알렉스는 더욱 이 조직에 심취해야한다.

사람을 거리낌 없이 팰 정도로 폭력성을 깨워놓아야 하며, 색욕의 유혹이 놈의 안에 내재된 정의감을 쉽사리 억누를 정도로 떨어뜨려야한다.

“조금 더 지켜보다가 자퇴시키도록 유도해.”

“알겠어요. 스텔라 님은 언제 변신시키실 예정이에요?”

“곧 행사 차 속초에 갈 건데, 어울리는 마물들이 있는지 생각해봐.”

“반역자 중에서 말씀이시죠?”

“당연하지.”

무언가를 고민하던 마르셀라가 물었다.

“행사 때 터뜨리실 건가요? 보는 눈이 너무 많을 텐데요?”

“아니, 늦은 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내보낼 예정이야.”

“음... 딱 좋은 마물이 몇 마리 생각나기는 하네요. 일단 마계에 한 번 들러야겠어요.”

“명심해. 처음으로 변신한 스텔라가 상대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해.”

“물론이에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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