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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371화 (371/471)

〈 371화 〉 미운 오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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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고생 많았어. 들어가서 푹 쉬어.”

다정한 지혁의 말을 들은 스텔라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삭였다.

세상에 그 어떤 동생이 가수인 누나가 팬을 챙기는데 그 팬의 면전 앞에서 말이 너무 많다고 짜증을 내는가.

철이 없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미쳤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데뷔.

본연의 실력도 발휘해서 사전녹화까지 성공적으로 했다.

몇 시간 뒤면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기도 한다.

기뻐해야할 날이 분명하다.

팬과 만남을 가질 때만 해도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을 정도로 벅차올랐었는데...

알렉스가 친 사고 때문에 그 기분이 깨져버리고 말았다.

이건 전부 자신의 탓이었다.

자신이 조금만 더 알렉스를 엄하게 대했어도,

오늘 조금만 더 당부를 했어도 이런 일은 벌어나지 않았을 텐데...

지금까지 너무 오냐오냐해주었다.

“내려. 집에 들어가 있어. 어디로 새면 죽을 줄 알아.”

싸늘한 투로 말하며 알렉스를 밀어내듯 내리도록 한 스텔라.

그녀가 문을 쾅! 소리가 나게 닫더니 지혁에게 사과했다.

“미안해, 오빠.”

“괜찮아. 잘 해결됐잖아.”

잘 해결이라? 일단 그 자리에선 팬이 사과를 받아주었다.

개인적인 셀카도 찍게 해주어서 화도 잘 풀어준 것 같았다.

하지만 지혁은? 분명히 덮어씌워진 죄 때문에 욕을 얻어먹을 터였다.

자신이 화제를 몰고 다니는 건 알고 있다.

그렇기에 심하면 지혁에 관한 기사가 나올 수도 있었다.

너무 미안했다. 정말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다.

그리고 고마웠다. 자신과 알렉스를 위해 희생을 자처해줘서.

제대로 말도 잇지 못하고 있던 그녀는,

“데뷔 축하한다.”

이어지는 지혁의 말에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저 점잖은 목소리에서 진심이 전해져온다.

항상 믿음직한 친오빠... 아니, 남자가 축복을 내려주는 듯하다.

스텔라는 자신의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가 멈칫했다.

순간적으로 지혁을 포옹하고 싶다는 생각이 뇌리를 잠식했기 때문이다.

지혁이 운전석에 있지만 않았더라면 그의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집어넣어 꽉 껴안았을 터였다.

왜 이럴까. 방금까지만 해도 무척 화가 나있었는데, 지혁의 축하를 들으니 가슴이 좋은 쪽으로 두근거린다.

“.....”

자신 따위는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엄청난 책임감을 가진 그가 좋다.

매일같이 옆에서 자신을 보듬어주던 그가 좋다.

지혁이 자신에게 보여주는 오빠로서의 존재감, 아빠로서의 존재감, 더 나아가 남자로서의 존재감이 마음속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여 그 크기를 불린다.

“멀뚱멀뚱 쳐다보지 말고, 모과차 마시고 들어가.”

자신이 빤히 바라보자 뻘줌한 듯 웃으며 모과차를 내미는 지혁에게 애착이 간다.

항상 가벼운 언행을 보여주는 알렉스와는 달리, 진중한 지혁에게 의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진다.

자신도 모르게 또 알렉스와 지혁을 비교해버린 스텔라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긴장 풀려서 힘 없는데...”

애매하게 돌려 말을 하였음에도 철석같이 알아듣고 뚜껑을 따주는 지혁이 너무 좋다.

모과차를 받아든 스텔라는 아주 조신하게 병 입구에 입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아빠에게 숙제 검사를 받듯, 지혁의 앞에서 모과차를 전부 마셨다.

그러자 지혁이 손을 뻗어 스텔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잘했다는 칭찬. 손길이 너무나도 따뜻하고 편안하다.

지혁의 까만 동공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는 스텔라가 말했다.

“내일 올 거지...?”

“그래야지. 내가 여기 말고 갈 데가 어디 있냐.”

“돌아가면 뭐할 거야...?”

“차 내부 청소 한 번 하고 돌아가서 쉴 예정이야.”

듣던 중 반가운 말이었다.

자동차에 알렉스가 몰래 피운 담배냄새가 약간 배인 듯했기 때문.

또한 자신의 두 번째 집이라 할 수 있는 이곳에 천희주가 잠깐 탔던 터라 냄새가 섞인 것 같았다.

하여 청소는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다. 오늘 개고생한 지혁에겐 미안하지만 말이다.

스텔라는 애꿎은 자동차 구석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손톱으로 반대쪽 손바닥을 꾸욱 꾹 찌르던 그녀는, 자신이 이러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고개만 천천히 주억거렸다.

그런 그녀를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지은 지혁이 입을 열었다.

“이제 내릴까?”

“아, 응... 내일 봐...”

아쉬운 마음을 삼킨 스텔라는 느릿느릿 차에서 내렸다.

곧이어 차가 조용한 엔진소리를 내며 떠나고...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뒤꽁무니를 바라보던 스텔라는 겨울의 찬 공기가 패딩 안으로 들어오자 몸을 떨었다.

찬바람이 훈훈하던 마음을 싸악 식힌다.

철부지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알렉스의 행동이 상기된다.

대체 얼마나 독불장군이면 누나 앞에서, 소속사 대표와 직원 앞에서, 팬들 앞에서 그따위 모습을 보여준다는 말인가.

주먹을 불끈 쥔 스텔라는, 오늘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며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이후 빠르게 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다소 과하게 문을 열었다.

덜컥!

알렉스의 방 문이 열려있다.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하고 있는데, 방송국에서의 일을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아 울화통이 터진다.

팔짱을 낀 스텔라가 성큼성큼 알렉스에게 다가갔다.

“야.”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저음.

움찔한 알렉스의 시선이 스텔라에게로 향한다.

“미안.”

상체를 일으킨 알렉스가 다짜고짜 사과를 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넘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저건 악어의 눈물이었다. 그저 면피만을 위한.

이대로 흐지부지되면 알렉스는 또 오늘 같이 버릇없는 일을 할 것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혼을 내는 게 맞다.

“일 저질러놓고 사과하면 다 끝나는 줄 알아?”

“그럼 내가 어떻게 할까?”

“뭐?”

“여기서 뭘 어떻게 하면 되냐고.”

스텔라는 기가 찼다.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할망정 저 따위 태도라니...

심지어 자신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휴대폰에만 눈길을 주고 있다.

자신의 앞에서도 이런데 평소엔 얼마나 싸가지가 없을지... 감히 예상이 안 됐다.

“내일 아침에 소속사 가서 모두한테 사과하고 반성문 다섯 장 써.”

“아 뭔 반성문이야... 장난해?”

“장난하는 거 같아?”

“.... 그리고 나 내일부터 다시 알바 가야 되잖아. 반성문 쓸 시간 없어...”

“내가 그 삼촌한테 전화해서 말씀드릴 테니까 넌 사과할 준비나 해.”

그 말에 알렉스의 눈이 짜증으로 물들었다.

“전화는 대체 왜 하려는 건데... 내가 어린애냐?”

“하는 짓만 보면 어린애가 따로 없잖아.”

“누나. 내가 잘못한 건 맞아. 누나 팬한테 욕을 한 건 엄청 심했어. 근데 지혁이 형이 잘 끝났다고 했잖아. 그럼 된 거 아니야?”

“뭐...?”

어이가 없어진 스텔라가 입을 살짝 벌렸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음을 직감한 알렉스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말실수했어. 미안...”

“너는 네가 피해보는 건 죽어도 싫은데, 너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피해보는 건 아무런 상관도 없어?”

“그게 아니라...”

“아니면 뭔데? 왜 그따위로 버릇없이 구는 거냐고. 혹시 나한테 불만이라도 있어?”

이제까지 알렉스에게 이토록 강하게 나간 적은 없었다.

알렉스 또한 그것을 느꼈는지, 더 이상 반박하지 않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 반응을 보고 마음이 약해질 뻔한 스텔라가 말했다.

“먼저 사람들한테 사과부터 해. 난 네가 진심으로 반성하길 원해. 아침에 소속사에서 진정성 있게 사과해. 그러면 반성문 필요 없이 알바 가도 돼.”

이 정도로 완화된 조건이라면, 그나마 수긍할만한 여지가 있었다.

만약 수락하지 않는다면, 당장 그 삼촌이라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알바를 그만두도록 할 것이다.

그뿐이랴? 용돈도 끊을 거다.

“.... 알았어.”

예상대로, 알렉스가 기세를 팍 죽이고 얌전히 대답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 순 없었다.

잡을 땐 확실하게 잡아둬야 한다.

채찍을 휘두르고 당근을 주었으니, 다시 채찍을 들 때다.

“그리고 한 번만 더 담배 피우면 죽을 줄 알아. 아무리 네가 성인이라지만 신분은 학생이야. 걸맞게 행동해.”

“아 누나... 왜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라고? 지금까지 내가 널 통제하려고 한 적 있어? 풀어주기만 했잖아. 통금시간까지 정하기 전에 담배도 끊어. 당장 끊으라는 게 아니라, 금연 클리닉 같은 데라도 가라는 소리야. 알았냐?”

“아...”

싫다는 표정이 역력한 알렉스.

인상을 팍 쓴 스텔라가 단호히 말했다.

“노력해본다는 말이라도 해.”

“.... 노력해볼게.”

“내일 뭐할 거라고?”

“알바 가기 전에 소속사에 들러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지혁이 형한테도 따로 미안하다고 할게. 그러니까 삼촌한테 전화하지 마.”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내일 제대로 사과를 하는지 안 하는지는 자신이 감시하면 되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알렉스를 한 차례 쏘아본 스텔라는, 동생의 방 문을 닫아주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

[잘 들어갔어?]

[응.]

[근데 왜 연락 안 해? 자는 줄 알았잖아.]

스텔라의 톡을 받은 나는 새어나오는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내게 특별한 감정을 품었다.

나를 남자로 보고 있다.

이는 아까 스텔라가 차에서 보여준 반응만 보아도 안다.

여기서 나만 조금 더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곧바로 썸으로 향하게 되는데, 발정기에 들어간 동물마냥 무리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방금 자동차 청소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야. 넌 아직까지 안 자고 뭐해?]

[난 뮤직비디오 보고, 신곡 스트리밍하고 잘 거야. 이제 2시간 뒤인데 긴장돼 죽겠어.]

[뮤직비디오는 이미 미리 봤잖아.]

[그래도 데뷔한 날이니까 보려구. 그래도 돼?]

딱 봐도 댓글을 읽어보거나, 실시간 성적을 확인해보려고 하겠구나.

내일 엄청 피곤해할 텐데... 특별한 날이니만큼 허락해주지.

[그렇게 해.]

[응. 오빠는 바로 자려구?]

[씻고 누워야지.]

[알았어. 내일 봐. 근데 내일 아침 뭐해줄 거야?]

내가 피곤해한다는 걸 알면서도 대화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저 모습...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싱그러운 마음을 잘 조절할 수가 없나보다.

[글쎄. 아직 안 정했어.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니. 다 좋아. 그리고 오늘 정말 미안해. 알렉스 따끔하게 혼냈어. 내일 소속사로 사과하러 갈 거야.]

오늘만큼은 제대로 혼냈으리라고 믿는다.

동생에게 정나미가 아주 약간이라도 떨어졌으면 좋겠다만... 혈연이란 건 쉽게 끊어지는 법이 아니니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자.

시간, 장소, 사람... 모두가 내 편이다.

계획대로 할 일을 하다 보면, 스텔라는 자연스레 늪에 잠기게 될 것이다.

내일, 혹은 모레 S급 마물을 한 마리 내보내야겠다.

위치는 서울만 아니면 어디든 상관없고... 마물을 상대할 영웅은, 스텔라가 가장 좋아하는 비스트 슬레이어인 세화다.

이번엔 전투장면을 잘 따놔서, 비스트 슬레이어들을 향한 스텔라의 동경심을 확 키워놔야지.

청사진을 그려놓은 나는 휴대폰을 두드렸다.

[알렉스도 힘들어서 홧김에 그랬을 거야. 너무 매몰차게 대하지는 마.]

[오빠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사기도 잘 당할 것 같아.]

그건 내가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란다.

넌 지금 인생 자체가 뒤바뀔만한 사기를 당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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