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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367화 (367/471)

〈 367화 〉 스텔라, 전격 데뷔! #2

* * *

“오빠, 나 아침은?”

수면 충전을 완료했는지 쌩쌩한 얼굴의 스텔라.

그녀가 제대로 끼우지 못한 안전벨트 버클을 딱! 소리가 나게 클립에 끼워준 내가 대답했다.

“네가 갖고 오지 말라며.”

“내가 그랬어? 언제?”

“10시에 톡 보냈잖아. 동생이랑 먹는다고. 기억 안 나?”

“아... 그랬지 참... 잠결에 까먹고 있었나보다.”

“너 아침 안 먹었어?”

“먹었어.”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스텔라를 돌아보았다.

“근데 왜 아침 타령이야? 배고파?”

“조금.”

“소속사 도착하면 먼저 올라가서 기다리고 있어. 너 내려다주고 김밥 사갈게.”

“김밥 말고 떡볶이.”

여자들은 왜 이렇게 떡볶이를 좋아할까?

세화도 그렇고, 실비아도, 아델도 죽고 못 사는 수준이다.

박사와 유리아는 아니지만 말이다.

“귀찮으면 내가 배달 어플 켜서 시킬까?”

말을 잇는 스텔라에게 고개를 가로저은 내가 말했다.

“그냥 내가 사줄게. 안 귀찮아.”

그에 헤픈 웃음을 터뜨린 스텔라가 뒷좌석에서 담요를 갖고 왔다.

자신의 몸을 전부 덮은 그녀의 고개가 이리저리 돌아간다.

오늘 날씨가 꽤나 좋아서 경치를 눈에 담아두고 싶은 모양이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그녀가 묻는다.

“나 내려다주고 바로 자러 갈 거야?”

“일단 대기해야지. 대표님이 너 데려다주라고 시킬지도 모르니까.”

대답이 마음에 들었을까?

스텔라가 흐뭇해하며 손바닥으로 내 어깨를 톡톡 쳤다.

먼저 다가오는 이런 스킨십은 처음인가?

어제 이후로 스텔라가 약간 과감해진 느낌인데, 좋은 징조다.

“소속사 휴게실에서 자. 차에서 자면 목 칼칼해져.”

“그건 내 맘이야.”

“내 마음도 참고해줘야지. 오빠 내 매니저잖아.”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이, 그리고 ‘내 매니저’라는 말을 강조해서 하는 것이 귀엽다.

“알고 있지?”

대답을 재촉하는 모습도 깜찍하고 좋다.

“알아.”

“그럼 휴게실에서 쉬어. 대표님이랑 대화 나누고 나서 깨워줄게. 이제 끝. 이미 결정 났어. 남자가 한 입 갖고 두 말하는 거 아니래.”

축구 심판마냥 양손을 좌우로 펼치는 스텔라.

못 말리겠다는 듯 혀를 끌끌 찬 나는 그냥 운전에 집중하기로 했다.

스텔라와의 관계는 뭔가 재미있다.

자신의 정확한 감정을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그녀와의 줄다리기에 쫄깃함이 있다.

조만간 나를 남자로 보기야 하겠지만, 썸으로 가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풋풋함은 지금이 아니라면 느낄 수 없다.

그러니 마음껏 즐겨주자.

**

[현재 알렉산더 헤일리의 친구들까지 포함해서 마약 운반책으로 사용 중이에요. 더 나갈까요?]

마르셀라의 보고를 받은 나는 휴대폰을 두드렸다.

[일단은 현상유지 해. 적당히 일 잘하면 상이랍시고 여자도 몇 명 넣어주고.]

[네.]

한창 비행에 빠져있는 알렉스에게 과시욕을 채워주기엔 미인계만한 것이 없다.

게다가 조직의 신뢰까지 주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알렉스는 자발적으로 조직에 발을 깊게 담글 것이다.

쑥쑥 키워지는 소속감은 덤. 나중에 스텔라가 알게 되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그리고 위험한 마약류까진 아니더라도 대마 정도는 하게 해봐.]

[알겠습니다.]

[조직 운영은 어때? 괜찮아?]

[순탄해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처럼 깍듯한 마르셀라의 답장을 받은 나는, 내역을 삭제하고 휴게실 흔들의자에 몸을 맡겼다.

발 받침대에 다리까지 올리고 담요를 덮으니 잠이 솔솔 온다.

5분만 잘까 싶다.

그렇게 잠이 들듯 말듯 몽롱해져있던 나는,

끼이익...

조용히 문이 열리며 가벼운 발소리가 들려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떡볶이 냄새를 보아하니 스텔라가 분명하다.

나는 눈을 뜨지 않고 잠든 척 가만히 있었다.

규칙적인 숨소리까지 내며 그러고 있으니,

“오빠, 자?”

스텔라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날 불렀다.

저래서야 사람 일어나겠냐?

“.....”

“오빠.”

한 번 더 날 부른 그녀가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손가락으로 내 팔, 어깨 등을 콕콕 찔러본다.

느낌이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약하게 말이다.

그래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스텔라가 내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정수리에서 앞머리에 이르기까지 두 번.

내가 어제 했던 행동을 정확히 따라하고 있다.

‘알고 있었구나.’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따라한 것일지도 모른다.

뭐가 됐든 아주 좋은 결과를 얻었다. 연기는 이쯤하자.

나는 스텔라의 손길에 반응한 척 닫힌 눈꺼풀을 올렸다.

그러자 스텔라가 생긋 웃는다.

“일어났어? 나 집까지 태워줘.”

“.... 회의 끝났어?”

“회의가 아니라 그냥 다음 스케줄 얘기였어. 근데 오빠 목 엄청 막혔다... 더 잘래?”

일부러 연기하고 있는 거야.

천천히 상체를 일으킨 내가 말했다.

“아냐, 가자.”

“응. 근데 오빠한테 톡 왔어.”

휴대폰을 가리키는 스텔라.

눈을 비비적거린 내가 말했다.

“봐봐. 누군데?”

개인적인 물건 중 으뜸이라 할 수 있는 휴대폰.

이것을 일부 오픈함으로서 내가 널 아주 신뢰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준다.

휴대폰을 슬쩍 바라본 스텔라의 목소리가 약간 가라앉았다.

“이지안 선생님. 이분 내가 아는 그 사람이야? 메이크업 선생님?”

“맞아.”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사이였어?”

“아니. 나도 오늘 톡 처음 받아봤어. 뭐래?”

“잠깐만...”

휴대폰을 터치한 스텔라가 화면을 빤히 바라보았다.

“촬영 끝나지 않았냐고, 바쁘냐고 물어보시는데? 이분은 어떻게 우리 스케줄을 알고 있어?”

“저번에 메이크업 받으면서 신나게 대화하던데... 그때 네가 다 얘기한 거 아니야?”

“아... 내가 그랬을 수도 있겠다. 뭐라고 답장해?”

“일단 집에 가자.”

“이미 읽어버렸는데 빨리 답장해야 되지 않을까?”

“줘봐.”

스텔라가 잽싸게 휴대폰을 건네며 내 지척까지 다가왔다.

내가 뭐라고 답장하는지 궁금한 모양.

스르르 내려가는 머리카락에서 풍겨오는 샴푸냄새가 좋다.

잠에서 깨려는 듯이 목을 이리저리 꺾은 나는 키패드를 두드렸다.

[스케줄은 말씀드리기 곤란해요.]

스텔라에게 보여주다시피 하며 답장을 한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후 기지개를 쭉 펴고 휴게실 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내 뒤를 쫄래쫄래 따라오던 스텔라가 물었다.

“왜 이분은 오빠한테 반말해? 나한테는 꼬박꼬박 존대하시던데... 오빠랑 친해?”

“막 친한 건 아냐. 너 메이크업 받을 때 몇 번 대화 나눴었어.”

“그래...?”

“배고파?”

“아니. 떡볶이 많이 먹었어.”

“그럼 바로 집에 데려다준다?”

“아, 응...”

**

이지안은 대놓고 내게 관심을 표했다.

그건 둔한 스텔라라도 모르지 않을 텐데, 지금 그녀는 질투도, 서운함도 아닌 애매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굳이 비유하자면, 자신의 동의 없이 새 애인을 만나기 시작하는 아빠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되겠다.

아직 나에 대한 감정을 확실하게 확인하지 못했기에 일어난 일.

그 결과가 지금 이 톡이었다.

[쉬는데 미안. 재미있는 영화 추천해줄 거 있어?]

귀여운 캐릭터가 눈물을 흘리는 이모티콘과 함께 온 톡.

내가 뭘 하는지는 알아보고 싶은데, 대놓고 묻기엔 조금 껄끄러운...

그런 감정이 다 묻어나오고 있다.

아무도 없는 연수의 집 침대에 누워있던 나는 편하게 답장을 보냈다.

[영화관 갈 생각하지 마.]

[집에서 TV로 결제할 생각이었는데... 영화관은 왜?]

[얼굴 팔려. 정 가고 싶으면 마스크랑 모자 쓰고, 알렉스랑 같이 가.]

아니면 나랑 가든가.

[알았어. 영화 추천이나 해줘.]

[나도 잘 모르겠는데. 영화를 잘 안 봐서. X플릭스에서 아무거나 골라봐.]

[나 아이디 없는데?]

알아.

그래서 너랑 공유하려고, 커플 아이디 같은 느낌처럼 하나 만들어놨지.

[내 거 써. songdevil4444, 비번은 songdevil$$$$.]

[아이디가 더러워... 송데빌이 뭐야? 숫자도 4444... 엄청 유치하다...]

아이디 빌려주는 사람한테 말 심하게 하네?

속내는 좋으면서... 나중에 혼내준다.

[싫음 말고.]

[아냐, 볼래.]

마음껏 봐라.

거의 야동 같은 청불 로맨스영화도 많던데, 그거 보면서 예습해두면 더 좋고.

[밥 먹었어?]

[방금. 오빠는?]

[차리기 귀찮아서 시켜먹으려고.]

나는 지금 집에 있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해줬다.

우리 덜렁이, 이제 만족하지?

[치킨 같은 거 먹지 마. 나도 먹고 싶어지니까.]

[사진 찍어서 보내줄게.]

[씹을 거야. 차단해야지.]

삑! 삑삑삑! 덜컥­!

스텔라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나는, 현관문이 열리며 연수가 들어오자 태연스럽게 그녀를 반겼다.

“왔냐?”

날 보고 벙 찐 연수의 고운 미간이 순식간에 좁혀졌다.

“당분간 연락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여기 있어?”

“비밀번호도 안 바꿔놨길래 화 풀린 줄 알았지. 어제도 요식업 회사 사장실에 들르려고 했다던데... 혹시 회사가 망한 줄 알고 갔던 거야? 이번에 딴 새로운 광고 끊길까봐 걱정했어?”

움찔한 연수가 싸늘한 투로 말한다.

“소설 쓰지 말고 빨리 나가.”

내 자본을 이용해먹을 생각만 하던 애가 이러는 게 이해가 안 간다.

요즘 조금 잘나가더니 콧대가 높아졌나?

지금처럼 지위를 이용한 봉사를 원할 때나, 앙칼진 맛을 원할 때마다 만나면 나름 만족스럽긴 하지만 말이다.

웃통을 벗은 나는 티셔츠를 아무렇게나 휙 던져놓았다.

그러자 연수가 질색을 하며 다가온다.

“미치겠네... 발정 났냐? 돌았어?”

“연수야, 오이 음료수는 너무하다고 생각 안 하냐? 그걸 누가 사 마셔? 그냥 오이 썰어서 물에 넣으면 그만 아닌가? 수분이 필요하면 아예 따로따로 먹던지. 오이에 수분이 얼마나 많은데.”

“.....”

“항상 수분을 보충하세요! 건강한 천연음료, 큐컴버케어.”

최근 연수가 찍은 CF의 대사를 조롱하듯 읊자, 연수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순식간에 붉어지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린 내가 말을 이었다.

“음료수 이름도 대충 지은 티가 나네. 인터넷 반응 봤어? 장난 아니더라.”

“놀리려고 온 거냐 개새끼야? 빨리 꺼져.”

이젠 욕까지 하네?

하긴, 나 같아도 화나긴 하겠다.

“진정해. 네 이미지 회복시켜주려고 광고 제의했잖아. 큐컴버케어인지 뭔지는 갖다 버리고, 우리 쪽 음료수나 열심히 광고해줘.”

그 말에 연수의 입이 꾹 다물렸다.

잠깐 날 죽일 듯 노려보던 그녀가 물었다.

“네가 제의하라고 시킨 거였어?”

“맞아. 이번 기회에 이미지 회복 한 번 제대로 해봐. 앞으로는 광고 들어왔다고 냅다 받지 말고 아람이랑 상의해. 알았어?”

“.....”

“알았냐고.”

“아, 알았어...”

순식간에 기가 죽은 연수의 얌전한 대답.

외투를 벗고 스탠드형 옷걸이에 걸어놓은 그녀가 침대에 걸터앉아 날 내려다보았다.

“스텔라 헤일리 매니저는 대체 왜 하는 건데...? 나처럼 키우려는 거야?”

너와는 비교조차 안 되게, 정성을 다해서 키울 거란다.

그리고 너는 스텔라가 톡을 본 순간부터 자동으로 참전한 거야.

네 마음대로 발을 뺄 수가 없게 됐으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나한테 잘 써먹혀라.

“알 거 없어. 그 문신 스티커는 샀냐?”

“아, 그거... 사긴 샀는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 돼?”

약간 저렴해 보이는 맛도 있어야 좋지.

말없이 연수를 주시하고 있자, 한숨을 푸욱 내쉰 그녀가 협탁 서랍을 열더니 비닐에 포장되어있는 스티커 뭉치를 가지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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