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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366화 (366/471)

〈 366화 〉 스텔라, 전격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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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

따스한 물줄기가 목 뒤에 닿는다.

집 먼지로 인해 약간 막혀있던 코가 뻥 뚫리면서 상쾌한 기분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그건 잠시뿐이었다.

‘피곤해...’

어제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었다.

촬영에 집중하면서 지혁의 대학 동기인 신연수의 스카웃 제의도 신경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로 인해 안무를 실수하여 보영에게 꽤 크게 혼나 주눅이 들었다.

또한 막바지에 첫 사생팬을 맞이하고 나니 몸과 마음이 지쳐버렸다.

아니, 상기한 것들은 전부 차치하고서라도, 지혁을 신경 쓰느라 심력 소모가 너무 컸다.

어제 사생팬이 가고 나서도 한 시간이 넘게 그 자리에 있던데...

오늘 잠은 제대로 잤을까? 졸음운전이라도 하면 어쩌지?

오늘만큼은 직접 운전하면서 지혁을 쉬게 해주고 싶지만, 자신에겐 면허가 없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어제 차에서 자느라 투정을 부렸던 것이 너무 창피하다.

피곤함만으로 따지면 지혁이 자신보다 더할 텐데... 철없는 모습을 보여줘 버렸다.

하지만 지혁에겐 그러고 싶었다.

자신이 뭘 하든 전부 그러려니 하며 받아줄 것 같았다.

어제 밤에 있었던 일을 겪은 이후로 그 마음이 더해졌다.

굉장한 순발력으로 자신을 지키려고 했던 그,

좋은 말로 보내고 싶었던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김지석이라는 학생에게 신곡 스트리밍을 꼭 하라는 말을 했던 그,

늦은 시간까지 혹시나 더 있을 사생팬들을 우려하여 빌라 앞을 지키던 그...

너무 듬직하다. 마치 아빠곰에게 비호를 받는 아기곰이 된 느낌이다.

­아 씨발...! 똑바로 박으라고 병신아! 나부터 살려!

알렉스의 방에서부터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찌나 크게 소리를 질렀는지 화장실까지 들릴 정도다.

자신도 모르게 샤워기 호스를 꽉 잡은 스텔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부터 저러네...’

게임에 빠진 건 상관없는데, 너무 빠져버려서 문제다.

자꾸 비속어를 내뱉는 것도 문제고.

그나마 오늘은 새벽까지 하지 않아서 다행이긴 한데... 누나 앞에서 욕이라니,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샤워를 끝낸 스텔라는 벽걸이 시계를 보았다.

아직 20분 정도 시간이 남아있었다.

자신의 머리를 말리며 알렉스의 방 안으로 들어간 스텔라가 동생을 불렀다.

“야.”

그러자 알렉스가 헤드셋 전원을 꾹 눌렀다.

“어? 이제 나가려고?”

“조금 있다가. 근데 욕 좀 안 하면 안 되냐?”

“미안. 흥분해가지고... 안 할게.”

알렉스는 곧 조용히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순한 양의 모습처럼 변한 자신의 동생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스텔라가 핀잔을 주었다.

“한 번만 더 감정조절 못하고 욕하면 컴퓨터 없앨 거야. 알았어?”

“알았어. 미안해. 잘 다녀와, 누나.”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자신의 앞에서 서글서글한 미소를 띠우고 있는 알렉스에게 더 뭐라 하지를 못하겠다.

동생에게 너무나도 약한 자신의 태도.

고쳐야함을 알면서도 그럴 수가 없다.

지구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혈연이라 그런 걸지도 모른다.

결국 또 이번 사건을 넘어가기로 한 스텔라가 물었다.

“알바 오늘 첫날이지? 언제 가?”

“10시에 출발하면 돼.”

“일하면서 욱하지 마.”

“내가 누나야?”

“이게 확...!”

“이거 봐. 또 때리려고 하네. 누나야말로 촬영하다가 욱하지 마.”

팔을 들어 올리며 방어 자세를 취하는 알렉스.

그 모습을 본 스텔라가 생각했다.

동생이 지혁의 반의 반만 닮았어도 걱정할 일은 없을 텐데.

자신도 모르게 두 사람을 비교해버린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그 친구 삼촌이라는 분 전화번호나 내놔.”

“누나 톡으로 보내놨는데?”

휴대폰을 꺼내 확인해보니, 과연 알렉스의 말마따나 톡이 와있었다.

“이거야?”

“응. 늙어서 기억력도 안 좋아졌나보네. 내가 성공해서 머리 고쳐줄게.”

그냥 편의점 알바에 돌아오면 자기계발은커녕 게임만 하는 주제에... 자신만만하게 저리 말하는 것이 어이가 없다.

그래도 기특하긴 하다.

마지막으로 욕하지 말라고 당부를 해놓은 스텔라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외출 준비를 했다.

사실 준비라고 해봐야 별 것 없었다.

기초화장만 끝내놓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다가 나가면 끝.

나머지는 메이크업 샵에서 해주니 걱정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자신의 메이크업을 해주던 이지안이라는 선생님이 지혁에 대해서 자꾸 물어봤었다.

매니저가 너무 잘생겼다, 저번에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일이 처음이라는데 힘들어하지는 않느냐, 무슨 일을 하다가 이쪽 업계로 오게 되었느냐 같은...

그땐 그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한 사담으로 받아들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지혁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혁의 주제만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리 없었으니까.

머리를 말리며 이지안에 대해 생각해보던 스텔라가 흠칫했다.

‘내가 왜 자꾸 오빠 생각을 하는 거지?’

현재 자신은 데뷔를 코앞에 둔 상황이다.

또한 가장 중요한 촬영까지 끝나지 않았다.

이 두 가지 일에 집중해야할 터인데...

어쩌면 자신은 지혁을 통해 오래 전 사별한 자신의 다정했던 아버지를 투영했고, 그래서 그리운 마음에 자꾸 그를 생각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짧은 만남이지만 이럴 정도로 지혁과 있으면 마음이 편했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이 나쁜가? 아니, 그렇지 않다고 본다.

우우웅­!

화장대에 둔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린다.

집 앞에 도착했다는 지혁의 톡이 와있다.

자신의 입꼬리가 쫙 펴져있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스텔라는, 방금 느낀 감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믿음직한 매니저에게 의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른 연예인들도 그럴 것이니, 괜히 호들갑떨지 말자.

기타가방을 챙긴 스텔라가 방을 나서며 소리쳤다.

“나 나간다!?”

“누나! 나 밥은!?”

“냉장고에 볶음밥 남은 거 있어! 알바 잘 다녀오고!”

“알았어! 수고해!”

굳게 닫힌 문에서부터 들려오는 동생의 외침을 뒤로하고 엘리베이터를 탄 스텔라.

1층에 도착한 그녀는, 공동현관 입구에 밴이 딱 대어져있고, 지혁이 팔짱을 낀 채 서있자 그의 얼굴을 살폈다.

‘괜찮은 거 같은데...’

눈 밑이 퀭하지도 않고, 피곤해 보이지도 않는다.

다행이다. 하지만 지혁의 의젓한 성격상 졸린데 티를 내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자동문이 열리자마자 지혁의 지척까지 접근한 스텔라가 그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뭐하냐? 눈싸움하자고?”

“어제 잘 잤어?”

“잘 잤어.”

여느 때처럼 과묵한 대답. 뭔가 안심이 된다.

하지만 저 잘 잤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지혁의 눈은 약간 풀려있었기 때문.

많아봐야 세 시간 정도 잤을 텐데,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오빠 오늘 쉴래? 어차피 촬영 마지막 날이라 보영이 언니랑 대표님도 올 텐데... 난 걱정하지 말고 그냥 집에서 자.”

달콤한 떡밥을 던졌지만, 스텔라는 지혁이 이 제안을 거절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는 매니저에 인생을 전부 걸지는 않았을지언정, 자신이 맡은 일은 책임감 있게 처리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기타나 줘.”

역시 예상대로였다.

내심 기뻐한 스텔라가 헤실헤실 웃었다.

“아침 뭐야?”

“해시 브라운하고 오믈렛.”

든든한 아침이다.

결정을 맡기길 잘했다.

지혁이 기타를 놓을 때까지 기다리던 스텔라는, 그가 운전석으로 향하자 뒷좌석에 올랐다.

좌석 테이블을 펼친 스텔라는 옆에 있는 검은 비닐봉지를 위에 올려놓았다.

비닐을 열어보니 1회용 포장용기가 아니라 깔끔한 보온 도시락 통이 자태를 드러냈다.

놀란 스텔라가 물었다.

“이거 직접 만든 거야?”

“응.”

“어, 언제...?”

“나 아침 먹으면서 만들었어.”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빨리 만들 수 있다고 쳐도 30분은 걸렸을 텐데...

그럼 지혁은 잠을 거의 못 잤다는 뜻이 된다.

정말 미안했다. 그리고 미안한 만큼 기뻤다.

누군가가 직접 해준 아침을 먹어보는 게 얼마만인지...

통을 여니 감자와 계란 특유의 고소한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왔다.

딱 봐도 맛있어 보인다.

봉지 안에 있는 다른 통엔 입가심으로 먹을 방울토마토와 딸기가 있었다.

딸기는 꼭지가 예쁘게 잘려 한입에 먹기 딱 좋게 되어있기까지... 미쳤다.

갑작스레 동생 생각이 난다.

알렉스에게도 주면 좋아할 텐데... 이건 지혁이 자신만을 위해 만든 거니까...

혼자 먹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다.

운전을 시작한 지혁을 흘끗 바라본 스텔라의 입꼬리가 완전히 쭉 찢어졌다.

“잘 먹을게.”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지혁.

자신이 미안해할까 일부러 대수롭지 않은 듯 넘어가려는 게 눈에 보인다.

오믈렛을 떠서 먹어보니 간이 딱 알맞게 되어있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졸린 날이었다.

그러나 힘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난다.

이래서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 자신의 매니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거구나.

없으면 죽고 못 산다고 했던 연예인도 기억이 나는데, 방송용 멘트라고 생각했으나 겪어보니 진심이었다.

너무 좋다. 지혁이 쭉 자신의 매니저였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지혁이 자신에게 해준 만큼, 자신도 그에게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주고 싶었다.

그래야 안 떠나려고 하지.

**

“엄청 무거운 건데 힘 좋으시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뮤비제작 잘 부탁드릴게요.”

“그건 편집 팀에서 하는 건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엄청 잘 뽑힐 거예요.”

그래주면 고맙지.

그나저나 오늘따라 스텔라의 시선이 유독 많이 느껴졌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거나, 근처에 없으면 안달이 날 정도까진 아니다.

그러나 틈 날 때마다 마치 주인을 잃어버린 새끼강아지인 양 날 찾고는 했다.

지금도 그랬다.

최승환과 보영, 천희주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눈만큼은 집중력이 결핍된 것처럼 데굴데굴 굴러가 나를 시야에 두려고 한다.

그러다가 보영에게 핀잔을 받은 건 덤이었다.

스스로 호구를 자청하여 촬영 팀의 장비를 차에 실은 나는, 밴의 시동을 걸고 히터를 튼 뒤에야 최승환을 비롯한 모두에게 다가갔다.

그런 날 발견한 최승환이 껄껄 쪼개며 말한다.

“지혁이 수고했다. 내일 정오에 스텔라만 소속사에 데려다주고 모레까지 푹 쉬어라.”

“모레까지요? 스텔라 스케줄은요?”

“휴식이야. 여태 열심히 달려왔으니까 쉬는 날도 있어야지.”

그래도 자기 사람을 챙겨준다는 말은 지키는구나.

심보 주머니가 얇네. 넌 나쁜 놈 되긴 글렀다.

“알겠습니다.”

“고생 많았고, 스텔라 데리고 돌아가 봐.”

“예.”

나는 눈을 여러 번 끔벅거리고 있는 스텔라를 바라보았다.

어지간히 졸린데, 그렇다고 티를 내기는 싫은 모양이었다.

스텔라의 핸드백을 들고 밖으로 나온 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자 뒤따라 나온 스텔라가 말한다.

“내일은 나 혼자 택시타고 갈 테니까 오빠는 집에서 쉬어. 대표님한테는 오빠가 태워다줬다고 말할게.”

우리 덜렁이, 배려해주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다.

근데 너 지금 이거 빈말이잖아.

내가 데려다주는 게 안심되고 좋잖아. 그치?

나도 너랑 붙어있고 싶으니까, 떠보기는 지금 말고 나중에 해.

“이상한 소리는 그만하고 얼른 차에 타. 히터 켜놨어.”

“응.”

얌전히 뒷좌석에 오른 스텔라가 담요를 덮고 날 쳐다본다.

널따란 바다 같은 푸른 눈과 마주치니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동글동글 순한 눈매는 또 어찌나 예쁜지,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눈가를 만지고 싶을 정도다.

유혹을 참아내고 운전석에 탄 나는, 스텔라가 돌연 조수석으로 자리를 옮기자 침을 삼켰다.

땀 냄새가 약간 섞여있는 향수 냄새가 너무나도 아찔했기 때문이다.

새하얗고 기다란 목선은 또 어찌나 매혹적인지, 당장 달려들고 싶을 정도다.

“그냥 뒤에서 자지?”

“내일 늦게 일어나도 돼서 괜찮아. 오빠 엄청 피곤해 보이는데 졸음운전 하면 안 되니까 나랑 대화하면서 가자.”

자신 있게 그런 말을 했던 스텔라는, 차가 출발한지 5분도 안 되어서 잠에 빠져들었다.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켠 나는, 신호가 걸린 틈을 타 스텔라를 빤히 쳐다보았다.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은 내가 조용히, 그리고 최대한 다정하게 말했다.

“수고했어.”

정수리에서부터 앞머리에 이르기까지, 두 번.

세화를 비롯한 아내들에게 하듯 머리를 만져주자, 스텔라의 눈이 부스스하게 뜨였다.

일어날 줄은 몰랐는데... 몸이 너무 민감한 거 아니냐?

찔끔한 나는 최대한 태연한 척, 애초에 스텔라를 깨우려고 한 척 행동했다.

“뭐 잊어버린 거 없어?”

내가 모과차를 말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스텔라가 시트를 뒤로 쭈욱 내리더니 말한다.

“나중에... 내리기 전에 마실래... 나 졸려...”

이후 담요를 턱밑까지 끌어당기고는, 생긋 미소 지으며 눈을 감더니 이런 말을 해왔다.

“오빠도 수고했어...”

머리를 만진 걸 눈치챈 건가?

아니면 수고했다는 말만 듣고, 만진 건 모르는 건가?

뭐가 됐든 거부감이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동시에 아쉽기도 했다. 어떠한 반응이 나오는지 한 번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다음번엔 멀쩡한 상태에서 시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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