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0화 〉 너의 매니저님 #3
* * *
“안녕하세요, 오빠.”
오늘 스텔라의 패션은 손바닥을 반 정도 가릴 듯한 분홍색 니트.
그리고 밑단 옆부분이 약간 찢어진 청바지.
어제는 숙녀 같더니 오늘은 발랄한 소녀처럼 보인다.
다양한 패션을 소화할 수 있다면 이미지 변신이 쉽다.
그런 의미에서 스텔라는 타고났다. 축복받은 마스크와 몸매...
빨리 온몸 구석구석을 빨고 싶다.
“안녕. 바로 갈까?”
“네. 근데 오빠 얼굴이 약간 핼쑥한 것 같아요. 어제 못 주무셨어요?”
어제? 언니라인인 유리아, 실비아랑 임시신전에서 밤새도록 달렸단다.
걱정해주어서 고맙구나.
“충분히 잤어. 걱정해줘서 고맙다. 기타부터 줄래?”
“아... 그... 네, 여기요.”
저번에 루프 라인에 부딪쳤던 일이 생각났는지, 스텔라는 순순히 내게 기타를 넘겼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타더니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게 보인다.
어제 사두었던 방향제 냄새가 마음에 든 듯했다.
괜히 뿌듯한 감정이 든 나는 기타를 잘 정리해놓고 운전석에 올랐다.
시동을 걸고 출발 준비를 마친 내게, 스텔라가 바람구멍 중앙에 걸쳐진 방향제를 가리키며 묻는다.
“오빠가 산 거예요?”
“어제 샀어. 무해한 성분으로만 만들어진 건데, 혹시 불편하면 말해줘. 바로 뺄게.”
“아뇨... 그게 아니라 냄새가 너무 좋아서요. 저도 상쾌한 향을 좋아해서...”
“그래? 다행이네.”
“저건 뭐에요? 목베개인가?”
이번엔 대시보드를 가리키는 스텔라였다.
차를 천천히 출발시킨 내가 정면을 보며 대답했다.
“맞아. 네가 쓸 거.”
“저요?”
“데뷔하면 바빠질 것 같으니까, 피곤할 때 편하게 눈 붙이라고 사온 거야. 뒤에 담요도 있고, 충전기도 꼽아놨으니까 졸리면 뒷좌석에서 자.”
“그, 그걸 전부 사셨어요? 어제?”
그것만이 아니야! 공기청정기도 있어!
가습기도 있고, 미니 냉장고도 사놨어!
그러니까 사온 것들을 보고 날 꼼꼼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줘!
호감도가 오르면 더 좋고.
“응.”
“진짜 섬세하시다...”
“말 편하게 해. 나만 이러니까 약간... 싸가지 없어 보이잖아.”
사실 싸가지가 없다기보다는 정이 없어 보인다고 해야 맞았다.
‘싸가지’라는 단어에 픽 웃음을 터뜨린 스텔라.
그녀가 날 돌아보며 말했다.
“나중에 더 친해지면요.”
“알았어. 그리고 밥 안 먹었지? 글러브 박스 열면 베이컨 샌드위치 있거든? 그거 먹어.”
눈을 동그랗게 뜬 스텔라가 글러브 박스를 열었다.
아직 채 미지근해지지 않은 시원한 샌드위치를 집어든 그녀가 아주 환한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오빠.”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보다 더 친근감 있는 인사다.
빠르게 편해지고 있다는 방증.
새어나오려는 미소를 간신히 참아낸 나는 기쁜 마음으로 운전에 집중했다.
**
“마왕님... 갑자기 모텔은 왜...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빨개진 낯, 긴장되어 보이는 눈.
내 앞에 서서 자신의 한쪽 팔목을 잡고 미세하게 몸을 떠는 마르셀라의 물음에, 나는 아무 말 없이 방긋 웃어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긴장이 약간 풀렸는지, 마르셀라의 혈색이 조금 돌아왔다.
“저... 책하시려고 부른 거 아니죠...?”
“아니다. 부탁이 하나 있어서 불렀다.”
“부탁이요...? 말씀하세요.”
“한국에 있는 범죄조직 중에, 마약과 성매매에 관련된 조직을 하나 흡수해줬으면 좋겠어. 적당히 갖고 놀기 좋은 조직으로.”
마르셀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범죄조직이요? 이유가 있나요?”
“스텔라의 동생을 그쪽으로 끌어들이고 싶다.”
놈은 스텔라의 속을 썩여야한다.
아주 많이.
“아... 이해했어요.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찾아볼게요.”
“앉아보아라.”
“네?”
“앉아보라 하였다.”
“아, 네...”
머뭇머뭇 다가온 마르셀라가 수줍게 내 옆에 앉는다.
꼭 모은 무릎을 약간 사선으로 두고, 그 위에 손을 올려놓은 다소곳한 자세.
마르셀라의 손 위에 내 손을 포개자, 그녀가 움찔하더니 날 돌아본다.
“따로 만나자고 해놓고 그러질 못해서 미안하구나.”
팡! 하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감정이 격해진 마르셀라의 꼬리가 침대를 친 것이다.
“고, 괜찮아요... 마왕님께선 할 일이 많으시니까...”
“이젠 별로 없게 됐잖으냐.”
“스텔라 님의 매니저 일로 바쁘시잖아요...”
“아직 데뷔 전이라 바쁘지는 않다.”
“그, 그런가요...?”
“혹시 바라는 게 있느냐?”
스스로 말해줬으면 좋겠다.
총애를 받고 싶다고, 사랑을 달라고.
분위기가 묘해진 것을 직감했는지, 마르셀라의 이빨이 딱딱거리기 시작했다.
“후아...”
코에서 새어나오는 바람이 아직 보일러가 제 온도에 이르지 못한 차디찬 모텔 방 안을 덥힌다.
아랫입술에 살짝 걸쳐져있는 송곳니가 탐스럽다.
그녀의 가느다랗고 긴 목에 코를 가져가보니 매혹적인 향이 풍겨온다.
제법 무겁고 섹시한 향수를 쓴 듯하다.
“마, 마왕님... 그... 스텔라 님한테 가야하는 게 아닌가요...?”
말은 저렇게 하고 있지만 여기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뉘앙스를 팍팍 풍겼다.
“보영의 집에서 연습을 하는 상황이라 괜찮다.”
“그런... 가요...?”
팡! 팡!
움직임이 더욱 격렬해진 꼬리.
다리마저도 후들후들 떠는 것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잔뜩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장난기가 든 나는 마르셀라의 귓가에 바람을 약하게 후 불었다.
그러자,
“히약...!”
어깨를 움츠리고 세운 마르셀라의 다리가 살짝 벌어졌다.
그 틈을 탄 나는 길쭉한 그녀의 다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뽈록 튀어나온 치구를 검지로 톡 건드렸다.
“허어억...”
치구에 대고 있던 손가락이 축축해지면서, 마르셀라가 뿜어낸 조수가 침대보를 적셨다.
대체 오르가즘 한계치가 얼마나 낮기에 이토록 쉽게 가버리는 걸까?
팬티가 서서히 젖어가는 그림이 무척 꼴리는데, 폭포수처럼 쏟아내서 순식간에 젖어버리니 아쉽다.
여느 때처럼 분수를 뿜어낸 마르셀라의 아랫입술에서 피가 살짝 났다.
그녀의 툭 튀어나온 송곳니가 입술을 찔렀기 때문이었다.
입꼬리를 타고 흐르는 그 피를 혀로 핥아먹자, 마르셀라의 눈이 일순 뒤집혔다가 돌아왔다.
“흐야아아...”
조수가 멈출 줄 모른다.
마르셀라랑 성적인 행위를 하다 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저러다 몸에 있는 수분이 애액으로 죄다 빠져나가는 건 아닐까 라는 게 그 생각이다.
그리고 반응이 너무 재미있다. 그래서 더 하고 싶다.
난 이번엔 마르셀라의 격한 성감대 중 하나인 꼬리를 들어, 끄트머리를 잘근 깨물었다.
“히이이익...♡”
하이 톤의 신음을 터뜨리며 다리를 활짝 여는 마르셀라.
그로 인해 그녀가 입고 있던 딱 달라붙은 스커트가 위로 말려 올라갔다.
속살이 약간 보이는, 50데니어 쯤 된 스타킹은 이미 젖어버린 지 오래.
마르셀라의 다리 사이로 내려간 나는, 가랑이의 스타킹을 일부 찢어냈다.
찌익...!
새어나온 애액으로 인해 검붉은 빛을 띠게 된 빨간색 팬티가 드러난다.
그 부분을 옆으로 슬쩍 젖히자, 실시간으로 애액을 질질 흘리고 있는 보지가 보인다.
거의 소변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
헛웃음을 켠 내가 말했다.
“너는 여전해서 좋구나.”
“마... 왕... 니힘... 저어... 조, 조금마안... 쉬면...”
“정말 쉬고 싶으냐?”
“아... 아니요오...♡”
움찔 허리를 튕긴 마르셀라.
얼굴만 보면 탈진하기 직전인 것처럼 보인다.
끄트머리가 하트모양으로 된 앙증맞은 꼬리는 아까부터 미꾸라지마냥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마르셀라를 천천히 눕힌 나는, 그녀의 어깨 위로 팔을 뻗어 몸을 지탱했다.
이후 히죽 웃으며 천천히 마르셀라의 입술을 향해 얼굴을 내렸다.
“헤엑...♡”
슬며시 위로 올라오는 그녀의 길고 뾰족한 혀.
내 입술을 탐스럽게 핥고 싶은 듯 꿀렁거리는 게 요망하다.
나는 마르셀라의 혀끝에 입술이 닿을락 말락 간을 보았다.
그러자 안달이 난 마르셀라가 몸을 배배 꼰다.
마르셀라의 마음이야 다 알고 있다.
왜? 얼굴에 드러나니까.
덮치고는 싶지만 주제를 넘는 것 같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몸은 더욱 달아오르고.
지금 그녀는 저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분명히, 무조건.
잠깐 마르셀라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나는, 그녀의 보지에서 조수가 더 뿜어져나올 때쯤에야 얼굴을 완전히 내렸다.
그리곤 의도적으로 마르셀라의 송곳니에 혀를 가져다댔다.
퓻! 하는 느낌과 함께 혀뿌리가 뚫리면서, 뜨끈한 선혈이 새어나온다.
도톰한 입술을 타고 마르셀라의 입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피.
오로지 나만을 주시하고 있던 그녀의 눈동자가 서서히 위로 향한다.
“흐오오...”
기쁨에 완전히 절어버린 듯한 신음을 듣는 것을 시작으로, 난 마르셀라의 붉게 달아오른 가슴을 만지며 그녀와의 정사에 빠져들었다.
**
똑똑.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난, 동그란 원형 안경을 쓴 아람이 서류철을 들고 서있자 차에서 내렸다.
단아한 정장을 입고 있던 그녀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아람이 왔니?”
“네. 업무 보고 차 들렀습니다.”
“보고할 게 있나? 서류만 주고 이만 가봐.”
“네, 대표님. 그리고 신연수 님께서 대표님은 어디 계시냐고 물었습니다.”
연수라... 요즘 광고 섭외도 오고 잘나간다던데...
스텔라의 백이 되어줄 법도 하지만, 이년은 스텔라 옆에 붙이면 안 된다.
질투심이 워낙 강한 년이니까.
“뭐라고 대답했는데?”
“출장 차 해외에 나가계신 상태라고 했어요. 그랬는데 톡도 안 터지는 나라가 어디 있냐면서...”
톡을 씹은 걸 마음에 두고 있다.
연수야, 이래서 넌 안 된다.
서류를 살펴보고 있던 나는,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충 잘 달래주고, 뭐 물어본 척해. 서류는 다시 갖고 가고.”
내 의중을 정확히 눈치챈 아람이 생긋거리며 다소 큰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지혁아. 덕분에 잘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아.”
훌륭하다.
서류철을 다시 아람에게 건네준 나는 자연스럽게 몸을 돌렸다.
그러다 스텔라를 발견하고 놀란 척을 했다.
“언제 왔어?”
순둥순둥한 미소를 짓고 있던 스텔라가 대답했다.
“방금 나왔어요. 근데 누구에요?”
“대학교 선배인데, 일 좀 도와달래서.”
“아... 그래서 잘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구나... 근데 일이요? 오빠 다른 일도 해요?”
“그게 아니라, 미래과학과 관련된 일인데 약간 헷갈리는 게 있다고 하셔서.”
스텔라의 얼굴이 15도 각도로 약간 틀어졌다.
“대학교 선배인데 왜 후배인 오빠한테 물어봐요? 지식은 그 선배 분이 더 많지 않아요?”
“공부를 열심히 안 했나보지.”
“그게 뭐에요... 여자친구인데 거짓말하시는 거 아니에요?”
“만약 저 누나가 여자친구였으면 굳이 거짓말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내가 연예인도 아닌데.”
“그렇긴 하네요.”
나는 간단하리만치 수긍하는 스텔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늘 수고했어. 기타 줘.”
“아, 네. 오빠도 수고 많으셨어요.”
스텔라의 얼굴에 핀 웃음꽃을 보면 마음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다.
그녀가 건넨 기타가방을 받아든 나는, 약간 열려있는 지퍼를 닫고 4열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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