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6화 〉 스텔라 헤일리
* * *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온 나는, 상큼한 블랙체리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중세풍의 마계에 있다가 신문물이 가득한 지구로 오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며칠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인데, 세화와 유리아가 느끼는 감정은 오죽할까?
들어오자마자 소파로 달려가 앉은 세화가 유리아에게 말했다.
“와... 진짜 오랜만이다... 그렇지 않아요?”
“응.”
“바로 씻고 네일하러 갈 건데, 언니도 갈래요?”
“그럴까? 영화도 보자. 난 코미디영화가 그렇게 끌리더라.”
“무조건 찬성이에요. 실비아 언니랑 아델도 데리고 가야지.”
“메릴은 어떡해?”
“당연히 데려가야죠. 후드 뒤집어씌우면 괜찮을 거예요.”
마계에선 근엄한 왕비지만, 지구에선 스물한 살 싱그러운 여자의 모습으로 돌아온 세화.
그녀가 날 올려다보더니 묻는다.
“너도 갈 거야?”
태연스럽게 말을 놓는 그녀가 왠지 색다르게 느껴진다.
아니, 색다른 게 아니라 예전의 세화를 보는 것 같아서 좋다.
“넷이서 재미있게 놀다가 와.”
그녀들을 향해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인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켰다.
부재중 전화와 톡이 제법 많이 와있다.
대부분은 대학 동기들과 연수의 연락.
아람의 업무보고도 틈틈이 있었다.
톡을 대충 훑어본 나는 채보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집에 누구 있어?]
[안녕하세요, 대표님. 아무도 없어요.]
곧바로 온 답장.
너도 여전하구나.
[지금 갈게.]
[대기하고 있을게요.]
버릇처럼 포탈을 열려던 나는 멈칫했다.
간만에 지구로 돌아왔으니 택시를 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해서였다.
천천히 가면서 스텔라를 능욕할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
스탠드형 옷걸이에 걸려있는 외투를 꺼낸 나는, 세화와 유리아에게 간단한 키스를 해주고 현관문을 나섰다.
**
[국민여동생 채보영의 수제자 스텔라 헤일리, 아직까지 감감무소식. 데뷔일은 언제?]
[채보영 소속사 ABC엔터, 공개 오디션은 언제?]
[속칭 ‘개미’ 일반투자자, ABC엔터 주식 신규상장에 큰 관심. 상장조건 알아보기.]
[ABC엔터 대표 최승환 ‘스텔라는 싱어송라이터, 현재 보영과 데뷔 곡 작곡 중.’]
[고작 비공식 무대 한 번일 뿐인데... 스텔라 헤일리 팬카페 로즈마리, 회원수 10만 돌파. 채보영 팬카페와 공식적인 자매결연.]
[지상파 음악방송, 스텔라 헤일리 데뷔곡 러브콜. 네티즌 반응 ‘요즘 누가 음방하냐?’ 싸늘.]
미니 콘서트가 끝난 지 꽤 지났음에도, 스텔라의 뉴스가 간간히 뜬다.
현재 가수판에 비주얼과 음색을 갖춘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드물다보니 관심이 큰 듯했다.
잠자코 휴대폰으로 뉴스를 살펴보던 나는, 하반신에서 짜릿한 쾌감이 올라오자 다리를 약간 오므렸다.
그러자 무릎을 꿇은 채로 열심히 자지를 굴리고 있던 보영이 속도를 높였다.
“쯔븝... 츕...!”
타액이 가득한 입에서 들려오는 마찰소리,
보영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때마다 부드러운 애쉬브라운 머리카락이 찰랑이며 다리를 간지럽힌다.
혹여나 자지에 이빨이 닿을까 조심하면서, 옅은 쌍꺼풀을 지닌 큼지막한 눈으로 내 반응을 살피기까지... 시각적인 만족감이 매우 크다.
주름 한 점 없는 보영의 이마에 손을 올리는 것으로 신호를 주자, 그녀가 오므렸던 입술을 펼치며 자지를 뿌리에 못 미치는 정도로 집어삼킨다.
그와 동시에 내 하반신 근육이 수축되면서, 정관에 모여 있던 정액이 일시에 분출됐다.
“우읍...!”
눈을 질끈 감고 모든 정액을 받아내는 보영.
한 방울도 흘리지 않으려는 듯, 빈틈없이 자지를 물고 목을 꿀렁거린다.
그러나 양이 많아 넘기는 게 힘들어서였을까?
“쿠흡!”
기침을 한 그녀가 숨과 정액을 한가득 토해냈다.
“케헥...! 콜록...! 죄... 죄송합니다...”
기침을 하고는 있지만 무릎 위에 손을 올린 다소곳한 모습.
그 이질적인 자세로 고개를 꾸벅 숙인 보영이 내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고는, 튄 정액을 모조리 핥기 시작했다.
꽉 막힌 기침으로 인해 찔끔 흘린 눈물과, 손으로 자지를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감싸고 혀를 할짝이는 모습이 요망하다.
원체 청순한 얼굴이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몰랐다.
청소를 마친 그녀는 찐 수건을 가져와 내 하반신을 정성스레 닦아주었다.
이후 다 마신 커피를 리필해주더니, 화장실로 들어가 열심히 가글하고 양치를 했다.
능동적인 모습이 보기 좋다.
보영을 떨어뜨리길 잘했다고 생각한 나는, 모든 일을 마친 그녀가 내 옆에 앉자 물었다.
“스텔라의 상태는 어때? 중요하게 보고할 사항 있어?”
“평소와 똑같아요. 열심히 배우고, 서글서글하고... 대표도 엄청 좋아해요.”
“최승환 말이지?”
“네.”
“데뷔곡은 언제 준비돼?”
“곡 준비는 대부분 끝났어요. 대표님께서 말씀만 하시면 곧바로 뮤직비디오 작업에 착수하면서 데뷔 날짜를 잡을 거예요.”
사전준비는 다 끝난 셈이로군.
인맥이 무척 넓고 유명한데다 실력이 뛰어나기까지 한 채보영이 스승으로 있는 이상, 스텔라의 데뷔는 순항할 것이다.
“좋아. 스텔라의 동생... 이름이 알렉스였나? 걔는 어때? 요즘도 사고를 많이 치고 다니나?”
“알렉스 맞아요. 최근 불량한 학생들과 훨씬 더 자주 어울리고 있는 것 같아요.”
자기 과거사를 잘 알고 있음에도, 누나가 공인이 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저런다?
정신머리가 제대로 박혀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알렉스는 도덕심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을 터였다.
유전은 어디 가지 않으니까 말이다.
지금은 그냥 철없는 녀석이 단순한 일탈을 하고 있을 뿐, 언젠가는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올 것이었다.
그때까지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걸레마냥 쥐어짜야한다.
놈은 스텔라 타락의 핵심요소이니까.
어쨌거나 이런 비행청소년들은 허세를 부리기 좋아하는데, 음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그쪽 길로 빠지도록 유도하자.
“오늘부로 스텔라랑 알렉스, 이 둘한테 주는 용돈 다 끊어. 생활비도 최소한으로 줘.”
“궁핍하게 만들라는 말씀이시죠?”
“맞아. 스텔라는 몰라도 알렉스는 항상 돈에 쪼들릴 정도로 만들어야 되는데, 네가 할 일은 돈만 끊는 거야. 나머지는 내 쪽에서 할게.”
“알겠습니다.”
보영의 뽀얀 허벅지 위에 손을 올린 난, 말랑한 안쪽 살을 주물럭거리며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그녀의 다리가 후끈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할 때쯤 말했다.
“그리고 내일 자리 하나 만들자. ABC 엔터로 갈 테니까, 최승환한테 날 스텔라의 새 로드매니저라고 하고 소개해.”
“로, 로드매니저요...? 대표님이 직접 하시게요...?”
당연하다.
스텔라는 대부분의 시간을 나와 보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붙어 있는 매니저 자리를 다른 놈에게 내어줄 수는 없잖은가.
“맞아.”
“아, 알겠어요... 근데 많이 힘드실 텐데... 특히 이 정도로 관심을 끄는 신인 가수라면 더... 물론 아이돌보다는 낫겠지만요...”
“스텔라의 스케줄은 네가 직접 조절해. 너무 바쁘지 않게, 그렇다고 한산하지도 않게끔 적당히. 최승환이 껄끄러워하면 네가 잘 달래줘. 어차피 걔는 꼭두각시잖아?”
그냥 죽이고 보영이나 아람이를 대표로 앉혀도 되지만, 스텔라 주변에 친한 인간들도 있어야지.
다양한 인간군상 속에서 여러 감정을 겪어야 인간들에게 환멸도 느끼는 거고.
“네, 대표님.”
그녀의 가랑이 사이까지 손을 집어넣은 나는, 돌핀팬츠에 나타난 어여쁜 둔덕을 살살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보영의 다리가 서서히 벌어졌다.
뜨거워진 숨결을 내뱉은 그녀가 자신의 얇은 목을 꿀렁거렸다.
“스, 스텔라는 언제... 만나실 생각이신가요...?”
“내일 만날 거야. 저녁에 여기로 데리고 와. 약속은 네가 직접 잡은 거야. 알지?”
“알... 아요... 하아...♡”
벌어진 보영의 다리가 다시 오므려진다.
마치 잔뇨가 묻은 것처럼 진해진 돌핀팬츠의 가운데 부분을 보던 내가 말했다.
“준비 됐으면 올라타. 등 보이게.”
“아, 네...!”
황급히 옷을 벗는 보영을 보던 내가 생각했다.
이제부터 스텔라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나와 관련된 것들로 채우리라고,
종국엔 가족의 자리마저도 차지할 거라고 말이다.
**
박사의 호출을 받고 오랜만에 들른 연구실은 그대로였다.
뭐 바뀔 일이 있겠냐만, 정취가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한창 음모를 꾸밀 때의 내가 생각나기도 해서,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이런 날 보며 픽 하는 실소를 터뜨린 박사가 자신의 작업대로 갔다.
그러더니 널브러진 공구들이 있는 작업대에서 디바이스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이거 받아.”
눈을 동그랗게 뜬 내가 물었다.
“이거 스텔라 거야?”
“맞아.”
“언제 만들었어?”
“복제 아이테르 연구하면서, 마르셀라랑 틈틈이 만들었어.”
틈틈이라고 하기엔 너무 잘 만들어졌는데.
아이테르만 넣어두면 바로 사용해도 될 정도로, 이음매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들이 완벽했다.
봉인장치는 따로 없지만 그건 이제 필요가 없어서 괜찮고...
삑!
버튼을 눌러 디바이스 안에 내장된 것들을 살펴보던 내 눈이 커졌다.
슈트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돌 느낌을 물씬 풍기는, 허리춤에 보라색 꽃무늬가 있는 화사한 흰색 미니드레스.
스타킹, 혹은 삭스가 없어 다리 쪽 방어력은 전무하다시피 하지만, 너무 아름답다.
“슈트도 만들었네?”
“응. 디자인은 마르셀라가 고안했고... 무기는 만들고 싶었는데 네가 너무 빨리 돌아와서 아직 제작에 들어가지는 못했어.”
무기는 스텔라가 변신하기 전까지 천천히 만들어도 되는 거니까 상관없었다.
디자인은 예언대로 채찍이되, 와이어 사이사이에 여러 개의 날붙이가 붙어있는 사복검 느낌이어야 한다.
순수, 고결함의 상징인 백색의 비스트 슬레이어지만, 손속은 적들의 온몸을 찢어발길 정도로 잔인한 게 포인트.
권속화가 진행될 때 어떠한 모습으로 변하게 될지도 궁금하다.
흰색의 대표적인 반대색인 검은색으로 온몸을 칭칭 감싸게 되려나 싶다.
디바이스를 품에 소중히 갈무리한 나는 박사를 향해 양팔을 벌렸다.
그러자 여느 때처럼 조신하게, 그러나 상기된 표정으로 다가온 박사가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만족스러워보여서 다행이야.”
“그냥 만족스러운 게 아니라 완벽해. 고마워, 누나. 이제 조금 쉬어.”
“쉬라니? 아직 해야 할 일이 엄청 많은데...”
“임신했잖아. 무리하면 안 되지.”
박사의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기뻐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닌데...”
“그럼 오늘만 푹 쉬어. 같이 방에 들어가서 껴안고 자자. 어때?”
“.... 알았어요...”
스텔라의 디바이스가 만들어졌다는 건 희소식 중에서도 희소식이었다.
내일부터는 깨진 네 사람의 디바이스를 다시 만들어야하니까.
요새 폴리머스를 구하기가 힘들다던데... 지구에 있는 모든 것들을 싹 다 털어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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