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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347화 (347/471)

〈 347화 〉 감격(?)스런 재회 #2

* * *

성이 내려다보이는 옆 산의 꼭대기에 도착한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음침한 안개가 자욱한 마계의 시원한 공기... 너무 좋아.

옆에서 날 따라하던 아델이 기침을 했다.

“케헥...! 콜록!”

“괜찮아?”

걱정스런 투로 아델을 챙기는 실비아.

아델이 투덜거렸다.

“정말이지 공기가 너무 안 좋아요. 어서 빨리 청소를 한 뒤에 지구로 돌아가도록 하지요.”

“청소?”

“배신자를 말하는 거예요. 언니는 말귀가 이리도 어두워선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려고 하는 건가요?”

“그, 그래...? 네가 잘 챙겨주겠지...”

“물론 그럴 거예요.”

실비아가 눈동자를 데굴 굴리며 날 바라보았다.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아델을 품으로 끌어온 나는, 주변에서 올라오기 시작하는 강대한 마기에 히죽 웃었다.

­고오오오오오!!

내 특유의 마기를 느낀 성 안팎의 마물들이 포효를 터뜨리고 있다.

격한 환영의 인사였다.

예쁜 놈들... 마왕님은 막 눈물이 나려고 하네?

“으으으음...!”

아델이 귀를 막은 채로 짜증을 냈다.

슬쩍 실비아를 바라보니,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얼굴이 약간 상기되어있었다.

기대감으로 부푼 건가?

한손으로 실비아의 어깨를 잡아 끌어온 내가 말했다.

“소개해줄 마물들이 많다. 마계 감상은 나중에 하고 이만 들어가지.”

“아, 네...! 자, 잠시만요... 긴장이 돼서...”

몇 차례 심호흡을 하던 실비아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됐어요.”

“너무 걱정하지는 말거라. 너와 아델은 내 마력을 공유한다. 마물들은 모두 너희들에게 머리를 조아릴 것이다.”

“네, 주인님...”

양손으로 둘의 손을 잡고 깍지를 낀 나는, 허공을 유영하듯 공중에 뜬 상태로 성을 향해 날아갔다.

이후 정문에 착지해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걸어가자, 입구를 지키고 있던 A급 마물 두 마리가 오체투지를 한다.

­마왕님을 뵙습니다!

이족보행을 하긴 하지만 인간과 전혀 연관 지을 수 없는, 누가 봐도 징그럽다고 할 만한 마물이었다.

내 눈엔 충성스런 신하와 다를 바 없었지만... 아델과 실비아가 느끼기엔 다를 터였다.

“저... 저 징그러운 것들은 무엇이지요...? 어떻게 저리 생겼을 수가 있을까요?”

“아델...! 그런 말은 입 밖으로 꺼내면 안 돼...! 우리 부하들이잖아...!”

“너무 흉측해요! 어쩜... 세상에...!”

만약 마물들이 지구의 언어를 알았다면 사기가 무지막지하게 저하됐을 것이다.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은 내가 마물들에게 물었다.

“왕비는 어디 있느냐?”

­현재 부상당한 동료들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유리아는?”

­왕비님과 같이 계십니다.

“알았다. 수고가 많구나.”

­아닙니다, 마왕님.

아델과 실비아는 전혀 모르는 에란델 공용어.

덕분에 둘에게... 정확히 말하자면 아델에게 들키지 않고 순탄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마물들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것으로 격려를 해준 나는, 실비아에게 거의 끌려오다시피 하는 아델을 보며 참아왔던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도 들어가기 싫습니까?”

“저, 저런 마물들이 곳곳에 있을 것이 분명하잖아요...!”

“귀여운 마물들도 있습니다.”

“지혁 씨의 눈에는 귀엽겠지요! 제 눈엔 다 똑같이 못생겼어요!”

메릴 같은 여우 수인 종족을 보면 그 생각도 달라질 걸?

그 과묵한 유리아조차도 메릴을 보고 한 방에 무장이 해제됐다.

귀여운 여우를 좋아하는 아델은 메릴을 보면 환장을 할 것이었다.

아델의 저런 반응으로 인해, 문지기 마물들이 의아해했다.

왜 저러는지 모르겠지? 그래, 그러면 된 거다.

일단 메릴을 만나게 해주는 건 나중에.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세화와 유리아를 소개하는 일이었다.

“마물들의 소집은 나중으로 미루겠다. 지금 당장 안으로 들어가서, 복도와 알현실을 모두 비워놓아라.”

­존명.

문지기 한 마리를 보낸 나는 아델에게 손짓했다.

“아델. 이리 오세요.”

약간 가라앉은 내 분위기에 찔끔했는지, 아델이 한숨을 푸욱 내쉬며 떨어지지 않는 발을 내딛었다.

“어쩔 수 없지요... 아휴... 정말... 대신 손을 잡아주셔요. 이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요?”

“물론입니다.”

**

거대한 알현실 안에 자리한 옥좌 세 개.

그것들을 본 아델이 해맑은 표정으로 실비아에게 말했다.

“그래도 마물들이 눈치는 있군요. 저희가 온다고 이런 의자를 준비해놓다니 말이에요. 평가를 조금 수정해도 되겠어요.”

오해를 하고 있는 아델과는 달리, 실비아는 저 옥좌가 자신들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무안한 듯 뺨을 긁은 그녀는 아델을 옥좌에 앉혔다.

그리고는 아델의 무릎을 부드럽게 토닥였다.

“아델, 박사님이 하신 말씀 기억하지?”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 말이지요?”

“응. 그 조언 꼭 기억하고 있어야 돼. 알았니?”

아무리 눈치가 없는 아델이라도, 이렇게까지 하는데 당연히 이상함을 느꼈을 터.

수상쩍은 눈빛으로 나와 실비아를 번갈아 쳐다본 그녀가 물었다.

“오늘 정말 이상하시군요. 제가 모르는 무언가라도 있는 건가요?”

원래는 비밀로 하고 세화와 유리아를 만나게 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아델의 성격상, 아무것도 모른 채로 둘을 만나게 되면 크나큰 사고를 칠 터였다.

어차피 세화와 유리아도 곧 올 테니... 미리 언질이라도 해주는 게 좋겠다.

그리 생각한 내가 아델의 손을 꼭 맞잡았다.

“아델.”

“네?”

“아델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어서 말씀하셔요. 궁금하니 말이에요.”

“아델이 제 권속이 되기 전, 앞선 두 사람이 먼저 권속이 되었습니다.”

“으으응...?”

눈이 두 배는 더 커진 아델.

자신의 귀를 톡톡 두드린 그녀가 자신의 큰 눈을 끔벅거렸다.

“방금 뭐라고 하셨지요? 권속이 두 명 더...?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요?”

“예, 맞아요. 세화, 그리고 유리아가 그 두 명입니다.”

“네에에에...?”

아델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믿어지지 않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내 얼굴이 반사될 정도로 초롱초롱한 눈망울 안엔, 배신감이 약간 섞여있었다.

가슴이 아프구나.

“미리 말하려고 했는데, 아델의 반응이 격할 것 같아서 미뤘어요.”

벙 쪄있던 아델이 말을 더듬었다.

“어, 어, 어어어떻게 감히... 저를 속이실 수가 있지요...? 세화와 유리아 언니가 이미 권속이라구요...?”

상태를 보아하니 머릿속이 하얘진 것 같다.

“맞습니다.”

“언제... 부터요...?”

“아델이 지구에 도착하기 전부터, 둘은 제 권속이었습니다. 중간에 세화와 유리아가 사라진 이유도 아델 때문이었어요. 신성력으로 인해 정화될까봐 마계로 보냈죠. 반란도 진압할 겸.”

“흐아아아...”

머리가 띵한 듯 이마를 짚는 아델.

한참을 그러고 있던 그녀가 독기 가득한 눈으로 날 쏘아보았다.

“아무리 제 신성력이 위대했었다지만... 제가 권속이 되기 전에도 거짓말, 권속이 된 후에도 거짓말...! 이건 정말... 실망스럽기 짝이 없네요...!”

엄밀히 말하면 거짓말을 한 건 아니고, 그냥 숨겨두기만 한 건데...

그래도 죄는 죄지. 네 말이 맞고, 내 잘못이 크다.

“미안해요.”

“언니도, 박사님도 이 사실을 아셨던 것이로군요...! 그래서 저한테 이상한 말을 했구요.”

실비아가 대답했다.

“응, 맞아.”

“지혁 씨와 박사님은 그렇다고 쳐도 언니까지... 세상에 믿을 사람 한 명 없다더니... 그 말이 이리도 공감이 갈 줄은 몰랐네요...! 저만 외톨이가 된 기분이에요! 절 왕따라도 시킬 심산이었나요!?”

“왕따라니... 아델, 주인님과 나는 네가 걱정돼서...”

“조용! 저는 지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요. 당장 침실로 절 안내하도록 하셔요.”

울고불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반응이 침착하다.

미리 말하길 잘한 것 같다.

나는 아델의 손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지금 둘 모두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얼굴만이라도 봐주세요. 두 사람은 아델을 무척 보고 싶어 했습니다.”

아델의 눈이 동그래졌다.

“세화와 유리아 언니가요?”

“예.”

흥! 하고 콧방귀를 낀 아델이 말했다.

“그래도 절 아끼긴 하는군요. 당연한 일이지요. 저는 특별하...”

끼이이익...

아델이 자아도취에 빠진 사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치형의 거대한 문짝이 안쪽으로 밀렸다.

그리고 거기에서, 진한 갈색머리와 금발머리를 한 여자 두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보고 싶어 마지않던 세화, 그리고 유리아였다.

옥좌에 앉아있던 나는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아아...’

이 두 사람에겐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아델과 실비아를 신경 쓰느라 거의 놓다시피 했으니...

날 원망한다고 해도 겸허히 받아들이리라.

그런데 세화와 유리아의 몸 안에 내재된 마력이... 꽤나 대단하다.

여기서 성장했구나. 마왕님은 너무나도 기뻐요.

“으으응...?”

옆에서 아델의 당황스런 감탄사가 들려온다.

이 타이밍에 들이닥칠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앞으로 쫙 깔린 카펫을 따라 내가 있는 옥좌 앞까지 온 두 사람이 생긋 웃었다.

그리고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어서 오세요, 주인님.””

“기다리게 했구나. 미안하다.”

현재 세화와 유리아는 변신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마르셀라한테 모든 이야기를 대충 다 들었을 테니, 아델을 배려하기 위해서 인간의 모습을 보이는 건가?

세화의 시선이 아델로 향하고,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는 것으로 보아 아마 맞을 것 같다.

“안녕, 아델?”

“.....”

재빨리 표정을 굳힌 아델은 입을 삐죽 내민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단히 삐쳤구나 싶다.

그런 아델을 본 세화가 부드러운 투로 말했다.

“우리 아델, 많이 화나 보이네? 주인님한테 다 들었나보다.”

“.....”

“나 안아주면 안 돼?”

“.....”

“응? 안아주라. 보고 싶었단 말이야.”

“.... 흐흠...!”

아델이 기침을 하며 몸을 돌렸다.

옥좌 안에 쏙 들어가는 자그마한 체구가 귀여워 죽겠다.

세화가 아델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사이, 유리아가 실비아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언니, 오랜만이에요.”

“응... 오랜만이야.”

“환영해요. 앞으로 잘 부탁해.”

유리아와 실비아의 분위기는 나름 화기애애하구나.

둘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로, 촉각을 곤두세우며 세화와 아델을 지켜보고 있었다.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말리려고 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봤는데... 이럴 거야?”

“.... 흠흠...!”

“그럼 내가 안을까?”

“....?”

아델이 고개를 홱 돌려 세화를 바라보았다.

세화의 서글서글한 태도에 당황한 듯하다.

“안는다?”

“.... 시, 싫은데에...”

“그냥 안아야지.”

거의 통보하듯 말한 세화가 아델을 조신하게 껴안았다.

이후 아델의 등을 토닥여주며 말했다.

“주인님이 조금 주책이셔서 네게 말을 안 한 것 같아. 반가워, 그리고 환영... 아악!”

세화가 돌연 짤막한 비명을 터뜨렸다.

아델이 세화의 어깨를 앙 물었기 때문이었다.

트득!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세화의 어깻죽지를 파고드는 이빨.

기겁한 실비아와 유리아가 당장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세화가 고개를 가로젓는 것을 보고는 우뚝 멈췄다.

현재 아델은 그녀만의 방식으로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눈빛만 봐도 안다.

아델은 진심으로 화딱지가 난 게 아니라, 의젓한 세화의 모습에 질투를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헌데 세화의 반응이 걱정이었다.

나야 아델의 저런 애 같은 모습을 좋아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알지만...

세화와 유리아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예상대로, 유리아의 눈빛이 무척 스산했다.

당장 변신해서 활시위를 겨눌 것 같은 태도.

그녀의 지척에 있던 실비아가 식은땀을 흘리며 유리아의 눈치를 볼 정도였다.

“으우음! 으으우무음!”

무어라 웅얼거리는 아델.

왜 허락 없이 안았냐고 책망하는 것 같다.

“진정해. 우리 아델, 착하지?”

그리고 세화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며 아델을 달랬다.

아델의 눈이 점점 순해지는 것이 보였다.

내 피와 똑같은 성질을 지닌 세화의 피를 마시고 진정이 된 건가?

아니면 세화의 온화한 포용에 노기를 가라앉힌 걸까?

잠깐 세화의 어깨를 물고 피를 쫍쫍 빨던 아델이 입을 떼어냈다.

“흐헤... 맛있다아... 가 아니지...! 이세화! 넌 날 속였어!”

헤벌쭉한 상태에서 순식간에 바뀐 태도.

삿대질까지 하며 세화를 나무라려고 한다.

어깨를 으쓱인 세화가 태연스레 말했다.

“내가 널 속였다구? 언제?”

“지, 지금까지 네가 지혁 씨의 권속이라는 걸 숨기고 있었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네 신성력이 너무 강해서 속일 수밖에 없었어. 이해해줬으면 좋겠는데.”

아델의 콧대가 높아졌다.

칭찬을 섞어가며 달래주니 기분이 좋아진 듯했다.

허나 그것도 잠시였다.

다시금 인상을 찌푸린 아델은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기로 작정했는지, 세화를 계속 밀어붙였다.

“이, 이해는 하겠지만, 지금까지 친구를 속인 것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해!”

말을 마친 아델이 디바이스를 터치했다.

푸화악­!

끝에서부터 자주색으로 물들어가는 금발머리.

세화를 기선제압하려는 듯, 이블 발키리로 변신한 아델이 말했다.

“너에게 징계를 내릴 거얏! 겸허히 받아들이도록 하렴!”

아델 특유의 올드한 말투가 웃겼는지, 반쯤 뜯겨나간 자신의 어깨를 살피던 세화가 저도 모르게 풉! 하는 소리를 냈다.

그러자 이마에 힘줄이 돋아난 아델이 씩씩대며 땅을 찼다.

콰앙!

알현실 전체에 진동이 울려 퍼지면서, 바닥이 쩍쩍 갈라졌다.

“웃지 맛...!”

그 모습을 본 세화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나한테 징계를 내리겠다구?”

“으으으음...! 나, 나는 자비로우니, 사과하면 봐줄지도 몰라...!”

“정말? 그런데 어쩌지? 난 사과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뭐어어...?”

“난 주인님이 시킨 대로만 했을 뿐이야.”

“말대꾸를 하다니...! 조용히 햇!”

콰앙! 쾅!

발구르기가 제법이다.

이러다가 내핵까지 뚫겠네.

“진정해. 성 전체를 박살낼 셈이야?”

“조용, 조용! 어쩜 이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짓만 골라서 할 수 있지이!?”

쿠구구궁...!

천장에서 부스러기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냥 아델을 말려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푸화아악­!

세화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마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녀 또한 변신을 한 것이다.

‘이건...’

알현실 전체를 가득 메우는 검은 구름을 본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마왕인 나조차도 온몸이 찌릿찌릿할 정도로 진하고 방대한 마기다.

심지어 실시간으로 내 몸에 있는 마력을 빨아들이고 있다.

아까 알현실에 들어올 때도 대단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이건 기대이상이었다.

“진정하라고 했잖아.”

아스타로트의 힘이 담긴 거대한 낫을 역수로 쥔 채 아델에게 경고하는 세화.

드센 마력을 뿜어내면서 말은 조곤조곤하게 하는 것이, 뭔가 으스스했다.

“흐아아아...”

세화의 마력을 코앞에서 목도하고 느낀 아델이 뒷걸음질을 쳤다.

기세에 완전히 눌린 모양. 하지만 아델도 보통 인물은 아니었다.

“이익!”

화아악­!

마력을 더 일으켜 압박에서 벗어난 그녀가, 제자리에 우뚝 서선 눈을 부릅떴다.

그러자 세화가 방긋 웃는다.

“우리 아델, 엄청 강하네? 무섭다...”

그 여유로운 모습에 긴장한 아델이 말을 더듬었다.

“더, 더더, 더더더... 덤비지 맛...! 지혁 씨! 어서 저 무시무시한 기집... 아니, 세화를 말리도록 하셔요!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소변이 마려울 정도에요!”

우리 아델, 거기선 덤비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

겁을 집어먹었구나.

기세만 어떻게 극복하고 한판 붙으면 해 볼 만할 텐데... 세화의 마기에 단단히 쫄아버렸어.

그나저나 너무 솔직한 거 아니냐? 두려워하고 있다는 티를 팍팍 내면 어떡해.

기집애라고 욕을 하려다가도, 세화의 눈치를 보고 이름으로 바꿔 부르는 게 웃기다.

한쪽 입꼬리를 올린 세화는, 어느 샌가 거리를 벌린 실비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언니는 왜 변신했어요? 되게 서운하다...”

그 말마따나, 실비아는 세화의 마기가 드러나자마자 변신했고, 쌍검을 빼내들고 거리를 벌려 자세를 잡은 상태였다.

그리고 유리아는 실비아의 미간을 향해 활을 겨누고 있었다.

유리아의 기운 또한 보통이 아니구나. 위압감이 대단하다.

정색한 유리아가 실비아에게 말했다.

“언니, 무기 내려놓으세요.”

“너야말로 내려놔...! 지금 날 쏘겠다는 거야?”

“언니가 먼저 변신했으니까 경계할 수밖에 없잖아요. 거기서 한 발자국만 더 움직이면 시위를 놓겠어요.”

“맞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해보면 알겠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다.

세화와 유리아는 아델과 실비아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타락했고, 마계에서 함께 사선을 넘나들며 싸웠다.

그리고 실비아와 아델은... 말해 뭐하는가.

최근 티격태격했을지언정, 친자매보다 더욱 친밀한 사이다.

2대 2 구도가 나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혁 씨! 이곳에 있는 비싼 카펫이 누렇게 변색될지도 몰라요! 그렇게 되면 빨래하는데 무척 힘들겠지요! 그것이 싫다면 당장 세화를 말리는 게 좋을 거예요!”

세화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날 향해 소리치는 아델.

저건 대체 무슨 협박이야...

세화의 마기가 상상이상이라 당황해서 아무 말이나 막 내뱉는 건가? 웃음이 막 새어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실실 쪼갤 때가 아니었다.

“넷 모두 거기까지만 하지.”

낮게 깔리는 내 명령을 가장 먼저 받든 건 세화였다.

알현실 전체를 지배하다시피 하던 그녀의 마력이 사라지자, 실비아와 유리아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변신을 해제했다.

아델 또한 가슴에 손을 얹고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후아아...”

안도의 안도를 거듭하고는 내 뒤로 쪼르르 달려와 숨는 아델.

그녀에게서부터 이빨이 딱딱거리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어지간히 무서웠던 모양. 일단 아델을 침실로 보내서 머리를 식히게끔 해야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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