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5화 〉 재탄생 실비아 #2
* * *
“몸은 어떠하지?”
부드러운 물음에, 실비아가 우물쭈물 답한다.
“저어... 자, 잘 모르겠어요...”
“잘 모르겠다니?”
“그게에... 너, 너무 달라진 것 같아서어... 힘도... 완전히 바뀌어서...”
“그러느냐?”
“네... 머, 머리가 어지러워...”
일순 균형을 잃은 실비아가 몸을 지탱하기 위해, 침대 헤드보드의 모서리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모서리가 박살났다.
“아...”
내 마력과 동화된 아이테르에 적응이 되질 않는 모양이다.
안타까운 탄식을 터뜨린 실비아가 고개를 돌려 날 본다.
도움을 바라는 눈빛. 시뻘건 고양이 눈으로 저리 쳐다보니 정말 예뻐 보인다.
인자하게 웃은 나는 실비아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어, 그녀를 번쩍 안아들었다.
“흥앗♡”
내 손길 자체에 흥분해선 신음을 터뜨리는 실비아.
조심스레 그녀를 눕힌 내가 말했다.
“가족이 된 것을 환영한다.”
“흐우... 흐아아앗...!”
퓻!
짧게 끊기며 튀어나온 조수.
그것이 실비아의 대답이었다.
타락하니까 얼굴은 그 누구보다도 냉랭한데, 하는 짓이 귀엽다.
날카롭던 이미지가 다소 완화된 듯한 모습.
허나 적 앞에서는 자비가 없겠지. 그거면 됐다.
피식한 나는 실비아의 입술에 내 입술을 부딪쳤다.
그러자 그녀가 눈을 번쩍 뜨더니, 온몸을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흐뭅...! 흐힌이임...!”
내 인중을 향해 후끈한 콧바람을 내뱉은 실비아가 목에 팔을 둘렀다.
긴장이 조금 풀린 그녀가 혀를 얽혀오고, 지그시 눈을 감는다.
이런 나와 실비아의 모습을 보고 질투가 느껴졌는지, 아델이 다가와 내 등짝을 때렸다.
짜아악!
얼얼한 고통.
인상을 찌푸린 나는 실비아에게서 입술을 떼어냈다.
“지금 뭐하는 거죠?”
“지혁 씨! 언니는 막 권속이 된 참이에요! 이렇게 부담을 주면 안 되지요!”
지는 타락한 직후에 내 피를 허겁지겁 마셔댔으면서...
저건 자신도 끼워달라는 의미였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난, 아델의 팔을 덥석 잡아끌어와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후엡...!”
당황했는지 조막만한 주먹으로 내 어깨를 마구 때리는 아델.
마력이 약간 실려있어서 꽤나 아프다.
그러면서도 내 혀를 살짝 깨물어 피를 내는 것이, 여우같기 짝이 없다.
한참 아델과 키스하던 도중 곁눈질을 하여 실비아를 바라보니, 우릴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막 재탄생한 이블 발키리를 그냥 두어선 안 되지.
아델을 떼어낸 나는, 헥헥거리며 혀를 내미는 그녀를 실비아의 옆에 나란히 눕혀놓았다.
자주색, 청자색 머리카락을 지닌 자매.
보라색의 똥글똥글한 눈망울과 빨간색의 날카로운 눈망울이 동시에 날 주시하고 있다.
절로 흥분되는 광경. 자지가 순식간에 터질 듯 발기된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씨익 웃은 아델이 실비아를 향해 묻는다.
“흠흠...! 언니, 몸은 이제 괜찮으신가요? 어지럼증은 사라진 거예요?”
“응... 괜찮은 것 같은데... 앗! 아, 아델...!”
말을 하다 말고 다리를 바싹 오므리는 실비아.
아델이 돌연 그녀의 보지를 좌우로 벌렸기 때문이었다.
분홍빛이 살짝 감도는 아리따운 음부를 빤히 바라보던 아델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 정도면 발정 난 지혁 씨를 만족시키기에 모자람이 없네요.”
“아델... 주인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허억...! 잠깐만... 나... 아직... 흐앗! 소, 손가락 넣지 맛...♡”
“음음.... 암퇘지 주제에 저를 나무라려하시다니 실망했어요. 저는 지혁 씨에게 있어 특별한 존재에요. 저만큼은 지혁 씨를 편하게 부를 수 있어요. 아시겠나요?”
“아, 암퇘지라고 부르지 마...! 호, 혼낼 거야...!”
“으응? 뭐라구요?”
찔걱...!
“응앗♡”
음부 속으로 쏘옥 들어간 두 손가락이 속을 휘젓자, 허리를 아치형으로 세우는 실비아.
발 바깥부분으로 하체를 지탱하는 것이 무척 위태로워 보인다.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나는, 아무 말 없이 아델의 손을 실비아의 보지에서 빼냈다.
그리고는 다소 엄한 표정으로 아델을 내려다보았다.
이에 찔끔한 아델이 애꿎은 실비아의 허리를 콕콕 찔러댔다.
“앗...! 앗!”
본의 아니게 실비아를 달궈놓는 아델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창백하디 창백한 실비아의 흰 살결을 부드럽게 쓰다듬은 내가 말했다.
“지쳐 보이는구나. 눈 좀 붙일 테냐?”
“싫어요...! 주인님을... 원해요... 다시 태어난 제게 정을 주세요...! 안 그러면...”
“안 그러면?”
실비아의 분위기가 스산해졌다.
당장 해주지 않으면 강제로 따먹기라도 할 것 같은 눈빛.
예전의 자존심 강한 성격이 조금 남아있는 건가?
코웃음을 친 내가 재차 물었다.
“안 그러면 어찌할 테냐?”
“아, 아니에요... 얼른... 넣어주세요...”
저러한 칭얼거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아델이 실비아의 가슴을 강하게 때렸다.
찰싹!
“꺄아아아...!”
출렁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은 실비아가 아델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때리지 마...!”
“감히 지혁 씨에게 예의 없이 굴다니요?”
“부탁하는 거지...! 그, 그렇게 따지면 너도 예의 없이 군 건 똑같잖아...!”
“귓구멍이 막히신 건가요? 저는 특별하다고 했을 텐데요?”
“나도 특별해...!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언니! 주제를 아셔야지요!”
둘은 곧 언쟁을 하기 시작했다.
빼액 소리를 지르며 뭐라 하는 아델, 그리고 조곤조곤한 투로 받아치는 실비아.
분위기가 무척 어수선하다.
세화와 유리아, 이 둘과 할 때와는 완전히 딴판.
이러다가 타락하기 전처럼 싸우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가만히 둘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호텔에서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안내드립니다. 강남구의 원인 모를 진동으로 인하여 대피령이 발령된 상태입니다. 고객 여러분들께서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대피소로 이동하여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안내드립니다. 강남구의…….]
실비아가 타락할 때, 구 전체가 흔들렸다는 건가?
축포가 너무 심하네. 인간들은 마물이 등장했을까봐 불안에 떨겠지.
마물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탄생한 줄도 모르고.
쩌어억!
허공에 포탈을 만들어낸 나는, 입을 닫은 채로 날 올려다보고 있는 둘을 향해 방긋 웃어주었다.
“이런 혼란스런 분위기 속에서 하는 건 싫겠지? 돌아가자.”
“아... 네...!”
순종적인 대답을 하고는 벌떡 일어나는 실비아.
아델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는 모습이 썩 재미있다.
그런 실비아를 탐탁찮게 바라보던 아델이 베갯잎을 잘근잘근 씹었다.
“이 나쁜...!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암퇘지...!”
아까까지만 해도 화기애애했으면서, 반응이 너무 극과 극이다.
게다가 사랑하는 언니임에도 상하관계를 정립하려 하다니... 질투심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싶다.
실비아의 손을 잡은 나는, 남은 한손을 아델에게 내밀었다.
“사랑하는 언니가 가족이 됐잖아요. 이렇게 기쁜 날에 화를 내면 어떡합니까. 진정하세요.”
“.... 아휴... 어쩔 수 없지요. 지혁 씨가 특별히 부탁을 하셨으니, 자비로운 제가 참을게요.”
‘특별히’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손을 꼭 붙잡는 아델이었다.
앞으로 시끌벅적해질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그 중심엔 무조건 아델이 있으리라는 건 자명했다.
**
나는 실비아와 아델을 임시신전으로 데리고 왔다.
무척 칙칙한 분위기가 감도는 이곳의 거실을 둘러보던 실비아는, 지하실에서부터 마르셀라가 올라오자 고개를 갸웃했다.
“주인님의 마력이... 느껴지는데... 누구...?”
속이 훤히 다 비치는, 마치 새하얀 한복처럼 생긴 슬립을 들고 온 마르셀라가 공손히 상체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실비아 님. 앞으로 실비아 님을 모시게 될 마르셀라라고 합니다. 김민지라고 부르셔도 되옵고, 필요한 것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호출해주세요.”
“아, 응...”
얼떨떨한 표정으로 답한 실비아.
아델이 혀를 끌끌 차며 마르셀라를 나무라려고 했다.
“참으로 오만하군요? 김민지 사제는 아직 세례명을 사용할 자격이... 흐웁!”
하지만 내게 입을 막혀 말을 전부 끝마치지 못했다.
발버둥을 치는 아델을 뒤로 슬쩍 빼낸 나는 마르셀라를 향해 턱짓했다.
하던 걸 마저 하라고 말이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에 사무적인 투로 저리 말한 마르셀라가, 실비아의 뒤로 가더니 슬립을 입혀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당황해하던 실비아는, 금세 적응했는지 양팔을 좌우로 벌리며 마르셀라의 시중을 받아들였다.
‘저건 또 언제 준비했대?’
마르셀라는 지금 실비아에게 편안한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었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는 마르셀라가 기특해서 미칠 지경이다.
그렇게 실비아를 지켜보고 있던 나는, 손바닥이 아주 축축해지자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그리고는 헛웃음을 켜고 말았다.
아델이 혀를 날름거리며 내 손바닥을 핥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입가를 막은 손을 치우게 하려고 하는 행동이었다.
더럽게 뭐하는 짓이야...
아델의 머리 위로 고개를 빼꼼 들이민 내가 말했다.
“피 마셔도 돼요.”
그러자 독기가 가득한 눈을 하고 있던 아델이 손바닥을 콱 깨물었다.
시큰한 느낌이 일면서 새어나오는 피.
그 피를 꿀떡꿀떡 넘긴 아델의 눈매가 순해졌다.
이제야 좀 얌전해졌네.
슬립을 다 입은 실비아는 무척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이런 옷을 입은 자신이 낯선 모양.
하긴, 타락하기 전에도 노출도가 심한 옷은 잘 입지 않았으니... 저 반응이 이해가 간다.
하늘하늘한 밑단을 정리해준 마르셀라가 말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목욕시중을 들어드리겠습니다.”
“목욕...? 옷까지 다 입었는데...”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현재 실비아 님의 몸에선 인간 특유의 냄새가 남아있습니다.”
“이, 인간 냄새...?”
질겁한 실비아가 자신의 팔 냄새를 맡아보았다.
완전히 마족처럼 행동하고 있구나.
인간에서 탈피한 저 모습... 색기가 흐르다 못해 넘친다.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벗어던지시고 마족이 된 날이니만큼, 몸을 정갈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어지는 마르셀라의 말에 일리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실비아가 날 흘끗거렸다.
그러더니 피를 쭙쭙 빨고 있는 아델을 보며 얼굴을 붉혔다.
심지어는 핏빛으로 물든 입술을 슬며시 핥기까지 했다.
슬립 안으로 비치는 유두가 실시간으로 단단해지는 것이 보인다.
“기다리고 있겠다.”
“아...! 네... 그, 금방 올게요... 꼭 기다려주세요... 먼저 시작하시면 안 돼요...”
“아무렴.”
실비아는 곧 마르셀라의 손을 잡고, 마치 황후처럼 기품 있는 걸음걸이로 사라졌다.
아델 때문에 그런가? 한바탕 큰 소동이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손을 떼어낸 나는, 피로 범벅이 되어있는 아델의 입가를 닦아내주며 물었다.
“송혜윤 신도와 유세라 신도는 일을 잘하고 있나요?”
“네에... 이단을 잘 꾀어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셔요... 하, 하지만 천계에 입성할 자격을 얻으려면 한참 걸려요... 이 일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그거 다시 주셔요...♡”
“한참 걸린다?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죠?”
“아이 참...! 제가 알아서 한다고 했지요...? 빨리이...!”
이 떼쟁이를 어찌해야 좋을까.
아델을 방으로 데리고 간 나는, 침대에 털썩 누워 그녀에게 손바닥을 내어주었다.
일단 마계로 가는 게 급선무니까, 그것만 생각하자.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눈망울을 한 채로 피를 냠냠 마셔대는 아델.
그녀가 세화와 유리아를 만나게 되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두렵기도 하면서, 재미있을 것도 같다.
“아델.”
“쮸읍...! 항해하히 하혀요!”
방해하지 말라고? 알았어.
난 미리 언질을 주려고 했는데, 네가 걷어찬 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