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7화 〉 대놓고 드러낸 음문
* * *
아델과 실비아랑 있다 보면 진이 빠지는 기분이 든다.
아델과 함께 있을 경우 특히나 더 그랬다.
귀엽긴 하고, 항상 같이 있고 싶지만, 아주 가끔은 조용한 장소에서의 휴식도 필요하다.
그래서 채보영의 집에 왔다. 스텔라의 소식도 들을 겸.
“대표님, 커피 준비했어요.”
“수고했어.”
“아니에요.”
편한 반바지를 입은 보영의 매끈한 다리가 보인다.
실비아와 비견될만할 정도로 새하얗고 길쭉한, 구두만 신는다면 후배위를 하기에 완벽한 다리였다.
이런 내 시선을 눈치챈 보영이 조심스레 묻는다.
“저... 준비할까요?”
당장에라도 옷을 벗을 것 같은 태도.
마치 일본 야동에 나오는, 빚쟁이에게 집문서를 되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는 상황극 같다.
“일단 스텔라 소식이나 얘기해볼래?”
“아, 네... 계속 데뷔를 미루고 있긴 하지만... ABC엔터의 대표가 자꾸 권유합니다. 당장 데뷔시키자고...”
“ABC엔터 대표? 그 새끼 네 매니저였잖아.”
“맞습니다.”
대표 자리에 올려줬으면 고개 수그리고 꼭두각시 노릇이나 할 것이지.
보영이 형식상 밑으로 들어가고, 스텔라라는 걸출한 유망주도 얻어서 야망이 높아진 건가?
이래서 사람은 분수에 맞게 놀아야한다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는 게, 매니저는 제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요. 데뷔를 미루는 이유도 충분히 타당해서 속앓이만 하는 것뿐입니다. 투정 같은 거예요.”
“걱정 안 해. 네가 어련히 잘 알아서 하겠지.”
“감사합니다...”
나에게 있어서, 스텔라의 데뷔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데뷔를 한다면 스텔라의 마음을 꺾는 일이 무척 수월해진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방법만 해도 열 가지가 넘는다.
바삐 움직이며 사람들을 만나고... 거기서부터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통해 늪으로 서서히 몰고 가는... 그런 그림이 그려진다.
“스텔라의 동생은?”
놈은 스텔라가 무대 데뷔를 한 차례 가진 이후 얌전해졌다고 했었다.
하지만 제 버릇 남 못 주는 법이다.
미국에서 쑥맥처럼 지내다가 한국에서 사람들이 우러러봐주니 중독성이 굉장히 심할 텐데, 한 번 그런 쪽에 맛 들린 사람들은 또 다시 사고를 치게 되어있다.
“현재 다시 여러 사고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처럼 큰 사고는 아니지만... 이대로 가면 스텔라가 데뷔한 후에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높은데, 자제시킬까요?”
예상대로였다.
고개를 가로저은 내가 말했다.
“누나 말도 안 듣는 놈이 네 말이라고 듣겠어? 그냥 날뛰게 놔둬. 용돈도 많이 쥐어주고.”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높은 게 아니라, 문제는 반드시 터진다.
스텔라의 동생이 아직 한국의 연예계와 문화에 관심이 그다지 없는 모양인데...
이렇게 나와주면 나한텐 좋은 일이었다.
스텔라의 동생은 타락의 매우 중요한 요소.
아주 요긴하게 써먹을 자신이 내겐 있었다.
“알겠습니다.”
커피를 홀짝인 나는 보영을 향해 옆에 앉으라 손짓했다.
악의를 주입당하고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그녀의 가녀린 몸이 내 옆에 밀착한다.
애쉬브라운 색으로 염색한 기다란 머리카락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사과향.
절로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진다.
보영의 뽀얀 허벅지에 손을 올리자, 그녀가 어깨를 움찔 떨더니 말한다.
“지, 지금 벗을까요...?”
“아니.”
“죄송합니다... 오, 오랜만이라 조금 떨려서...”
반항이라도 하면 재미있을 텐데, 그러지 않아서 아쉽다.
그렇게 보영을 천천히 애무하려고 하던 나는,
우웅!
휴대폰이 진동음을 발하자 미간을 좁혔다.
내 휴대폰이 아니라, 보영의 휴대폰이었기 때문이다.
“조, 죄송합니다... 스텔라한테 문자가 왔는데... 바로 끌게요...”
허겁지겁 휴대폰을 종료하려는 보영.
그녀를 만류한 내가 물었다.
“무슨 문자야?”
“집에 와도 되냐고... 하는데요... 오늘은 레슨 시간도 아닌데... 가끔 같이 밥을 먹으러 찾아오고는 해요...”
“그래? 그럼 같이 밥 먹어. 다음에 하자.”
“네, 대표님... 죄송합니다...”
보영이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푹 수그렸다.
이참에 스텔라를 만날 수도 있다.
후원을 해주고 있다는 판도 깔아놔서, 보영이 날 소개하기에도 자연스럽고.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실비아를 떨어뜨리고, 반란을 진압하는 것이 우선.
쩌어억!
포탈을 연 나는, 시무룩해져있는 보영의 머리를 헝클어뜨려주고는 오피스텔로 돌아갔다.
**
삑! 삑삑삑!
도어락에서 들려오는 깔끔한 기계음.
월패드엔 실비아의 모습이 찍혀있다.
그녀가 지금 내 집에 들어오려고 한다는 뜻이다.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다.
재빨리 포탈을 닫은 나는 후다닥 소파로 달려가 TV를 틀었다.
그와 동시에 문이 열리더니, 돌핀팬츠와 딱 달라붙는 티셔츠를 입은 실비아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
“왔어요? 무슨 일이야?”
태연한 듯 묻는 내게, 실비아가 인상을 약간 구긴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야 올 수 있어?”
“갑자기 웬 피해망상을 하고 있어요? 그냥 안부 묻는 거잖아. 대답 한 번 밉상으로 하네.”
“.....”
순식간에 기세가 팍 죽은 실비아.
기다란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와 옆에 앉은 그녀가 내게 완전히 달라붙었다.
“그냥 아델도 없고... 네가 보고 싶기도 해서...”
아델처럼 앙앙거리진 않지만, 요즘 부쩍 애교가 늘은 느낌인데...
절제된 상태로 주인의 손길을 바라는 모습이 영락없는 고양이다.
실소를 터뜨린 나는 실비아의 어깨를 감싸 내 가슴팍으로 끌어왔다.
그리고는 그녀의 턱을 살살 긁어주었다.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치켜드는 그녀.
예전엔 하지 말라고 떽떽거렸었는데, 많이 발전했다.
뿌듯해. 그것도 아주.
“몸은 어때? 괜찮아요?”
“응... 미안해...”
“뭐가?”
“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잖아...”
큼지막한 연홍색 눈망울로 날 올려다보는 그녀.
그 일을 상상이상으로 크게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상태구나.
이 정도면 로사리오가 아이테르에 직접 개입한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잘 처리했는데 무슨 소리에요.”
“너랑 박사님이 잘 처리한 거겠지... 나는...”
아니, 실비아는 정말 잘 처리했다.
왜? 허셀은 뇌에 큰 충격을 받아 식물인간이 됐으니까.
심하면 뇌사까지 갈 정도로 현재 위험한 상태였다.
“잘 처리했다는데도 마음에 두고 계시니까 후회되네요.”
“후회...?”
“실비아 씨에게 괜한 일을 시켰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자, 잠깐만! 이제 다시는 그런 한심한 모습 같은 건 보여주지 않을게...”
이러니까 내가 네 약점을 빌미로 겁박을 하고 있는 것 같잖아.
사실 맞긴 하다만.
나는 실비아의 찰랑거리는 머릿결을 손으로 빗질해주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에게 신용이 없어진 것처럼 느끼게끔 뜸을 들이자, 실비아가 발을 동동 구르더니 날 부른다.
“지혁아... 나 진짜 열심히 할 수 있어...”
예전의 실비아였다면 다시는 그딴 일을 시키지 말라는 둥, 시키면 얼굴을 걷어차 버리겠다는 둥 하며 과격한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순종적 그 자체.
내 믿음을 얻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자세를 풀풀 풍겼다.
날 향한 사랑, 집착 등이 큰 폭으로 상승됐다는 증거였다.
‘넌 지금 네 모습이 뭐가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지.’
악의가 이래서 무서워요.
바뀌어가고 있는 자신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니까.
“전 실비아 씨를 믿어요. 그냥 걱정돼서 한 말이었을 뿐이야.”
“그런 거지...? 다른 의도는 없지...?”
“없어요. 내가 왜 실비아 씨를 향한 걱정에 다른 의도를 집어넣어야 돼요? 그랬으면 좋겠어? 그래줘요?”
“아냐! 난 그냥... 노파심에... 그리고 그런 식으로 협박하지 마...! 마, 맞기 싫으면...!”
내 옆구리를 잡은 실비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내가 아는 실비아의 모습이 얼핏 보이기 시작하는구나.
“실비아 씨.”
“왜...”
“야.”
“바, 반말하지 마... 죽을래...?”
그래, 넌 그렇게 틱틱대는 모습이 어울려.
나는 주먹을 드는 시늉을 하려는 실비아의 손목을 붙잡고 소파에 그대로 넘어뜨렸다.
순식간에 아래로 깔린 그녀의 몸.
숨을 훅 들이키는 그녀를 내려다본 내가 입을 열었다.
“아델이 그러던데, 침대에 묻어있는 정액 냄새를 맡으려고 했다면서요? 변태처럼.”
“.... 걔는 왜 그런 걸 말하고...”
“먹으려고도 했어?”
“.....”
“많이 고팠나보네?”
“아, 아니거든...?”
입으로는 부정하면서, 손으론 내 바지를 벗기고 있다.
끙끙거리며 내 팬티를 내린 이후엔 자지기둥을 부드럽게 쓸어 올리거나, 손톱을 세워 긁으면서 발기를 시킨다.
자지가 충분히 딱딱해지자 자신의 돌핀팬츠와 팬티를 내려 다리를 벌리기까지...
욕망에 충실해도 너무 충실한 거 아니냐.
내가 넣기 쉽게끔 자신의 자세를 살짝 조정한 실비아가, 내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집어넣었다.
“이, 이제 넣어줘...”
“갖고 싶어?”
“갖고 싶어... 빨리...”
나도 당장 박고 싶은데 짜증난단 말이야.
문제는 네 마음이라고.
음문까지 나타난 판국인데... 그냥 무너져주면 안 되겠니?
우리 실비아, 나랑 아델이랑 행복 라이프 즐겨야지?
속으로 푸념을 늘어놓은 나는, 자지의 밑동을 실비아의 보지에 가져다 대고 살살 비볐다.
그러자 허리를 한 차례 약하게 튕긴 실비아가 따스한 숨결을 내뱉는다.
“후으...♡”
그렇게 넣어줄 듯 말듯 애를 태우기 시작하자, 실비아가 스스로 골반을 들고 흔들었다.
귀두가 음렬에 닿았을 때, 타이밍에 맞춰 끼워 넣으려는 행동이었다.
이렇게까지 떨어진 주제에 꺾이지 않다니... 너도 참 어지간하다.
난공불락까지는 아니지만, 대단한 방어력을 가진 성 같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실비아의 마음은 확실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건 지금까지 보인 반응만 봐도 확실하다.
그리고 현재의 실비아는 날 절대 떠나지 못한다.
날 맹신할 정도까지 왔다.
마사지룸에서의 섹스 이후, 들킬까봐 노심초사할 단계는 지났다고 봐도 좋으니까...
그렇다면 조금 색다르게, 빠꾸 없이 접근해볼까?
‘해보자.’
실비아를 향해 씨익 웃어 보인 나는,
찌꼭!
그녀가 의아해할 틈도 없이 자지를 삽입했다.
뿌리까지 깊숙이, 실비아가 일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끔.
“허어억!”
실비아의 어깨가 쫙 펴지고, 고개가 천장으로 향한다.
그 틈을 탄 나는, 그녀의 배꼽 밑 부분에 엄지를 대고 지그시 눌렀다.
그러자 거뭇한 기운이 피어오르더니, 숨겨두었던 음문이 그 자태를 드러냈다.
이걸 지금 보여줄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난 실비아의 상체에 내 몸을 포갰다.
그리고는 그녀를 끌어안은 채로 하반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찌이걱...! 찌걱...
“하아앙♡ 흐응...!”
교성을 터뜨리는 실비아.
음문의 영향 때문인지, 평소보다 신음의 톤이 더 높은 것처럼 들린다.
질벽은 또 어떠한가? 수축되면서 자지를 꽉꽉 조인다.
내 등에 자리한 그녀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실비아의 목에 진한 키스마크를 만들어준 나는, 입 안을 깨물어 피를 냈다.
악의는 많이 넣는다 해도 부작용이 없다.
다다익선. 꾸준히 주입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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