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6화 〉 마신(??)이 될 것이다
* * *
위험했다.
중간에 봉인장치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아이테르가 실비아의 이성을 전부 제대로 돌려놨을지도 몰랐다.
로사리오 개 같은 년... 곱게는 내주지 않겠다 이거지?
물론 아이테르의 주인인 입장이니 이런 반응은 당연하다 쳐도, 지금까지 조용하다가 왜 이제 와서 훼방을 놓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방해할 거면 내가 세화에게 손을 쓴 순간부터 했어야지.
아델의 타락도 막지 못한 주제에 이러니까 너무 추하잖아. 거지같은 것.
곤히 잠든 실비아의 이마를 부드럽게 쓸어준 나는 방을 나왔다.
그러자 소파에 앉아 까르르 거리며 TV를 보던 아델이 벌떡 일어나 다가온다.
넌 걱정이 전혀 없구나.
“언니의 상태는 어떠하지요?”
“안정을 찾은 상태입니다. 아델이 옆에서 잘 케어해주세요.”
“좋아요. 그나저나 암캐 님께서 노하긴 하셨나보군요.”
“암캐 님...?”
“로사리오 님이요.”
매도하려면 확 낮잡아버리고, 존칭을 붙이려면 확 높여버리거나 하면 안 되겠니?
하나만 하자. 내 귀여운 아델.
헛웃음을 켠 내가 물었다.
“그래, 그 암캐 님께서 노하셨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암캐 님께서는 여태까지 저와 언니의 꿈에 나타나, 길을 인도하는 방식으로 정신적인 영향을 주었을지언정, 직접적으로 힘을 내보이신 적은 없었어요. 그렇지요?”
“뭐, 그렇죠.”
“하지만 오늘은 달라요. 실비아 언니의 아이테르에 직접 영향을 끼치셨지요. 저와 지혁 씨의 쾌락에 녹아 헤롱거리던 언니가 잠시나마 정신을 차리도록 만들었어요. 어어어어어엄청 화가 나셨다는 증거에요.”
팔을 쫙 벌린 채 큰 원을 그리는 아델.
상황은 심각한데 아델의 반응 때문에 웃음만 튀어나온다.
“화가 많이 나긴 했겠죠. 하지만 진심으로 노했다면 직접 강림하지 않았을까요?”
“지혁 씨! 제가 몇 번을 말씀드리지요? 암캐 님께서는...”
“예. 로사리오는 천계를 휘어잡은 후 여러 신들에게 행성을 하나씩 맡도록 하고, 이런 중간계에 관심을 끊었다고 했죠.”
“기억하셨군요. 맞아요. 헌데 그런 암캐 님께서 아이테르에 직접 신의 힘을 불어넣었어요. 수천 년간 하지도 않았던 중간계에 개입을 하셨다는 것이지요. 이건 암캐 님께서 지혁 씨를 위험인자로 분류하셨다는 뜻이에요.”
“그렇습니까?”
“네. 이제부터 지혁 씨는 행동을 각별히 조심하셔야할 거예요. 옷장에 숨어서 십 년간 나오지 않으시는 것이 나을 지도 몰라요.”
아니, 해결법을 함께 알아내야지 겁을 주면 어떡해.
가만 보면 네가 진짜 타락한 건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단 말이야...
입맛을 다신 나는 소파 위에 엉덩이를 붙였다.
이후 아델을 끌어와 내 무릎 위에 앉혔다.
“어쩌죠? 저는 숨어서 벌벌 떨기만 하는 건 싫은데.”
“알아요. 지혁 씨는 욕심쟁이니, 언니를 꼭 가족으로 만들고 싶으시겠지요. 제가 방법을 제시해드릴게요.”
“듣고 있습니다.”
“지혁 씨가 신이 되면 돼요.”
뭐가 되라고?
절로 귀가 쫑긋해지는 발언이다.
아델이 타락하기 전에도 비슷한 말을 하긴 했었다.
인간을 초월했다느니 뭐니 하는...
하지만 그건 아델의 마음을 함락시키기 위한 종교놀음의 일환.
이처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지는 않았다.
“신이 되어라?”
“네. 암캐 님께서도 인정할만한, 행성을 균형 있게 다스릴만한 신이 되셔요. 그러면 암캐 님도 지혁 씨의 능력을 보고 노기를 거두실 가능성이 높아요.”
“저는 이미 한 은하의 주인입니다. 아델도 알잖아요.”
에란델 은하.
유리아의 행성이 있는 곳이기도 하거니와, 이 외에도 문명이 있는 행성이 수십 개나 됐던 이 은하는 내 것이었다.
현재는 마계를 제외하면 생명체가 없다시피 하지만 말이다.
“지혁 씨! 말귀가 어두운 건 언제쯤 고쳐지려나 싶네요! 제가 균형이라고 했잖아요. 오직 무력으로만 생명체를 말살했던 지혁 씨를, 암캐 님께서 받아주실 것 같나요?”
아... 그 얘기였구나.
근데 받아주다니?
지금 나더러 로사리오와 협상을 하라는 소리로 들리는데... 맞나?
나는 로사리오랑 싸워야하는 입장이라고.
쎄쎄쎄하는 게 아니라, 로사리오를 고꾸라뜨리고 따먹을 거란 말이야.
감히 이 마왕님의 큰 뜻을 무시하다니.
물론 날 위해 하는 말이겠지만, 마왕님은 아델에게 참 실망했어요.
나는 아델의 음문이 위치한 아랫배를 꾸욱 눌렀다.
“히익...♡”
큼지막한 신음을 터뜨리며 상체를 푹 수그리는 아델.
찌릿찌릿한 감각이 올라왔을 거다.
그런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손을 올려놓은 내가 말했다.
“제가 로사리오와 협상할 것 같습니까?”
“아니이...♡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요... 후... 후...”
아델의 말에서 솔깃한 게 하나 있긴 하다.
그건 바로 신이 되라는 것.
나도 이젠 큰물에서 놀 때가 됐다.
어차피 로사리오를 내 발 아래에 두고 온 우주를 지배하기로 작정했다.
그러려면 마왕 같은 타이틀보단 신이 확실히 낫지.
선신, 악신처럼 로사리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허접한 신이 아니라, 로사리오와 같은... 아니, 그녀보다 더욱 높은 우주의 유일신, 지고신이 될 거다.
마신 타이라트로서 말이다.
아델의 온몸을 마사지하듯 만지작거리고 있던 내가 그녀를 불렀다.
“아델.”
“후아아... 네에에...?”
“신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다안... 시, 신전과 신도들이 있어야지요... 힉! 거, 거기는 안 대애...”
“가장 기본적인 신기부터 있어야 한다는 뜻이로군요.”
“네에...♡ 마... 자요...”
이미 아델은 신도 수를 늘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천계에 오를 자격을 얻기 위해서.
아무래도 이것이 신이 되는 첫걸음인가보다.
“그 다음은?”
“그, 그 이후엔... 저도 잘 몰라요... 흐아아아...♡”
거의 고꾸라졌던 아델의 상체가 위로 확 들렸다.
그녀의 도톰한 보지를 톡톡 두드려주니 일어난 일이었다.
“잘 몰라요?”
“네에에... 잘 몰라아... 응앗! 거기이...! 더어...♡”
일단 천계부터 가야 해답이 나오겠구나.
그쪽으로 방향을 잡자.
“더 해줄까요?”
“네에... 더 해쥬셔요...”
“방금 예의 없이 굴었던 거 사과하면 해줄게요.”
“자, 잘모태써요...♡”
“협상하라고 한 거 심했죠? 아델도 알죠?”
“으응...! 제가 심해써요... 잘모태써...”
아델의 손이 내 하체로 향했다.
바지를 만지작대는 모습을 보니 자지가 간절하나보다.
허우적거리는 아델을 번쩍 안아든 나는, 그녀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실비아가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는데, 소음 때문에 깨어나면 안 되지.
@@
“끄으응...”
앓는 소리를 낸 실비아는 눈을 떴다.
꿈을 꾼 것도 아닌데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있다.
이불이 축축해질 정도. 그만큼 심리가 불안정하다는 증거였다.
상체를 일으킨 실비아가 이마를 짚었다.
‘하...’
한심했다. 자신 있게 임무를 수행한다고 나섰었는데... 멘탈이 무너져 멍청한 모습만 보여줬다.
박사님이 뭐라고 생각하실지...
지혁도 겉으로는 괜찮다 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을 한심하게 볼 것이 뻔했다.
[잘했어. 푹 쉬어.]
휴대폰을 보니 박사의 짧은 문자가 와있었다.
차라리 장문으로 욕을 해주면 마음이 더욱 편했을 텐데.
그래도 위안이 되긴 한다.
허셀은 어떻게 됐을까? 모르긴 몰라도 무려 비스트 슬레이어와 본부가 직접 나선 만큼, 이젠 더 이상 수작질을 부리지 못하겠지.
박사에게 고맙다고 답장을 보내놓은 실비아가 침대에서 나와 문을 열었다.
쏴아아아...
아델의 방에서 샤워기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살짝 열려있었는데, 그 안에서부터 냄새가 풍겨왔다.
지혁 특유의 체취, 그리고 정액 냄새가.
“아...”
자신이 자고 있는 사이 격렬하게 한 판 한 모양이다.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진 실비아가 다리를 모았다.
할 거라면 자신도 깨워주지... 아델도, 지혁도 너무했다.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한 자신에게 그럴 자격이 없다고 벌을 주려는 걸까?
그렇다면 정말 슬플 것 같았다.
아델의 방을 슬쩍 바라보니, 지혁은 없었다.
같이 샤워를 하고 있는 건 아닌 듯한데... 돌아간 건가 싶다.
아델의 침대는 아직 축축했다. 흰색 침대보는 가운데가 진한 상태.
절정한 아델이 조수를 뿜어낸 흔적이었다.
침대 여기저기엔 허여멀건한 액체도 묻어있었다.
꿀꺽.
입에 침이 고인다. 가슴은 쓸데없이 빠르게 뛴다.
그녀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델이 마사지룸에서 입을 통해 먹여주었던 지혁의 정액 맛을.
‘마, 맛있었어...’
그럴 리가 없을 텐데도, 달콤했다.
마치 지혁의 피가 섞인 타액처럼.
“하아... 하아...”
마치 극도로 중독성이 심한 마약에 중독된 사람인 양, 실비아는 입을 약간 벌린 채로 흐느적흐느적 침대까지 갔다.
이후 본능적으로, 체면 따윈 신경도 쓰지 않고 침대보에 얼굴을 묻으려고 했다.
그때, 잠옷을 입은 아델이 샤워실에서 나와 실비아를 불렀다.
“언니?”
화들짝 놀란 실비아가 고개를 돌렸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이상한 자세.
자신의 상태를 자각한 그녀가 황급히 일어났다.
“아, 아델... 샤워하는 거 아니었어...?”
“샤워는 아까 다했는데요... 그냥 세수만 하고 온 건데에... 근데 지금 뭘 하시는 것이지요?”
“그게... 내, 냄새가 좋아서... 나도 모르게 그만...”
“냄새가 좋아요? 변태에요...?”
“.....”
지금 자신이 뭔 짓을 하려고 했던 거지?
쪽팔려서 미치겠다. 미친년! 병신!
속으로 스스로에게 욕지거리를 쏟아낸 실비아가 물었다.
“지혁이는...? 집에 갔어...?”
“네. 20분 전에 갔어요.”
“그래...? 그... 나는 왜 안 깨웠어? 하, 할 거면 나도 같이... 했으면 좋았잖아.”
그 말에 아델의 입꼬리가 짜악 찢어졌다.
터벅터벅 다가와 실비아의 엉덩이를 토닥인 아델이 말했다.
“저는 깨우려고 했지요. 하지만 지혁 씨가 반대했어요. 안정을 취해야한다면서요.”
“그랬어...? 난 괜찮은데...”
“방금 그런 모습을 보여줬으면서 괜찮다구요?”
할 말이 없어진 실비아의 입이 꾹 다물렸다.
천박하게 정액을 핥으려고 했던 자신이 너무나도 추잡하다고 생각되었다.
창피함에 고개를 푹 수그린 실비아는,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해 해명을 하려다가 흠칫했다.
‘저게 뭐지...?’
아델의 잠옷 단추 사이로 검은색의 무언가가 보였기 때문이다.
일정한 규칙성을 띠는 문신 같았는데, 윗부분 약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잠옷바지에 가려져 보이지가 않았다.
왠지 모르게 불안해진 실비아가 아델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저... 아델.”
“네?”
“배꼽 밑에 그거 뭐야?”
“배꼽 밑에? 뭐가요?”
허리가 접힐 정도로 고개를 숙이는 아델.
자신의 아랫배를 살펴보는 포즈가 꽤나 웃기다.
덕분에 긴장이 약간 풀린 실비아가 물었다.
“혹시 문신... 같은 거 했어?”
그러자 아델이 다시 고개를 들더니, 뭔 황당한 소리를 하냐는 듯 실비아를 바라보았다.
“문신? 언니도 참... 제가 제 소중한 몸에 그림을 그릴 것 같나요? 대체 뭘 보신 거지요?”
“네 아랫배에... 뭔가 있었어...”
“아랫배? 여기요?”
아델이 태연하게 자신의 잠옷바지를 내렸다.
잡티 하나 없는 새하얀 살결만이 보인다.
문신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일순 혼란에 빠진 실비아가 눈을 끔벅였다.
‘부, 분명히 본 것 같은데...’
아닌가? 잠옷의 그림자 때문에 착각을 한 건가?
지혁의 정액 냄새에 취해 정신이 헤까닥 돌아버린 것인가?
이러지 말자. 이성을 찾아야 된다.
자신의 뺨을 짝! 소리가 나도록 강하게 때린 실비아가 한손을 휘저었다.
“내가 잘못 봤나보다...”
“아휴... 미국에서의 일이 정말 힘드셨나보네요. 헛것을 볼 정도라니... 제가 지혁 씨를 따끔하게 혼내드릴게요.”
“아, 아냐... 그럴 필요는 없어. 그냥... 잠이 덜 깼나봐.”
“배가 고파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제가 콩나물국을 해드릴 테니, 맛있게 드시도록 하셔요.”
헛것이 보일 정도로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진 않았는데...
그래도 뭐... 확실히 배가 고프긴 하다.
“알았어.”
“자, 이리 오셔요.”
실비아는 아델의 손에 이끌려 방을 나가면서도 뒤를 흘끔 바라보았다.
미련이 남아서였다.
아델이 밥을 준비하는 사이에 몰래 다시 들어와서 핥아볼까...?
그러한 생각을 하던 실비아가 고개를 마구 가로저었다.
‘점점 미쳐가는 기분이야...’
정신 똑바로 차리자. 굳건해져야한다.
지혁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