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5화 〉 이것은 악몽인가, 길몽인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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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하늘에 떠다니는 적란운.
수송기 안에서 그것을 바라보던 실비아가 감탄했다.
“비가 오고 있어요. 와아... 엄청 쏟아지는데...?”
그러자 조종석에 앉아있던 박사가 생긋 웃었다.
“아델처럼 순진해지고 있는 것 같네?”
“아... 그래요...? 전 그냥 신기해서...”
“너희 행성엔 저런 비구름이 없어?”
“저희 행성에서의 비는 모두 인공강우에요. 먼 옛날엔 이런 기상현상이 있었다고는 하는데... 저는 보지 못했어요.”
“삭막한 행성이구나. 이젠 상관없지만.”
박사의 말이 꽤나 의미심장하다.
고개를 돌린 실비아가 물었다.
“무슨 뜻이에요?”
“별 뜻 없어. 넌 여기서 영원히 살 거잖아. 그래서 한 말이었을 뿐이야.”
그건 그랬다.
지구에 도착한 직후,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평생 살기로 다짐했었으니까.
아무런 연고도 없는 자신의 행성엔 돌아가기 싫었고, 지혁을 만난 이후로부터 그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
지금은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자신의 목에 칼이 들어와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었다.
감상에 젖은 채로 비구름을 바라보던 실비아는 보조석에 앉았다.
그리고는 이번 임무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 세계연합에서 수작질을 하던 사람한테는... 가족이 있나요?”
“있어. 와이프 하나.”
“아...”
“그건 왜 물어봐? 마음이 약해져?”
“소, 솔직히 조금... 약해지려고 해요.”
박사가 이해한다는 듯 실비아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행동과 전혀 달랐다.
“와이프는 젊은 모델이야. 돈만 보고 허셀에게 붙은 여자지. 그리고 허셀은 가족이 있는 사람들을 핍박해. 심지어 사람을 시켜서 입막음을 하려고도 했지. 와이프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동정할 가치가 전혀 없는 놈이야.”
그 말을 들으니 실비아의 눈빛이 다시금 흉흉해졌다.
가족이 있는 가장에게 그런 짓을 하려고 하다니... 그놈은 완전한 악이었다.
성질이 난다. 놈을 동정하려고 했던 자신에게.
주먹을 꽈악 쥔 그녀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 박사님 말씀이 맞아요.”
“열심히 비리척결을 하는데도 기생충 같은 놈들이 계속 나타나. 이런 일을 시키는 게 탐탁지는 않지만, 지혁이도 나도 슬슬 힘들어지고 있어. 네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이해해요. 심려 마세요.”
“믿음직하네? 역시 너한테 일을 맡기길 잘했어.”
박사 같은 경험 많은 어른의 칭찬은 언제 들어도 기쁘다.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인 실비아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박사에게서 익숙한 기운이 풍기는 것 같다.
포근한 느낌. 저번에도 이런 적이 있긴 했었는데 지금은 그 느낌이 더욱 강하다.
지혁, 아델과의 관계 이후 세상이 달라 보여서 그런가 싶다.
“목표물 정보는 다 외워뒀지?”
“네. 마이크 허셀, 53세, 플로리다 주 주지사 출신, 현 세계연합 미국지부 이사, 183cm 141kg…….”
열심히 허셀의 신상정보를 읊는 실비아.
박사가 한손을 휘저으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잘 외웠네. 됐어.”
“아, 네...”
“도착했다. 그냥 편하게, 네 식대로 처리하면 돼. 뒤처리는 나랑 지혁이가 잘 해줄 테니까... 알았지?”
“네, 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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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야밤. 실비아는 수풀에 숨어 허셀의 집을 살폈다.
널따란 단독주택이긴 하지만, 보안이 너무 허술했다.
도로변에 있는 감시카메라만 빼면 장애물이 없다시피 할 정도.
세계연합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사인데, 경호원도 없다니...
그래도 경비가 삼엄한 부촌 가운데에 위치해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긴 했다.
박사가 내어준 열 감지기로 집 내부를 살펴보니, 남자와 여자가 한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말 그대로 수면을 취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단 두 사람 외에 다른 사람은 없긴 한데... 조금 곤란했다.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
‘조심해야겠어.’
박사가 만들어준 교란기를 튼 실비아는, 감시카메라들이 약하게 파직! 하는 소리를 내자 수풀에서 나와 검은 후드를 뒤집어썼다.
복면이라도 쓸 법하지만, 지금은 정체를 드러내고 본보기를 보여줘야 할 시간이었다.
신분을 숨길 필요 따윈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의문점이 하나 있었다.
박사와 지혁의 실력이라면 이런 보복을 가하지 않고도 허셀을 처리할 방법이 많을 텐데...
증거자료도 넘쳐날 테고... 그럼에도 자신에게 이런 일을 시키는 이유가 뭘까?
지금까지는 지혁이 하라고 해서 아무런 의문 없이 하겠다고 했는데, 이건 그냥 시간낭비 아닌가?
‘테스트... 인가?’
일종의 증명을 하라는 걸까?
이제부터 마물 말고도 인간들을 상대해야하니,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보여 달라고?
모르겠다...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그냥 편하게 생각하자.
지혁이 하라고 했으니까 하는 거다. 자신은 그의 의지만 따르면 된다.
당당하게 허셀의 집 정문으로 간 실비아는, 박사가 내어준 기계를 문고리에 대었다.
그러자 삐빅! 하는 미세한 소리와 함께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집으로 들어온 실비아는 보안 시스템이 무력화되어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주윌를 둘러보았다.
추운 기운과 낯선 냄새가 느껴진다. 범죄자들은 항상 이런 싸늘한 기분을 느낄까?
죄악감이 약간은 있긴 하지만, 허셀이 저지른 일을 생각하니, 그리고 지혁을 생각하니 그마저도 수그러들었다.
집 구조는 이미 파악을 끝내놓은 상태.
실비아는 머뭇거림 없이 2층에 있는 허셀의 침실로 향했다.
그리고 굳게 닫힌 문 앞에서 변신할지 말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자신은 지금 이 허셀이라는 놈에게 무척 화가 나있었다.
가장 먼저 허셀의 젊은 와이프를 무력화시켜야할 텐데, 이런 상태에서 힘조절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디바이스에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던 실비아는,
‘.... 상관없지 않나?’
이내 결론을 내렸다.
돈을 보고 허셀과 결혼한 놈이다.
똑같은 기회주의적인 인간. 사정을 봐줄 필요가 전혀 없었다.
마음을 다잡은 실비아가 디바이스를 두 번 터치했다.
화아악!
변신을 완료한 실비아는 문을 박차고 들어가려다가 멈칫했다.
힘이 평소보다 더욱 넘쳐흘러서였다.
그러고 보니 자신 특유의 기운이 평소보다 짙다.
연한 빨간색이 아니라, 진한 빨강... 마치 피 같았다.
‘뭐지...?’
시간을 들여 자기 자신을 깊게 관조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철컥!
허셀의 침실 안에서 총이 장전되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깨어났구나. 기운으로 인해 발현된 빛 외에는 아무런 전조도 없었을 텐데... 감이 좋은 놈이었다.
눈을 가라앉힌 실비아는,
퍼어엉!
샷건 특유의 우렁찬 굉음이 들려오자마자 몸을 날렸다.
총 따위는 폴리머스로 만들어진 슈트에 흠집을 낼 수 없다.
하지만 맞으면 기분이 나쁘잖은가. 그러니 피하는 게 나았다.
엄청난 동체시력과 움직임으로 손쉽게 탄을 피한 실비아는, 박살난 문을 걷어차고 방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실비아를 본 허셀은,
“너는...!”
단박에 그녀의 정체를 알아보고 눈을 크게 떴다.
허셀의 옆엔 그의 와이프가 입을 쩌억 벌린 채 비명을 내지르려 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방 안의 상황을 살핀 실비아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상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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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밑으로 떨어져 기절한 허셀의 와이프.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실비아는, 빼앗은 샷건을 허셀의 머리에 겨눴다.
“이런 미친년이...!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호기롭게 겁박을 하는 허셀이었지만,
철컥!
머리통 지척에서 장전소리를 들으니 기세가 팍 죽었다.
이를 갈며 시선을 피하고 있는 허셀.
실비아는 두 개로 접히는 놈의 턱살을 보며 굉장한 혐오감을 느꼈다.
미적 요소가 단 하나도 없는 놈이었다.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싫을 정도.
구역질을 참아낸 실비아가 말했다.
“마이크 허셀이지?”
“그렇다면?”
“내가 왜 여기 찾아왔는지 모르겠어?”
“전혀 모르겠는데?”
거짓말이다.
눈빛만 봐도 안다. 저놈은 지금 자신의 잘못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상태였다.
만약 허셀이 아무것도 몰랐다면, 다짜고짜 협박을 하지 않고 비스트 슬레이어가 뜬금없이 왜 왔는지 먼저 물어보려 했을 테지.
‘쓰레기 같은 새끼...’
일말의 동정을 했던 시간마저도 아까워지려고 한다.
“어이가 없군. 비스트 슬레이어가 세계연합 이사의 집에 불법으로 침입한 것도 모자라서 총까지 겨누다니. 이 일이 밖에 알려지면...”
“또 수작 부리려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수작은 무슨 수작? 헛다리짚지 마라. 넌 지금 엄한 사람을 캐고 있는 거야. 게다가 넌 영웅이잖나. 전 세계의 사람들을 지켜야할 네가 가짜정보에 휘둘린 것도 모자라 선량한 사람을 핍박하다니... 이래도 되는 건가?”
“입 닥쳐.”
영웅이라고 해서 꼭 사람들을 지켜야하는가?
불의를 저지르는 자를 보고도 참아야하는가? 꼭 갱생시켜야하는가?
아니, 그렇지 않다.
계도하여도, 또 계도하여도 나타나는 썩을 인간들에게마저 정의, 수호의 잣대를 들이밀 필요는 없다.
특히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해 되는 대로 지껄이는 이 돼지새끼의 핑계를 들어줄 이유 따윈 더더욱 없고.
꿀럭!
살심이 솟구친 실비아의 눈에서 안광이 새어나왔다.
그 싸늘한 눈을 본 허셀이 흠칫했다.
“너... 눈이 원래 그렇게 시뻘갰나?”
“무슨 소리지?”
“비스트 슬레이어 캐롤라인의 눈동자는 분홍빛깔을 약간 띠는 연한 빨간색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지구에 나타나는 괴물들의 눈깔처럼 흉흉하군.”
“살려고 발악이라도 하는 건가보네? 정신을 팔게 한 뒤에 다른 총이라도 꺼내려고?”
“못 믿겠으면 거울이라도 직접 보든가. 갖다 주리?”
뒤가 구린 놈들은 항상 저런 식으로 생존을 모색한다.
자신은 언변이 약하다. 저런 정치질에 특화된 놈과 대화를 나누면 현혹될 가능성이 있었다.
더 이상 저놈의 꿀꿀거리는 소리를 들어주기 싫다.
총을 휘리릭 돌려 총신을 거꾸로 쥔 실비아는,
빠아악!
총을 방망이처럼 휘둘러 허셀의 머리통을 강하게 후려쳤다.
“컥!”
짤막한 단말마를 내뱉은 허셀의 거대한 몸뚱아리가 축 늘어졌다.
태연하게 폭력을 휘두른 실비아는, 허셀의 이마에서부터 흘러나온 피가 놈의 돼지 같은 얼굴을 적시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상한 희열에 빠졌다.
꿀꺽.
침이 절로 삼켜진다. 죽었을까? 아니면 기절만 한 걸까?
확인하고 싶지만 저 천박한 놈의 호흡을 확인해보기는 싫다.
부디 죽었으면 좋겠...
우웅! 웅!
일순 무시무시한 생각을 하던 실비아는, 디바이스가 격한 떨림을 발하자 어깨를 움찔했다.
“헉!”
방금... 내 스스로가 살인을 하길 바란 건가...?
정말로? 사람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야?
“하아... 하아...”
순식간에 가빠져오는 호흡.
총을 던지다시피 내려놓은 실비아가 휘청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이어서 도망치듯 방을 나가려던 그녀는, 침대 옆 화장대 위에 있는 거울을 보고 멈칫했다.
그리고 충격에 휩싸였다.
“이, 이건...”
시뻘건 안광을 줄기차게 뿜어내고 있는 자신이 거울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조명이 켜지지도 않은 어두운 침실이지만... 확실히 보인다.
세로로 쭉 찢어진 동공을 지닌 채로 분노에 몸을 맡긴 자신이.
“아, 아니야...! 이건 내가...”
자신의 몸을 감싸 안은 실비아가 바닥에 양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이건 실비아 리즈가 아니었다.
뭔가... 뭔가 잘못됐다. 무서워 죽겠다.
공포로 인해 몸이 떨려온다.
철컥! 철컥철컥!
뱀 앞의 개구리마냥 겁에 질린 실비아의 손목에서 기이한 기계음이 났다.
마치 정교한 장치로 무언가를 옥죄는 것만 같은 소리였다.
하지만 혼란에 빠져 있던 실비아는 그 소리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엄청난 갈등에 휩싸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뿐.
“난... 나는...!”
발작이라도 하듯 온몸을 바들바들 떨던 그녀는,
딸깍!
스위치를 누르는 소리와 함께 방 안의 전등이 켜지자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는 놀라선 벙 쪘다.
있을 리가 없는 사람이 문밖에 있었기 때문이다.
“실비아 씨, 괜찮아요?”
그 사람은 바로 지혁이었다.
자신의 목숨보다 더욱 중요한 그가,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그가 거기 있었다.
“지, 지혁이...? 지혁이야...?”
“네, 저에요. 박사님이 총소리가 들렸다고 하길래, 무리해서 포탈을 타고 왔어요. 지금 좀 어지러운 상태인데... 일단 이리 오세요.”
그의 온화한 얼굴을 본 순간, 실비아의 머릿속엔 단 하나의 생각만이 자리했다.
‘아, 안아줘...! 날 안아줘...!’
본능적으로 일어난 그녀가 지혁의 품 안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그의 널따랗고 단단한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
순식간에 찾아오는 안도감. 실비아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흐으윽...! 지혁아...! 내 몸이...! 눈이...!”
“눈이 왜요?”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 눈이 이상해...! 무서워...!”
“실비아 씨의 눈은 괜찮습니다. 진정하세요.”
진정하라니! 방금 두 눈으로 그 무시무시한 안광을 똑똑히 봤는데 진정하게 생겼는가!
아니, 잠깐... 방금 지혁에게 안기러 갔을 때, 그는 자신의 눈을 보았을 터였다.
그 홍안은 자신마저도 겁을 집어먹을 만큼 무서웠다.
지혁이 그 눈을 봤다면, 이토록 태연한 반응을 보일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정말 괜찮은 건가?
지혁의 가슴팍에서 머리를 꼼지락댄 실비아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내 눈... 안 이상해...? 안 무서워...?”
“무섭기는 무슨... 여느 때처럼 예뻐요.”
“.....”
부드러운 대답을 듣고 용기를 얻은 실비아.
코를 훌쩍인 그녀는 포옹을 풀었다.
이후 지혁의 손목을 잡아끌고 화장대 앞으로 가서, 거울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자신의 눈을 살폈다.
‘괘, 괜찮잖아...?’
지혁의 말마따나, 자신의 홍채는 평소처럼 연한 빨간색이었다.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우느라 벌개진 눈 밑만 빼고.
그럼에도 의심스러워 자신의 얼굴 이곳저곳을 만져보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부, 분명히 아까... 눈이 빨갰는데... 사, 살인마처럼 빨갰는데...”
그리 중얼거리는 실비아에게, 지혁이 다가왔다.
뒤에서부터 그녀를 끌어안은 그가 사과했다.
“미안해요. 제가 너무 힘든 일을 시켰나보네요.”
힘든 일... 그렇다.
내적으로 갈등이 심한 일을 해서... 그래서 잠깐 착각, 망상에 빠진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의 허리춤에 자리해있는 지혁의 손을 꼭 잡은 실비아가 말했다.
“내가 더 미안해... 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긴요. 실비아 씨는 잘 해냈어요. 이제 집으로 돌아갈까요?”
집... 포근함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집.
푹신한 침대, 따뜻한 이불,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자신의 방.
그곳이 무척 그리웠다.
“응... 집에 가고 싶어... 얼른 갈래...”
“눈 감아요. 집 밖까지 데리고 갈 테니까.”
“아, 알았어...”
순순히 눈을 감은 실비아.
그녀는 그렇게 지혁의 인도를 따라 허셀의 침실에서 벗어났다.
그러면서 지금 이 상황이 악몽인지, 아니면 길몽인지 진지하게 저울질해보았고, 결론을 내렸다.
‘난... 좋은 꿈을 꾼 거야...’
왜? 지혁이 나왔으니까.
그가 자신을 안아주었으니까,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자신을 바라봐주었으니까,
멋진 목소리로 괜찮다고 해주었으니까.
그러니까 길몽이다.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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