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331화 (331/471)

〈 331화 〉 음흉한 아델의 계획 #2

* * *

@@

정적인 음악이 흐르는 마사지룸 안.

마사지 베드에 앞으로 누운 실비아는, 자신의 몸 위에 덮인 롱 타올을 슬쩍 만져보았다.

두께가 꽤나 두껍다. 따뜻하기도 하고... 몸도 다 가려지고...

다 좋은데 실험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커튼이 반쯤 가려진 옆을 보니, 똑바로 누운 상태였던 아델이 눈을 감은 채로 입을 헤 벌리고 있었다.

분위기에 취해 졸음이 쏟아지는 모양이다.

문득 부러움이 찾아왔다. 자신도 저런 천성적인 귀여움을 얻고 싶은데...

자신이 애교를 부리면 전혀 어울리지 않을 테지.

약간 침울해진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스크럽 서비스는 받으실 건가요?”

카트를 끌고 와선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묻는 직원.

베드의 머리구멍에 머리를 대고 있던 실비아가 고개를 들었다.

“아니요.”

“그러면 간단한 마사지 후 아로마로 진행할게요.”

“네. 근데 직접 마사지를 하시는 건가요?”

“맞아요.”

“카운터는 누가 보죠?”

“방금 다른 직원이 출근했어요. 그분이 볼 거예요. 구멍에 머리 기대실게요.”

“아, 네...”

얌전히 베드 구멍에 머리를 댄 실비아는, 옆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아델이 깰까 우려했다.

또한 보이는 것이라곤 땅바닥과 직원의 그림자뿐이었기에 살짝 답답한 느낌이 없잖아 있다.

“특별히 불편하신 부위가 있으실까요?”

불편한 부위라... 요새 허리를 구부리는 일이 많아서 등이 조금 결리는 느낌이었다.

“등이요.”

“네, 알겠습니다. 실례할게요.”

실례? 무슨 실례?

실비아가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등에서 스르륵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수건이 밑으로 약간 내려갔다.

이어서 직원의 따뜻하고 얄상한 손이 등의 위쪽 부위를 부드럽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놀래라...’

“지압은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아프시면 말씀하세요.”

“알겠습니다... 근데 선생님... 이라고 불러야하나요?”

“아무렇게나 부르셔도 괜찮습니다. 저는 세라에요. 유세라.”

유세라... 얼굴처럼 이름마저도 곱다.

헌데 손길이 약간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아, 젊으니까 아직 경험이 얼마 없어서 그렇구나.

그런데도 돈을 한 명당 16만원이나 받았다는 말인가? 비싸다.

그러고 보니 아델은 왜 정자세로 누워있는 거지?

원래 마사지는 엎드린 상태에서 받는 게 먼저 아닌가?

따로 앞판부터 하는 스킬이 있나?

원체 조용한 공간이다 보니 온갖 생각이 떠밀려온다.

아델이 있는 베드에선 다른 직원이 뚜벅뚜벅 걸어 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청각과 촉각이 무척 예민하다.

유세라의 얄상한 손바닥을 오롯이 느낄 수 있을 정도.

몸이 약간 후덥지근한 것 같기도 한데... 히터가 틀어져있어 그런가보다.

“으음...”

20분가량 조용히 등 마사지를 받다 보니 긴장이 풀리고, 온몸에 힘이 쫙 빠진다.

조금 졸린 것도 같은데...

스르륵.

눈이 서서히 감기려고 하던 실비아는, 수건이 자신의 등허리까지 쭉 내려가자 움찔했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유세라가 자그맣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아로마 시작할 건데, 등허리부터 관리해드릴게요.”

“아, 네에...”

너무 초짜 티를 냈다. 창피해 죽겠다.

근데 벌써 아로마에 들어가나?

모르겠다. 그냥 얌전히 있자.

라고 생각하던 실비아의 긴장이 풀린 순간,

투둑.

유세라가 실비아의 등허리에 미지근한 오일을 떨어뜨렸다.

따끈한 오일 특유의 촉감에 소름이 돋아난 실비아가 저도 모르게 헛바람을 내뱉었다.

“허헉...!”

“괜찮으세요?”

그냥 오일을 떨어뜨린 것뿐인데 왜 이러는 걸까?

어이가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머리구멍에 머리를 쏙 들여보낸 터라 자신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네... 괘, 괜찮아요... 무슨 오일이에요...?”

“고객님의 피부가 약간 건조하셔서 살구씨 오일로 골랐어요.”

“아...”

“실례하겠습니다.”

조곤조곤한 말투를 들으니 진정이 되는 느낌이다.

유세라는 곧 실비아 자신의 머리 위에 수건을 덮었다.

고개를 돌려도 사방이 보이지 않는 기다란 수건이었다.

유세라가 자리를 옮기는 동안, 실비아는 몸을 슬쩍 뒤척였다.

몸이 약간 가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움푹 패인 척추라인에 응어리져있던 오일이, 실비아의 엉덩이를 가리고 있던 수건 안으로 스며들어갔다.

이후 부직포로 된 팬티와 살의 사이공간으로 파고들어가, 엉덩이 골을 타고 스르륵 흘러내려 음부까지 닿았다.

‘미치겠네...’

흘러내린 양은 정말 적었다.

하지만 느낌이 너무나도 선명했다.

마치 아델의 행성에 있는 슬라임이 은밀한 부위에 딱 달라붙은 기분... 까진 오버지만, 어쨌든 굉장히 곤란했다.

몰래 손을 넣어 닦아내고 싶었으나, 유세라는 이미 자신의 등에 오일을 펴 바르고 있었다.

속으로 한숨을 푹푹 내쉰 실비아는 될 대로 되라는 듯 눈을 감았다.

어차피 팬티 안으로 손이 들어오지도 않을 텐데, 나중에 씻으면 그만이었다.

아델은 뭘 하고 있을까.

스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긴 하는데, 마사지를 잘 받고 있는 것 같다.

바로 옆에 있는데도 확인하지 못해 답답하다.

다행스럽게도, 유세라는 아무런 말없이 자신의 몸을 주무르는데 집중했다.

수건이 오일로 인해 젖어 진해졌음을 알 텐데도 가만히 있는 걸 보면... 이런 경우가 많은 듯싶었다.

적당한 압력으로 허리를 누르는 유세라의 손길에 전신이 나른해져오기 시작한다.

동시에...

‘뜨거워...’

몸이 후끈거렸다.

흘러내린 오일 때문인지, 아래는 간지럽다.

살구씨라던데... 피부에 안 맞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어차피 아델도 자는 것 같아 일상적인 대화도 못하게 되었으니 자신도 그냥 자버릴까 싶다.

스으으윽...

편하게 마사지를 받으며 잠을 청하려던 실비아는, 자신의 갈비뼈부터 시작해서 허리 아래로 긁고 내려오는 손길에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온몸의 말초신경이 깨어나면서 몸이 꿈틀댄다.

“하아...”

입에선 뜨거운 숨결이 새어나오고, 발가락이 잔뜩 오므려지기까지...

“실례할게요.”

실비아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태연스런 투로 저리 말한 유세라가 실비아의 양손을 머리 위로 오도록 했다.

이후 겨드랑이에 있는 림프절을 약한 힘으로 꾸욱 꾹 눌렀다.

“핫...!”

짤막한 비명을 터뜨린 실비아의 팔이 파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지금 저 미친년이 뭘 하고 있는지 알긴 아는 건가?

당장 일어나서 유세라의 뺨을 후려쳐버리고 싶지만, 근육은 뇌와 신경이 끊겨버렸는지 머리에서 보내는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고개마저도 못 들겠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

상황이 이상해졌음을 직감한 실비아가 따지려고 했다.

“저기요...! 유세라 선생님...! 지금 뭐하는...”

꾸우욱...!

하지만 림프절을 한 번 더 눌리자,

“허어억!”

팡!

생선마냥 몸을 팔딱거리며 베드를 차버리고 말았다.

그게 끝이었다. 실비아의 반항은.

‘미, 미친...’

이빨이 딱딱거려오고, 소변이 마려운 듯 아래가 가려웠으며, 눈이 뒤집히려고 한다.

흥분도가 순식간에 가득 차버리는 느낌이다.

대체 뭘 했길래 자신의 몸이 이토록 헤프게 변해버린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브라 끊어드릴게요.”

“그, 그만해...! 그만...!”

툭.

일회용 브라가 끊어지면서, 실비아의 매끈한 등이 그대로 드러났다.

유세라는 실비아의 간절한 외침조차도 무시한 채, 그녀의 등을 쓸어내려가면서 팬티마저도 간단하게 끊었다.

그리고는 하체를 가리던 수건을 벗긴 뒤, 기다란 실비아의 다리를 부드럽게 터치하기 시작했다.

‘미친년이...!’

이건 마사지를 할 때의 압력이 절대 아니었다.

더군다나 허벅지 안쪽 성감대와, 새끼손가락으로 음부를 스쳐지나가듯 건드리기까지 한다.

대놓고 흥분을 유발하기 위한 손놀림.

실비아가 아랫입술을 악물었다.

자신이 이렇게 된 건 그 차 때문인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밖에는 없다.

저년들은 지금 자신과 아델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지압 괜찮으시죠?”

게다가 조롱하듯 말하기까지... 아니, 말투만 보면 진심으로 묻는 것 같지만 짜증이 솟구친다.

변신만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저딴 년의 머리통을 당장 날려버릴 수 있는데, 무슨 약을 쓴 건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제 앞부분 해드릴게요.”

“아, 앞부분은 무슨 앞부분...! 이 개 같은 년이...”

“혜윤아, 여기 좀 도와줘.”

혜윤이는 또 어떤 년인데!

아델을 마사지하고 있던 앤가?

설마 벌써 해코지를 한 건 아니겠지?

만약 아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저년들은 물론이고, 저년들의 가족들까지 모두 죽일 것이다.

“하아...! 하아...”

“몸 뒤집어드릴게요, 고객님.”

“미, 미친년들...! 흐읏...! 나한테... 뭘 먹인 거야...”

점점 가빠져오는 호흡.

자신의 몸이 왜 이러는지는 대충 알겠다.

‘최음제...!’

여자에게 흥분을 할 리가 없을 텐데도 이러는 걸 보면 분명했다.

이년들은 아까 마신 그 차에 최음제를 탔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타이라트... 놈이 시킨 일일 수도 있다.

“이...!”

유세라와 송혜윤에 의해 몸이 뒤집힌 실비아는, 자신의 나신이 드러난 것도 개의치 않은 채로 안간힘을 쓰며 눈동자를 굴렸다.

아델의 상태가 어떠한지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없어...?’

베드에 누워있어야 할 아델이 온데간데없었다.

그새 납치감금이라도 당한 건가?

실비아의 분노가 흥분과 더불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죽... 여 버리겠어...!”

그냥 죽이진 않는다.

아주 천천히 고통을 주면서, 제발 곱게 죽여 달라며 빌고 또 빌 때까지 고문할 것이다.

서슬퍼런 실비아의 협박에 겁을 먹은 걸까?

유세라가 한 발 물러서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저희도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서요.”

“무, 무슨 소리야...? 돈...?”

“저희는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실비아에게 꾸벅 인사한 두 사람이 곧 문을 열고 사라졌다.

제법 큼지막한 방 안에 덩그러니 남게 된 실비아는, 억지로 힘을 쥐어짜내며 베드 아래로 떨어지려고 했다.

충격이라도 받으면 움직여질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열심히 낑낑거리던 실비아는,

“음음...! 약효가 예상한 시간보다 빨리 도네요. 마음에 들어요.”

머리맡에서 들려오는 아델의 목소리에 몸이 굳어버렸다.

“아, 아델...?”

“네, 저에요.”

“몸은... 몸은 괜찮아...? 그년들이 너한테 이상한...”

실비아가 말을 하다 말고 멈칫했다.

이상한 기류를 감지한 것이다.

눈이 두 배는 더 커진 실비아는, 자신을 내려다보며 방긋 웃고 있는 아델을 향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 네가 왜...”

“조금 있으면 새해잖아요. 언니에게 큰 선물을 드리고자 해요.”

“무슨 소리야... 나 지금...”

“혼란스럽지요? 물론 그렇겠지요. 하지만 절 믿으신다면 얌전히 있으셔요.”

“.....”

이상한 일이었다.

아델이 헤까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믿음이 가지 않는 게 당연한데도, 마음이 절로 안정되어갔기 때문이다.

그런 실비아를 기꺼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아델이 말했다.

“역시 언니는 제 친언니보다도 더 혈육 같은 분이에요. 제게 언니는 없지만, 말이 그렇다는 거예요.”

“.... 아델... 제발... 무슨 일인지 말해줘...”

“말씀드렸잖아요. 선물을 드린다구요. 자아...”

아델이 병을 천천히 기울였다.

병 입구에서 약간 늘어졌다가 주르륵 떨어지는 오일.

그것이 복부에 닿자, 실비아의 몸이 펄떡거렸다.

“헉!”

그렇게 움직여라 빌 때는 미동도 없더니... 황당하다.

“허억...! 헉... 허억...”

더욱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던 실비아는, 부직포 속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아델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제발 이러지 말라고, 부탁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아델의 외침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다.

“적당히 잘 달구어진 것 같군요. 지혁 씨! 밖으로 나오셔요!”

‘뭐... 라고...?’

지금 아델이 지혁이라고 한 건가?

제대로 들은 게 맞지?

곧이어 묵직한 걸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안녕하세요, 실비아 씨.”

지혁이 실비아의 머리 위에 고개를 들이밀며 히죽 웃었다.

실비아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아니, 뒤죽박죽은 지혁을 보기 전 얘기.

그가 온 순간부터, 실비아는 자신의 전신에서 굉장한 고양감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오직 단 하나의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바로 지혁에게 사랑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그것이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지혁의 물음.

이는 자신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아델에게 하는 얘기였다.

두근!

심장이 기대감으로 뛴다.

모든 청각이 아델에게로 집중된다.

흥분에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런 미친 상황에서도, 아델이 했던 ‘선물을 주겠다’는 말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실비아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할만한 아델의 대답이 들려왔다.

“언니의 천박한 몸을 보니 후회스럽지만... 저는 두 분을 무척 사랑하는 만큼 특별히 허락해드리지요. 저에게 감사하도록 하셔요.”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