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9화 〉 살인충동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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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와도 같은 푹신한 의자,
후끈한 물 안에 있는 발바닥,
영혼을 바친 신도들의 다리마사지,
마지막으로 김민지 사제가 만든 맛있는 케이크.
더없이 만족스럽다.
케이크를 냠냠 먹던 아델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송혜윤 신도.”
“네, 성녀님.”
“포교활동은 어찌 되어가고 있지요?”
“모태신앙 친구가 있는데, 그녀의 관심을 유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곧 자리를 마련하여 타이라트교의 교리를 설파할 예정이에요.”
음음...! 좋다!
교회에 다녔던 신도라 그런지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비밀리에 진행해야한다는 것쯤은 알고 계시겠지요?”
“물론입니다.”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인 아델은, 이번엔 유세라를 불렀다.
“유세라 신도.”
“네... 성녀님...”
“유세라 신도의 포교활동은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나요?”
“혀, 현재 제 신분을 세탁하고 송혜윤 신도의 교회에 입교한 상태입니다... 시간만 주신다면 빠르게 녹아들어서...”
“또 보속을 받고 싶으신 건가요?”
그 말에 유세라가 몸을 움찔 떨더니 머리를 조아렸다.
“성녀님...! 더,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세요...!”
음! 이 암캐는 성과가 없구나.
당장 보속을 행하여도 모자라지만, 유세라의 과거를 생각해보았을 때 참작의 여지가 약간 있다.
하찮은 도둑년 출신이니만큼 주변에 믿을만한 인간들이 한 명도 없었을 터.
그러니 기회를 줘도 나쁘지 않을 듯싶었다.
“또 그 자그마한 벽관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해야 할 거예요. 아시겠나요?”
“네...! 네! 감사합니다...!”
유세라를 호되게 꾸짖은 아델이 의자 등판에 몸을 기댔다.
그렇게 오랜 시간 정성이 가득한 안마를 받고 있던 그녀는, 실비아의 톡을 받았다.
[아델, 어디야?]
[마사지를 받고 있어요.(*´▽`*)]
[마사지...? 갑자기 왜?]
[받고 싶으니까요. 왜 연락하셨지요?]
[아니... 그냥 외로워서...]
언니도 참 주책이다.
지혁의 악의가 들어가고 나서부터, 자신을 향한 의존증이 꽤나 심해진 것 같았다.
이는 자신의 마력이 암캐 같은 실비아를 이끈다는 방증.
계속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자신의 참관 아래 지혁과 야한 짓을 할 수 있도록 특별허가를 내어줄지도 모른다.
단, 삽입은 빼고.
기분이 더더욱 좋아진 아델이 손가락을 놀렸다.
[마사지만 받고 갈게요. 조금만 기다리셔요.]
[얼마나 기다려? 나 지금 엄청 심심한데...]
[(,,·?·,,) 어쩔 수 없군요. 지금 바로 가도록 하겠어요. 한 20분 걸릴 거예요. 이 정도는 기다릴 수 있겠지요?]
[응.]
톡을 마친 아델은 두 신도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그러자 두 사람이 수건을 꺼내와 물기로 젖은 아델의 다리를 정성스레 닦아주기 시작했다.
언니도 이런 봉사를 받아보면 기뻐할 텐데...
그러고 보니 언니와 이런 외부활동을 하지 않은지 좀 됐다.
교육과 기쁨을 동시에 누리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없을까...
‘흐음...’
음음... 뭔가 영감이 떠오르는 것 같다.
실비아도 만족을 시켜주고, 지혁도 만족을 시켜주고, 자신도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그런 영감이.
두 사람의 시중을 받고 옷까지 갈아입은 아델은, 민지에게 메시지를 하나 남겨놓았다.
[내일 새벽까지 후유증이 남지 않는 안전한 최음제를 구해오도록 하셔요.]
[알겠습니다, 성녀님.]
온 신경을 자신에게 쏟고 있는지, 답신이 즉각적으로 온다.
역시 민지는 최고의 사도가 될 자질이 있는 충성스런 사제였다.
음흉스럽게 웃은 아델이 유세라와 송혜윤에게 말했다.
“면허증이 있는 신도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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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리즈 회원님, 안녕하세요? 요새 헬스장에 나오지 않아 문자 남겨봅니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최강복싱센터 관장입니다. 관비가 부담되신다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나와만 주세요. 실비아 회원님만을 위한 복싱화, 글러브, 핸드랩도 무료로 제공하겠습니다.]
여러 운동시설에 며칠 나가지 않았더니 문자가 폭발적이다.
이들이 왜 이러는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
예쁜 여자가 있으면 회원들이 폭증하니 붙잡고 싶은 것이다.
‘쓰레기들...’
열 개 가까이 되는 메시지를 전부 삭제, 차단한 실비아는 소파에 머리를 기댔다.
최근 로사리오를 만나지 못해 약간 초조한 마음이 있다.
거의 매일마다 신기를 모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로사리오는 그날 이후 자신에게 전혀 강림해주지 않았다.
‘왜 그러실까...’
자신이 타이라트에게 영향을 받아서? 그건 아닐 터였다.
영향을 받기 전에도 로사리오는 신탁만 한 차례 내려주고 감감무소식이었었으니까.
아니면 그냥 포기한 건가? 신탁을 받은 지 꽤나 지났음에도 미적대고 있는 자신이 한심해서?
그럴 가능성도 충분한 것 같다.
침울해진 실비아는 디바이스를 터치했다.
화악!
변신은 복잡한 고민이 있을 때 제격인 행동이다.
보라, 벌써부터 잡생각이 싹 사라지잖은가.
잔여 에너지는 23퍼센트.
아까도 변신한 상태로 영화를 봤었는데, 그때 많이 소모했기에 이 정도밖에는 안 남았다.
삐비빅, 덜컥!
얌전히 대기하고 있는 사이 아델이 들어왔다.
양손에 큼지막한 봉투 두 개를 들고.
“변신하고 계셨네요? 왜 그러셔요?”
재빨리 변신을 푼 실비아가 대답했다.
“그냥...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싱숭생숭? 아까도 외롭다고 톡을 보내시더니... 무슨 일이 있으신 건가요?”
“그건 아닌데... 손에 든 건 뭐야?”
낑낑거리며 식탁으로 간 아델이 봉투를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술이에요. 맥주, 소주... 보드카도 있어요.”
“술...?”
“오랜만에 언니와 술을 마시려고 해요. 오늘 고민거리가 있다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아보지요.”
마음은 가상하지만 술이라니... 게다가 보드카...
사온 양만 봐도 엄청나다.
자신을 술독에 빠뜨려 죽이려는 건 아닐까 의심이 들 지경.
아델을 도와 술을 꺼내던 실비아가 물었다.
“이걸 다 마시려고...?”
“언니는 참 엉뚱하시군요? 이걸 어떻게 다 마시나요. 그냥 종류별로 사온 거예요.”
“그래...? 안주는 없어?”
“안주는 집에 있는 과자면 충분하지요. 자, 이제 TV를 보며 우애를 다져보도록 해요.”
약간 올드한 말투에 빵 터져버린 실비아.
입가를 가리며 킥킥거리는 그녀에게, 아델이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뭐가 웃기시지요? 제가 우습나요?”
“우습냐니... 절대 아냐. 난 그냥 좋아서...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농담이었어요. 어서 상을 펴셔요.”
아델의 명령조는 무척 자연스러웠다.
다른 사람이 저랬다면 기분이 상당히 나빴을 텐데... 오랜 시간을 함께 동고동락한 사이라 그런지 거부감이 전혀 없다.
오히려 좋기까지 했다. 자신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알았어.”
잽싸게 소파로 간 실비아는 팔걸이 안쪽에 숨겨진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소파 밑에서 식탁이 올라왔다.
앉으면 딱 가슴께까지 오는 높이.
그곳에 술과 과자를 놓은 아델이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
화면엔 박학다식하게 생긴 남녀가 모여 비스트 슬레이어들에 관해 진중한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쇼의 이름은 [비스트 슬레이어 심층 분석].
아델의 옆에 앉은 실비아가 미간을 구겼다.
저것들이 뭔데 무단으로 자신들의 이름을 빌려가고, 토론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였다.
맥주를 탁! 소리가 나도록 깐 아델이 말했다.
“저런 쇼를 볼 때마다 짜증나요.”
아델의 말에 공감하려던 실비아가 멈칫했다.
동생의 속내를 알고 싶어서였다.
“.... 왜?”
“저런 토론회에는 비판도 나오기 마련이어요. 그렇지요?”
“그렇지.”
“비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저들이 잘못되었다는 증거에요. 마물들에게서 사람들을 구하는 저흴 찬양하기는 못할망정 비판이라니요?”
비스트 슬레이어를 향한 비판의 대다수는 재산피해에 있었다.
무차별적으로 파괴되는 건물 말이다.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자신이야 그런 식으로 싸우는 스타일이 아니라 괜찮지만, 아델이나 세화, 유리아 같은 경우는 다르다.
마물에게 유효타를 먹일만한 공격을 해야 하는데, 무기나 전투 스타일 상 필연적으로 주변이 박살나게 되어있었다.
허허벌판에서 싸우는 게 아닌 이상은 말이다.
그로 인해서 말이 나오는 것이다.
정작 피해를 받은 사람들은 본부와 세계연합의 대처에 만족하는데.
부상 시 치료비 무료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집이 없어지면 그에 준하는 거처를 빌려주고, 보상도 크게 책정해서 준다.
그럴 정도로 확실하게 사후지원을 해주는데, 3자에게서 불만이 나온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됐다.
“저들이 토론을 할 수 있는 것도 저희 덕분이에요. 이브... 흠...! 비스트 슬레이어가 없었더라면 이미 지구는 망했다구요.”
아델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아니었으면 진즉 죽었을 놈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는 한 영화의 명대사가 더없이 공감 간다.
화가 난다.
지금 저 토론실의 원탁에 앉아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사람들을 전부 교육해주고 싶었다.
그냥 매질을 하는 게 아니라,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정도의 교육을.
그래야만 정신을 차린다. 인간이란 족속들은 목숨과 관계되지 않으면 바꿔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자신마저도 성질을 내버리면 아델이 완전히 폭주할 수도 있었다.
자신의 동생은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이고, 현재 악해진 상태니까.
애써 미소 지은 실비아가 맥주캔을 들고 말했다.
“우리 짠할까?”
“아휴... 언니는 참 걱정이 없으시군요. 좋아요. 짠해요.”
걱정이 없기는...
매일 지혁과 널 걱정하는 것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인데.
그리 생각한 실비아가 아델과 맥주캔을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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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라의 보고를 받은 나는 입을 살짝 벌렸다.
“아델이 뭘 구해달라고 했다고...?”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그... 내일 새벽까지 후유증이 남지 않는 안전한 최음제를 구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제대로 들었구나.
“왜...?”
“이유는 모릅니다... 말대꾸를 싫어하는 아델라인 님인 만큼, 그냥 알겠다고만...”
아델이 내게 최음제를 사용할 이유는 절대 없다.
혹시 실비아에게 먹이려는 걸까? 아마 그럴 것이다.
근데 먹여서 뭘 어쩌려고...?
아델은 가끔 이런 식으로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한다.
그래도 궁금하긴 하니 구해다주긴 해야지.
단, 시중에 돌아다니는 건 제외하고.
“네가 직접 만들어봐라.”
“어떤 형식으로 만들면 좋을까요?”
“글쎄다... 안전하되 효과는 강력한... 그쯤이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중독성도 없어야겠죠...?”
“그래. 중독성이 있으면 최음제가 아니고 그냥 마약이지. 제작하고 나한테 넘겨라.”
“네, 알겠습니다.”
아델이 요즘 실비아에게 사랑의 매를 들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
춘약에 헤롱거리는 사이 때찌라도 하려는 심산인가?
황당한 생각이긴 하지만 아델이라면 이럴 가능성이 충분하다.
내가 직접 갖다 주면서 뭘 하려는 생각인지 물어봐야겠다.
우웅!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아델에게 톡이 왔다.
[()]
의미심장한 윙크 이모티콘이로구나.
마치 기대하라는 것처럼 보인다.
나랑도 엮을 생각인가본데... 이러니까 더 궁금해지잖아.
우리 아델... 대체 어떤 음흉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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