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6화 〉 언니의 몸에서 익숙한 냄새가 난다
* * *
끈적끈적한 분위기, 완벽한 조임, 그리고 흐트러진 실비아의 얼굴.
모든 면이 만족스럽다.
단 하나만 빼고.
우우우웅! 우우웅!
평소보다 심하게 발광하고 있는 디바이스가 환상적인 분위기에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었다.
고막 안으로 파고드는 소음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진다.
아이테르 침식은 잘 되었을 텐데, 왜 이러는 걸까?
로사리오의 특별한 은총을 받아서? 모르겠다.
“지혁아... 디바이스...”
실비아 또한 이상하다 여겼는지, 앙앙대던 것을 멈추고 날 불렀다.
“그대로 있어요.”
“응...”
실비아의 손목을 잡아끈 나는 일단 충전량 체크부터 해보았다.
사실 충전량은 크게 중요치 않은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확인을 하는 이유는, 충전속도가 평소와는 다른지 확인해보기 위함이었다.
‘65퍼센트.’
시작하기 전 충전량이 30퍼센트 언저리였으니, 관계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것치고는 상당한 양이 충전된 상태다.
하지만 실비아의 흥분도가 엄청난 상태라, 이 정도면 납득할만했다.
그러면 이쪽의 이상은 없고...
오랜 시간동안 면밀히 디바이스를 살피던 난, 실비아의 얼굴이 뾰로통해있자 씨익 웃었다.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으니 화가 난 듯했다.
“디바이스가 방해하네요. 짜증난다. 그치?”
“벼, 별로...”
“그냥 벗을까요?”
“.... 응... 내가 할게...”
재빨리 손목의 끈을 푼 실비아.
그녀에게서 디바이스를 건네받은 나는, 그것을 모텔 벽에 강하게 던졌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벽을 울린 디바이스가 쓰레기마냥 바닥에 떨어졌다.
이런 내 행동을 본 실비아가 놀라선 묻는다.
“너, 너 지금 뭐해...? 그걸 왜 던져...?”
“실비아 씨가 하고 싶은 일을 대신 해준 거예요. 그러니까 고맙다고 해야죠.”
“무슨...”
“던지고 싶었잖아. 하는데 방해될 만큼 꽥꽥거리니까.”
“.... 아니거든...? 흐읏...! 기, 깊게 찌르지 마...!”
실비아의 허리가 크게 꿀렁거리고, 그녀의 발가락이 잔뜩 오므려졌다.
종아리가 파리하게 떨려오는 것을 보니 상당한 쾌감을 느낀 듯했다.
콧방귀를 낀 나는 실비아의 딱딱해진 유두를 손톱 끝으로 톡 건드렸다.
“하앙♡”
격렬한 반응을 보여주는 그녀.
여태 들었던 교성 중에서 가장 톤이 높았다.
“솔직하게 말해요. 던지고 싶었잖아요.”
“.... 난...”
망설이는 모습을 보니 자신의 폭력적인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자지를 슬쩍 빼려고 하니, 다리로 허리를 꽉 감싸고는 다급하게 말한다.
“더, 던지고 싶었어...! 던지고 싶었다고... 그러니까 빼지 마...”
실비아 같은 강인한 여전사가 순종적으로 변하는 모습은 항상 꼴린다.
하지만 약간 아쉬운 부분도 있긴 했다.
강제적으로 잡은 후 쾌락으로 녹여 자발적으로 굴복, 복종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게 바로 그것.
허나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애초에 실비아와 아델이 너무 강해서 첫 단추를 이렇게 꿴 거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을 잡기 전에 내가 먼저 소멸됐을 터였다.
“빼지 마요?”
“응... 빼지 마... 더 깊게 넣어줘...”
뭐, 이런 모습도 나쁘지 않으니 괜찮다.
“아까는 깊게 찌르지 말라더니?”
“그, 그건 그냥 해본 말이었어...”
디바이스는 안중에도 없어진 실비아의 모습은 더없이 고혹적이었다.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겨 침대 모서리에 걸치도록 한 나는, 선 상태로 천천히 자지를 밀어 넣었다.
“흐으읏...♡”
절제된 신음을 터뜨린 실비아가 내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새어나온 애액이 자지를 감싸 미끄럽게 만들고, 꿈틀거리는 질벽은 자지의 진입을 돕는다.
평소보다 훨씬 더한 조임에 머리가 황홀감으로 타들어갈 것 같다.
이대로 말없이 실비아의 몸을 느끼고 싶지만, 중요한 과정이 남아있다.
그녀의 뒤바뀐 가치관을 확실히 해줘야하고, 날 향한 충성심과 사랑을 각인시켜주어야 한다.
그대로 엎드려 실비아의 상체에 몸을 포갠 나는,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자그맣게 속삭였다.
“갑자기 불안하네요.”
그러면서 하반신을 한 차례 튕기니, 실비아의 몸이 움찔하며 떨렸다.
쾌락으로 젖은 얼굴을 한 그녀가 반문한다.
“왜...? 왜 불안한데...? 히익...♡”
한쪽 어깨를 위로 올려 내 턱을 치는 그녀.
입바람을 불어 귀를 간지럽혔기에 나온 반응이었다.
혀를 내밀어 실비아의 귓볼을 톡 건드린 내가 말했다.
“실비아 씨가 멀리 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괜한 걱정을 하고 있어...”
“맹세할 수 있어요?”
“당연하지... 난 널 절대 떠나지 않아...”
대답을 들은 난 살과 살이 맞닿은 복부 쪽으로 손을 내려 보냈다.
이후 실비아의 아랫배를 검지로 꾸욱 눌렀다.
“허어어억!”
한 차례 팔딱거린 그녀가 내 등을 꼬집었다.
보지 안으로 들어간 자지가 후끈해져오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진다.
흥분상태가 절정에 달했구나. 성욕에 절어진 암고양이 같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거죠?”
“응... 보여줄게...”
“절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어...♡”
“사람을 죽이는 일이라도? 날 그만큼 사랑해요?”
몽롱한 대답을 내놓던 실비아가 흠칫했다.
내가 타이라트에게 영향을 받았을까봐 걱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그녀는,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주억거렸다.
“응...”
솔직히 이런 질문을 하는 건 위험했다.
실비아가 내 저의를 눈치챌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내 악의를 받아들였고, 이희연을 폭행하면서 가치관이 바뀌었다.
또한 이 질문을 내가 자신의 사랑을 확인해보기 위해 극단적인 예시를 들었다고 판단했을 터였다.
그녀의 얼굴에 띄워진 미소를 보면... 내 추측이 맞을 것이다.
‘좋아.’
일단 1차는 여기까지.
이제부턴 쾌락으로 완전히 녹여버린 뒤,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맹세를 하게끔 하자.
그리고 그 맹세를 무의식 깊숙한 곳에 심어서, 자신의 본래 뜻이라고 생각되게끔 만들어야한다.
나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고 실비아의 다리를 활짝 열어젖혔다.
그러자 단단한 조임이 일부 풀리면서, 자지가 뿌리까지 쑥 들어갔다.
무언가 툭! 하고 걸리는 느낌까지 났다.
“하앙...♡”
몸을 배배 꼬기 시작하는 실비아.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던 나는 자지를 확 빼냈다.
안을 채워주던 물건이 갑작스레 사라져 당황했는지, 실비아가 고개를 들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그런 그녀를 향해 방긋 미소 지은 내가 명령했다.
“뒤로 돌아요.”
“으읏...”
실비아가 진드기를 털어내려는 고양이마냥 침대에 몸을 비비면서, 몸을 돌려 자신의 등을 보여준다.
저 잘 단련된 등짝은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
실비아의 엉덩이를 양옆으로 젖힌 나는, 그녀의 보지에 귀두를 살살 비비면서 애를 태웠다.
그리고 그녀가 안달이 나선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할 때,
찌꺽!
자지를 단숨에 집어넣었다.
“꺄아아아악♡”
비명 같은 교성을 터뜨리는 실비아.
무릎을 굽히며 엉덩이를 들기까지 한다.
해면체가 쭉 당겨지는 느낌을 받은 나는, 손으로 실비아의 꼬리뼈를 누르며 왕복운동을 시작했다.
오늘 로사리오 따윈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혼을 빼놓아주지.
@@
“하아... 하아...”
정말이지 황홀한 밤이었다.
지혁과의 섹스는 그만큼 강렬했다.
아직까지도 여운이 남아있어 엘리베이터에 남자가 같이 탔음에도 거친 숨이 튀어나왔다.
살짝 구부려진 허리에서는 찡한 느낌이 일었다.
“괜찮으세요? 어디 아프신가...? 호흡이 조금 불편하신 것 같은데...”
눈치를 보던 남자의 걱정스런 물음.
애써 평온한 표정을 지어보인 실비아가 말했다.
“괜찮아요...”
“저... 혹시 많이 아프면 한대병원으로 오세요. 전 호흡기내과 전문의...”
실비아는 짜증이 났다.
오늘 지혁과 나눈 섹스를 생각하고 있는데, 별 시덥잖은 놈이 작업을 걸고 있으니...
남자를 표독스럽게 바라본 실비아가 냉랭한 투로, 그리고 똑바로 말했다.
“괜찮다고 이 병신아. 작업 걸지 말고 그냥 꺼져.”
실비아의 몸에서 무의식적인 살의가 피어나왔다.
본능적으로 그 기운을 느낀 남자가 침을 삼키더니 구석으로 물러났다.
이후 자신의 층에 도달하자 도망치듯 내렸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새끼... 감히 누굴 꼬시려고...
직업을 앞세워 다가오려는 모습이 정말 역겨웠다.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엘리베이터가 닫힐 때까지 남자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실비아는,
찌릿!
“흐앗...!”
갑자기 아랫배가 후끈해져오자 상체를 수그렸다.
아프다. 아니, 아픈 게 아니라 뭔가 기분이 좋다.
마치 지혁의 자지가 들어온 것 같은 충족감이 느껴진다.
‘변태 같은 년...’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으니, 엘리베이터가 꼭대기층에 도착했다.
비틀거리며 현관까지 간 실비아는, 제발 아델이 깨지 않기를 바라며 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삐비빅! 덜컥!
오늘따라 도어락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온다.
문을 박살내고 싶은 심정을 참아낸 실비아는, 집에 들어가 아주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어두컴컴한 거실을 재빨리 가로질러, 방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두꺼운 오리털 이불을 덮고 나니 조금 진정이 되는 기분이다.
자신의 아랫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은 실비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몇 번이나 가버렸는지... 특히 후배위를 할 땐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자지가 깊숙이 삽입되어 어마어마한 쾌감을 준 건 그렇다 치더라도, 지혁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신비스러웠다.
겁탈을 당하는 기분마저도 느꼈는데, 그로 인해 흥분해버리는 자신이 한심하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다.
지혁이 사정을 할 때엔 과장 좀 보태서 배가 빵빵해지는 줄 알았다.
사정을 마치고 자신의 등에 엎어져 날개뼈에 키스를 해주었을 땐, 그를 향한 사랑이 그 어느 때보다도 폭발했었다.
‘후으...’
마주보며 입위를 할 때도 무척 좋았다.
서로의 얼굴을 거의 잡아먹다시피 하며 키스를 했고, 지혁의 우람한 팔에 몸을 맡겼다.
그러면서 볼품없이 조수를 뿜어낸 것이 어찌나 창피하던지...
모텔에 쥐구멍이 있었다면 곧바로 달려가버렸을 것이었다.
그 후 정상위를 할 당시엔 정신이 잠깐 나가버렸었는데, 그때 지혁의 말에 복종하며 무어라 중얼거렸었다.
그게 뭔지는 아직도 기억이 안 난다.
지혁에게 물어봐도 웃기만 한 채 알려주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어쨌거나 오늘은 흥분에 흥분, 또 흥분을 한 미친 날이었다.
섹스뿐만이 아니라, 처음 드러난 자신의 본성에 의해서도 흥분했다.
놀라웠다. 그토록 쉽게 사람을 때리는 자신이.
그리고 이런 자신을 솔직하다면서 좋아해주는 지혁에게 고마웠다.
앞으로도 쭉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고는 자신할 수 없지만, 가끔은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해도 될 듯싶었다.
똑똑.
지혁을 생각하며 두근거리던 심장을 다스리던 실비아는, 노크소리가 들려오자 찔끔했다.
샤워실에서 한 판 하긴 했지만 샤워를 꼼꼼히 했고, 옷 또한 돌아오며 새로 사서 갈아입었다.
이 정도라면 절대 들키지 않겠지.
그리 생각한 실비아가 꽤나 큰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와도 돼.”
끼이이...
문이 약간 열리고, 그 사이로 아델의 녹색 눈이 보였다.
그녀는 무척 조심스러워하고 있었다.
저번처럼 파렴치한 장면을 볼까봐 말이다.
아델의 어여쁜 마음에 기꺼워한 실비아가 말했다.
“괜찮아. 그냥 누워있었어.”
그에 문이 완전히 열리더니, 귀여운 잠옷을 입은 아델이 눈을 비비적거리며 다가왔다.
“언제 오셨지요...?”
“방금 왔어. 넌?”
“저는 한참 전에 왔어요... 심심해서 혼자 영화 보고 잤어요.”
“그래...? 전화라도 하지 그랬어.”
“그러려고 했는데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집중하느라 깜박했어요. 오늘 언니랑 같이 자도 되겠지요?”
“물론이야.”
흔쾌한 수락에, 아델이 기뻐하더니 침대로 폴짝 점프했다.
이후 이불 안으로 쏙 들어가려다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코를 킁킁거렸다.
그런 아델의 모습을 바라보던 실비아가 물었다.
“왜 그래?”
“으으음...!”
아리송한 감탄사만을 내뱉는 아델.
그녀는 곧 실비아의 지척까지 접근해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마치 강아지가 후각을 이용해 간식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아델...? 뭐하는 거야...? 너, 너무 가깝잖아...!”
“냄새가 나요...”
“무, 무슨 냄새...? 나 샤워하고 왔는데...”
“그 냄새가 아니에요... 조용히 있어보셔요...”
아델의 얼굴이 점점 내려가더니 실비아의 아랫배에서 멈췄다.
그곳을 빤히 바라보던 아델이 돌연 실비아의 티셔츠를 들추었다.
깜짝 놀란 실비아가 소리쳤다.
“아델! 너 미쳤어!?”
이러한 나무람에도, 아델은 자궁이 위치한 실비아의 아랫배를 지그시 주시했다.
심지어는 손바닥으로 그곳을 쓰다듬어보거나, 쿡쿡 찔러보기도 했다.
더 가관인 건 따로 있었다.
아델이 혀를 내밀어 아랫배를 슬쩍 핥은 것이다.
“허억!”
경기를 일으킨 실비아가 뒤로 물러나 침대 헤드보드에 등을 기댔다.
그러한 반응에도 아랑곳 않고 입맛을 찹찹 다시던 아델이 중얼거렸다.
“으음... 아닌가아...?”
대체 뭔 짓을 하는 건지... 혹시 지혁의 정액 냄새라도 맡은 걸까?
아니, 아무리 아델이 4차원이라고는 해도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벌름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킨 실비아가 물었다.
“뭐가...?”
“아니에요... 제가 착각을 했나보네요. 자, 여기 누우셔요. 이제 자도록 하지요.”
다시 밝은 얼굴로 돌아온 아델이 침대에 눕고는 옆을 팡팡 쳤다.
방금 미친 짓을 해놓고선 저토록 태연하다니...
그리 생각한 실비아가 머뭇머뭇, 조심스레 누웠다.
그러자 아델이 실비아의 팔을 죽부인인 양 끌어와 온몸으로 껴안았다.
“오늘의 언니는 냄새가 참 좋네요. 마음에 들어요.”
“그, 그래...? 무슨 냄새인지 물어봐도 될까?”
“바디워시 냄새가 좋다는 뜻이었어요. 혹시 이상한 생각을 하신 건 아니겠지요?”
“아까는 분명히 그 냄새가 아니라고...”
“쉿...! 조용...! 저 졸려요.”
“아, 응...”
아델은 곧 수마에 빠져들어 새근새근한 콧바람을 내뱉기 시작했다.
잠든 아델을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던 실비아.
긴장이 확 풀린 그녀는 상념을 날려버렸다.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던 하루라 심적으로 피곤했기 때문이다.
‘복잡한 생각은 하지 말고 자자.’
오늘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자는 게 좋았다.
그렇지 않는다면 지혁을 생각하느라 밤잠을 설칠 테니까.
마침 아델이 옆에 있으니 마음이 편안하기도 해서, 실비아는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