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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322화 (322/471)

〈 322화 〉 변해가는 실비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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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득!

영화가 끝난 지 몇 시간이 지났음에도, 뇌리엔 두개골이 부서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피해자들의 비명소리와 살인자의 다양한 살인방법도 마찬가지. 자꾸 머릿속에서 반복된다.

문제는 그걸 듣고 희열을 느끼는 자신이다.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해야 할까?

살인마가 아무런 죄도 없는 민간인을 죽일 때, 쾌락 비스무리한 감각이 올라와 전신을 지배했다.

‘미친 거 아니야...?’

설마 자신이 타이라트에게 영향이라도 받은 걸까?

대체 언제?

아니, 언제라는 가정은 해도 무의미하다.

아델 또한 지혁의 철저한 감시 아래에서도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지혁도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간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아이테르 소모를 승낙한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은 아델의 영향을 받은 건가?

지혁도 지금 알게 모르게 사악한 사람처럼 변하고 있을까?

눈 뜨고 코가 베이는 느낌. 지혁이 범인이었다면 차라리 마음이 편할 텐데... 답답하다.

이런 생각을 하던 실비아는 제 혼자 화들짝 놀라선 스스로를 자책했다.

‘내,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정신 차려... 멍청한 년아...!’

아주 큰일 날 소리를 하고 있다.

고개를 마구 털어버리고 상념을 날린 실비아는 옆을 슬쩍 바라보았다.

입을 살짝 벌린 채 곤히 낮잠을 자고 있는 아델.

자신의 팔에 찰싹 달라붙어있는 것이 무척 귀엽다.

그런 아델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만큼 자신이 아델을 믿고 의지하고 있다는 증거겠지.

하지만 자신은 죄인이었다.

아델이 지혁과 만나는 걸 알면서도 그를 사랑하니까.

다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아델이 양보만 조금 해준다면 좋을 텐데.

사실 아델로서는 양보할 필요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사랑한다면...

일순 이기적인 생각을 한 실비아가 눈을 끔벅거렸다.

눈가가 조금 가려워진 것 같아서였다.

“언니이...”

옆에서 자신을 찾으며 잠꼬대를 하는 아델의 행동에, 실비아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띄워졌다.

“언니이... 어디 이써요... 추워...”

“나 여기 있어. 얼른 자.”

온화한 실비아의 작은 목소리를 들어서였을까?

아델의 얼굴에 평온이 찾아왔다.

“우응...”

이토록 착한 소녀인데... 타이라트... 나쁜 새끼.

찾기만 하면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서 개 먹이로 던져줄 것이다.

오늘 본 영화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죽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아델에게 이불을 잘 덮어준 실비아는, 언제고 만나게 될 타이라트를 향해 전의를 다졌다.

**

중요부위가 드러날 듯 말 듯한 의상을 입고 의자에 앉아있는 여자.

달풍선이라는 후원 아이템을 받을 때마다, 개수에 따라서 다른 리액션을 선보인다.

개수가 적으면 그냥 닉네임을 불러주며 감사합니다 한 마디, 그보다 더 많으면 간단한 덕담...

그리고 정말 많다고 생각될만한 달풍선을 받으면 섹스어필을 하는 춤까지 추고 있었다.

­쭈니 오빠. 어제 감기 걸렸었다며? 오늘은 어때? 괜찮아?

은근슬쩍 한 명을 챙겨주는 척하며, 소위 말하는 큰손, 열혈들의 경쟁 심리를 돋우기까지...

싹수가 보이는, 여우같은 계집이다.

이런 기회주의적인 사람은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니 선물을 주마.

[송마왕 님께서 달풍선 100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메시지 : 섹시댄스 ㄱ]

­어...? 와! 송마왕 님...! 달풍 만 개 감사합니다...! 팬 가입 되셨는데, 오늘 처음 오셨나 봐요? 히여니 방송, 많이 사랑해주세요! 바로 시작할게요!

좋아라하며 물개박수를 치는 스트리머 히여니.

사글사글하니 좋다.

히여니는 곧 캠을 조정하고, 의자를 치운 뒤 클럽 음악을 틀었다.

이후 골반을 튕기고 허리를 꿀렁이는 섹시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채팅창엔 히여니를 향한 감탄사가 수두룩했다.

나름 유명한 사이트 중상위권에 있는 캠방이라 그런지 시청자들이 꽤나 많아서, 스크롤이 정말 빠르게 올라간다.

지금 누구 덕분에 눈요기를 하는 건데, 왜 나에 대한 감사는 없냐? 이 우매한 것들아.

3분간 열심히 춤을 춘 히여니가 다시금 내게 감사를 전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로 돌아가려 했다.

[송마왕 님께서 달풍선 200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메시지 : 바로 한 번 더.]

하지만 내 금융공격으로 인해 꼼짝없이 다시 춤을 추게 됐다.

현금으로 치면 이백만 원.

앞선 달풍선까지 합치면 삼백이었다.

짧은 시간 만에 큰 금액을 쏜 내게, 시청자들이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보고 있다.

­소, 송마왕 님...! 이만 개 감사합니다! 바로 한 번 더요? 이번엔 뭘로 하지? 좋아하는 아이돌 있으세요?

좋아하는 아이돌? 없는데.

그냥 꼴릿하게 추라고 채팅을 치려던 나는,

[쭈니 님께서 달풍선 300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메시지 : 희연아, 섹시댄스 말고 히쿠X보 먼저 해줘.]

한 열혈의 개 같은 짓을 보고 미간을 구겼다.

아니 이 새끼가... 지금 수천 명의 시청자들이 히여니의 골반 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너는 저 시청자들의 원망어린 채팅이 보이지 않느냐? 아주 이기적인 놈이로다.

­쭈니오빠 것부터 먼저 할게요! 마왕 오빠, 우리 휴식 타임 잠깐만 가져도 되지? 히여니가 이렇게 부탁할게~ 응?

마왕 오빠라니... 가슴이 풋풋해진다.

의외로 듣기 좋잖아?

근데 감히 마왕님한테 뭐? 기다리라고?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

[송마왕 님께서 달풍선 500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메시지 : 섹시댄스.]

­헐... 오만 개... 감사합니다...! 쭈니 오빠, 잠깐만... 마왕 오빠 성격이 너무 급한 것 같으니까, 춤부터 출게. 그래도 괜찮지?

[쭈니오빠 님께서 달풍선 600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메시지 : 히쿠X보 율동~]

­아 진짜...! 나보고 어떡하라구...

쭈니오빠의 신청을 들어주기엔 제 발로 찾아온 호구인 내 빈정이 상할까 무섭고,

내 부탁을 들어주기엔 열혈 1위인 쭈니오빠의 빈정이 상할까 무섭고...

그런 고민이 히여니의 얼굴에 쓰여 있었다.

웃음꽃과 함께 말이다.

채팅창은 아까부터 폭발하고 있는 상태.

여론은 당연히 내 쪽이 훨씬 좋았다.

당연했다. 귀여운 율동보단 욕망을 자극하는 섹시댄스의 만족감이 훨씬 컸으니까.

이윽고 결정을 내린 듯한 히여니가 자신의 가슴 앞으로 양손을 모았다.

­쭈니 오빠 신청부터 할게요~ 마왕 오빠, 진짜 미안...

나는 대포를 장전하기로 했다.

눈치없고 더러운 쭈니오빠에게서 널 빼앗아주지.

[송마왕 님께서 달풍선 1000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송마왕 님께서 달풍선 1000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송마왕 님께서 달풍선 1000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송마왕 님께서 …….]

[메시지 : 1시간동안 섹시댄스 추고 방종.]

­....?

벙 찐 히여니가 모니터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댔다.

채팅창은 완전히 폭발하고 있었다.

뭐하는 사람이냐, 미쳤다 같은 감탄들이 좌르륵 올라와 내 어깨를 으쓱하게 해준다.

한 큐에 100만개, 현금 1억이면 그럴 만도 하잖아.

옆을 보니 내 아이디가 최상단에 올라와있었다.

내가 이 방에선 쏜 달풍선 순위가 누적 1위라는 증거였다.

쭈니오빠 이놈은 뭐야. 고작 1억 정도 쏴놓고 깝죽댔던 거였어?

­배, 백만 개...?

침을 꼴깍 삼킨 히여니가 의자를 발로 뻥 찼다.

그리고는 끈적거리는 가요를 틀고 자세를 잡았다.

음... 리액션 좋고.

쭈니오빠는 뭘 하는지 조용했다.

1억을 쏠 만한 돈은 현재 없나보지?

‘흐흐...’

명색이 마왕인데 이런 일을 하니 약간 모양이 빠지긴 한다.

근데 뭐 어쩌라고. 이겼으면 된 거지.

베개를 목 뒤로 끌어당긴 나는 히여니의 아주 관능적인 섹시댄스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

[마왕 오빠,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번호 알려주시면 친추해서 톡 보낼게요!]

히여니의 쪽지를 확인한 나는 헛웃음을 켰다.

날 제대로 물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만나서 어찌 해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일탈을 하고 싶은 욕구를 얘한테 풀어볼까?

‘아니, 잠깐만...’

내 욕망도 풀 겸, 실비아의 질투심 유발용 소모품으로도 써보는 건 어떨까?

나쁘지 않은 생각 같다.

물론 실비아는 아델만큼 독점욕이 없다.

허나 이런 여자들과 어울리는 상황을 좋게 넘어갈 리가 없다.

좋아, 자리를 마련해서 반응을 살펴봐야지.

히여니에게 내 연락처를 알려준 나는, 얼마 뒤 그녀에게서 톡이 오자 씨익 웃었다.

[마왕 오빠! 안녕하세요! 히여니에요! 본명은 이희연이구요.]

[안녕하세요. 송지혁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프사 오빠에요? 진짜 잘생기셨다...]

오빠라니... 내가 몇 살인 줄 알고.

그래도 기분이 꽤나 좋다. 붙임성 좋은 년.

[저 맞아요. 방송 잘 봤습니다.]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세요? 1시간동안 춤만 췄어... 그리구 말씀 편하게 하셔도 돼요! 저 스물세 살이에요!]

내가 너보다 세 살은 어리다 이년아.

물론 인간의 나이로 따졌을 때였지만.

[나중에 편해지면 말 놓을게요. 오늘 방송은 완전히 접은 거죠?]

[네. 오빠가 접으라고 시켰잖아!]

[이제 뭐할 거예요?]

[다른 여캠 합방 초대받았어. 가도 돼요?]

돈을 마구 써댄 호구들이 아주 좋아라할만한 톡이었다.

마치 남자친구에게 허락을 구하는 것처럼 말해서, 상대방에게 자신이 특별하다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충족감까지 주는...

일단 넘어가주자.

[안 되죠. 완전히 접었다고 했잖아요.]

[너무 보수적인 거 아니에요? 나 앞으로 힘들어지겠다... ㅠ 오빤 뭐해요?]

앞으로는 무슨.

넌 실비아의 반응을 보기 위한 소모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란다.

딱 일회용. 실비아가 덜 무너진 것 같으면 재활용 정도는 해주지.

그나저나 방금 톡도 그렇고, 여지를 남겨놓는 지금도 그렇고... 조교하는 기술이 제법이다.

[그냥 빈둥거리고 있어요.]

[그럼 저랑 얼굴도 익힐 겸 밥 먹을래요? 나 방종하게 만들었으니까 놀아줘 ㅎㅎ]

내가 손절각을 잡아야할 놈인지 아닌지 제대로 파악해보는 게 먼저 아니냐?

프사에 올려놓은 사진 때문에 엄청난 호감을 산 건가? 혹시 쭈니오빠 와꾸가 별로야?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야심이 아주 대단한 년이로다!

색기가 철철 흘러넘치는 얼굴과 몸매도 마음에 들고...

이렇게 적극적으로 다가와주면 나야 좋다.

[어디 사세요?]

[나 과천! 오빠는?]

[한대거리 근처에요.]

[얼마 안 걸리는 거리네! 오빠가 올래?]

그래, 여왕벌한텐 꿀벌들이 날아가 줘야 맞지.

[씻고 출발할 테니까 어디서 만날지 위치 보내줘요.]

[알았어요 ㅎㅎ 나도 씻으러 가야겠다. 오빠 땜에 이렇게 됐엉 ㅠ]

톡 바로 뒤에 사진이 하나 왔다.

섹시댄스로 인해 땀으로 젖은 티셔츠.

윗가슴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까지 고스란히 드러난, 꽤 수위가 높은 사진이었다.

벌써부터 이런 걸 보내면 어떡해. 마왕님 꼴리잖아.

이건 네가 잘못한 거다. 잡숴달라고 한 네 잘못이야.

이런 애들이 좋아하는 남성상이 뭘까?

바로 물질적인 요소다.

좋은 차, 좋은 옷, 좋은 집.

여기서 얼굴과 능력, 나이까지 받쳐준다면 완벽하다.

그리고 난 상기한 모든 것들을 갖췄다.

대충 뻘줌해하는 이모티콘을 하나 보내놓은 나는, 실비아에게 문자를 보내놓은 뒤 화장실로 들어갔다.

정사를 마친 뒤의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정도면 충분히 열 받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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