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318화 (318/471)

EP.318 반골의 아이테르답다

[(๑ò︵ò๑)]

화났구나. 왜인지는 모르지만 잔뜩 화가 났어.

휴대폰을 통해 아델의 이모티콘을 본 나는 마르셀라와 혜윤을 돌려보냈다.

이후 손을 휘저어 방 안을 깨끗하게 청소하기 시작했다.

한손으로는 아델에게 답장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왜 그러십니까?]

[지금 어디 계시지요?]

[임시신전 침실에 있습니다.]

[저한테 할 말이 있지 않으신가요?]

무시무시한 질문이다.

일이 뭔가 잘못됐나?

[딱히 없습니다.]

쩌어억-!

답장을 끝냄과 동시에 내 옆에서 포탈이 기세 좋게 열리고, 그 안에서부터 아델이 씩씩대며 튀어나왔다.

마력을 다루는 것이 굉장히 능숙하다. 뿌듯하군.

“포탈은 타기 싫어하시더니...?”

“조용! 입을 다물고 제가 묻는 질문에만 답하셔요!”

“입을 다물었는데 어떻게 답변을 하죠?”

“이... 능구렁이 같은...! 놀리지 마셔요!”

놀리고 싶은데 어떡해.

타락하고도 본연의 성격을 가진 건 네가 처음이란 말이야.

리액션도 너무 잘해줘서 좋아...

“알겠습니다, 사랑해요.”

“읏...!”

일순 마음이 약해진 아델의 얼굴이 풀렸다.

하지만 이내 다시 예의 화난 표정으로 돌아와선 날 쏘아붙였다.

“지혁 씨...! 그런 사탕발린 말로 상황을 무마하려 하시면 안 되지요!”

“상황을 무마하다니요?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러십니까? 일단 흥분부터 가라앉히죠. 자...”

미니냉장고 안에 있는 딸기우유를 꺼내 빨대를 꼽은 나는, 그걸 아델에게 내밀었다.

내 손에서 우유를 홱 낚아채듯 가져간 아델이 빨대를 쪽쪽 빨아댔다.

화가 났음에도 눈앞의 유혹에 못 이기는 네가 너무 재밌어.

이러니까 계속 놀리고 싶은 거라고.

“후아...! 맛있다... 자, 여기 앉아보셔요!”

침대에 걸터앉아 옆을 팡팡 치는 아델이었다.

그런 그녀의 옆에 딱 달라붙다시피 한 나는 씨익 웃었다.

“앉았습니다.”

“흠... 흐흠...! 좀 떨어지지요?”

“왜요?”

“.... 아니에요. 본론으로 들어가겠어요. 지혁 씨가 분명히 그러셨지요? 제 허락이 없다면 다른 여자와 몸을 섞지 않겠다구요.”

“아니죠. 허락이 없다면 실비아 씨와 몸을 섞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말장난...! 말장난! 이 나쁜...!”

자그마한 주먹으로 내 팔과 가슴을 때리는 아델.

아프진 않지만 힘이 점점 강해진다.

감정이 실려 있다는 의미였다.

그녀의 양팔을 잡아챈 내가 말했다.

“진정하세요. 대체 무슨 일입니까?”

“지혁 씨의 꼬추를 자를 거예요...! 당장 누우셔요!”

등골이 오싹해지는 말이었다.

절로 침이 삼켜질 만큼.

“무, 뭘 자른다고요...?”

“내놓으셔요... 지혁 씨의 그 추잡한 물건...!”

앞선 아델과의 대화내용을 파악해보니 대충 사이즈가 나온다.

오늘 박사가 아델을 만나러 갔었는데... 거기서 아델을 적응시키기 위해 마력을 살짝 내보였겠지.

그리고 그 마력을 느낀 아델은, 나와 박사가 그렇고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했을 테고.

그로 인해 질투심이 폭발해 이러는 것이 분명하다.

낑낑거리며 날 넘어뜨리려 하는 것이, 어지간히 열 받은 모양이다.

‘예상은 했지만...’

앞으로 세화, 유리아는 물론 실비아, 그리고 스텔라와 부대끼며 살아가야할 텐데...

이렇게 질투가 많아서야 원... 걱정이다.

그래도 이성은 아직 남아있는지 변신을 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런 아델을 품에 안은 나는, 버둥거리는 그녀의 뒷목을 살살 문질러주었다.

내 손길이 좋았던 탓일까?

난동을 피우던 몸이 점점 진정이 되고,

“후아암...! 이렇게 해도 소용없어요...”

아델이 하품을 하며 저런 말을 해왔다.

방금까진 날 죽일 듯 난동을 피웠으면서, 지금은 금세 진정하다니...

타락한 후 시시각각 변해갔던 감정선이 더욱 심하게 요동치는 느낌이다.

일단 화제부터 돌리자.

“지쳐보여서 피로를 풀어드리려고 이러는 것뿐입니다. 실비아 씨는 잘 캐보셨나요?”

“아직 잘 몰라요...”

정보수집은커녕 놀이기구에 시선을 빼앗겼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눈이 돌아간 상태로 신나게 즐기다가, 녹초가 되어 돌아온 아델이 눈에 훤하다.

“빨리 실비아 씨와 가족이 되고 싶지 않나요?”

“이미 가족처럼 지내고 있는데요...”

“진짜 가족 말입니다. 저와 같은 권...”

“지혁 씨의 음흉한 마음이 여기까지 보이는 것 같군요...! 저 지금 졸려요. 그러니 조용하셔요.”

내 말을 끊은 아델은 곧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며 잠들었다.

아니, 눈썹이 꿈틀거리는 걸 보니 잠든 게 아니라 잠든 척을 하고 있었다.

실비아와 관련된 대화를 피하겠다는 뜻이었다.

힘없는 웃음을 터뜨린 나는 아델의 등을 살살 쓸어주었다.

이놈의 독점욕... 쯔쯔... 어쩌면 좋니.

세화랑 유리아도 권속이 된 걸 알면 아예 미쳐 날뛰겠구나.

아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짜로 잠들었다.

그녀를 조심스럽게 눕힌 나는 마르셀라를 불렀다.

우리 아델, 할일 엄청 많잖아. 신도 늘려야지?

그러니까 김민지 사제랑 같이 재판하고 있으세요.

실비아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

또각거리는 구두소린 묘한 판타지를 자극한다.

특히 조용한 공간에서 들을 경우 뭔가 야릇하게 느껴진다.

지금이 그랬다. 고요한 카페 안, 하이힐을 신은 실비아의 세련된 걸음소리...

선다... 서...

“뭘 그렇게 쳐다보냐?”

커피를 들고 온 실비아의 타박을 받은 나는 콧방귀를 꼈다.

지는 카운터에서 올 때부터 날 쳐다보고 있었으면서... 어이가 없다.

“샷 추가한 게 어느 거예요?”

“이거. 아, 아니다... 이건가? 뭐였지?”

양손을 청기백기하듯 들어 올리며 헷갈려하는 실비아.

헛웃음을 켠 내가 말했다.

“마셔봐요.”

“응.”

결국 두 아메리카노의 맛을 비교해본 후에야 내 것을 찾아낸 그녀였다.

“뭔 생각을 하셨길래 그걸 헷갈려 해요?”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인 실비아가 대답했다.

“그냥... 이런저런 것들...”

곧 죽어도 날 보면서 정신을 팔았다고는 말하지 않는구나.

그놈의 자존심은...

어깨를 으쓱인 나는 커피를 홀짝였다.

그러자 실비아가 내 눈치를 보더니 묻는다.

“아델은 어디 있어...?”

“교회 간다고 나갔어요. 요새 교회에서 새 친구를 사귀었는지 바빠 보이더라고.”

“나한텐 그런 얘기 없었는데... 좀 서운하다.”

진심어린 투로 그리 말하고는 커피를 마시는 실비아.

오늘따라 참 소녀소녀하다.

코디는 우아한 주제에... 이것도 나쁘지 않다.

특히 고데기질을 한 연홍색 앞머리가 관자놀이를 스르륵 가리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

“나한테도 없었어요. 그냥 누구랑 신나게 문자하고 있길래 예상해본 거야.”

“그래...? 알았어.”

“그 아델이 약간 과격해진 것 같다는 얘기나 해봐요. 혹시 놀이공원에서 뭔 사고라도 쳤어요?”

“그건 아닌데... 약간 교만해진 것처럼 보여.”

“다른 사람들을 막 업신여기기도 하고?”

“응. 너랑 있을 때도 그랬어?”

타락한 아델에게 안하무인은 기본 옵션이다.

나한테도 떽떽거리는데... 인간들을 향해선 더했을 테지.

실비아가 옆에 있어서 자중하긴 했을 거다.

“그런 느낌이 있긴 해요.”

“아델은 원래 엄청 착했어... 순진하기 짝이 없었던 애라고... 너도 잘 알잖아.”

“알죠.”

“이 정도로 변한 거면 확실해졌다는 뜻이잖아. 아델은 타이라트의 수에 당했어. 방법을 찾아봐야 돼. 내 말대로 한 번만 해보자... 응?”

디바이스 에너지를 쓰겠다는 소리였다.

또 또 말 안 듣지. 확 아랫도리로 혼내버린다?

“지금은 안 된다고 했습니다.”

“너도 고민해보겠다며... 우린 이제 여유부릴 시간이 없어.”

“지금은... 이라는 전제를 붙였잖아요. 디바이스부터 줘보세요.”

“디바이스는 왜?”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자신의 팔목에서 디바이스를 풀어 건네는 실비아.

이렇게 말을 잘 들으니까 얼마나 좋아.

앞으로도 그래주려무나.

“오늘 아이테르의 모든 걸 검사해볼 겁니다. 우리 쪽 기술력으론 이 신비한 에너지를 전부 알아낼 수 없겠지만, 그래도 하긴 할 거예요.”

실비아의 눈이 기대감으로 번들거렸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차린 것이다.

“그 다음엔...”

“그 다음엔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죠. 천천히 에너지를 소모시키면서 경과를 지켜볼 생각입니다.”

“정말... 이지...?”

아니. 오늘 네 디바이스에 내 악의를 주입할 거야.

이래야만 네 몸에 들어간 악의가 반응할 것 같거든.

지금 하는 말은 그저 의심을 피하기 위한 거짓말이란다.

부디 서운해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난 널 무척 사랑한단 말이야.

그깟 로사리오, 지구의 평화 따윈 생각하지 말고, 나랑 아델이랑 행복하게 살자.

“예.”

“구경해도 돼?”

“오늘은 박사님과 저 외엔 출입금지에요.”

“알았어... 잘 부탁할게. 지금 바로 갈 거야?”

“커피 다 마시고.”

“아, 응...”

실비아의 반색하는 표정을 본 난 속으로 끅끅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여유가 없다고 할 땐 언제고...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은 포함시키지 않는 것 같아서 웃겼기 때문이다.

사랑스러운 것... 제발 빨리 타락해주라.

아델과 세 명이서 광란의 시간을 보내는 날이 기대가 돼서 욕망이 자꾸 꿈틀거리니까.

**

위이잉-!

미세한 기계부품이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나타난 화면.

그 안엔 거지같은 무지개색 아이테르가 평화롭게 공중을 유영하고 있다.

한쪽 입꼬리를 올린 나는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검지를 따서 악의가 섞인 피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스포이트에 옮긴다.

이후 미리 만들어둔 디바이스의 대롱을 꺼내 그 안으로 집어넣을 준비를 했다.

사악하디 사악한 마왕의 악의.

그 기운을 느낀 것일까?

키이잉-! 키잉!

아이테르의 움직임이 격해졌다.

마치 반항을 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이테르에 내 악의가 들어가면 항상 이랬다.

‘섭섭하네.’

악의가 얼마나 따뜻한데.

게다가 의지만으로도 변신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까지 해주는데, 오히려 고마워해야 정상 아닌가?

꿀렁거리는 아이테르를 바라보던 나는, 디바이스의 가장 구석 뒤편에 심어둔 수동 봉인장치 버튼을 눌렀다.

철컥-!

키이이이익! 키익-!

곧바로 결박돼선 미동도 없어진 아이테르.

머리 쪽이라 생각되는 부분에서 꽥꽥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불쌍한 것... 곧 내 색으로 물들여주마.

이젠 아델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니, 꽤나 많은 부위를 침식해도 상관없겠지.

먹음직스런 아이테르를 보고 입맛을 다신 나는 본격적으로 악의를 흘려 넣었다.

치이이익-!

그러자 악의에 닿은 아이테르에서 살갗이 타오르는 소리와 함께 검은 불길이 일었다.

앞선 세 개의 아이테르를 침식시킬 때와는 다른 반응이었다.

덜컹!

그리고 디바이스를 고정하고 있던 작업대가 한 차례 떨렸다.

마치 아이테르의 힘이 디바이스 바깥으로 표출된 것처럼.

“음...!”

일순 불안한 마음이 들었으나, 일부가 악의에 물든 아이테르는 곧 앞선 전례처럼 악의와 동화된 이후 얌전해졌다.

아무리 정상화되었다고는 하더라도 이건 돌발 상황이라 할만하다.

이러한 반응은 예상치 못했는데... 미간이 절로 좁혀진다.

혹시나 싶어 마력을 약간 넣어보니 감응하긴 한다.

제대로 동화되었다는 방증.

그렇다면 아까의 반응은 뭘까?

아이테르는 타 아이테르와도 감응할 만큼 민감한데다 감정이 있는 에너지이니... 앞선 동료들이 침식된 것을 알아차리고는 최후의 발악을 한 것일 수도 있다.

뭐가 됐든지 간에, 시계추는 계속 움직이고 있다.

돌이킬 수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오차범위를 줄이기 위해선 체크가 필요하니, 마르셀라와 박사에게도 말해봐야겠다.

몇 시간동안 가만히 아이테르를 지켜보던 나는, 이상이 없는 것 같자 포탈을 열었다.

이후 디바이스를 들고 포탈 안으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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