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317화 (317/471)

EP.317 눈높이교육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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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반바지로 갈아입은 실비아.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아델이 이빨을 꽉 물었다.

정말이지 토실토실한 엉덩이다. 때리고 싶을 만큼.

저걸로 지혁을 꼬셨다 이 말인가?

‘으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살을 찌워야겠다.

인상을 마구 구긴 아델은 쟁여두었던 초콜릿을 꺼냈다.

그리고는 그것을 까서 소파에 앉은 실비아의 입 앞에 내밀었다.

“맛있겠지요?”

다소 공격적으로 팔을 뻗는 그녀의 행동에, 실비아가 깜짝 놀라 말을 더듬거렸다.

“왜, 왜 이래...? 맛있어 보여.”

“얼른 드셔요.”

“지금...?”

“네. 제가 아끼는 건데, 특별히 언니에게 드리는 거예요.”

그 말에 실비아의 얼굴이 활짝 폈다.

“정말? 고마워. 잘 먹을게.”

“아 하셔요.”

“근데 꼭 지금 먹어야 돼? 나중에 내가...”

“저랑 같이 간식을 드시고 싶지 않은 건가요?”

아델의 재촉.

실비아가 마지못해 입을 벌리자, 아델이 초콜릿을 먹여주었다.

“좋아요. 잘하고 계셔요.”

엄청난 당분과 열량을 가진 초콜릿!

앞으로 하루에 다섯 개씩 꼬박꼬박 먹여서 뚱보로 만들어버려야겠다!

그렇게 되면 조만간 엉덩이가 축 처지겠지!

지혁이 눈길도 주지 않게 될 것이다!

“옳지... 그렇지요... 더 드셔요.”

마치 아이에게 밥을 먹이는 듯한 행동에, 실비아가 초콜릿을 먹다 말고 물었다.

“오늘 왜 이러는 거야...? 이상해... 너는 왜 안 먹어?”

“저는 언니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요. 감격스럽지요?”

“그렇긴 한데... 방금 분명 같이 먹자고...”

“어허...! 언니.”

다소 엄한 목소리로 실비아를 꾸짖듯 부르니, 그녀가 시선을 내리깔았다.

“아, 알았어... 먹으면 되잖아... 근데 너무 달아...”

“제가 커피를 사오지요. 카페 모카에 휘핑크림을 올리면 될까요?”

“카페 모카도 단데?”

이이...! 애완견 주제에 자신이 주는 사랑만 잘 받아먹으면 되지, 어찌 감히 말대꾸를 하는가.

“그러면 설탕물을 드릴까요?”

“서, 설탕물...? 내가 당뇨병 환자도 아닌데 왜...”

“맛있으니까요.”

“글쎄...? 굳이 설탕물까지는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그나저나 왜 자꾸 단 걸 먹이려고 해? 혹시 날 살찌우려는 거야?”

눈치는 더럽게 빨라선... 쯧!

실비아가 들고 있는 초콜릿을 일부분 뜯어낸 아델이 그걸 입으로 가져가 오물거렸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가야할 곳이 있으니, 혼자 심심하시겠지만 얌전히 있어주셔요. 초콜릿은 다 드시구요. 알겠나요?”

“그, 그래... 지혁이 보러 가?”

자신을 캐내려 하고 있구나! 음흉한 속내가 그대로 드러난다.

“네.”

“잘 다녀와. 올 때 연락해주고, 옷 따뜻하게 입고...”

실비아의 잔소리를 한 귀로 흘려버린 아델은, 형식적으로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그녀가 향한 곳은 지혁의 집도, 신전도 아니었다.

저번에 봐두었던, 노출이 꽤 심한 옷을 파는 보세 옷가게였다.

다시 태어났으니 의상도 그에 걸맞게 입어야하지 않겠는가.

포탈을 탈까 고민하던 아델은 그냥 택시를 타기로 했다.

여는 방법도 낯설고, 징그러운 마물의 입으로 혼자 들어가긴 싫었으니까.

플라잉 택시를 잡은 아델은 목적지를 말했고, 벙어리장갑을 벗은 뒤 손을 호호 불었다.

날이 추우니 호빵이 먹고 싶다.

지혁에게 사달라고 해야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나타난 발신자를 본 아델이 눈썹을 찌푸렸다.

박사가 전화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왜 뜬금없이 전화한 걸까?

뭔가 일이라도 생겼나? 아니면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나?

탐탁찮은 표정으로 어찌할까 고민하던 아델은 결국 전화를 받기로 했다.

“여보세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그만큼 아델에게 있어서 박사는 무서운 존재였다.

물론 힘 하나 안 들이고 쥐포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박사에겐 특유의 오오라가 있었다.

아주아주 날카롭고 거북한 오오라가.

-아델? 어디니?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들은 아델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박사의 목소리에 호의가 가득했기 때문.

칭찬할만한 일은 하지 않았는데... 이상했다.

“저요...? 지금 밖에 나왔는데에...”

-같이 밥이라도 먹을까?

“으음...! 저도 그러고 싶은데요... 지금 제가 살 게 있어서...”

-잠깐만... 거기 연남동이네? 마침 나도 그쪽이고, 연남동 주변에 맛있는 집 아는데... 내가 그리로 갈게.

디바이스를 보고 위치를 추척했음이 분명했다.

이놈의 디바이스! 이젠 필요도 없는 물건...!

지혁이 만들어준 것이라서 끼고 있었는데, 너무 심하게 방해된다!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랬다가 된통 혼날 것 같으니 잠깐 만나기만 해야겠다.

“알겠어요...”

아휴... 또 무슨 설교를 하려고...

옷가게에 도착할 때까지 투덜거린 아델은, 택시에서 내려 문을 쾅! 소리가 나도록 강하게 닫았다.

이후 옷가게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혼자 오셨어요?”

웃는 낯으로 자신을 맞이하는 옷가게 사장.

날이 추운 겨울임에도 파인 옷을 입은 것이 꼴 뵈기 싫다.

아무리 안이 따뜻하다 하여도 그렇지, 저 걸레 같은 복장은 무엇인가!

지혁이 보면 흥분할지도 모른다. 올 리는 없지만.

“네.”

“천천히 둘러보시고, 궁금하신 게 있으면 찾아주세요.”

음...! 손님의 창피함을 배려해주는 모습이 제법이다. 마인드가 잘 되어있다.

꿀꿀해졌던 기분이 다시 좋아진 아델이 카드를 내밀며 말했다.

“이 가게에 있는 S사이즈 옷들을 전부 구매하겠어요. 집 주소를 알려드릴 테니 내일 중으로 배송하도록 하셔요.”

“네...?”

잠깐 입을 뻐끔거리던 젊은 사장.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 그녀가 카드를 받아들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알겠습니다...! 자, 잠깐 앉아계시겠어요? 커피 드릴까요...?”

만족스럽게 웃은 아델이 대답했다.

“초코칩 프라푸치노를 내어오셔요.”

“초, 초코칩 프라푸치노요...? 아... 네! 방금 직원이 카페에 갔는데, 사오라고 시킬게요...!”

역시 인생을 편하게 살아가는데 있어 돈은 필수다.

거만한 몸짓으로 사장을 따라간 아델이 푹신한 의자에 몸을 맡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딸랑거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아델은, 황급히 꼰 다리를 내려놓고 풀고 똑바로 앉았다.

화사한 차림의 박사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씨이...!’

더럽게도 빨리 온다. 짜증나게...

애써 인상을 편 아델이 고개를 돌려 박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를 발견한 박사가 다가와 웃는 낯으로 말했다.

“여기서 뭘 사려고 한 거야? 노출이 조금 심한 의상들뿐인데...”

“그게에...”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아델.

방긋 웃은 박사가 아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물론 네가 사고 싶으니까 온 거겠지. 당연한 걸 물어봤네? 미안해.”

“....?”

정조가 없다며 혼을 낼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아델의 고개가 15도 각도로 꺾였다.

자신을 친딸 바라보듯 하는 눈빛하며... 서글서글한 태도하며... 오늘의 박사는 이상했다.

아델의 머리를 쓰다듬은 박사가 바삐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사장에게 눈총을 주었다.

빨리 일을 처리하라는 눈빛.

곁눈질을 하여 박사의 그 모습을 본 아델의 의문이 더욱 깊어졌다.

‘왜 저래...?’

혹시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머리를 다쳐 미쳐버린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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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불편한 자리.

그렇게 생각하던 아델은, 박사가 진심으로 자신에게 다가오자 마음이 서서히 열렸다.

박사는 마치 엄마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왜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박사 같은 히스테릭한 사람이 자신을 좋아해주니 뭔가 뿌듯했다.

“이거 드셔요... 맛있어요...”

수줍게 샐러드를 박사의 그릇에 옮긴 아델.

박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우리 아델... 엄청 착하네?”

암, 그렇고말고.

자신 같은 요조숙녀는 이 세상에 없다.

역시 연륜이 있는 박사라 그런지 딱 알아보는구나!

흠흠... 박사를 탐탁찮아했던 건 취소다.

“네에...”

“입도 짧다더니 아닌가보네? 이런 것도 잘 먹고... 엄청 보기 좋다.”

참내... 입이 짧은 건 맞지만 이런 야채는 기본으로 먹을 줄 안다.

물론 치킨이 더 맛있지만.

“감사합니다아... 그런데 왜 갑자기 절 만나자고 하신 건가요?”

“최근 우리 사이가 좀... 그랬잖아. 그래서 화해도 할 겸... 미안해.”

이집트에서의 일을 말함이었다.

아델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설마 박사가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존심을 굽혀가며 먼저 화해를 청하다니... 마음에 든다!

활짝 웃은 아델이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저는 다 잊어버렸었어요. 그리고 박사님의 마음은 다 이해해요.”

“그러니?”

“네. 할 일이 무지 많으시니까아...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당연해요.”

반색한 박사가 감격한 듯 가슴에 한손을 올렸다.

“생각도 깊고... 여태까지 내가 널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나보다.”

마치 인정을 받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절로 어깨춤을 추고 싶을 정도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산책을 하며 박사와 대화를 나누던 아델은,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세화랑 유리아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였다.

아무리 일을 하고 있다지만... 최근 연락도 없고...

이집트에 마물이 나타났었는데 출동하지도 않았다.

마치 지구에서 뿅 하고 사라져버린 것만 같았다.

“저어... 박사님.”

“응?”

“세화랑 유리아 언니요... 최근에 안 보이던데... 일이 많이 바쁜가보지요?”

“조만간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런가요?”

“그때가 되면 지금처럼 계속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 그럴 수 있지?”

“네?”

갑자기 저게 무슨 소리람?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게 이상하다.

정말 머리를 다친 건가 싶다.

“아냐. 우리 아이스크림 먹고 갈까?”

“전 좋...”

좋다고 대답하려던 아델이 멈칫했다.

‘으응...?’

박사의 몸에서 익숙한 냄새가 풍겨왔기 때문이다.

그녀의 옷에 밴 음식의 잔향... 이런 건 절대 아니었다.

바로 몸 안에서... 근원이라고 칭할 만한 깊숙한 곳에서부터 풍기고 있는 냄새였다.

지혁의 마력, 악의 말이다.

금방 사라지긴 했지만, 그 특유의 포근하고 다정한 느낌은 박사의 주변에 남아있었다.

인상을 팍 구긴 아델이 생각했다.

‘설마...’

설마 지혁이 박사에게도?

“왜 그래? 소화가 안 돼?”

박사의 걱정이 담긴 물음에 정신을 차린 아델.

고개를 가로저은 그녀가 미심쩍은 눈으로 박사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대답했다.

“아니에요...”

만약 지혁이 실비아에 이어서 박사에게까지 손을 댔다면...

그렇다면 당장 달려가서 그 바람둥이의 고추를 떼어버릴 것이다!

탈부착 형식으로 만들어서 자신만 쓸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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