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314화 (314/471)

EP.314 재탄생한 사고뭉치

공중으로 떠오른 아델의 몸이 방 중앙에서 멈춘다.

변화는 별로 없었다.

아델은 이미 타락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리적인 만족감이 매우 컸다.

특히 아델이 이제 완전한 내 권속이 되었다는 안정감, 이게 가장 중요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마력 증폭이라는 능력을 가진 나만의 성녀가 된 거다.

이로서 재탄생을 보는 건 세화, 유리아, 박사 다음으로 네 번째.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의의 용사가 악에 물들어 타락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스으으...!

온몸으로 퍼졌던 악의의 그림자가 다시 음문으로 빨려 들어간다.

뒤바뀐 가치관, 몸 등이 적응을 마쳤다는 증거.

안정기가 찾아온 아델의 눈이 얼마 지나지 않아 뜨였다.

“.....”

눈은 사람의 이미지에 큰 기여를 하는 부위다.

보라색 홍채와 세로로 찢어진 동공을 좌우로 돌리는 아델의 모습은, 그녀가 가진 특유의 귀여움과 뒤섞여 어마어마한 매력을 자아냈다.

귀여움과 관능의 공존. 완벽하다.

새하얀 가슴팍에 자리한 보랏빛으로 빛나는 크리스탈까지... 아주 만족스럽다.

자신의 온몸을 살펴보던 그녀가 이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지혁 씨... 이게 뭐에요...? 몸이 이상하게 변했어요...”

평소의 호칭을 들은 나는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권속이 된 세화와 유리아는 자연스럽게 날 주인이라 칭했다.

박사는 특별히 허락해주어서 예외지만, 아델은 박사처럼 조건을 걸어주지는 않았는데...

아델에게 다가간 나는, 그녀의 자줏빛 머리카락을 한 차례 쓸어 넘겼다.

그리고는 테스트를 해보았다.

“몸은 괜찮아?”

“바, 반말하지 마셔요...! 저를 존중하셔요...!”

어감이 마치 타락하기 전의 아델 같다.

세화나 유리아처럼 냉랭해지는 기색도 없다.

잘못된 건 절대 아니다. 아델의 기운은 내 기운과 완전하게 감응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녀의 몸 안엔 신성력의 시옷 자도 없었다.

로사리오의 잔재마저도 전혀 존재하지 않았고.

재탄생은 했지만 자신의 의지가 무척 강한 채로 있는 건가?

아니면 덜 타락한 건가? 그건 아닌데...

굉장히 의외였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델과 평소처럼 지낼 수 있어 더 좋았다.

인자한 미소를 지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요, 아델.”

그제야 표정을 푼 아델이 자신의 머리를 앞으로 당겨왔다.

“머리카락이 바뀌었어요...! 이게 저에요...?”

“그렇습니다. 로사리오를 버리고 제게 왔다는 증거죠.”

아델이 흠칫했다.

“로사리오 님...! 그분은 헬릭스에게 넘어간 것이 아니었지요...? 다 거짓말이었지요...?”

“예. 아델을 제 권속으로 만들기 위한 거짓말이었습니다. 애초에 헬릭스는 이미 죽고 없는 존재에요.”

아델의 눈빛이 무척 매서워졌다.

나를 죽일 듯 노려보던 그녀가 빼액 소리쳤다.

“이...! 거짓말쟁이! 저를 속였어요!”

헬릭스는 네가 멋대로 착각한 건데...

그리고 이것 외에도 속인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세화나 유리아, 박사마저도 내 권속이라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다.

머리를 긁적인 내가 변명했다.

“말했잖아요. 아델을 얻으려고 정체를 숨겼다고.”

“지혁 씨는 그래서는 안 됐어요... 저한테 솔직하게 말했어야 했어요...!”

“솔직하게 말했다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아델에게 정화되어 가루조차 남지 않았을 테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어찌 사랑하는 연인에게 거짓을 고할 수가 있지요? 저는 항상 지혁 씨에게 솔직했는데... 지혁 씨는 제게 거짓말만 하고 계셨군요...!”

음... 가불기에 걸린 듯한 기분이다.

어색하게 입맛을 다신 나는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쩌어억-!

곧바로 나타난 마물 포탈이 특유의 아가리를 벌리자,

“히익!”

겁을 집어먹은 아델이 내 등 뒤로 달려와 몸을 숨겼다.

그리고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포탈을 바라보았다.

이런 아델의 반응을 보니, 내게 진심으로 화가 나있는 건 아니구나 싶었다.

그녀는 그저 여태까지 거짓말을 한 내게 투정을 부리고 있는 거였다.

아델을 진정시킨 나는, 포탈 안에서 튀어나온 민지를 보고 히죽 웃었다.

“민지는 원래부터 제 권속이었습니다. 앞으로 그녀가 아델을 잘 모실 거예요.”

그러자 민지가 나와 아델을 향해 상체를 공손히 숙였다.

“축하드립니다, 마왕님. 그리고 아델라인 님께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마르셀라라고 합니다. 목숨을 다해 아델라인 님을 모실 테니,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아델은 민지의 이러한 반응이 싫은 듯했다.

인상을 팍 찌푸린 그녀가 민지를 나무랐다.

“김민지 사제! 아직 덕을 충분히 쌓은 것도 아니면서 마르셀라라는 세례명을 사용하다니...! 잘못된 행동이에요! 사흘 간 임시 신전에서 근신하도록 하셔요!”

“네...? 네?”

당황스러워하는 민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상황을 파악한 듯한 그녀가 재빨리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성녀님.”

“벽관의 보속 대상자를 재판소에 데려다놓도록 하셔요. 개종할 준비를 하라는 뜻이에요. 아시겠나요?”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상체를 숙인 민지가 다시 포탈을 타고 사라졌다.

포탈이 먼지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나는 아델을 달랬다.

“아델, 민지의 진짜 이름은 마르셀라입니다. 세례명은 그저...”

종교놀이의 일환이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델이 또 삐칠까봐 말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델은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들의 내막을 대충이나마 알아차린 듯했다.

“알고 있어요.”

“다행이네요. 그리고 이제 그 임시신전은 없애고, 나머지 사람들에게 입막음을 하는 것이...”

아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혁 씨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는군요. 이런 남편을 둔 제 앞에 고생길이 훤히 보여요.”

“.... 그건 또 무슨...”

“지혁 씨는 저를 권속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종교를 창시했지요. 그렇지요? 하지만 저는 달라요. 진심으로 지혁 씨를 내조하기 위해, 천계에 오르도록 하기 위해 교를 키울 생각이었어요.”

이건 뭔 소리일까?

입을 다물고 있는 내게, 아델이 말을 이었다.

“모든 신들은 신기를 가지고 있고, 천계는 그 신기가 없는 자는 오를 수 없어요. 입구에서부터 막혀버린다구요.”

그런 건가? 대충 알겠다.

“그럼 그 신기의 원천은 신앙심이니까... 신앙심을 얻기 위해서 신전과 신도가 필요한 것이로군요.”

“맞아요. 이건 로사리오 님께서 정한 규칙이에요. 우주의 그 어떠한 존재도 이 규칙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신조차도 예외는 아니지요.”

하아... 아델이라는 큰 산을 넘었는데, 로사리오라는 더 큰 산은 아직도 굳건하다.

애초에 천계를 로사리오가 만들었으니 이해는 한다만, 신이라는 초월적인 존재들에게도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내가 정말 로사리오를 무릎 꿇릴 수 있을까?

그년의 앞까지 당도하긴 커녕 천계의 입구를 지키는 파수꾼에게 입구컷을 당해 뒈질지도 모른다.

뭐가 됐든지 간에, 로사리오와 난 철전지 원수 사이가 됐다.

그녀가 만든 것이 확실한 아이테르를 변질시켰고, 아끼는 성녀인 아델을 초대 성녀마냥 타락시켰다.

지금쯤 상당히 열이 뻗쳐있을 테고, 내게 이를 갈고 있겠지.

나와의 대결은 필연적인 일이다.

그러니까 지레 겁부터 먹지 말고, 일단 계획대로 밀어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아델의 자주색 머리카락을 묶어 집게로 고정해준 내가 말했다.

“로사리오 님이 아니라 로사리오라고 부르세요.”

“싫어요. 이건 지혁 씨가 저를 속인 벌이에요.”

벌도 참... 아델답게 내린다.

“그러세요?”

“지혁 씨의 거짓말이 들통 났으니, 로사리오 님에 대한 존경심이 다시 생겼어요. 화나시지요? 당연히 그렇겠지요. 이런 제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셔요. 아시겠나요?”

아델의 마음이 눈에 보인다.

알겠다고 대답한 나는 아델을 앞으로 번쩍 안아들었다.

이후 그녀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방 안을 거닐었다.

“기분이 어떤가요?”

“뭐가요.”

“마족이 된 기분이요.”

아델이 내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시러요... 별로에요...”

좋아하는구나. 뿌듯하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위장하는 것뿐이지만요.”

“알아요...”

“어떻게 알죠?”

“저는 지혁 씨와 영혼으로 이어져있으니까아... 다 알아요... 모르는 건 전혀 없어요...”

그럼 내가 세화를 비롯한 세 사람을 권속으로 만든 것도 알겠네?

라는 말이 목구멍 바깥으로 튀어나오려다 말았다.

언제고 알게 될 사실이지만, 지금은 자제하자.

아델은 집착이 무척 심하다.

여기서 세 명의 여자가 마족이 됐고, 네 가족이라고 말한다면 노발대발할 것이 눈에 보였다.

서서히 적응시켜가는 게 맞았다.

자연스럽게 깨닫도록 하는 것이 베스트긴 한데... 이 일은 박사한테도 도움을 청해야겠다.

단, 실비아와 관련된 일은 예외다.

“그런가요? 역시 저만의 성녀답네요.”

“제, 제가 왜 지혁 씨만의 성녀지요?”

“그럼 아닙니까?”

“.... 아니요... 맞아요...”

낮은 웃음을 흘린 나는 아델의 몸 위에 외투를 덮어주었다.

그리고는 방을 나와 휴게실로 향했다.

냉장고에서 딸기우유를 꺼내 어깨 너머로 아델에게 내미니, 그녀가 고개를 마구 젓는다.

직접 마시긴 싫으니 먹여달라는 응석이었다.

아델의 바람대로 해준 나는, 내게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며 말했다.

“실비아 씨 또한 제 가족으로 맞이합시다. 아셨죠?”

그러자 아델이 빨대를 입 안에서 뱉어내고는 반문한다.

“언니도... 저처럼 할 건가요...? 성기를 넣고 지혁 씨의 성액을 주입할 건가요?”

“네. 그럴 겁니다.”

“안 돼요... 지혁 씨의 몸은 제 꺼에요... 다른 누구도 가질 수 없어요...”

“이미 실비아 씨의 몸 안에는 제 악의가 주입되어있습니다.”

“.... 그렇... 네? 뭐라구요...?”

“죄송해요. 저는 욕심이 많은 마왕이라서요. 이미 그녀와 여러 번 몸을 섞었습니다.”

“뭣...!? 여러 번 몸을 섞어요...?”

믿어지지 않는 투로 되물은 아델.

온몸을 부들부들 떤 그녀의 코에서 분노가 가득한 바람이 새어나왔다.

곧이어 내막을 파악한 듯 씩씩대기 시작했다.

뿌드득!

어깨너머에서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이이...! 나쁜 놈! 악마! 마귀! 사기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니 귀가 멍해진다.

화가 잔뜩 났구나. 영혼으로 이어져있으니 모르는 거 없다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실비아 씨가 너무...”

한숨을 푹 내쉬며 말끝을 흐리자, 아델이 제 멋대로 내 말을 해석했다.

“언니에게 넘어가버리고 말았군요...!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어요...! 실망이에요!”

“그게 아니라...”

“조용...! 조용! 그 입을 다무셔요! 창녀 같은 언니를 벌하고, 지혁 씨에게도 징계를 내리겠어요!”

콰악!

말을 마친 아델이 내 어깨를 강한 힘으로 물었다.

어깨가 시큰하다 못해 끊어질 것 같았지만 참자.

“아흐 오...! 아히허...”

어깨를 문 채로 입을 웅얼거리는 아델.

나쁜 놈, 맛있어...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 딸기우유보다는 내 피가 더 맛있지?

많이 먹고 진정하렴.

그리고 함께 실비아를 떨어뜨리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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