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10 믿음의 붕괴 #2
아델은 순수하고, 순진하다.
내가 그녀에게 손을 뻗기 전부터 지금까지, 저 특성은 그대로였다.
스터디카페에서 슬쩍 손을 잡았을 때 보여주었던 그녀의 반응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말을 무척 더듬거리며 뭐하는 짓이냐고 놀라던 아델.
그 모습을 보며 정말 깜찍하다고 생각했었지.
항상 인간들을 우선시했고, 로사리오를 흠숭했으며, 마물을 멸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던 정의로운 아델.
그런 네가 타락 직전까지 오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구나.
안 그래도 감정적이었던 면이 더욱 증폭된 건 덤이다.
아델이 무안해질 정도로 그녀를 위에서 내려다보던 내가 말했다.
“지금부터 로사리오의 삿된 기운을 정화하는 의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이후 몸에 딱 달라붙는 폴리머스 재질의 레오타드 안으로 손을 집어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델의 놀란 물음 때문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사, 삿된 기운...?”
“그렇습니다.”
“지혁 씨...! 로사리오 님의 기운은 신성한...”
“아닙니다. 아주 음침한 금색을 띠고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아요. 아델은 저만의 성녀잖아요. 제게 인호도 받았잖아요. 그런데 왜 로사리오의 색을 쓰는 겁니까?”
“.... 지혁 씨... 떼를 쓰시면 안 되어요... 제 기운은 항상 금색이었다구요... 그렇다고 해도 제가 지혁 씨만의 성녀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 걱정하지 마셔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은 내가 말했다.
“아뇨. 건물 안에서 약에 취해 몽롱해진 상태였을 때, 저는 봤습니다. 아델의 봄에서 눈부신 보랏빛이 피어나는 것을요. 그건 제 고유의 색입니다.”
“아이 참... 그건 지혁 씨가 약에 취해서 헛것을 본 거예요...”
“감히 신의 뜻을 부정하는 겁니까?”
“무, 뭐라구요...? 지혁 씨...! 지혁 씨는 저에게 감히라는 단어를 사용해선 안 돼요...! 저는 교주인 지혁 씨를 모시는 성녀이기도 하지만, 동등한 위치를 가진 조언자이기도 해요...! 당장 취소하셔요...!”
분한 목소리로 내 가슴을 두들기는 아델.
변신한 상태라 맞으면 부러질 것 같았지만, 의도적으로 힘을 주지 않고 있어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날 위해 힘을 조절하는 네가 너무 좋다.
사랑스러워.
욕구를 참치 못한 나는 아델의 머리를 확 끌어안았다.
그녀의 입술이 내 목에 닿게끔.
그 상태에서 아델의 화를 더 돋우었다.
“감히 성체에 손을 대다니, 주제를 넘어도 한참 넘었군요.”
“지혁 씨...! 지금 저와 상하관계를 나누시겠다는 뜻인가요!?”
“교육이 필요하겠습니다.”
“이익...! 나쁜 놈! 지혁 씨는 나쁜 놈이에요...!”
욕하는 것도 귀엽다.
분기를 참지 못한 아델이 내 목을 앙 물었다.
그리고는 이빨에 힘을 줬다.
푸욱-!
무언가 꿰뚫리는 기분 나쁜 느낌과 함께 목이 시큰해졌다.
눈동자를 슬쩍 내려 아델을 바라보니, 몽롱한 표정으로 피를 쪽쪽 빨고 있었다.
그래, 그러라고 도발한 거야.
중독성이 심하지? 아마 마약보다 더할 거다.
하루라도 안 마시면 목이 메고... 그렇지 않아?
네가 내 것이 되었다는 증거란다.
“우음...♡ 쯉...!”
게걸스럽게 입을 놀리는 아델.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몸에서부터 피어나고 있는 은은한 금빛 기운.
오늘 저 기운을 보라색으로 물들일 거다.
더 마셔라. 더 마셔.
내 마력과 완전히 동화한 상태에서 타락해줘.
아델이 피를 수월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한동안 가만히 있던 나는,
“후으...♡”
만족스런 신음을 흘린 아델이 얼굴을 떼어내자 씨익 웃었다.
“제 마력을 잘 받아들이고 계시는군요. 정화의식이 잘 진행되어가고 있어요.”
“마력...? 지혁 씨의 마력...♡ 이름이 불길해애... 또 먹을래요...”
“안 됩니다.”
“왜앳...! 더 주셔요...! 혼내기 전에... 얼른...!”
“그 전에 다짐을 받아야 해요.”
아델의 고개가 15도 각도로 꺾였다.
“다짐...?”
“예. 저는 아델의 유일신입니다. 그건 아델의 입으로도 직접 인정한 사실이죠. 그러나, 아델의 마음속엔 아직 로사리오라는 존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몸에 은은하게 피어오르고 있는 금빛 신성력이 그 증거죠.”
“.... 그건 지혁 씨가아...”
“부정하려고 해봐야 소용없습니다. 더 이상의 신성모독은 저지르지 마십시오.”
신성모독이라는 위험한 단어에, 아델의 눈매가 무척 날카로워졌다.
“시, 신성모독...? 감히...! 어떻게 감히 제게 그런 말을...!”
아까 분명히 감히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공격적으로 변한 아델의 얼굴을 바라보던 내가 말했다.
“저만을 모시겠다고 맹세하십시오. 당신의 삶의 이유이자 원동력은 제 뜻에 따르는 것이라고 마음속 깊이 인정하세요.”
말을 마친 나는 안쪽 볼 살을 깨물었다.
그러자 아델이 화를 내려다 말고 모든 행동을 멈추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알아차린 것이다.
“헤엑...♡”
입을 앙 벌리고는 혀를 쭉 내미는 그녀.
아까의 폭발할 것 같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아직 남아있는 내 피가 아델의 입 안팎과 혀를 새빨갛게 칠한 모습이 무척 관능적이다.
청순하고, 섹시하다.
감상을 끝낸 나는 안쪽을 깨물어 피를 냈고,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비릿한 피를 밀어내 입술 사이로 모았다.
그리고는 아델의 혀에 딱 한 방울만을 떨어뜨렸다.
뚝.
“우음...! 움...! 헥...”
입을 오물거리며 피를 삼키고, 다시 혀를 내뺀 아델의 몸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피 맛과 야릇한 분위기에 완전히 취한 모양.
나는 히죽 웃은 채로 아델이 스스로 언약을 할 수 있게끔 가만히 있었다.
“....?”
의아스런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던 아델은, 안 그래도 큰 눈을 더욱 크게 떴다.
내가 어떤 걸 원하는지 알아차린 것이다.
“.....”
침묵하는 그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델은 지금 피를 갈구하고 있다.
내 성혈을 마음껏 먹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이지를 앗아갈 정도로 중독성이 심한 이 피를 눈앞에서 보고도 머뭇거린다?
로사리오의 잔재가 그녀의 한 끗 남은 마음을 다잡아주고 있다는 증거라고 봐도 됐다.
일평생을 모셔온 로사리오에게서 벗어나라는 사한 또한 심각한 터라 고민이 되겠지.
그나저나 아무리 생각해도 로사리오는 거지같은 년이다.
아델에게 해준 것도 별로 없으면서 그녀의 마음을 이토록 많이 좀먹다니 말이다.
아델의 입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기다리다 지친 나는, 아델을 애태우면서 맹세를 받기로 했다.
나는 직접 만들어준 폴리머스 재질의 금색 테니스 치마를 들추고, 아델의 음부를 보호하고 있는 레오타드도 옆으로 슬쩍 밀었다.
“흐으응...♡”
나른한 신음을 터뜨린 아델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이번 승부는 자신의 승리라고 자랑하는 표정이다.
어이가 없다. 내 음모에 계속 당해놓고선...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에 걸린 사람이 누군데 지금...
나는 입을 쩌억 벌려 모아두었던 피를 아델의 가슴팍에 떨어뜨렸다.
순백색의 슈트가 피로 물들어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아, 안 됐!”
기겁한 아델이 내 목에 팔을 두르더니 자신의 입술을 부딪쳐왔다.
“후음...♡ 쯉...!”
그리고는 게걸스럽게 피를 받아 마시기 시작했다.
신성력이 둘러진 슈트 따위에 피가 묻어 물들어가는 것보다, 피를 먹지 못하는 게 더 아쉬운 듯한 행동이었다.
나는 아델의 적극적인 공세를 받아주면서 바지를 확 내렸다.
이후 잔뜩 발기된 자지를 아델의 어여쁜 음렬 사이에 가져다대고, 하체를 움직여 천천히 비볐다.
“우으음...♡”
허겁지겁 목을 꿀꺽거리다가 자신의 허리를 튕기는 아델.
스스로 자지를 집어넣으려는 모습이 정말 음탕해 보인다.
벌어진 음렬 안으로 고개를 살짝 들이민 귀두가, 자지에서부터 속을 보호하기 위해 새어나온 아델의 애액으로 적셔지는 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아델과 변신상태에서 섹스하는 건 처음인가?
왜 안했더라...? 그래, 분명 신성력이 내 몸에 영향을 줄 것 같아서 피해왔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미 아델은 내 마력을 깊숙이 받아들인 상태.
평상시 상태에서 뿜어냈던 신성력도 내게 어떠한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러니 괜찮을 것이다.
한창 혀를 얽혀 키스를 하다가 얼굴을 떼어낸 내가 아델을 불렀다.
“아델.”
혀로 입술을 핥은 아델이 눈동자를 돌려 날 바라본다.
“네에...”
“넣어줄까요?”
“네에에...♡”
“그럼 뭐라고 해야 될까요?”
“.....”
“네? 뭐라고 해야 되죠?”
“.....”
아직도 망설이는 거냐?
헛웃음을 켠 나는 아델의 툭 튀어나온 골반을 살살 두드리면서, 자지를 맛만 볼 수 있게끔 집어넣었다.
“히야악...♡”
아주 약간만 삽입했을 뿐인데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낸다.
잔뜩 흥분해있다는 증거.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나한테 위로받고 싶잖아.
모든 걸 나한테 바치고 싶고, 이미 그랬잖아.
그러니까 말해. 오로지 나만 보겠다고.
그윽한 눈으로 아델의 금색 눈동자를 빤히 쳐다보던 내가 말했다.
“변신한 상태에선 처음이에요. 그렇죠?”
“흐응... 네에... 처음이야... 지혁 씨한테... 처녀 두 번 바쳐써요...”
꿀꺽.
아델의 도발적인 언사에 절로 침이 삼켜진다.
설마 저런 말을 해줄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이 음란한 것...!
극도로 흥분하기 시작한 내 얼굴을 살펴본 아델은, 헤롱거리는 상황에서도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안 넣을 꺼예요...? 어쩌지이... 넣어주면 그거 말하려고 했는데에...”
“.... 그거? 그거 뭐?”
“그으거... 그거...♡ 아까 말했던 거어...”
아델은 내가 파둔 함정에 빠졌다.
방금까지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어쩌면 오히려 내가 아델의 함정에 걸려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순진한 척을 하던 음탕한 성녀의 덫에 푹 빠진 거다.
찌이걱-!
체중을 확 실어 자지를 단숨에 뿌리까지 집어넣은 나는,
“햐아아앙♡”
아델의 쾌락이 가득한 신음을 들으며, 그녀의 움츠러드는 어깨 바깥으로 손을 뻗었다.
그렇게 아델을 바짝 안아든 나는, 질벽이 격동하며 자지를 꽉꽉 조이자 잠깐 심호흡을 했다.
그러다 이어지는 아델의 말에 숨을 훅 들이켰다.
“지... 혁 씨... 사랑해... 교주님...♡ 사랑해요...”
스으으으...!
부드러운 천이 살결에서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아델의 몸에 둘러져있던 금빛 기운의 색이 변했다.
보라색과 금색이 섞인 것 같은 온화한 빨간색.
지그시 뜬 그녀의 동공 또한 위와 같은 색으로 변해있었다.
그걸 본 순간, 나는 아델이 두 갈래길에 서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 그녀는 결정해야한다.
로사리오를 마음속에 그대로 가지고 갈지, 아니면 버리고 갈지.
전자를 선택한다면 로사리오의 승리. 그러나 후자라면 내 승리다.
그리고 내 승률은 아주 높았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로사리오가 비집고 갈 틈이 없다.
진심을 다해 아델을 만족시켜주기로 작정한 나는 하반신을 천천히 움직였다.
찌끄윽...! 찌끅...!
“힉♡ 흐응...!”
변신 상태에서의 섹스가 신선한지, 아델의 반응이 상당히 격하다.
“어떻게 이상하죠?”
“머리가 이상해애...! 기분이 조아요...♡ 너무 조아...! 햐아악♡ 그러케 웃지 마앗...!”
아델의 대답을 듣고 만족스런 웃음을 흘리니, 그녀가 날 나무란다.
조임은 더욱 강해졌다. 내가 이러는 게 좋나보다.
“더어...! 피... 그거 쥬셔요...♡”
내게 안긴 채 어깨를 물어버리려고 하는 그녀.
그녀의 표정과 몸짓, 행동을 살펴보던 나는 확신이 섰다.
오늘부로 아델의 마음속에 우뚝 서는 유일한 존재는 나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