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308화 (308/471)

EP.308 광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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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을 하면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강대해진 힘과 마음, 그리고 신성력.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다.

하나만 빼고.

‘지혁 씨...! 제가 구해줄 거예요!’

그 하나란 바로 지혁의 안위였다.

지혁과 박사가 그랬었다.

사회에선 비스트 슬레이어임을 티내지 말고, 피치 못하게 변신할 경우 기운을 최대한으로 줄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긴급한 상황이다.

자신의 목숨보다도 더 소중한 존재인 지혁이 위기에 처했으니, 눈치 같은 건 보지 않을 것이다.

이로 인해 혼이 난다고 해도 상관없다.

공중으로 풀쩍 날아올라간 아델은, 선팅은 물론 커튼까지 쳐져있는 거대한 창문을 바라보았다.

여기가 지혁이 있는 곳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주먹을 불끈 쥔 그녀가 창문을 깨부수려 할 때,

우우웅...! 우웅...

지혁의 기운이 다시 바뀌었다.

방금은 정말 위기상황 같았다면, 지금은 꽤나 안정되었다.

게다가 뭔가 야리꾸리한... 그런 괴상망측한 느낌이 났다.

마치 쾌락처럼 말이다.

‘으응...?’

위기 후 쾌락?

이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지?

사업 회의가 잘 풀렸나...?

일단 신변에 이상이 없어진 건 확실하다.

‘내가 오해했나아...?’

아까의 요동치던 기운은 지혁이 화를 내서 그런 게 아닐까?

으음...! 그럴 수도 있겠다.

근데 쾌락은 왜 느끼는 걸까? 술이라도 먹나 싶다.

한참동안 지혁의 안정된 기운을 살펴보던 아델은, 이제는 다급하지 않다고 판단해 옥상으로 날아올랐다.

골목에서 변신을 하긴 했지만, 몇 사람이 자신을 발견한 듯싶었다.

박사가 이 사실을 알면 엄청나게 혼을 낼 텐데... 너무 무섭다.

그 전에 지혁에게 말해놓아야겠다. 그라면 해결해줄 것이니까.

덜컹!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옥상 문은 잠겨있었다.

콧방귀를 낀 아델은 그냥 힘으로 문고리를 잡아 뜯었다.

콰직!

음! 전등 센서도 없는 이 어두컴컴한 계단을 보라.

분위기가 괜찮구나!

아델은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었다.

이런 곳엔 덩치 큰 기도들이 있기 마련.

하지만 하찮은 인간들 정도야 손가락 하나로 딱밤을 때려주면 그만이다.

그러면 돼지 비명소리를 내며 나가떨어지리라.

전의를 불태운 아델은 4층으로 내려가 지혁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텅 빈 복도를 거닐던 아델은 미간을 좁혔다.

경비원이 도처에 깔려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없다.

기다란 복도에 방은 여러 개. 기척도 있다.

뭘 하나 궁금하여 귀를 대보았으나, 방음이 잘 되어있는지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이상한 곳이네...?’

그래도 뭐... 비밀스런 회담을 즐기기엔 딱 좋은 장소였다.

의심을 상당부분 접은 아델은, 묵묵히 지혁의 기운이 있는 중앙 방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앞에서 엄청난 번민에 빠졌다.

지혁은 확실히 여기에 있었다.

방금까진 위험에 처해있다고 판단해 돌진할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현재는 이야기가 잘 풀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렇다면 자신이 들어갈 경우, 방해를 하는 꼴이 되어버리고 만다.

‘어떡하지...’

사실 어떡하고 자시고 할 게 없었다.

자신만을 사랑하고 언제나 따스한 지혁의 특성상 혼을 낼 일은 없다.

또한 회의가 또다시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으니, 그때 지혁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들어가는 게 맞다.

변신을 푼 아델은 자신의 코디를 다시 한 번 점검해본 후, 문고리를 돌렸다.

철컥.

옥상에서와는 다르게 잠겨있지 않은 방.

문의 경첩이 조용히 밀리면서, 방 안의 상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아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하앙...♡”

남자 넷, 여자 열 명 정도가 있는 그 방 안에서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파티가 아니라... 서로 발가벗은 채로 성기를 결합하고 있는 난교파티 말이다.

여자의 온몸에 묻어있는 생크림, 그것을 빨아대는 남자,

딸기를 입에 문 채 서로 키스를 하고 있는 남녀, 한 남자를 잡아먹다시피 하고 있는 두 여자...

테이블 위엔 주사기가 엄청 많았는데, 마약이 분명했다.

생전 처음 보는 그 장면에, 아델은 일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 이게... 무슨...”

입을 쩍 벌린 채로 광란의 현장을 지켜보던 아델.

그녀의 시선이 방의 가장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거기엔 자신이 보고 싶어 마지않던 지혁이 소파에 누워있었다.

이지를 상실한 듯 초점 잃은 동공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던 그는, 한 아름다운 여자에게 따먹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소파 옆엔 어떤 남자가 입꼬리를 슬쩍 올린 채 지혁에게 주사를 놓고 있었다.

잘생긴 얼굴에 상처가 많다. 폭행이라도 당한 모양.

심지어는 침까지 질질 흘리고 있다.

언제나 총명하던 그가 미취학아동처럼 변해버린 모습은 아델의 분노를 일구기에 충분했다.

지혁을 보고 돌아온 이성은 사태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대충이나마 알려주었다.

여긴 클럽 소유의 건물이 분명하다.

지혁은 회의 차 이곳에 왔는데, 여기 있는 창녀들과 음흉한 인간들이 그에게 마약과 섹스를 권유했다.

지혁의 기운이 요동쳤던 건, 강제로 마약주사에 당하기 직전 반항을 했기 때문임이 확실했다.

아델이 자신의 손바닥 살을 뚫을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마음속에서 용솟음치고 있는 이 감정은 뭘까?

마물들이 나타나 인간들을 죽였을 때도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은 없었다.

손발이 저리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보잘 것 없는 인간주제에 감히 신이 되어가고 있는 존재를 속인 죄,

허가받지도 않고 성체에 손을 댄 죄,

하찮은 몸뚱아리로 강제로 쾌락을 주고, 간음하도록 한 죄.

너희들 모두에게 신의 천벌을 내려 주리라.

분노에 몸을 맡긴 아델이 디바이스를 두 번 터치했다.

고오오오...!

평소 아델의 변신은 황금빛 기운이 피어오른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기이한 소리와 함께 보랏빛 기운이 피어나와 아델의 전신을 감싼 것이다.

아델이 여기서 보고 느낀 부정적인 감정들.

그 강렬한 감정은 인간을 개미만도 못한 미천한 생물로 인식하게 만들었고, 침식된 아이테르와 공명하며 그녀의 남아있는 선한 마음씨를 잠시 동안 지워갔다.

푸화악-!

응축된 검은 기운이 굉음을 내며 퍼진다.

방 전체를 덮고, 복도를 꽉 채우고, 그것도 모자라 건물, 더 나아가 이태원 일대를 뒤덮는다.

키이이잉-! 키이이이이잉-!

디바이스에선 이상한 소리가 나고 있다.

마치 아이테르의 비명 같은... 그런 소리가.

허나 아델은 그 아이테르의 호소를 듣지 못했다.

그저 눈앞의 개만도 못한 것들에게 벌을 내릴 생각만 했다.

“.....”

변신을 끝낸 아델은 지혁이 만들어준 금색, 흰색이 어우러진 슈트를 입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발랄한 마법소녀 같은 느낌을 풍겼을 테지만, 지금은 이미지가 완전히 달랐다.

홍채와 똑같은 보랏빛 기운을 넘실넘실 뿜어대고 있는 아델은, 정의로운 영웅이 악의에 몸을 맡긴 모습이었다.

마신에게 무릎을 꿇고, 마음속으로부터 충성을 맹세하고, 혼돈과 파괴를 가져오겠다고 다짐하는... 그런 모습 말이다

얼음장보다도 냉랭한 표정으로 방 안을 둘러본 아델.

그녀는 자신이 들어왔음에도, 변신을 했음에도 눈앞의 쾌락에 집중하고 있는 미천한 쓰레기들을 둘러보았다.

이들은 마귀다.

아니, 마귀보다 더 악독한, 지옥에서도 혀를 내두를 만한 악마들이다.

사형! 사형! 사형!

참작할 여지조차, 재판조차 필요없는 즉결처분 감이다!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한 아델이 달려들었다.

첫 목표는 지혁에게 마약을 주사한 남자였다.

콰드득-!

방바닥을 무너뜨리며 폭발적으로 돌진한 아델은, 마물을 상대할 때보다 더 더욱 강한 힘으로 남자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직-!

**

아델은 날 너무나도 사랑한다.

그리고 날 신이라고 생각하며, 집착이 무척 강하다.

상기한 것들은 아델이 내게 서서히 물들며, 심리가 무너져내려가면서 정도가 더해진 상태다.

이 상태에서 내가 하찮은 인간의 음모에 당해 섹스를 하고 있는데다, 이지를 앗아가는 마약까지 한다?

그것도 강제적으로?

이럼 끝난 거다.

지금 상황만 봐도 그렇다.

고급 대리석 바닥에 고인 피 웅덩이, 벽에 여기저기 흩뿌려져있는 선혈...

몇몇 인간들은 벽에 반쯤 처박혀 절명한 상태고, 특히 내게 마약을 주사한 러스트 임원은 배때지가 뚫려 있다.

여성상위로 신나게 박아대던 여자는 피떡이 되어 소파를 물들이고 있었고, 이 외에도 잔인하게 죽은 인간들이 많았다.

으드득!

방금도 소란을 듣고 찾아온 경비의 허리가 접혔다.

아델의 발차기가 옆구리에 꽂히면서 끔찍한 소리가 났다.

저건 무조건 뒈졌겠지.

아델은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 줄도 모를 것이다.

내가 이들에게 당한 일들 때문에 눈이 돌아갔으니까.

나중에 정신을 차리면 무척 힘들어할 수도 있겠다.

그때 잘 보듬어주면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

푸화악-! 화악!

아델의 몸에선 실시간으로 마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황금빛의 좆같은 신성력이 아니라, 내 웅혼한 마기 말이다.

디바이스에선 거지같은 소음이 계속 울려 퍼지고 있다.

꽤나 익숙한 소리. 이건 들어본 적이 있었다.

아이테르가 살려달라고 으악을 지르는 소리다.

인간을 지키기 위해 로사리오가 만든 힘이, 인간을 죽이도록 변질됐다.

이렇게 생각하니 발기가 가라앉질 않는다.

아아... 나의 아델... 너무 좋아... 사랑스러워.

콰창!

마지막 남은 경비 한 명의 머리를 붙잡고 테이블 위에 박아버린 아델.

조용해진 방 안을 가로질러 소파 가죽을 부욱 뜯은 그녀가 내게 다가왔다.

이후 헤롱거리는 연기를 하고 있는 내 몸을 덮어주더니,

“어...?”

의아한 감탄사와 함께 주위를 둘러보았다.

숨조차도 내쉬지 않고 한참의 시간을 침묵하던 그녀는,

“아... 아아...!”

이내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양팔을 교차해 자신의 몸을 부여잡았다.

이성이 되돌아온 것이다.

“이, 이게... 무슨... 내가...! 내가아...!”

그래, 네가 여기 있는 놈들을 과반수이상 죽였단다.

안 죽은 놈들도 있긴 하겠지만, 영원히 불구로 살아갈 거야.

아니, 마르셀라와 박사가 뒤처리를 해줄 테니 살지도 못하겠지.

“아아아아...!”

당황, 초조, 놀람, 슬픔.

이러한 감정이 뒤섞인 소리를 내며 자신이 한 짓을 바라보던 아델은,

쿵...!

차디찬 바닥에 옆으로 쓰러졌다.

처음으로 행한 살인으로 인해 제 스스로 정신을 놓아버린 것 같았다.

자리에서 스르륵 일어난 나는 변신이 풀린 아델을 조심스레 안아들었다.

“아델.”

조심스레 불러봤지만 대답이 없다.

그녀를 빤히 바라보던 내가 조용히 말했다.

“수고했어요. 잘했어.”

기특하다. 내 상상이상으로 분노했고, 대학살을 저질렀다.

어마어마한 죄의식이 느껴졌을 테지.

힘들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그것도 잠시야.

네가 여기서 느낀 모든 감정을 쾌락으로 바꿔줄게.

아델의 이마에 진한 키스를 해준 나는 포탈을 열었다.

쩌어억-!

목적지는 연구실이다.

아델의 뇌에 분비된 여러 신경전달물질을 알아보고,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녀의 뽀송뽀송한 뺨을 어루만져준 나는, 그렇게 마물포탈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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