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00 여기사는 이런 걸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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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이요...? 싫어요.”
이렇게 매몰찬 거절을 당할 줄은 몰랐던 실비아가 입을 살짝 벌렸다.
“왜...? 같이 운동하자고 했잖아.”
“추워요.”
“따뜻하게 입으면 되지. 등산이 싫으면 잠깐 집 근처만 뛸까?”
“홈 트레이닝으로 해요. 자아, 뭐부터 할까요? 스트레칭?”
“아, 응...”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아델이 매트를 깔더니 귀엽게 준비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마지못해 아델의 옆에 선 실비아가 어깨를 돌리며 생각했다.
으레 하는 투정처럼 보이긴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말투가 약간 달라진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낯설게 느껴진다.
‘내가 너무 민감한 건가...?’
신탁을 받은 이후 온 정신이 그쪽으로 가있어서 자신도 모르게 예민해진 것이 아닐까 싶다.
스트레칭을 끝낸 실비아는 아델의 자세를 교정해주며 운동을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아델을 떠보려고 했다.
“아델.”
“후우... 네에?”
“오늘 혹시 어디 갈 데 있니?”
“왜요? 후으읍...”
“아니... 그냥 약속이라도 있나 해서.”
“후우우... 오늘은 언니랑 있을 예정이에요. 이제 운동에 집중하도록 하지요. 자세는 이게 맞나요?”
“그... 엉덩이 조금만 더 내려 보자.”
힘겨워하는 아델의 얼굴을 바라보던 실비아가 몰래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델은 어제 지혁과 함께 있었다.
지혁이 잘 감시했을 테니까, 재수 없게 굴지 말자.
그렇게 생각하니 그나마 마음이 편해진 실비아가 아델의 허벅지 윗부분을 꾸욱 눌렀다.
“여기 힘 더 줘야지.”
“으아앗...! 언니...! 아파요...”
“힘이 안 들어갔는데? 이러면 안 하느니만 못해.”
“언니가 너무 세게 누르셔서 오히려 힘이 빠지잖아요...! 그것도 몰라요? 이 바보야...!”
“뭐? 바보?”
아델의 칭얼거림을 들으니 정말 안심된다.
역시 앞서 생각했던 것들은 그저 기우였을 뿐이다.
희미한 미소를 띠운 실비아는 아델을 그대로 소파에 넘어뜨렸다.
그리고는 아델의 갈비뼈와 겨드랑이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눈물까지 찔끔 흘리며 깔깔 웃는 아델.
그렇게 장난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은,
삐빅-!
-실비아 씨, 지금 밖으로 나오실래요?
디바이스에서 들려오는 지혁의 호출에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동시에 일어났다.
목을 긁적이던 실비아가 되물었다.
“나...?”
-네. 바로 출발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위치 찍어줄게요.
“아, 알았어.”
통신을 종료한 실비아가 일부러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델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었기 때문.
“그... 왜 나만 부르는 거지?”
“글쎄요...? 저는 괜찮으니 가보셔도 되어요.”
“그래...? 우리 아델, 어른 다 됐네?”
그 말에 아델의 눈썹이 약간 구겨졌다.
실비아가 황급히 말을 정정했다.
“더욱 어른스러워졌다는 뜻이었어. 혼자 있을 수 있겠니?”
“물론이에요. 이참에 저는 신전... 아니, 교회에 조금 다녀올 생각이에요.”
실비아의 눈이 크게 뜨였다.
정말? 교회를 간다고? 혼자서?
너무 기특하다... 저번에 보여주었던 눈물 때문에 아델이 정신을 차린 것일지도 모른다!
저도 모르게 아델을 꽉 안은 실비아가 말했다.
“잘 생각했어...”
그에 아델이 실비아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여주었다.
“아이 참... 교회를 가는 게 뭐가 어때서 이러시지요?”
“응... 네 말이 맞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야. 고마워, 아델...”
“고맙다니... 언니, 점점 선을 넘으시네요. 저는 성녀라구요. 신앙은 기본 소양이에요.”
정신없이 고개를 주억거리던 실비아가 생각했다.
지금의 아델은 로사리오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
허나 기도를 열심히 드리다보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희망을 가지자. 아델은 착하니까.
감격해서 눈물마저 찔끔 흘린 실비아가 눈가를 훔쳤다.
“다녀올게. 늦을 거야?”
“그건 잘 모르겠네요. 추우니 꽁꽁 싸매고 가셔요.”
“그렇게 할게.”
실비아는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델이 말한 교회라는 곳이 어디인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한 번 더 아델을 포옹한 실비아가 방으로 들어갔다.
이후 기쁜 마음으로 스타킹과 자켓, 그리고 검은색 청바지를 챙겨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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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셨습니까, 성녀님.”
깍듯한 민지의 인사를 자연스럽게 받은 아델이 물었다.
“일은 전부 처리하셨나요?”
“네, 성녀님. 죄인들을 모두 가두어놓았습니다.”
“벽관에서 보속을 받고 있는 천것의 상태는 어떠하지요?”
“수 시간동안 살려달라고 소리치다가 조용해진 상태입니다. 지친 것 같아요.”
“잠들었나요?”
“벽관이 아주 왜소한 터라 불편해서 못 잘 거예요. 또한 지속적으로 차가운 물을 뿌려주고 있습니다.”
음음. 아주 좋다.
벌을 받는데 잠은 사치.
민지는 보속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제였다.
“잘하셨어요, 김민지 사제.”
“아...! 감사합니다...!”
“일을 처리하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휴식을 취하도록 하셔요.”
“아닙니다...! 교주님과 성녀님의 축복을 받은 터라 잠이 전혀 오지를 않습니다. 저는 두 주님의 종,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신앙의 힘으로 버티겠습니다...!”
‘두 주님’이라? 훌륭하다!
정신력도 그렇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전혀 없다!
민지가 이대로만 한다면 성인이 되어, 일반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마르셀라라는 세례명을 쓰게 될 것이다.
“좋아요. 김민지 사제의 뜻이 그러하니 존중해드리도록 하겠어요.”
“네...! 성녀님...! 아, 그리고 중요하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씀하셔요.”
“현재 간호인들이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음? 혼란에 빠져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자세히 설명해보셔요.”
“지금은 비밀리에 움직여야하는 상태이니만큼, 간호인들의 휴대폰을 압수한 상태입니다. 외출마저도 금지시키니, 집으로 연락하게 해달라고 요청을 하고 있어요.”
“그저 돈으로만 고용한 자들의 문제점이 나타났군요.”
“네, 일단은 더 많은 돈으로 입을 막아두고 있긴 합니다만... 한 명은 과격한 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격한 행동? 그 천것은 분명히 무신론자일 것이다.
신앙이 없는 것들은 이래서 안 된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혀를 찬 아델이 말했다.
“간호인들의 분위기가 나빠지면 안 돼요.”
말의 속뜻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민지가 대답했다.
“이미 격리해놓은 상태입니다.”
“잘했어요. 으음... 처분을 내려야하는데, 김민지 사제의 생각은 어떠하지요?”
“교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신성한 교의 기물을 훼손했어요.”
뭣이!? 그런 더러운 짓까지 했다는 말인가!
분노한 아델이 씩씩대며 명령을 내렸다.
“재판소에 세우셔요. 교화를 시켜야겠어요.”
“네, 성녀님.”
“그 전에... 샤워부터 할 거예요.”
“제가 시중을 들어도 될까요?”
흐음... 시중이라...
원래라면 당장 거절했을 테지만, 신이 혼자 목욕을 하는 것도 이상하긴 하다.
또한 민지는 진정한 신도.
지혁에게 하사받은 인호를 보여준다면 지금보다 더욱 깊은 신앙심을 갖게 될 것이니, 사기도 진작시킬 겸 시중을 받아야겠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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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왜 이렇게 칙칙한 곳으로 날 부르고 난리야...’
인상을 마구 찌푸린 실비아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공사를 하다 만 것 같은, 경기도 외곽의 높은 건물.
주변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대체 왜 자신을 이런 곳으로 불렀다는 말인가?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데... 분위기가 너무 별로다.
투덜거리던 실비아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진동을 발하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도착하셨어요?
“응. 여긴 뭐하는 곳이야? 넌 대체 어디 있고?”
-건물 위쪽에 있습니다. 4층인데, 여기까지 올라오세요.
“하... 알았어.”
전화를 끊은 실비아가 계단을 올랐다.
1층, 2층, 3층...
올라갈 때마다 비가 거세지고, 후두둑거리며 떨어지는 소리가 칙칙한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자켓을 여미고 4층에 도착한 실비아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비 때문인지 시멘트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하는 4층.
그곳을 살피던 실비아의 걸음소리가 작아졌다.
인기척이 느껴져서였다.
지혁이 분명했다.
장난을 치려는 모양. 실비아가 언성을 높였다.
“하나도 안 웃기거든? 그냥 튀어나와.”
아델과의 사이가 다시 급속도로 좋아지려고 하는데 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대가, 아주 톡톡히 치러줄 것이다.
지금까지 지혁에게 휘둘리기만 했다.
오늘은 단단히 그를 혼내야 한다.
그리 생각하며 지혁을 찾아다니던 실비아는, 우악스런 힘이 자신의 손을 등 뒤로 옮기자 식겁했다.
“꺄아악!”
“진정해, 나에요.”
지혁의 목소리에 속으로 안도한 실비아가 버럭 화를 냈다.
“미친놈아! 뭐하는 건데!”
“여기서 실비아 씨를 보고 싶더라고.”
뒤에서부터 축축한 느낌이 일었다.
아무래도 지혁이 비에 홀딱 젖어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둔부에서 딱딱한 촉감이 느껴졌다.
날 것 그대로의 무언가가 밀착하고 있는 느낌.
경악한 실비아가 물었다.
“너, 너 지금 다 벗고 있는 거야...?”
“네.”
“설마... 여기서 하자고...?”
지혁은 행동으로 대답을 보여주었다.
실비아의 두 손목을 한손으로 꾸욱 누른 그가, 남은 자유로운 한손으로 실비아의 바지를 쫘악 찢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기 시작했다.
‘무, 무슨 힘이...!’
몸을 버둥거려보았지만 벗어날 수가 없다.
바지는 왜 이리도 쉽게 찢어지는 건지... 어이가 없다.
결국 실비아가 할 수 있는 건, 말로서 그를 제지시키는 것뿐이었다.
“송지혁...! 그만해...!”
“예쁘게 입고 왔네? 마음에 들어요.”
찌익! 찌이익!
그리 말하며 팬티는 물론 스타킹 올까지 뜯어내는 지혁.
심지어는 재킷을 확 열어젖히더니, 안에 입은 티셔츠까지 싹 다 찢어버린다.
오늘따라 지혁이 잔뜩 흥분해있는 것 같다.
왜지? 어제 아델이랑 무슨 일이 있었나?
일단 빠져나가야겠다.
실비아가 한쪽 다리를 앞으로 들었다가, 뒤로 빼면서 지혁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뻑!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의 몸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프지도 않은 건가? 약이라도 빨았나 싶다.
“지혁아...! 갑자기 왜 이러는데... 하고 싶었으면 말로 해도...”
“말해도 안 듣잖아.”
어깨 뒤에서 들려오는 지혁의 스산한 목소리.
덜컥 겁을 집어먹은 실비아의 목소리가 개미만큼 작아졌다.
“왜 이래...? 내가 언제 말을 안 들었는데... 헉...!”
지혁의 큼지막한 손이 실비아의 목을 아주 살짝 졸랐다가, 위로 올라가 턱을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한다.
“깜짝이야... 놀랐잖아...!”
지혁을 나무라던 실비아는 스스로에게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 자체가 무서운데도 지혁의 손길이 느껴지자 안도감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추운 비바람마저도 따스하게 느껴질 정도다.
툭.
가랑이 사이에 지혁의 물건이 닿는다.
자신의 속을 여러 번 헤집어놓고, 특유의 모양으로 만들어버린 빳빳하고 우람한 물건.
숨이 거칠어진다. 그리고 뭔가 이상했다.
폭군처럼 난폭하게 구는 그가 무척 자연스러웠다.
“지, 지금 할 거야...?”
“다리 벌려요.”
무어라고 형용할 수 없는 무언의 명령에 침을 꿀꺽 삼킨 실비아가 순순히 다리를 벌렸다.
그와 동시에 아직 축축해지지도 않은 속살을 벌리며 들어오는 지혁의 자지.
그녀는 결국 지혁에게 몸을 전부 맡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