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298화 (298/471)

EP.298 신의 뜻 #2

음문을 드러낼 때, 솔직히 조마조마했다.

아델이 이상하다고 느낄까봐.

하지만 아니었다. 정말 이상적인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녀에게 주입된 악의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나보다.

음문과 성사를 관계 지어서 설명한 것도 주효했을 테지.

“으음...! 향기로운 냄새가 나요.”

코를 킁킁거리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 아델.

그녀의 옆으로 간 내가 히죽 웃었다.

“지하창고보다 훨씬 낫죠?”

“네. 방향제를 뿌려놓은 것 같은데, 김민지 신도가 아주 훌륭한 일을 했네요. 상을 줘야겠어요.”

“상이라 하심은?”

“바라는 것이 있나 물어보는 게 먼저겠지요. 무엇이든 들어줄 생각이에요.”

무엇이든? 정말?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자각한 아델은 색기를 풀풀 풍겼다.

뭔가 오오라가 보인다고 해야 할까? 보기만 해도 만족감이 가득 찰 정도였다.

음문을 신의 인호라 말하며 살살 꼬드기길 잘했구나 싶다.

우린 곧 종교재판소로 사용할 방에 도착했다.

거긴 크기가 꽤나 컸다.

하지만 내용물은 그야말로 밍밍 그 자체였다.

방 끄트머리에 나와 아델이 앉을 수 있는 가로로 된 법대, 중앙에서 약간 옆에 있는 자그마한 검사석, 마지막으로 중앙에 있는 교화대이자 피고인석이 전부였다.

법대 위엔 권위주의적인 느낌을 잔뜩 풍기는 나무 의사봉이 자리했다.

이는 즉 아델과 내 마음대로 재판을 시행하겠다는 것과도 진배없었다.

재판소를 쓱 둘러본 아델은, 포박되어 피고인석에 앉아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가여운 처녀를 보며 말했다.

“저자가 신을 능멸한 죄인이로군요.”

그에 미리 들어와 있던 민지가 대답했다.

“네, 성녀님.”

“냄새는 나지 않네요. 아직 구원할 기회가 있다는 뜻이에요.”

말을 마친 아델이 여자의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인상을 마구 찌푸렸다.

재갈이 물린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어서였다.

“흐으읍... 흐읍...”

아델이 화난 건 여자의 표정 때문이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죄가 없다는 억울한 표정 말이다.

“신을 능멸했으면서도 무죄를 주장하는 눈빛이로군요. 마음에 들지 않아요.”

사람 자체를 좋아하던 아델은 온데간데없이, 냉기를 풀풀 풍기는 싸늘한 여인만이 있다.

미쳤다. 완전히 미쳐버렸어.

헤까닥 한 상태임에도 나에 대한 사랑만큼은 순수하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흐읍... 흐웁...”

여자의 눈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하는 눈물.

혀를 끌끌 찬 아델이 법대로 가서 앉았다.

이후 나 또한 그녀의 옆에 앉자, 아델이 민지를 향해 물었다.

“재갈을 풀면 시끄럽게 굴 우려가 있나요?”

“주의사항을 숙지시켜놓았습니다. 괜찮을 겁니다.”

“어떤 주의사항을 숙지시켰지요?”

“조용히 대답만 할 것... 이 한 가지입니다.”

협박 한 번 제대로 했겠구나.

그래서 가만히 있는 것이고.

아델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잘하셨어요, 김민지 신도. 마음에 들어요.”

“아아...! 분에 넘치는 영광입니다...!”

몸까지 떨어대며 감격에 겨워하는 민지.

연기 한 번 끝내준다. 나중에 칭찬해줘야지.

“재갈을 풀도록 하셔요.”

“네, 성녀님.”

민지가 능숙한 솜씨로 여자의 재갈을 풀어주었다.

“허어억...! 헉... 콜록!”

입이 자유로워졌음에도, 여자는 잠깐 기침만 하고 이상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벌벌 떨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아델에게 자비를 구걸하기만 할뿐.

그 모습을 무심히 지켜보던 아델이 말했다.

“임시 심문관, 공소사실 요지를 진술하셔요.”

그러자 검사석... 아니, 심문관석으로 간 민지가 입을 열었다.

“피고인 유세라는 교주님의 동창으로, 아델라인교의 입교 권유를 거부할 때, 교를 사이비 취급하고 교와 교주님을 낮잡아보며 능멸했습니다.”

로사리오교는 나 몰라라 하고, 아델라인교만 콕 집어 말했음에도 정정하지 않는 아델.

아주 잘 무르익은 과실처럼 보인다. 당장 톡 따고 싶다.

“음음, 좋아요. 자, 피고인?”

“.... 흐윽... 흑...”

유세라는 부름에도 대답하지 않고 흐느끼기만 했다.

그에 아델의 눈썹이 꿈틀하자, 그제야 사태파악을 하고는 황급히 대답했다.

“네...? 네!”

“공소사실을 인정하시나요?”

“.....”

“죄질은 물론 태도마저도 불량하군요. 판결에 참고하겠어요.”

“이, 인정합니다! 인정해요!”

방 안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소리를 지르는 그녀.

한숨을 내쉰 아델이 말했다.

“신성한 종교재판소에서 이게 무슨 짓이지요? 조용하셔요.”

“죄,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살려주세요... 흐어어엉... 전 아무것도 몰라요... 저 교주라는 사람도... 흐아아앙...! 몰라요... 몰라... 오늘 처음 봤어요...!”

민지의 서슬 퍼런 협박을 들었음이 분명할 텐데도 저러는 걸 보니,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든가보다.

아델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유세라의 진심어린 말투와 눈빛을 보고 의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저게 무슨 말일까요?”

“연기를 하고 있는 듯하군요. 저는 분명히 권유를 했습니다.”

“으으으음...! 감히 거짓을 진술하다니...!”

내 말을 철석같이 믿은 아델은, 몸이 자유롭기만 했다면 진즉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을 정도로 펑펑 울고 있는 유세라를 바라보았다.

유세라가 고개를 마구 저었다.

“사실이 아니에요...! 진짜 몰라요...!”

“아직 마지막 진술 시간이 아니므로 그 추잡한 입을 다물도록 하셔요.”

“.... 흐끅...! 흡...!”

아랫입술을 악 물고 애써 눈물을 참는 모습을 보니 조금 안쓰럽다.

실제 범법자이긴 하지만... 분위기가 너무 무섭잖아.

칙칙한 조명, 불길한 의자, 그리고 싸늘한 재판장.

나 같아도 오줌을 지리겠다.

“임시 심문관, 더 하고 싶은 절차가 있으신가요?”

아델의 가라앉은 물음에, 민지가 곧바로 대답했다.

“없습니다.”

“그렇다면 구형하도록 하셔요.”

“피고인은 유일신이신 교주님은 물론, 아델라인교까지 낮잡아보는 독성죄를 저질렀으므로... 사형을 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유세라의 동공이 순식간에 확장되는 것이 보인다.

이빨은 딱딱거렸고, 하반신은 지진이라도 난 듯 떨렸다.

당장 실금이라도 할 기세였다.

의사봉을 어루만지던 아델이 물었다.

“피고인,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나요?”

“살려... 주세요... 뭐든 하겠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교주님과 교를 욕보일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거짓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겁이 나서 그랬습니다...!”

허, 살려고 거짓 자백을 하다니... 눈치가 꽤나 빠르다.

그나저나 목숨이 아깝긴 아깝나보다.

그러니까 착하게 살았어야지. 다음 생엔 사기치고 다니지 말거라.

아델은 마음이 약해졌는지 쉬이 선고를 내리지 못했다.

감정이 요동치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한참의 기다림 끝에, 결심을 굳힌 아델의 예쁜 입술이 열렸다.

“피고인 유세라에 대한 판결을 선고하지요. 피고인이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는 부분은 유리한 정상으로, 독성죄를 저질렀음에도 인정하지 않고 거짓을 진술한 점은 불리한 정상으로 판단하겠어요.”

“.... 흐으윽...!”

“본래라면 사형을 선고하여 죽음으로 보속을 행해야 마땅하지만,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 것이 느껴지니...”

유세라의 눈에 희망의 빛이 차올랐다.

“이틀간 벽관에서 수행하는 것으로 보속을 받겠어요. 이후 개종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지요. 단, 죄질이 엄중한 죄인인 만큼, 개종할 경우 낙인을 찍겠어요. 하급 신도로서 평생 동안 아델라인교에 봉사하고, 교주님을 숭배하라는 의미에서 찍는 낙인이에요.”

개종...? 낙인...?

상상이상으로 심취해있는데? 이거 괜찮을까 싶다.

그리고 벽관으로 보속을 받겠다니, 눈앞에서 고문을 당하는 모습은 보기 싫다 이거구나.

여리여리한 아델다웠다.

“벽관...? 보속...? 그게 무슨 뜻이에요...? 저,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살려주세요... 제발요...!”

다급한 유세라의 호소를 깡그리 무시한 아델이 말을 잇는다.

“개종이 불가능하다 판단될 경우 새로운 재판을 열도록 하겠어요. 자, 지혁 씨. 어떻게 생각하시지요?”

마지막 결정권을 내게 맡기는 아델.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내가 대답했다.

“아델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좋아요. 임시 심문관, 죄인을 벽관에 가두도록 하셔요.”

“네, 성녀님.”

**

“후아...!”

딸기우유를 입 안 가득 채워 넣고 목 아래로 넘긴 아델의 한숨.

그녀를 뒤로 끌어안은 내가 말했다.

“오늘 정말 수고 많았어요. 드디어 교의 성녀로서 첫걸음을 내딛으셨네요.”

“아니요. 아직 아니에요. 교의 상징조차도 없잖아요.”

“상징이라 하심은... 로고 같은 것을 말함인가요?”

“네, 지구의 종교처럼 상징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건... 이미 정해졌어요.”

“뭔가요?”

“지혁 씨가 제게 내려주신 인호를 써야 해요. 사랑으로 신도들을 보듬어주는 뜻이라 생각되니 어울릴 것 같아요.”

음문의 모양을 상징으로 쓰겠다는 소리였다.

아아... 어쩜 이렇게 착할까? 예뻐서 미칠 것 같다.

“말씀은 고맙지만, 그 인호는 안 됩니다.”

“어째서이지요?”

“그건 제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줄 거라고 다짐했거든요.”

“아이 참... 그럼 저밖에는 없다는 뜻이군요?”

이미 세화랑 유리아, 박사한테 다 있는데...

타락하면 이 셋한테 음문을 내놓으라고 개기는 건 아니겠지?

칙칙한 마계에서 떽떽거리는 아델을 상상하니 뭔가 좋다.

“그런 셈이죠.”

“그러면 그 가운데 부분만 쓰도록 하지요. 어떤가요?”

“음... 아델이 원한다면 그렇게 하세요.”

“좋아요. 김민지 신도에게 말하여 그렇게 처리를... 후으... 지혁 씨...! 오늘은 더 이상 안 돼요...! 중요하게 할 일이 남아있단 말이에요...”

아델의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던 내가 물었다.

“무슨 중요한 일이요?”

“벌써 잊어버리신 건가요? 김민지 신도를 공식적인 신도이자 이단심문관으로 임명해야 되잖아요... 곧 올라올 거예요.”

“하는 도중에 임명식을 진행해도 되잖습니까.”

“무슨 그런...! 저는 관음증에 걸린 천민이 아니에요! 또한 그렇게 하면 김민지 신도가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글쎄... 아주 기뻐하면서 자위라도 할 걸?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시자, 아델이 자신의 아래에 들어가 있는 내 손을 빼냈다.

그와 동시에 타이밍 좋게 민지가 올라왔다.

경애가 가득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고개를 숙인 그녀가 말한다.

“죄인을 가두어놓았습니다.”

“흠흠...”

몇 차례 헛기침을 한 아델이 옷매무새를 고치고는 명령했다.

“잘했어요. 자, 이제 제 앞에 무릎을 꿇도록 하셔요.”

“네, 성녀님.”

아델에게 공손히 다가간 민지가 두 무릎을 전부 꿇었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던 나는 아델을 쳐다보았다.

“지금 바로 시작하시려고요?”

“그래야지요. 김민지 신도는 이미 훌륭한 신의 종이에요. 그런 사람에게 세례를 내려주지 못하다니 말도 안 돼요. 약식으로나마 인정을 해주어야 해요.”

그래... 뭐... 종교놀이를 원하시니까 마음대로 하게 해줘야지.

근데 세례수이니 뭐니 준비도 안 됐는데 어떻게 세례성사를 하려는 거지?

알아서 하게 둬야겠다.

“알겠습니다. 아델이 하실 건가요?”

“신전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제가 할 거예요. 좋지요?”

난 뭐든 상관없어요.

알겠다고 대답한 나는 뒷걸음질을 쳐 두 사람의 모습을 구경했다.

눈을 감고 있는 민지의 코앞까지 다가간 아델이 근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대, 김민지는 아델라인교의 유일신인 교주님의 백성이 되기 위하여 세례를 받길 원하시나요?”

“네, 세례를 원합니다.”

“교주님이자 주님의 종으로서 평생을 바칠 준비가 되셨나요?”

“네, 준비가 되었습니다.”

“아델라인교의 충실한 사제로서 맡은 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맹세하는 바인가요?”

“네, 맹세하는 바입니다.”

아델이 옆으로 반 보 움직였다.

그리고는 민지의 앞을 가리켰다.

나더러 오라는 소리.

내가 민지의 앞에 가서 멀뚱히 서자, 아델이 말한다.

“이제 주님의 성체 앞에서 믿음을 지키기로 서약하지요. 그대, 김민지는 한 분이신 주님을 흠숭하시나요?”

“네, 흠숭합니다.”

“그대는 주님을 거역하는 사악한 세력을 거절하시나요?”

“네, 거절합니다.”

“그대는 주님을 따르고, 그분께서 가르쳐주시는 모든 가르침을…….”

저런 대사들은 언제 익혀둔 거지?

그냥 로사리오교에 있던 것들을 어레인지한 건가?

언약은 제법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끝났다.

다음은 기도였다.

눈을 감은 아델이 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다.

“주 하느님, 교주님. 신도 김민지의 마음을 열어 주님의 은총으로 진리를…….”

고오오오...!

그때, 막힘없이 기도를 하던 아델의 몸에서부터 금빛 기운이 피어나 내 마력과 감응했다.

신성력이 분명하지만 거부감은 전혀 없었다.

자연스러운 마력처럼 느껴졌다.

‘이건...’

거실을 뒤덮은 그 기운은, 아델이 언약을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색이 변질됐다.

금색에서 아주 짙은 보라색으로, 마치 내 마기와 완전히 융화된 것처럼.

그리고 완전한 보랏빛이 된 그것은 아주 부드럽게, 구름이 지나가듯 움직이며 민지의 눈, 코, 입, 귀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낯선 사태. 그러나 말려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왜? 민지... 아니, 마르셀라의 마력이 실시간으로 증폭되어가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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