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297화 (297/471)

EP.297 신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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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혁의 품에 안겨서 까먹는 귤은 천상의 맛을 자랑했다.

헤실거리며 TV를 보던 아델이 고개를 돌렸다.

“지혁 씨, 성사는 어떤 식으로 행하실 건가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교단의 모습을 갖추어나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입교의식인 성사.

이것부터 정해야 민지를 신도이자 이단 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고, 본격적으로 교리를 퍼뜨려나갈 수 있었다.

“.....”

지혁의 대답을 기대하던 아델은, 그가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자 눈썹을 구겼다.

“지혁 씨?”

“아, 예.”

“무슨 생각을 하시길래 이리도 정신이 없으신가요? 제가 한 말을 듣지 못했나요?”

“잠깐 생각을 좀 하느라고... 죄송합니다. 뭐라고 하셨죠?”

“참... 다시 여쭤보지요. 성사는 어떤 식으로 행하실 건가요? 로사리오교의 방식을 따를 건가요?”

지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로사리오교의 방식은 너무 구시대적입니다. 많은 수의 성사를 전부 거쳐야 신도가 될 수 있다니, 현대엔 맞지 않습니다.”

그건 동의한다. 로사리오교의 입교의식은 너무 길었다.

하지만 영원한 숭배, 봉사를 위한 의식인 만큼 구색은 갖춰놓아야 할 텐데...

따로 좋은 방법이라도 있는 걸까?

고개를 갸웃하던 아델은, 지혁이 자신의 뺨을 어루만져주자 나른한 표정으로 하품을 했다.

입맛을 찹찹 다신 그녀가 물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지요?”

“세례, 성체, 견진, 성품... 이렇게 네 가지만 하고, 의식도 간소화하죠. 어떻습니까?”

으음... 꽤 괜찮은 생각 같았다.

바삐 살아가는 천민... 아니, 지구인들의 특성상, 이 정도로 간소화를 해준다면 좋아하리라.

“허가하겠어요. 의식은 어떻게 할 예정이신가요?”

“그건 아델이 직접 정해보십시오. 이미 제게 받은 성사를 참고삼아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군요.”

“네에?”

아델이 놀라선 눈을 끔벅거렸다.

아니, 자신이 언제 성사를 받았다는 말인가?

어리둥절해하는 그녀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지혁이 말했다.

“전 아델에게 성액이자 세례수를 살수례 방식으로 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세례성사가 끝났다고 봐도 되죠.”

“.... 무슨 말씀을...!”

아델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하지만 부정은 하기 싫었다.

지혁의 그 액체는 정말 성액이라 생각될 만큼 신성하게 느껴졌으니까.

받으면 받을수록 그 마음이 커져갔고.

“또한 성체의 일부인 성혈을 몸속에 받아들임으로 성체성사가 끝났으며, 축성한 성유를 몸에 묻힌 상태에서 교주인 저만의 성녀가 되겠다고, 저만을 모시겠다고 맹세하여 견진성사가 끝났습니다. 남은 성품성사는 성녀인 아델에겐 어울리지 않으니 넘어가도록 하죠.”

“저, 저는 그런 맹세를 한 적이 없어요...! 지혁 씨는 참으로 막무가내로군요...! 게다가 성유라니...! 언제 제게 성유를 묻혔다는 말씀이신가요?”

“아까까지만 해도 흘러나왔잖아요. 아델의 여기에서...”

말끝을 흐린 지혁이 아델의 가랑이 사이를 툭툭 건드렸다.

몸을 부르르 떤 아델이 지혁을 나무랐다.

“그, 그건 성액이었다구요! 성유와는 달라요! 바보! 멍청이!”

“성액이자 성유죠.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하면...!”

“주먹구구식이 아닙니다. 아델은 이미 이로 인해 인호를 받은 상태에요. 부정해본들 소용없습니다.”

“인호...? 저는 인호를 받은 기억이 전혀, 저어어언혀 없는데요? 증거도 없이 아무렇게나 말을 꺼내시면 안 되지요.”

지혁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저 아델을 바라보며 활짝 웃기만 했다.

얼마간 그러고 있던 지혁이 돌연 아델의 상의를 들추었다.

그리고는 아랫배를 살살 쓰다듬기 시작했다.

“무, 뭐하는 짓이지요? 할 말이 없어져서 야한 행동으로 제 입을 막겠다는 수작인가요?”

곧 터질 것 같은 얼굴을 한 아델의 물음.

지혁이 인자한 투로 답한다.

“그게 아닙니다.”

“그러면요?”

“자, 배꼽 밑을 봐보세요.”

지혁의 말을 순순히 따른 아델이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는 기겁을 하고야 말았다.

자신의 아랫배에 기이한 문양이 생겨나 시뻘건 빛을 발하고 있었기 때문.

“이, 이게 무엇이지요...? 제 몸에 왜 그림이 그려져 있는 건가요...!”

문양의 생김새는 무척 야했다.

음욕의 증표 같은 느낌.

그러나 무언가 안정감이 찾아온다고 해야 할까?

보면 볼수록 포근하게 느껴졌다.

혼란에 빠진 아델이 당황해하고 있을 때, 지혁이 나긋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인호라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아델이 저만의 것이 되었다는 날인이자 증표입니다. 저도 보고 놀랐어요. 아델이 말했던 대로 제게 초월적인 힘이 생긴 겁니다.”

“그, 그런...!”

이럴 수가...! 이럴 수가!

두근!

가슴이 뛴다.

뭔가 아프면서도 따뜻하게 쿵쾅거리고 있다.

인호란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영적 증표이자, 결코 지워지지 않는 표지다.

자신의 몸에 나타난 문양은 누가 봐도 특은이었다.

지혁이라는 신에게서 받은 특별한 은혜 말이다.

이런 인호가 자신에게 나타났다?

이는 곧 지혁이 신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지, 지혁 씨...!”

말이 나오지 않는다.

초월적인 존재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벌써부터 이런 능력이 발현되다니!?

“아아...!”

지혁의 얼굴이 너무나도 성스럽게 비춰진다.

자신에게 특은을 베풀어준 지혁, 그에 대한 신앙이 샘솟는다.

그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을 정도다!

“아델에게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아델이 샛길로 새어나가려는 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주셔서 이런 능력이 생긴 듯합니다. 아니, 듯한 게 아니라 확실합니다. 이는 모두 아델 덕분이에요.”

뭣이!? 정말인가!

뿌듯하다! 뿌듯해서 몸서리가 쳐진다!

지혁을 신성한 길로 인도하여 입신에 오르도록 한 자신에게 상을 내려주고 싶다!

“흐앗...!”

갑자기 아랫배가 찌릿찌릿해져온다.

거기서부터 쾌락이 피어나 전신으로 퍼진다.

그러고 보니 최근 아랫배가 자주 가려웠었는데...

설마...! 지혁의 은총을 받았기 때문에 그랬던 것인가!

지금까지 느껴왔던 아랫배의 쾌감은, 그가 신의 자격을 갖추어가고 있었다는 증거, 징조였단 말인가!

멍하니 지혁만을 바라보고 있던 아델은, 그가 자신의 팔에 상처를 내자 깜짝 놀랐다.

“지, 지혁 씨...! 무슨 짓이에요...!”

주르륵 흘러나오는 지혁의 달콤한 성혈.

그것을 본 아델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갑작스레 심한 갈증이 찾아와서였다.

허나 경거망동하지는 못했다.

지혁이 뭘 보여주려 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잠깐 역류하는 피를 지켜보던 지혁이 묻는다.

“상처가 재생되지 않죠? 아까와는 다르게.”

“네...! 재생되지 않아요... 어째서이지요...?”

“여기 아델의 신성력을 한 번 쏘아주십시오.”

“왜, 왜요...?”

“저희 둘 모두 인간을 초월했다는 증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침을 꼴깍 삼킨 아델이 지혁의 팔 한 뼘 위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힘을 집중하여 신성력을 일으켰다.

고오오...!

평소와는 다른 칙칙한 소리.

그러나 아델의 귀엔 그 소리가 천상의 노랫소리보다 더욱 아름답게 들려왔다.

곧이어 손끝에서부터 색이 아주아주 진한 금빛 광채가 생겨났다.

지혁의 팔에 닿은 그것은, 방금 생긴 열상을 빠르게 치유해나갔다.

“....!”

순식간에 아문 지혁의 팔을 바라보던 아델이 입을 떡 벌렸다.

지혁의 몸은 이미 성체에 도달한 수준이었다.

그런 성체에 생겨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자신의 신성력이?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제가 욕실에서 그랬죠? 아델의 신성력과 저희 교를 생각하는 마음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 같다고, 모두 초월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고요.”

“네에...! 그랬어요...!”

“이게 그 증거입니다. 아델의 신성력을 받으니 상처가 치유됐어요. 이건 아델과 제가 힘을 공유하게 되었다는 뜻이고, 인간을 초월했다는 방증입니다.”

그렇구나! 이제야 이해가 간다.

이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 사랑하는 사람과 인간을 초월하게 됐다니.

기분이 너무나도 좋아 날아갈 것만 같다.

“지, 지혁 씨는 어떻게... 이 모든 일을 예측할 수 있으셨던 것이지요...?”

“직감이 말해줬습니다. 운명적으로 느껴졌어요.”

“아...!”

짧은 탄성을 터뜨린 아델.

지혁이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제 저는 아델에게서 떨어질 수 없습니다.”

지혁은 자신에게서 떨어질 수 없다?

이는 즉, 그는 자신만의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아델도 마찬가지에요. 아무리 부정해 봐도 아델은 저만의 성녀입니다.”

부정하다니! 그건 그냥 쉬운 여자로 보일까봐 튕긴 것뿐인데!

성스러운 존재가 되어가고 있음에도 눈치가 없는 건 여전하다!

하지만 인간성... 아니, 순수한 본성이 느껴져서 좋다.

하긴, 세상에 완벽한 존재가 어디 있겠는가.

창세기를 보면, 로사리오도 처음엔 잦은 실수를 저질렀다.

그녀에 비하면 지혁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현명한 아내인 자신이 옆에서 열심히 내조할 것이니까!

“부, 부정한 적 없어요...!”

“그럼 다행이고요. 자, 이리 오세요.”

양팔을 활짝 벌린 지혁.

아델은 지혁에게 돌진해 그를 소파에 쓰러뜨리고, 널따란 가슴팍에 얼굴을 비볐다.

“사랑해요... 지혁 씨... 사랑해...”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지혁이 답했다.

“저도 사랑합니다.”

서로를 향해 애정을 과시하는 두 사람.

그렇게 오랫동안 달달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끼이익...

지하실 입구가 불길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 안에서 나온 민지가 지혁과 아델을 향해 상체를 숙였다.

“교주님, 성녀님. 독성죄를 저지른 천민을 데리고 왔습니다.”

아델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지금만큼은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방해를 하다니.

음음... 신들의 담소에 끼어든 대가는 중형이지만, 신은 자비로워야한다.

중요한 신도가 될 민지인 만큼 용서해주어야겠다.

생각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난 아델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지하실에 있나요?”

“네, 교화대에 포박해놓았습니다.”

교화대란 저번에 보았던 잔혹한 의자를 말함이었다.

기꺼운 듯 고개를 주억거린 아델이 말했다.

“수고가 많으셨어요. 힘들었겠군요.”

“저는 교주님과 성녀님의 충실한 종, 두 분께서 내리시는 명령이라면 무엇이든 기쁜 마음으로 행할 수 있습니다.”

입가에 띄워진 아름다운 미소를 보니 어제 했던 교육도 머릿속에 숙지해놓고 있는 것 같고...

역시 민지는 신도로서의 자세가 되어있는 참된 인간이었다.

“좋아요. 이제 일을 해야 할 시간이군요. 김민지 신도는 이번 보속이 끝나면 지하창고로 가서, 간호인과 죄인들을 이곳으로 데리고 오도록 하셔요.”

“명을 받듭니다.”

낮은 웃음소리를 흘린 아델이 지하실로 앞장서 걸어갔다.

열등한 인간 주제에 감히 성령을 능멸한 죄, 죽어 마땅하도다.

허나 앞서 생각했듯, 신은 자비로워야한다.

그러니 보속을 끝내고 개종의 기회를 줄 것이다.

지혁과 자신을 숭배할 충실한 신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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