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290화 (290/471)

EP.290 사이비에 빠진 언니를 구제해야겠어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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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은 눈앞에 자리한 성당의 입구를 보며 인상을 구겼다.

여긴 대체 왜 온 걸까?

이런 곳에 오는 것이 실비아에게 도움이 된다고? 이해할 수가 없다.

혼란스러워하는 아델에게, 실비아가 말했다.

“여기서 나랑 같이 기도해줘.”

“기도...? 설마 다른 신에게 기도를 드리자는 건가요? 그건 허가할 수 없어요. 한 사람이 모실 수 있는 신은 단 한 명뿐이어야 해요.”

“그게 아니야. 여긴 종교시설이잖아. 들르면 뭔가... 마음이 깨끗해지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 들어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로사리오 님께 기도를 드리고는 했어.”

종교시설 안에는 특유의 신성한 기운이 맴돈다.

그 기운을 느낄 정도로 성장했다는 말인가? 제법이다.

이제야 이해가 간다. 왜 실비아가 절 같은 시설에 들렀는지.

그녀는 신기에 중독이 된 것이다!

음음... 실비아의 마음가짐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조금 껄끄러웠다.

‘이딴 허접한’ 곳에 있는 기운은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었다.

최소 여러 종교의 성지인 이스라엘은 가야 그나마 기분이 좋은데... 고작 동네의 성당이라니.

너무 별로다.

그래도 사랑하는 언니가 모처럼 한 부탁이니까... 잠자코 따라줘야겠다.

“좋아요. 그러면 자유기도를 원하시는 건가요?”

“맞아.”

“알겠어요.”

그렇게 한산한 성당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구석의 벤치에 앉아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실비아의 경우는 아주 열심히, 진심을 다해 기도를 올렸다.

하지만 아델은,

‘전능하신... 아... 지혁 씨랑 초콜릿 먹고 싶다아...’

기도문을 읊으려다 말고 딴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 오면서 휴대폰을 보다 고급 초콜릿 할인 세트가 핫딜에 나온 것을 확인했었는데, 그것이 생각나서였다.

눈을 감고 있는 상태라 그런지 초콜릿의 영롱한 자태가 눈앞에 아른거리고, 입가에 절로 침이 고인다.

엉덩이는 왜 이리 아픈 걸까?

벤치가 너무 딱딱하다.

규모가 꽤 큰 성당인 주제에 돈 좀 쓰지... 짜증난다.

‘에잇... 정말...’

결국 아델은 집중을 하지 못하고 눈을 슬그머니 떴다.

그리고는 실비아 몰래 휴대폰을 꺼내 지혁에게 톡을 보냈다.

[(๑-﹏-๑)]

[힘이 없으신가보네요. 사랑해요, 아델.]

곧바로 날아오는 사랑고백.

에너지 충전에 성공한 아델이 하트 이모티콘을 보내고는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흘끗 실비아를 보니, 자신이 이런 행동을 한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기도에 엄청난 집중을 하는데, 그 모습이 꽤나 기특하다.

오랜 시간동안 꼼지락거리던 아델은, 실비아의 눈꺼풀이 열리려고 하자 재빨리 기도를 하는 척했다.

이후 타이밍을 맞춰 눈을 뜬 뒤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후아... 오랜만에 기도하니까 마음이 깨끗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 다행이다. 혹시... 특이사항은 없었니?”

“특이사항?”

“아니... 예를 들자면 기도 중간에 신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든가, 힘이 막 솟구친다든가 하는... 그런 초현실적인 일 말이야.”

“왜 그런 엉뚱한 말씀을 하시는 거지요? 엄청 궁금하니까 당장 말해주셔요.”

“음... 아니라면 됐어. 조금만 더 기도드리다가 다음 장소로 가자.”

“또 가요?”

“응. 다음은 절이야.”

아델이 울상을 지었다.

지혁과 달달한 사랑을 나누고 싶은데, 하루 종일 끌려 다니게 생겼다.

그래도 실비아니까 참자... 참아.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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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절, 교회, 그리고 한국에 드문 이슬람 사원까지.

7시간동안 네 군데의 종교시설을 돌아다녔다.

이 정도라면 신기가 충분히 모였을 터.

실비아는 이젠 노골적으로 귀찮아하고 있는 아델을 바라보았다.

‘변했어.’

원래라면 종교와 관련된 일엔 무척 기뻐하기만 했을 텐데... 확실히 변했다.

더 이상 재면 안 된다.

오늘 돌아가서 상황을 보고, 로사리오를 알현하는데 실패한다면 무조건 말해야 한다.

“집으로 돌아갈까?”

“드디어 가요?”

“응. 많이 피곤하지?”

“사실은 졸렸는데, 언니를 위해서 참았어요. 잘했지요?”

생색을 팍팍 내는 모습을 보면 또 아닌 것 같긴 한데...

미치겠다 진짜.

“고마워.”

“아니에요. 얼른 돌아가도록 하지요. 제가 택시를 잡을게요.”

실비아는 아델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간 아델은 샤워를 끝내고 침대에 누워 지혁과 톡을 했다.

그러다 방 밖에서 걸음소리가 들려오자 휴대폰을 쏙 집어넣었다.

곧이어 똑똑 하는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실비아가 조심스런 투로 묻는다.

“아델, 자니?”

“아니요. 들어오셔요.”

덜컥.

문이 열리며 배꼽이 약간 드러나는, 편한 옷을 입은 실비아가 들어온다.

좌우에 자리한 11자 복근이 무척 섹시하다.

특히 배꼽 가운데를 기준으로, 위아래로 쭉 갈라진 선이 돋보인다.

자신과 비교할 수 없는 완벽한... 탄력적인 몸매.

동경심이 든다. 저 몸뚱아릴 지혁에게 보여주려 하지만 않는다면 참 좋을 텐데.

“표정이 왜 그래...?”

실비아의 조심스런 물음에 퍼뜩 정신을 차린 아델이 반문했다.

“제 표정이 어때서요?”

“아니... 화가 난 것 같아서...”

“전혀 그렇지 않아요. 얼른 제 옆에 누우셔요. 오랜만에 같이 자야겠네요.”

아델이 자신의 옆을 팡팡 치자, 실비아가 반색을 하더니 잽싸게 달려와 누웠다.

아델은 오늘따라 언니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마치 보듬어주고 싶다고 해야 할까?

뭔가 자신을 의지하려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아델에게 팔베개를 해준 실비아가 말했다.

“아델.”

“네?”

“오늘 부탁을 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덕분에 신앙심이 막 솟아나는 것 같아.”

“그런가요? 다행이에요.”

“그래서 말인데...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부탁하고 싶어.”

“뭔가요?”

“나랑 같이 눈을 감고, 오늘 모은 선한 기운을 로사리오 님께 바치자. 어때?”

허... 광신도가 따로 없다.

중립국이 한 번 전향하면 강성이 된다던데, 실비아도 똑같구나.

귀찮지만 언니의 부탁이니 해줘야지.

그리 생각한 아델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겠어요. 그렇게 해요.”

“그리고 로사리오 님께 답을 구해보자. 지구를 구하기 위해선, 우리의 행복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냐고.”

“참... 왜 이러시는 것이지요? 안 하던 행동을 하루 내내 하시니 무척 당황스럽네요.”

“날 위해서 해주라. 응? 손잡고 하자.”

간식을 먹기 직전의 고양이 같은 똘망똘망한 눈동자.

음음... 마음에 든다.

피식한 아델이 실비아의 손을 꼬옥 잡았다.

“좋아요. 오늘은 언니가 원하시는 대로 다 해드리지요. 로사리오 님께 답을 구하면 되나요?”

“응. 꼭 뵙고 싶다고도 말해야 해.”

“그건 매일 하고 있는 생각인데요?”

“더 강렬하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야 돼. 알았지?”

거듭 강조하는 실비아를 보니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알겠다고 대답한 아델이 눈을 감았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속으로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눈을 뜬 실비아는, 아델이 평온하게 잠을 자는 모습을 보고 제발 로사리오를 만났길 바랐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부스스하게 눈을 뜬 아델이 하품을 했다.

“하아암...! 이제 끝났어요. 오늘 여러 곳을 돌아다녀서 피곤하니, 잠을 자도록 할까요?”

“.....”

“언니?”

실비아가 이불 안에 넣어놓은 주먹을 꽉 쥐었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계속 생각했듯, 자신들에겐 시간이 없었다.

아델을 각성시켜 경각심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녀가 화내는 한이 있더라도.

생각을 마친 실비아가 아델의 상체를 부축해 일으켰다.

“뭐하시는 건가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델.

잠깐 고민을 하다가 마음의 결정을 내린 실비아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아델. 요새 로사리오 님께 기도를 잘 드리지 않니?”

“으음... 솔직히 조금 소홀하긴 했어요.”

“대체 왜? 너는 성녀잖아. 나 같은 사람보다 로사리오 님을 더 생각해야 정상 아니야?”

그 말에 아델의 미간이 좁혀졌다.

약간 기분 나쁜 얼굴이었다.

“제가 언니보다 로사리오 님을 덜 생각한다고 이해했는데... 맞나요? 만약 그렇다면 언니는 성녀인 저에게 월권행위를 하고 계시는 거예요. 자중해주셔요.”

“하... 아델...! 로사리오 님께서 그랬어. 자신의 목소리가 네게 닿지 않는다고.”

아델의 눈이 부릅떠졌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람?

“무슨 소리지요?”

“내가 왜 널 종교시설에 데리고 갔는지 알아? 로사리오 님과 대면시키기 위해서야. 난 저번에 로사리오 님을 만났어. 최근 행동이 이상하다고 했잖아? 그분께서 길을 알려주셨어. 그래서 그런 거야.”

대체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주제를 넘어도 너무 넘었다.

더 못 들어주겠다고 생각한 아델이 빼액 소리쳤다.

“언니! 로사리오 님의 계시를 사칭하는 건 중죄에요! 징계를 내리겠어요! 언니 스스로가 신도라고 생각하신다면, 화장실로 들어가 3시간동안 무릎을 꿇어요! 거기서 정신을 차리셔요!”

“너야말로 정신 차려! 헬릭스를 닮은 자가 너와 날 함정에 빠뜨렸대...! 로사리오 님의 목소리가 네게 닿지 않는대! 네 마음이 악의 힘에 물든 상태라서...”

“그만! 그만! 제 참을성을 시험하려고 하시는군요! 언니의 우둔한 거짓말은 더 이상 못 들어주겠어요! 당장 화장실로 들어가셔요!”

답답하다. 어찌하면 아델의 정신을 깨울 수 있을까?

아, 그렇다. 이러면 될 것 같다.

심호흡을 한 실비아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소리를 지른 건 미안해. 하지만 내 말은 진짜야. 증명할게. 넌 로사리오 님의 성안을 봤지? 무조건 기억하고 있을 테고.”

“.... 무슨 짓이지요?”

“로사리오 님의 용모가 어떤지 설명해주면 되잖아. 그치? 그럼 믿을 거지?”

“....!”

입을 떡 벌린 아델.

기회를 포착한 실비아가 재빨리 말했다.

“내가 로사리오 님을 뵌 장소는 어느 신전이었어. 좌우에 거대하고 새하얀 기둥이 쫙 늘어서있고, 중앙에 조각상이 하나 있었지. 그 조각상의 미모는 대단했어. 먼저...”

그녀의 입에서 나온 묘사는 아델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로사리오의 얼굴과 완벽하게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소... 장소도 자신이 신탁을 받았던 곳과 비슷한 묘사를 한다.

“.... 그리고...”

더 이상 들을 수가 없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함께해왔던 실비아의 표정을, 아델은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진실만을 말하고 있었다.

그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끔찍했다.

일평생을 모신 자신을 놔두고 실비아에게 현신했다고?

심지어 신탁까지 내려주었다고?

말도 안 된다. 그런 일은 일어나선 안 돼.

특히 저런... 임자가 있는 남자를 빼앗으려 했던 천하디 천한 계집년에게 신탁을 내려주는 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로사리오에게 실망스럽다.

서운하다! 슬프다!

나쁘다...! 정말 나빠.

“마지막으로...”

“조용...! 조용! 거짓말이에요...!”

“아델... 정말이야... 날 믿어줘...”

“거짓말! 거짓말이라고 했잖아요!”

빼액 소리를 지르던 아델이 입을 꾹 다물었다.

어떠한 가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실비아는 헬릭스를 언급했다.

헬릭스의 입장에서 로사리오는 원수. 얼굴도 아주 잘 안다.

그렇다면 이 더러운 지구에서 어두운 기운을 모아 부활한 헬릭스가 로사리오로 위장을 해서, 초대 성녀처럼 실비아를 세뇌시킬 계획을 짰다?

가능성은 충분했다.

왜? 로사리오가 정말 신탁을 내려줄 생각이었다면, 직접 현신을 했을 테니까.

헬릭스는 그러지 못해서 실비아의 꿈에 조각상으로 나타난 것이고, 해괴한 신탁을 내려주어 아델 자신과 실비아의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렇게 자신과 언니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들어 신경이 팔린 사이, 뒤통수를 치려는 생각이 틀림없다.

놈은 음습하기 짝이 없는 놈이니까!

언니는 당해버렸다! 간악한 술수에!

스스로 정리를 끝낸 아델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구제해야겠어요...!”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실비아를 내려다보았다.

오만방자하고 싸늘한 그 눈빛을 보고 오한이 든 실비아가 당황해했다.

“무, 뭐...? 뭘 한다고?”

“헬릭스의 간계에 빠져 이단이 되어버린 언니를 심판하고, 구제해야겠어요.”

“아델...! 너 미쳤어...? 간계에 빠진 건 내가 아니라...”

“언니야말로 미쳤어요. 실망이에요. 하지만 이해해요. 총명한 초대 성녀님도 헬릭스의 교활한 혀 놀림에 넘어가 이단이 되었으니까요. 그래도 제가 다 해결해드릴 테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셔요.”

아무래도 망한 것 같다.

침을 꼴깍 삼킨 실비아가 일어나려고 하자, 아델이 그녀의 어깨를 확 붙잡고 힘을 주었다.

“제 스스로에게 임시로 이단 심판관의 직책을 부여하겠어요. 제 앞에 무릎을 꿇으셔요. 제가 드리는 정화의 기도를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도록, 참회의 불꽃 속에서 회개를 하도록 만들겠어요. 이건 명령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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