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88 사이비에 빠진 언니를 구제해야겠어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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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너머로 힘겨워하는 아델의 목소리가 들린다.
암만 무식하다 해도 이게 뜻하는 바를 모르면 바보다.
현재 아델은 지혁과 섹스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격렬한 섹스를.
당황스러워한 실비아가 말했다.
“아, 아무것도 아냐... 바쁜 것 같은데, 이만 끊을게...”
-안 바빠요... 흐응... 왜 지혁 씨에게 전화하셨지요...?
교성을 절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바쁘지 않다고?
혹시 자신을 갖고 놀 생각인 걸까?
게다가 뭔가 지혁에게 전화를 건 것을 책망하고 있는 듯한 투라서 기분이 별로다.
자신은 지혁에게 연락하면 안 되는가?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에 대한 걸 물어보기 위해서인데도?
전화한 이유도 물어보지 않고 다짜고짜 저런 어조로 말하니 울화가 치민다.
숨을 훅 들이켠 실비아는, 화장대에 놓인 큼지막한 거울을 바라보았다.
날카로운 눈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바라본 그녀가 가슴을 진정시켰다.
잠깐 망설이던 실비아가 거짓말을 했다.
“최근 마물의 동향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연락했어.”
-그러... 흣... 신가요...?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그건 아냐. 한동안 마물이 보이지 않아 의심스러워서, 그냥 질문만 하려고 전화한 거야.”
-아하... 네에...♡ 아아앗...!
야릇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다가 돌연 비명을 터뜨리는 아델.
아랫입술을 꽉 깨문 실비아가 물었다.
“왜... 그래?”
-지혁 씨... 안에...! 안에다가...! 빨리...♡
자신은 안중에도 없구나. 아주 좋은 시간을 보내는 듯싶다.
그나저나 ‘안에다가’라니... 설마 질내사정을 하는 건가?
갑자기 성질이 뻗친다.
이런 음성을 들려줘서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려고 하는 건가? 누구의 생각이지?
아냐... 피해망상에 빠지지 말자.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자.
그리고 내 행복도.
“이만 끊을게.”
-네에... 이따 뵈어요...
전화를 끊은 실비아가 다소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홱 던졌다.
침대에 앞으로 털썩 누운 그녀가 생각했다.
‘나도 하고 싶다...’
아델의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들으니 성욕이 솟구친다.
자신도 지혁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하...”
타이라트가 문제다.
그놈 때문에 로사리오가 나타났고, 자신에게 부담스러운 신탁을 내려주었다.
이걸 안 할 수도 없고...
그놈을 만나기만 하면, 진짜 죽기 직전까지 패줘야겠다.
그 다음 로사리오에게 데려가 신의 심판을 받게 하리라.
‘이제 어떡하지...’
그냥 변신할까?
마음도 뒤숭숭한데... 그래야겠다.
조금만 사용하고, 지혁과 상의 후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자.
생각을 마친 실비아가 힘없이 손을 들어 디바이스를 두 번 터치했다.
화아악-!
그러자 연홍색 빛이 방 전체를 가득 채우더니, 실비아의 몸이 허공에 약간 떴다.
이후 입고 있던 옷이 디바이스 안으로 쏙 들어가면서, 지혁이 만들어준 슈트가 자동으로 입혀졌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정말 신기하다.
과학력이 뛰어난 자신의 행성보다 더 뒤쳐지는 지구에 이런 기술이 있다니...
변신을 끝낸 실비아는 허공을 거닐어 화장대 앞으로 갔다.
거기서 거울을 통해 자신을 살펴보았다.
지혁의 취향이 잔뜩 들어간 슈트.
솔직히 마음에 들긴 했다.
가장 좋은 건 활동성. 옷을 입지도 않은 것 같았다.
이런데도 방어력이 무척 뛰어나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구두가 약간 불편하고, 색깔이 흰색인 게 조금 그랬지만...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이대로 지혁과 한 판 하자고 하면 무슨 반응을 보여주려나?
아마 눈이 벌개져선 자신에게 달려들 듯싶다.
실실 웃으며 지혁의 반응을 상상하던 실비아는,
삐비빅-!
디바이스의 통신장치에서 큰소리가 나자 깜짝 놀랐다.
-실비아니? 너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설마 변신했니?
‘아... 맞다.’
통신기능을 꺼놓는 걸 깜박했다.
미치겠네... 자신은 왜 이렇게 멍청할까?
아니, 오히려 잘 된 일일 수도 있다.
어차피 변신하면 지혁과 박사가 알게 되는데, 매도 먼저 맞는 게 낫지.
황급히 손목을 위로 든 실비아가 말했다.
“네... 변신했어요... 그게... 마음이 조금 불편해서... 추, 충전은 해놓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조, 조금 외로워서 그래요...”
-너도 참 웃긴 애다... 그래, 알았어. 언제 마물이 나타날지 모르니까 적당히 써.
의외로 쉽사리 넘어가주는 박사였다.
남편과 사별했다고 하던데... 그녀도 혼자이기에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건가 싶다.
안도한 실비아가 대답했다.
“네...”
통신은 그렇게 끊겼다.
묵묵히 모텔 안에서 에너지를 낭비하던 실비아는, 문득 이러한 생각을 해보았다.
아이테르는 로사리오가 만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는 에너지다.
그렇다면 이 상태로 종교시설에 들를 경우, 신기를 더 많이 모을 수 있지 않을까?
꽤 그럴싸한 가설 같다.
‘좋아...’
변신한 채로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면 조금 그러니까...
지혁과 상의해보고 종교시설을 빌려보자.
그나저나 두 사람의 야한 짓은 언제 끝날까.
갑자기 짜증이 난다.
둘의 애정행위는 당연하다.
하지만 질투가 나서 미칠 것 같다.
빨리... 제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앞으로 엎어져 있던 실비아가 자신의 바지 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곤 에벌레가 부화하듯 꿈틀거리며 스스로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이럴 여유가 없는데... 음모를 파헤쳐야 하는데.
아델의 천박한 교성 때문에 이러고 싶어졌다.
‘죄송합니다...’
로사리오를 향해 진심으로 사죄한 실비아는, 눈앞에 지혁이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자신의 치부에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찌곡.
“흐으응...♡”
자위는 몇 번 해본 적이 있다.
그때마다 신음을 최대한 죽이면서 했지만, 오늘따라 음습한 자아를 크게 터뜨리고 싶었다.
평소보다 더 지혁이 보고 싶어서 이러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자신이 한심스럽다.
근데 뭐 어쩌랴. 지혁을 생각하니 욕구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는데.
**
“후으... 후...♡”
침대에서 힘겨운 듯 헐떡거리는 아델.
아랫배에 피어난 내 징표가 번들거리며 거뭇한 기운을 발한다.
다섯 번째 사정이 끝나고 온몸이 땀으로 젖은 나는, 아델의 옆에 누워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 어 넘겨주었다.
“지혁 씨... 저어... 목말라요... 물 쥬세요...”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그녀는 알까?
지금 방 안을 가득 채운 악의와, 자신의 아랫배에 선명하게 생성되어있는 음문을.
“물이요? 냉장고에서 가져올게요.”
“시러요... 가지마...”
“그럼 물을 어떻게 드리나요?”
“저거어...”
우물쭈물하던 아델이 손가락으로 내 입을 가리켰다.
키스를 해달라고 알아들은 내가 얼굴을 들이밀려고 하는데, 아델이 고개를 가로젓더니 내 입술 사이로 검지를 약간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부끄러운 투로 말한다.
“물...”
아... 침을 달라는 소리였구나.
오늘 정말 기특해 죽겠다.
침 대신 맛있는 악의주스를 줄게요.
그러니까 많이많이 마셔요.
입 안쪽을 강하게 깨문 나는 비릿한 피를 가득 모았다.
이후 아델과 키스를 나누면서 그녀에게 악의를 잔뜩 흘려 넣었다.
그렇게 내가 주는 피를 받아마시던 아델이 깜짝 놀랐다.
피 특유의 비릿한 맛이 느껴진 모양.
“후읍...! 흡...!”
눈을 동그랗게 뜬 아델이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하지만 입술과 입술이 맞닿아있는 상태라 웅얼거리는 것으로 끝났다.
아델과 눈을 마주친 나는, 괜찮다는 뜻에서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자 아델의 표정이 편안해지더니, 피를 꿀떡꿀떡 마셔대기 시작했다.
내 표정을 보고 안정감을 얻은 듯싶었다.
악의가 무척 많이 들어간 아델의 뇌는 피를 중독성이 강한 마약 정도로 인식하고 있을 터.
나중에 정신을 차리면 자신의 행동에 대해 놀라겠지만, 지금은 정신이 없을 것이었다.
많이 먹고 음문과 마기를 무럭무럭 자라나게 하렴.
아델은 오랜 시간동안 흡혈귀마냥 피를 마셨다.
멈출 기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더욱 깊어지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결국 내 쪽이 지쳐서 그녀와 얼굴을 떼어낼 수밖에 없었다.
“헤엑, 헥... 헥...♡”
내 뺨을 꾸욱 누르며 피를 갈구하는 그녀의 모습.
또 선다... 발기가 멈추질 않잖아. 도와줘...
“더 쥬셔요... 더...”
“입 안이 아파서요.”
아쉬워하는 아델의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낸 내가 말을 이었다.
“다음에 더 드릴게요.”
“네에... 앗...!”
입가에 손을 가져가는 아델.
흐리멍덩하던 눈빛에 다시 생기가 돌아오고, 음문이 사라지며 방 안에 자욱했던 마기가 흩어지며 사라졌다.
이성을 되찾았구나. 아쉽다.
“제가 방금 무엇을... 하였지요...? 지, 지혁 씨의 피를... 마신 건가요...?”
“자연스러운 일이잖아요.”
“그, 그런가요...?”
미심쩍어하지 마. 내 말이니까 믿어.
“네, 그나저나 실비아 씨가 화를 내겠습니다. 괜히 전화를 받았나 봐요.”
그 말에 아델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아니요... 잘 받으셨어요... 언니는 자신의 주제도 모르고 지혁 씨를 넘보고 있어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언니는 지혁 씨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음음... 집착 좋고.
“그렇습니까? 그런데 실비아 씨의 행동이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어제부터 너무 낯설고, 들르는 장소를 보니 아무래도 로사리오 님께 신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 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마셔요.”
단호한 아델의 표정.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는 듯했다.
나는 성난 아델의 부푼 볼을 톡톡 건드려주었다.
“만약 진짜면요?”
“아니라고 했잖아요...!”
이를 악 물고 내 팔을 퍽퍽 때려대는 그녀.
상상하기도 싫은가보다.
악의를 많이 주입했는데도, 아직까지 로사리오에 대한 경애가 깊구나.
나쁜 년... 순진한 아델을 제대로 세뇌시켜놨어.
“제 말이 맞을 것 같은데요.”
“아니야... 아니에요... 로사리오 님은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교를 믿는 언니에게 절대 현신하지 않아요... 지혁 씨는 지금 아주 실례되는 말씀을 하고 계셔요...”
“글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실비아 씨가 왜 절 같은 곳에 들르고, 마물의 동향에 대해 물어보겠습니까. 어떠한 신의 계시를 받아서 움직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이이...!”
주먹을 불끈 쥔 아델이 씩씩댔다.
나는 여기서 더 말하지 않고 그녀의 배를 톡톡 두드려주었다.
악의가 들어간 아델은 내 말을 맹신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게 떡밥을 뿌려놓으면, 아델은 실비아를 잔뜩 의심하게 될 것이다.
화장실로 들어가 부드러운 수건을 들고 나온 나는 바닥에 떨어져있는 휴대폰을 주워들었다.
문자가 하나 와있다.
발신자는 실비아였다.
[나랑 얘기 좀 해. 끝나면 연락 줘.]
아까의 전화통화가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좋은 징조다. 실비아를 한 번 떠봐야지.
“왜 그러시지요...? 누구인가요?”
아델의 물음에 방긋 웃은 나는, 그녀의 아래에 묻은 점액을 닦아내주며 답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피싱 문자네요.”
“피싱...? 저도 자주 받아요. 아주 파렴치한 것들이지요... 벌을 내려줘야 하는데...”
그럼그럼. 물론이지.
놈들을 비롯한 인간들의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놓으려무나.
일단 날 배신한 마물부터.
“제가 그놈들을 잡아올까요?”
“으음...!”
정말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아델.
슬슬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다.
아델이 자신의 신앙 전부와 영혼을 내게 바치는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