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279화 (279/471)

EP.279 실비아는 반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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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하계동 998-999 BB빌라 102동 302호]

지혁이 보낸 문자와 자신이 보고 있는 주소를 맞춰본 실비아가 위를 올려다보았다.

지은 지 반백년은 훌쩍 넘은 것 같은 허름한 빌라.

탐탁찮은 표정을 지은 실비아는 공동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어두컴컴한 계단을 올라 3층까지 간 그녀가 코를 부여잡았다.

1층에서부터 맡았던 악취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관리도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이곳에 지혁의 부모님의 돈을 떼어먹은 사기꾼이 산다니... 어이가 없었다.

한편으론 이해도 됐다.

지혁은 무척 똑똑한 사람.

각종 정보전에 능숙한 그가 고작 주소만 알아낼 정도라면 꽁꽁 숨어있다는 뜻이었다.

‘근데 내가 왜 이런 짓을 해야 돼...’

대신 사람을 잡아달라니... 자신이 일수꾼도 아니고...

저번에 호텔에서 어떠한 일이든 해달라는 지혁의 부탁이 이런 것인가 싶다.

그래도 떼인 돈이 많고, 피해자도 지혁뿐만이 아닌데다, 경찰도 미적지근하다고 하니 확실하게 잡고 싶으면 자신이 가는 게 맞긴 했다.

싸움을 못하는 지혁이 갔다가 해코지라도 당하면 안 되니까.

투덜거린 실비아는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302호의 초인종을 눌렀다.

비이이익-!

낡은 아파트에서나 들을 법한 찢어지는 소리.

수십 초가 지났음에도 안에서의 반응은 없었다.

문에 귀를 대본 실비아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자 지혁이 주었던 기계를 꺼냈다.

도어락을 확실하게 열 수 있는 해킹 기계.

아무리 상대가 사기꾼에 범죄자라지만... 사용한 순간 무단침입이 되어 무척 껄끄러웠다.

‘미치겠네...’

발을 동동 구르던 실비아는 지혁을 생각했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돈을 떼먹은 놈이라고, 꼭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하던 그의 표정을 상기해낸 실비아는, 결국 기계를 도어락에 댔다.

그러자 삐빅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성능 한 번 확실하구나.

왠지 자신이 저번에 주었던 통역기를 개량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는데...

모르겠다. 잡생각은 하지 말자.

집 안은 무척 고요했다. 불마저도 죄다 꺼져있었다.

하지만 불쾌한 기운이 느껴진다.

인기척이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부엌에 누군가가 있다.

지혁을 위해서다.

다른 이유는 없다.

이리 생각하니 마음이 그나마 편해진 실비아는, 아주 찰나의 시간동안 망설이다가 집 안으로 진입했다.

그때,

“이 씨발새끼야!”

부엌에서부터 한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실비아는 자신의 눈앞으로 다가오는 거뭇한 무언가를 보고 눈을 가라앉혔다.

야구배트구나. 그것도 쇠로 된.

지혁이 혼자 왔다면 정말로 큰일이 날 뻔했다.

유연하게 허리를 재껴 공격을 피한 실비아는, 남자의 사정 따윈 봐주지도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뻐억-!

“컥!”

인중에 정확히 강펀치를 맞은 남자가 짧은 단말마를 내뱉었다.

이후 그대로 뒤로 쓰러져 미동도 없어졌다.

그것으로 상황은 끝이었다.

실비아는 곤히 눈을 감은 남자를 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다가 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른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그.

자고 있었나 싶었던 실비아가 상황을 보고했다.

“끝났어. 기절한 상태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포박해놓은 후 돌아오세요. 사람을 보내놓겠습니다.

“포박까지 하라고...?”

-실비아 씨가 지키고 있으시게요?

그건 아니다.

이 거지같은 곳에서 빨리 나가고 싶었다.

“아니...”

-거봐요. 사기꾼들은 항상 뒷구멍을 만들어놓습니다. 놓치면 안 되니 잘 좀 부탁할게요.

“.... 알았어. 너 지금 어디야? 혹시 자고 있었니?”

-아, 저요? 방금 일어나서 마사지 받으러 가고 있었는데, 주소 찍어드릴 테니까 이쪽으로 와요.

“마, 마사지...?”

실비아는 기가 찼다.

자신은 이토록 마음고생을 하며 무단침입을 하고 사람을 팼는데... 지혁은 한가하게 마사지나 받다니?

“나한텐 이딴 일이나 시키고선, 넌 마사지나 받으려 하고 있었어? 너 진짜 돌았냐...?”

-걱정하고 있었어요.

“지금 나더라 그딴 사탕발린 소리를 믿으라는 거야?”

-전 진심인데... 아무튼 주소 찍을게요. 같이 마사지 받고 돌아가요.

“야, 송지혁... 야...! 너 끊으면...”

뚝.

매몰차게 끊긴 전화.

아랫입술을 꽉 깨문 실비아는 자신이 기절시킨 후줄근한 남자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송지혁... 만나면 진짜 죽었다.

결국 그녀는 남자를 포박할 물건을 찾기 위해 집안 이곳저곳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로사리오에게 기도를 올렸다.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말이다.

**

퍼억!

엉덩이를 다소 세게 차고 들어오는 발차기.

꽤나 얼얼한 고통을 느낀 나는 몸을 돌렸다.

거기엔 실비아가 잔뜩 화난 표정으로 서있었다.

그녀를 향해 활짝 웃은 내가 말했다.

“빨리 오셨네요. 갈까요?”

“입 닥쳐.”

“왜요?”

“왜냐니...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몰라서 그래? 사람을...!”

소리를 지르려던 실비아가 주변 눈치를 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사람을 지켜야하는 난데, 네 부탁을 받고 기절까지 시켰어. 심지어 꽁꽁 묶어놓기까지 했지. 이건 사적제재라고...! 불법이란 말이야...! 네가... 아니, 우리가 무슨 자경단이야?”

“아니, 다 해놓으시고는 왜 이제 와서 이러시는지...? 잡아달라고 했을 때도, 포박해달라고 했을 때도 알겠다고 대답하셨잖습니까.”

“그, 그건 네가 너무 간절하게 부탁하니까... 어쨌든 최소한 미안해하는 기색이라도 보여주든가...!”

“범죄자를 잡는 일이라 좋아할 줄 알았는데?”

실비아가 내 엉덩이를 또 찼다.

“좋아하긴 무슨...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게 맞지 않아?”

“그 심판을 받지 않고 도망 다니는 사람입니다. 수배도 안 떨어졌고요. 마음 편히 가지시고, 그딴 놈 인권은 챙겨주지 마세요. 우리가 왜 범죄자 때문에 싸워야 됩니까?”

“.... 너 변했어. 이젠 낯설어지려고 해.”

너도 변했단다.

근데 낯설어지려고 한다니...?

악의가 꽤나 들어갔다고 할 수 있는데도 이런 경향을 보여?

반골이로구나. 얼마나 떨어졌는지 테스트를 해보길 잘했다.

“제 부모님의 돈을 떼어먹고 잠적한 사람이에요. 잡아줘서 고마워요.”

“.....”

실비아가 주먹을 꽉 쥔 채로 아무 말도 못했다.

부모님을 들먹이니 마음이 약해진 듯싶었다.

그녀의 손을 잡은 내가 말했다.

“갈까요?”

“아, 앞으로 이런 일은 자제해줬으면 좋겠어... 부탁할게... 나 진짜 힘들었어...”

나는 실비아를 골목길로 데려갔다.

거기서 그녀의 턱을 잡아 슬며시 들어올렸다.

죄책감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만족스럽다.

더 타락한 후에는 잘했다고 칭찬을 해달라는 눈빛을 하겠지?

걱정스런 눈으로 실비아의 얼굴 이곳저곳을 살핀 내가 물었다.

“혹시 다칠 뻔했어요?”

“.... 그건 아냐. 하지만 네가 갔으면 다쳤을 거야. 위험한 사람이었어.”

“그래서 화난 거예요? 위험한 사람을 잡아달라고 해서?”

“아니... 그냥 이런 범법적인 일을 하기가 싫어...”

고개를 끄덕인 나는 엄지로 실비아의 한쪽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알았어요. 앞으로는 자제할게.”

“응...”

“오늘부터 아델이랑 다시 같이 살게 되네요?”

“맞아...”

“좋아요?”

“좋아... 내, 내일 같이 놀이공원 가기로 했어...”

“알고 있어요. 재미있게 놀다 와요.”

“.... 알았어... 터, 턱 간지럽히지 마...!”

마치 강아지를 귀여워하듯 턱밑을 긁자, 실비아가 내 손을 붙잡고 멈췄다.

하지만 뿌리치려고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 손바닥을 만지작거리면서 아양을 떨었다.

그런 그녀의 입술 바로 앞에 혀를 살짝 내밀자,

“흐응...”

교태 섞인 콧바람을 내뱉은 실비아가 달려들었다.

이럴 거면서 왜 반항을 하고 그래.

나는 실비아가 눈을 감은 사이, 몰래 잇몸을 깨물어 피를 냈다.

그리고는 타액과 섞어 실비아의 입 속으로 들여보냈다.

맛있는 악의주스, 많이많이 마시렴.

**

패션기업의 사무실에서 실비아와 아델의 무기를 제작하고 있던 나는, 아람이 찾아오자 방긋 웃었다.

단정한 정장에 검은색 스타킹, 그리고 구두는 언제 봐도 꼴린다.

아람은 마르셀라와 나의 작품이었다.

악의가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세뇌교육을 통해 수하로 만든 인간.

혹시나... 아주 혹시나 일이 잘못될 때를 대비한 보험이기도 했다.

“아람이 왔니? 보고할 거 있어?”

“네, 박사님과 마르셀라 님께서... 아, 죄송합니다. 박사님과 김 전무님께서 임상시험을 진행하신다고 사장님께 전달하라 하셨습니다.”

임상시험이라? 아이테르 복제 연구의 성과가 눈에 보이나보다.

“실험 대상은?”

“20대 초반의 여성으로 잡고 있습니다. 따로 조건이 있으시다면 전달하겠습니다.”

“연고가 없는 애들을 잡아서 실험하라고 해. 마계 관련 특이사항은?”

“조만간 따로 보고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따로 보고라?

하긴, 이 일은 마족이 아닌 아람에게 말하기 껄끄럽기는 하지.

“알았어. 부모님은 잘 지내시고?”

“잘 지내십니다. 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와.”

아람이 조신한 발걸음으로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WW엔터엔 별다른 문제는 없지?”

“현재 채보영 씨의 이탈로 주가가 떨어졌지만,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을 섭외해 배우 전문 소속사로 탈바꿈하여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네 조언이었어?”

“네. 저희 회사 피해는 전무합니다.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요.”

대충 고개를 주억거린 나는, 서랍에서 카드를 하나 꺼내 아람에게 내밀었다.

“네가 쓰든지, 부모님한테 내줘.”

“네...?”

“앞으로 생활비든 뭐든 일체 이걸로 처리해. 잘했으니까 상 주는 거야.”

머리에 나에 대한 경애를 넣어놓았다고는 해도, 아람은 악의가 주입되지 않은 인간이다.

수틀리면 가족도 살해할 정도로 날 모시지만, 평상시엔 타 인간과 다를 바 없고 효심이 지극한 효녀다.

그런 만큼 물질적인 보상을 줘야 맞다고 본다.

날 위해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뛰어다니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두 손으로 공손히 카드를 받은 아람이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장님...”

“앞으로도 열심히 해주고, 박사랑 마르셀라도 잘 보좌해. 내가 너 엄청 아끼는 거 알지?”

“네...! 감사합니다...!”

어제 아델 때문에 아람과의 그렇고 그런 일을 못했는데...

오랜만에 페티시를 자극받고 싶구나.

나는 내 아래쪽을 향해 검지를 내렸다.

그러자 아람이 침을 꿀꺽 삼키며 다가오더니, 책상 아래로 몸을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내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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