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273화 (273/471)

EP.273 마지막 영웅

[의정부 부촌 주택 붕괴, 인명피해 없음. 지자체 ‘수도관 폭발로 인한 사고’]

[그랜드캐니언에서 비스트 슬레이어와 괴물간의 교전 발생. 자연경관 훼손에 강한 우려.]

[애리조나 이블리언 탐색기 보수 완료. 네티즌 ‘최근 자주 고장 나는 거 아닌가?’ 의혹 제기.]

[세계연합 ‘그랜드캐니언 보존,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

[국민여동생 채보영의 미니콘서트, 전 좌석 매진!]

소파에 앉아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인터넷 기사를 읽고 있던 나는, 침실 문이 열리면서 아델이 슬그머니 나오자 방긋 웃었다.

“왜요? 더 안 주무시고.”

사놓았던 강아지 패턴 잠옷을 입은 그녀는, 눈을 비비적거리며 다가와 자연스럽게 내 무릎에 앉았다.

그리곤 양팔을 좌우로 쫙 벌렸다.

흐리멍덩한 눈으로 안아달라고 떼를 쓰는 모습이 귀여워 죽겠다.

그녀를 앞으로 안아든 내가 재차 물었다.

“안 졸려요?”

“지혁 씨가 없어서 잠이 안 와요...”

“방금 잘 자다가 일어난 것 같은데?”

“아닌데에...”

“알았어요. 아니라고 칩시다.”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댄 나는, 아델의 몸을 만지작거렸다.

막 일어난 상태라 그런지 몸이 따뜻하고 말랑말랑하다.

그렇게 아델의 몸을 만지며 놀고 있는데,

우르릉-!

창밖에서 번쩍! 하는 빛이 일어나더니, 얼마 뒤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아델은 깜짝 놀랐는지 내 목에 두른 팔에 힘을 잔뜩 주었다.

그런 그녀의 등을 토닥여준 내가 말했다.

“비가 내릴 것 같네요. 오라는 눈은 안 오고. 많이 놀랐어요?”

“조금...”

“내일 저녁에 박사님께서 보자시네요.”

“네에...?”

“리프레쉬 겸 일대일 면담을 하실 거라고 합니다.”

“이, 일대일...? 싫어요! 무서워요...”

하긴, 박사가 조금 무섭게 벌을 주긴 했지.

몸에 아델을 대롱대롱 매달고 냉장고로 간 나는, 사두었던 딸기우유를 하나 꺼냈다.

거기 빨대를 꼽고 아델의 입가에 가져가니, 그녀가 우유를 쪽쪽 빨아먹었다.

“아델이 충분히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크게 혼을 내지는 않으실 겁니다. 피하는 건 능사가 아니에요. 딱 만나서 한소리 듣고, 훌훌 털어버립시다. 아셨죠?”

“무서운데...”

“무섭게 하지 말라고 할게요.”

“정말요...? 박사님이 지혁 씨의 말을 들어주실까요...?”

아주 잘 들어서 문제지.

“절 못 믿으시는 건가요? 서운하네요.”

“또... 또!”

“앞서 생각하고 있다고요? 죄송합니다.”

아델이 투덜거리기도 전에 상황을 자연스레 넘긴 나는 침실로 들어갔다.

이후 아델을 침대에 눕히고, 그녀의 잠옷을 슬쩍 걷어 음문이 제대로 숨겨졌는지 확인해보았다.

아랫배가 아주 뽀얗다. 아주 잘 가려졌구나.

“이제 주무세요. 오늘 취침기도는 생략하죠.”

“네에...? 기도를 생략하면 안 되는데요...”

“오늘만 생략해요. 저도 바로 자고 싶어서 그래요.”

“.....”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입을 오물거린 아델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럼 어서 제 옆에 누우셔요.”

그녀는 나와의 관계에서 일어난 일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쾌락을 계속 주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한 것이 주효했다.

나로서는 다행인 일이었다.

죄책감에 시달려 참회의 기도를 올리는 아델의 모습은 보기 싫으니까.

아델의 옆자리에 편히 누운 내가 생각했다.

‘이제 어떻게 될까.’

신성력을 사용하는 사람의 몸에 음문이 생성된 건, 나로서도 미지의 영역이었다.

어떤 식으로 변할지 도무지 예상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다.

아델은 이제 내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이거면 된 거다. 이제 자자.

**

다음날 오전, 박사의 집 근처.

차에서 박사를 만난 나는, 그녀의 기다랗고 빨간 손톱이 내 턱을 간지럽히자 입꼬리를 올렸다.

박사의 정리되지 않은 단발머리를 사근사근 쓰다듬던 내가 물었다.

“실비아는?”

“집에. 아델은 오피스텔에 있어?”

“응. 거기서 자고 있어. 2번 휴대폰으로 전화하면 깨어날 거야.”

“밤늦게 돌아오면 되지?”

“맞아.”

오늘은 실비아와 내가 스텔라를 보러 가는 날이었다.

마지막 남은 아이테르에게 주인을 각인시키기도 할 겸, 딱 얼굴만 보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아델은 내가 일이 있는 줄 아니까, 적당히 잘 데리고 있어줘. 되도록이면 새벽까지. 그리고 누날 많이 무서워하니까 잘 달래주고.”

“나를 무서워한다니? 왜?”

“아델은 성정이 여리여리한데, 누나가 불같이 화를 냈잖아. 오늘 훈계는 적당히 해.”

피식한 박사가 대답했다.

“알았어요. 그럼 아델이랑 이스라엘에 좀 다녀올게.”

“이스라엘? 거긴 왜?”

“여러 종교의 성지잖아. 아델도 좋아할 거야.”

“하루 안에 올 수 있겠어?”

“늦어지면 늦어지는 대로 좋은 거 아니야?”

그건 그렇긴 하지.

박사와 진한 키스를 나눈 나는, 그녀가 오피스텔로 떠나자 집 앞으로 갔다.

초인종을 누르고 잠시 기다리니, 현관문이 조심스레 열리며 실비아가 나왔다.

“초인종은 왜 누르세... 어?”

놀란 낯의 그녀가 날 빤히 올려다본다.

막 샤워를 하고 나온 듯 머리카락이 젖어있다.

복장은 간단한 흰 티, 그리고 허벅지가 거의 다 드러나는 짧은 반바지.

훤칠하게 뻗은 각선미가 눈에 띈다.

“지, 지혁아... 여긴 어떻게...”

나는 말을 더듬거리는 실비아를 향해 히죽 웃어보였다.

“뭘 어떻게에요.”

“박사님은 아델과 면담하러 간다고 나가셨는데...”

“박사님 보러 온 거 아닙니다.”

“그래...? 박사님은 네가 여기 온 걸 아셔?”

“알아요. 방금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그러니까 들어가게 비켜주실래요?”

“아, 응...”

온몸으로 문을 막고 있었음을 자각한 실비아가 옆으로 바짝 붙었다.

여유롭게 식탁으로 가서 앉은 나는 실비아에게 자리를 권했다.

“앉아보세요.”

“그... 나 박사님한테 엄청 혼났어...”

내가 혼을 내려고 찾아온 줄 아나보다.

실소를 터뜨린 내가 말했다.

“혼내려는 거 아니니까 앉아요.”

“응...”

조신한 걸음걸이로 내 맞은편에 앉은 실비아.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잠깐 무엇을 생각하더니 묻는다.

“너... 여기 와봤어? 다른 게 아니고... 행동이 자연스러워서.”

하도 익숙한 곳이라서 낯선 척을 못했구나.

황급히 핑계거리를 생각해낸 내가 대답했다.

“자주 왔었어요. 본부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전에.”

“아... 그렇구나...”

“실비아 씨.”

“왜...?”

“이번 사건은 엄청 경솔했어요. 아시죠?”

그 말에 실비아의 얼굴이 뾰로통하게 변했다.

“호, 혼내려는 거 아니라며...”

“대답해보세요. 알긴 아십니까?”

“알아... 안다고...”

“그럼 됐어요.”

“.... 끝이야?”

“네, 끝입니다.”

실비아는 잠깐 혼란스러워했다.

이 정도로 짧게 끝낼 거면 왜 왔는지 궁금한 듯했다.

식탁에 빨꿈치를 괸 나는 반대쪽 손으로 유리를 톡톡 두드렸다.

그러자 실비아가 흠칫하더니 내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왜, 왜 그래...?”

“에너지는 얼마나 썼어요?”

“.... 그게... 16퍼센트...”

16퍼센트라...

두 사람이 싸운 시간은 짧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소모량이 꽤 많다.

아델도 그 정도로 소모했었는데... 두 사람의 불안정한 정신상태가 에너지를 갉아먹은 건가?

마계의 강한 역적들은 지구로 보내서 이 두 사람에게 처리를 맡겨야 된다.

그러니 타락시키기 전까지는, 웬만해선 100퍼센트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본다.

오늘 다 채워줘야지.

“그렇군요.”

“그... 아델은 어때?”

“많이 괜찮아졌어요.”

“다행이다... 만날 수는 있어?”

“내일 중으로 만나게 해드리겠습니다.”

“내일...? 오늘은 안 돼? 박사님과의 면담이 끝나면...”

혀를 찬 내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잊으셨어요?”

“무, 뭐가...?”

“오늘 콘서트 보러 가는 날이잖아.”

“알고 있어... 하지만 이 기분으로 어떻게 콘서트를 즐길 수 있겠어? 난 아델이랑 먼저...”

드르륵.

의자를 뒤로 쫙 빼고 일어선 나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실비아의 옆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얼굴에 내 얼굴을 바싹 들이댔다.

“아델이 그렇게 걱정됐으면... 애초에 싸우질 말았어야죠. 아니에요?”

“.....”

핑계거리를 찾지 못한 듯 고개를 푹 수그리는 실비아.

막 샤워를 끝내서 그런지, 그녀의 몸에서 향긋한 냄새가 풍겨 내 코를 간지럽혔다.

실비아의 허벅지 위에 손을 올리고 살살 문지르기 시작하자, 깜짝 놀란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그, 그만해...! 오늘은 할 기분이 아냐...”

나는 말없이 마주 일어나 실비아에게 접근했다.

그녀는 내가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만큼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 냉장고에 등을 부딪치고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회사 사장실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이죽거리며 실비아의 지척까지 다가간 나는 무릎을 살짝 굽혀 그녀의 다리 사이에 끼웠다.

이후 한손은 실비아의 어깨 너머로, 한손은 허리 옆으로 뻗어 빠져나갈 구멍을 전부 봉쇄했다.

“지혁아... 여긴 박사님 집인데...”

“그래서요?”

“카, 카메라가... 있을지도 몰라...”

“박사님이 왜 자기 집 안에 카메라를 설치합니까? 밖이면 몰라도.”

그녀의 양 허벅지가 내 다리를 꽉 조였다.

상황 자체에 긴장을 해서 온몸에 힘이 들어간 것이다.

그런 실비아의 옆머리를 귀 뒤로 넘겨준 내가 말했다.

“아델은 괜찮아요. 오히려 실비아 씨와 화해하고 싶어 했어.”

“저, 정말...?”

“네. 내일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너무 걱정 마시고, 콘서트 보러 가요. 채보영의 공연이잖아요.”

“네가 그 정도로 채보영을 좋아하는 줄은 몰랐는데...”

“한국인이면 다 좋아하지. 그래서, 대답은요?”

“.... 가... 보러 가면 되잖아...”

“억지로 대답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 말에 실비아가 쌍심지를 켰다.

손가락을 뻗어 내 가슴을 밀어낸 그녀가 말한다.

“간다고 했어. 놀리는 건 여기까지만 해.”

실비아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내가 분위기를 야릇하게 잡으면 쩔쩔 매다가, 갑작스레 기어오르면서 개긴다.

그래, 여기사가 반항도 좀 해주고 그래야 조교하는 맛이 있지.

육체적인 반항은 아닌 것이, 끄덕도 없는 모습을 보여주면 금세 다시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비켜... 나 목말라.”

목이 말라? 그럼 물 마셔야지.

실비아에게서 슬쩍 떨어지자, 그녀가 냉장고 문을 열고 생수병을 꺼냈다.

나는 그걸 홱 낚아채고, 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입 안에 머금었다.

이후 실비아의 얄상한 턱선을 잡고, 그녀의 굳게 닫힌 입술 사이를 혀로 벌려 물을 흘려 넣었다.

그 전에 잇몸을 깨물어 피를 아주 약간 새어나오도록 한 뒤, 그 안에 악의를 섞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읍...!”

처음엔 놀랐는지 몸이 굳어버린 그녀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입으로 따라주는 물을 목 안쪽으로 넘기기 시작했다.

우웅-!

디바이스에서 발하는 소음이 거실 안을 울린다.

소리가 제법 큰 것을 보니, 실비아는 이 스킨십의 수위가 굉장히 높다고 생각하는 듯싶었다.

가만히 멈춰 서서 머금었던 물을 전부 흘려보낸 나는 얼굴을 떼어냈다.

그러자 다리가 풀린 실비아가 휘청거리더니, 의자 등받이를 손으로 잡아 몸을 기대고는 힘겨운 신음을 터뜨렸다.

“허억... 헉...”

그런 실비아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리자, 그녀가 팔을 확 움직여 내 손을 뿌리쳤다.

자신의 입가에 묻어있는 물기를 팔로 닦아낸 그녀가 날 쏘아보았다.

“지금 뭐하는 거야...!”

“목마르다고 하시길래 물 드린 건데요.”

“미친놈...! 하아... 진짜 또라이 같아... 물맛도 이상하잖아...! 비려...!”

본좌의 악의가 섞인 성혈을 비리다고 하다니... 고얀 지고...

그나저나 좋다고 받아 마실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욕을 한다.

입가에 희미하게 띄워진 미소는 좀 가리고 그런 말을 하지.

새침해하면서 좋아라하는 모습이 웃기다. 얘는 타락하면 츤데레가 되려나 싶다.

어깨를 으쓱인 내가 말했다.

“준비나 해요.”

“무슨 소리야... 벌써 나가...?”

“네. 옷 사러 가려고요.”

“옷?”

“추리닝으로 콘서트 보러 갈 거야? 아니잖아요.”

“.... 알았어.”

휘청거리며 침실 안으로 들어간 실비아가 문을 닫았다.

이미 볼 거 다 본 사이면서, 부끄러움을 타는 건 아델보다 더 하네.

얼마 뒤, 긴 바지와 따뜻한 외투를 걸쳐 입은 실비아가 상기된 얼굴로 나왔다.

나와의 쇼핑이 기대되는 모습이다.

‘아이테르는 잘 챙겼겠지?’

절대 어디다 두고 쏘다니는 성격은 아니니까 분명히 챙겼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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