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58 음흉한 타이라트를 가루로 만들어버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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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혁의 차가 멀리 떠나간다.
그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던 아델은, 절뚝거리며 집 앞 편의점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아델라인 씨.”
친하게 지내던 여자 점원의 인사에 미소로 화답해준 아델.
그녀는 딸기우유와 빵을 고르고 계산대로 가서 카드를 꺼냈다.
“2500원입니다.”
“여기요... 봉투는 필요 없어요.”
계산이 전부 완료되고, 꾸벅 인사를 한 뒤 편의점을 나서려던 아델은,
“어디 아프세요?”
이어지는 점원의 말에 몸을 돌려 힘없는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속이 조금 안 좋아서 그래요. 고맙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아델은 끙끙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편의점 점원이 했던 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점원의 걱정처럼, 자신은 아팠다.
하지만 속이 안 좋은 건 아니었다.
그저 지혁과의 정사에 의해 아래... 가랑이가 너무 쑤셔왔을 뿐이다.
누구에게 말하기 힘든 얘기였고, 그 때문에 기분이 조금 나빴다.
점원이 괜한 오지랖을 부리며 개인사를 물어보았다고 느껴졌기 때문.
허나 이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스쳐지나가듯,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삑-! 삑삑삑삑-!
현관문 비밀번호를 입력한 아델이 문을 열자, 여느 때와 같이 실비아가 자신을 맞이했다.
“왔니? 어서 와.”
홈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던 듯, 실비아의 온몸엔 땀이 맺혀있었다.
복부 윗부분이 약간 드러나는 크롭 티, 그리고 딱 달라붙는 트레이닝 바지.
그녀의 탄력적인 바디라인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아델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언니...”
이런 아델의 쳐진 모습을 살핀 실비아가 걱정스런 투로 묻는다.
“지혁이 만나고 온 거 아니야? 무슨 일 있었어?”
‘무슨 일이 있었냐?’라는 질문을 들은 아델이 움찔했다.
이는 평소 실비아가 자주 하던 질문이긴 했다.
그러나 실비아가 아이테르를 충전한 직후 보여주었던 반응을 상기해본 아델은,
혹시 그녀가 자신과 지혁의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길 바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있었어요...”
“그래...? 잘 해결될 거라고 믿어.”
저번 아델의 반응이 심상찮았기 때문인지, 실비아는 이번 일을 캐물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게 못내 고마웠던 아델이었지만... 실비아는 접때 애매모호한 대답을 하며 지혁에게 관심을 보였었다.
우리들의 관계를 확실히 말해주어서 지혁을 넘볼 생각을 못하게 만들어야겠다.
그렇게 다짐한 아델이 말했다.
“저는요... 오늘 지혁 씨와 사랑을 나누었어요.”
“응...?”
당황해하는 실비아.
입을 살짝 벌린 그녀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델... 그... 난 별로 궁금하지...”
“지혁 씨의 몸에서 만들어진 아기씨가 제 소중한 곳에 들어갔어요. 네 번이나요.”
“무, 뭐...?”
실비아는 완전히 벙 쪄버렸다.
설마 아델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돌려 말하긴 했지만... 평소 아델의 언동을 생각해보면 대놓고 말한 것과도 다름없었다.
“아기씨라니... 설마 그...”
“네! 그걸 말하는 거예요...! 지혁 씨의 성기가 제 성기와 결합된 상태로 왕복운동을 수백... 아니, 수천 번 하다가, 제 안에 아기씨를 넣었어요...! 어, 엄청 좋았어요!”
과장하면서 말을 하다 보니 쥐구멍에라도 숨어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혁과의 정사를 말하고 있자니 창피했던 것이다.
그 대상이 제 아무리 실비아라도 말이다.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 아델은, 할 말을 잃어버린 실비아를 향해 45도 각도로 상체를 숙였다.
“거,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이만 들어가 볼게요!”
“아, 아델...! 잠시만...! 피임은 제대로...”
쾅!
큰 소리를 내며 닫힌 방 문.
복잡한 표정으로 아델의 방을 주시하던 실비아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다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와...’ 하는 탄성을 내뱉었다.
그만큼 놀라워서였다.
아기씨, 성기 같은 단어들이 아델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
잠시간 패닉에 빠져있던 실비아는 매트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델이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했는지 다 안다.
아마 지혁을 포기하도록 만들려 했겠지.
“하아...”
그래도 어쩌랴... 지혁이 좋은 마음은 그대로인데.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지는데...
‘내가 지혁이를 좋아할 수도 있는 거잖아?’
짝사랑도 누구의 허락을 받고 해야 하는가? 절대 아니다.
지혁을 좋아하건 말건, 그건 자신의 마음이다.
솔직히 두 사람이 관계를 가졌다는 건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지구엔 연인끼리 몸을 섞는 게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에 따라 지혁과 아델의 성관계는 이상할 것이 하등 없었다.
다만 질내사정이 문제였다.
아델이 묘사한 바로는 콘돔 없이 관계를 가진 게 확실해 보이는데...
이러다가 덜컥 임신해버린다면?
아직 아델은 어머니가 될 준비조차 안 된 철없는 여자인데, 이래서는 안 된다.
물론 지혁은 현명한 사람이니만큼 피임도 알아서 잘 하겠지만...
‘경고해야겠어.’
그래, 경고가 필요했다.
두 사람의 예쁜 사랑을 방해할 의도는 절대 없었다.
확실히 해야 할 건 해야 하니까, 걱정이 드니까 이러려는 것뿐이다.
그리 생각하며 정신승리를 한 실비아는, 매트를 거실 구석에 잘 올려놓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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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운동 다녀올게.
가스레인지에 로제 파스타 해놨어.
챙겨먹고, 심심하면 연락해. 바로 돌아갈게.
사랑해, 아델.]
오후 늦게 일어난 아델은, 문 앞에 붙여진 쪽지를 자신의 방 안으로 가져와 소중히 보관해놓았다.
음부가 아프다고 말해놓았었으니, 아마 쉴 거라고 생각해서 쪽지만 남겨놓았나 보다.
같이 가자고 했으면 일어나서 가려는 시늉이라도 했을 텐데... 쪼오끔 서운했다.
“끄응...”
자고 일어나니 아래가 조금 덜 쑤셨다.
그래도 덜하다뿐이지 아픈 건 여전해서, 아델은 힘겹게 몸을 움직여 주방으로 갔다.
프라이팬 뚜껑을 여니 달짝지근한 냄새가 풍겨왔다.
입맛을 다신 아델은 가스레인지를 켜고, 파스타를 데워 그릇에 옮겨놓았다.
후루룹 거리며 파스타를 다 먹은 아델은 설거지를 해놓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이후 침대에 무릎을 꿇고 앉아 로사리오에게 기도를 올렸다.
주된 내용은 지혁과 자신의 영원한 사랑이었다.
부디 로사리오 님께서 축복을 내려주길 기원하며, 아델은 정신을 집중했다.
우웅...
그녀의 몸에서 피어나는 금빛 신성력.
마음이 절로 깨끗해지는 그 기운을 느끼던 아델이 고개를 갸웃했다.
신성력이 평소보다 진하다고 느껴지는 건 착각인가?
말로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굳이 예를 들자면, 물에 전분을 넣은 느낌이었다.
끈끈하고 눅진한... 그런 거 말이다.
허나 딱 잘라서 수상하다고 할 정도까진 아니었고, 그 느낌은 미약하다는 말도 과할 정도로 미미했다.
또한 잡념을 날려버리고 제대로 집중을 하니 괜찮아졌다.
그래서 아델은 이 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어제 지혁과의 행위 때문에, 그리고 아파오는 아랫배 때문에 잡생각이 나서 착각, 혼동을 했던 것이리라.
‘응...?’
그렇게 열심히 기도를 올리던 아델의 기감에 수상쩍은 기운이 감지됐다.
아주 사악한, 적의가 가득한 기운.
바로 마기였다.
눈을 번쩍 뜬 아델은 곧바로 커튼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저 멀리서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보이는 다섯 명이, 수십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기는 그 중 한 명에게서 풍기고 있었다.
아델의 온몸에 분노가 차올랐다.
타이라트!
자라나는 새싹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마기를 넣다니!
요새 마물을 내보낸 결과가 시원찮은지, 자꾸 일반인을 엮고 있다!
아주 음흉하기가 이를 데 없는 마왕이다!
분개한 아델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신성력을 뿜어냈다.
저번에 공항에서 보았던 무명의 연예인을 정화할 때처럼, 아주 은밀하게.
스스스...!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기운이 창문을 투과해 빠른 속도로 쏘아졌다.
맑고 깨끗한 그 기운은, 마기를 풍기는 선생의 눈, 코, 입으로 들어갔다.
반응은 곧바로 나왔다.
신성력을 온몸으로 받은 선생이 제자리에 멍하니 섰던 것이다.
그녀는 이내 동료 선생들의 걱정에 정신을 차렸고, 잠시 혼란스러워하더니 어린이들을 이끌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정화 완료!
아델은 자신의 행동에 뿌듯해하면서도 걱정이 들었다.
마기가 주입된 사람을 여기서도 발견할 정도라면... 타이라트는 온갖 사람들한테 마기를 뿌려놓았을 것이다.
마물들과의 일전을 남겨놓은 지금, 이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을 수도 없고... 참 문제였다.
하지만 괜찮다. 자신감은 차고 넘쳤으니까.
마기는 발견하는 즉시 정화를 해버리고, 나타난 마물들의 머리통도 박살내면서 타이라트에게 절망감을 안겨줄 것이다!
그러다 타이라트가 참다못해 직접 등장한다면, 그의 온몸을 가루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그렇게 지구에 평화를 안겨주면 된다!
‘전능하신 로사리오 님이시여... 제게 힘을 주소서...’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기도를 드릴 때면 몸과 마음이 든든해지는 기분이다.
오랜 시간동안 기도를 하며 정신을 새로이 무장한 아델은, 지혁의 톡이 와있자 희희낙락해하며 휴대폰을 들었다.
[몸은 조금 어떠세요? 어제 많이 힘들어 보이던데... 아예 집 앞이 아니라 현관까지 바래다드릴 걸 그랬네요.]
아델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많이 힘들어 보이는 걸 확인했으면 부축이라도 해줬어야지!
[(⇀‸↼‵)]
[죄송합니다. 오늘은 쉬실 건가요?]
쉬다니... 당장 만나서 사랑을 나누어도 모자랄 판인데!
자꾸 눈치가 있어졌다가 없어졌다가 하는데, 참 손이 많이 가는 남자친구였다.
[아니요.]
[그럼 4시간 뒤에 만날까요?]
[4시간...? (꒪⌓꒪)]
[그럼 3시간?]
[(メ゚皿゚)]
[제가 지금 회사여서... 일을 빨리 끝내고 간다 해도 최소 2시간은 걸릴 것 같습니다. 그 정도는 괜찮아요?]
[(๑ᴖ◡ᴖ๑)]
[알겠습니다. 그럼 출발할 때 연락할게요.]
지혁과의 톡을 끝낸 아델은 냅다 화장실로 달려갔다.
욕조에 물을 받고 거기 몸을 담그니 절로 나른한 숨이 새어나온다.
그리고... 지혁과의 정사가 생각난다.
찌릿-!
“흐앗...!”
돌연 낮은 비명을 터뜨린 아델이 양손으로 자신의 음부를 가렸다.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어루만져주던 그의 모습을 상상하니 아래가 기분 좋게 쑤셔왔기 때문이다.
뭔가... 오늘 새벽을 기점으로 본질적인 욕망에 눈을 뜬 느낌이었다.
‘빨리 보고 싶다아...’
눈앞에 지혁의 얼굴을 그리던 아델은, 화장실 문이 잠겨져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자신의 음부에 댄 손가락을 천천히 놀리려다가 그만두었다.
참고 또 참으면 지혁이 해주었을 때 만족감이 더욱 클 것 같아서였다.
혼자 하기엔 너무 망측하기도 하고.
자위를 포기한 아델은 욕조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더니 온몸을 간지럽혔다.
나른한 숨을 내쉰 그녀는 욕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면 칭찬을 해주겠지?
흉악한 타이라트의 음계를 해결한 자신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잘했다고, 사랑한다고 하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니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