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246화 (246/471)

EP.246 나는 마왕이 맞다

끼에에에엑-!

괴성을 내지르며 추락하는 익룡 비스무리한 마물.

러시아에 나타난 수천 마리의 마물은, 러시아군과 나, 그리고 출동한 아델에게 모조리 쓸려버렸다.

F급 마물이라 상대하긴 무척 수월했다. 물량도 수천 정도면 많은 축도 아니고.

다만 리더 격인 D급 마물이 하나 나왔는데, 처음엔 생포하려고 했으나 아델이 흉악한 펀치로 이놈의 머리를 부숴버렸다.

몰래 빼내 심문조차 할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이건 그렇다 치고... 매우 좆같았다. 씨발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델이 싸우고 있을 때, 세화가 내게 이런 말을 전해왔기 때문이다.

지금 열린 포탈은 아무런 허가 없이 마계에서 저절로 열렸다고.

그 아몬, 오르바스, 그리고 거프조차 반란 모의만 했지, 포탈을 열어 지구를 습격하지는 않았다.

이 말인 즉, 내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난 놈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스스로의 힘으로 포탈을 열 정도의 고위급 마물이.

그렇지 않다면야 지금 이 사건은 설명하기가 힘들다.

영향력이 갑작스레 팍 줄어든 것 같은데, 이렇게 된 원인은 아마도... 아델의 안에 쌌을 때 느꼈던 고통.

그때 로사리오의 신성력이 내 몸에 영향을 줬음이 분명하다.

골치가 아프다. 골치가 아파.

-지혁 씨! 저 돌아가도 돼요?

통신기에서 들려오는 아델의 물음.

전투기를 호버링시킨 내가 대답했다.

“네. 오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전투기 안의 포탈이 번쩍하는 빛을 발하더니, 그 안에서 아델이 걸어 나왔다.

두 주먹에 맺힌 금빛 광채를 본 나는, 그녀 몰래 인상을 구겼다.

아델의 살에 저게 묻어있다는 것 자체가 싫다. 빨리 망치를 만들던가 해야지 원...

변신을 풀고 내게 다가온 아델이 배시시 웃었다.

어서 칭찬을 해달라는 표정. 힘없이 피식한 내가 말했다.

“잘했어요.”

“고마워요. 그런데 오늘은 정말 약한 마물들이 나타났네요?”

“그러네요.”

“타이라트는 저희 힘을 아주 잘 알고 있을 텐데, 왜 이런 모자란 짓을 한 걸까요? 혹시 머리를 다쳐서?”

모자라다고...? 머리를 다쳐?

내가 아델한테도 욕을 먹는 날이 올 줄이야.

직접 한 일은 아니지만 굉장히 모욕적이다. 포탈을 연 마물은 내가 꼭 찾아내주마.

찾아서 내장이 흐를 정도로 갈기갈기 찢어버린 다음, 마왕성 정문에 걸어놔야지.

아니다. 팔다리를 자르고 눈과 혀를 제거한 뒤, 죽지 못하게 만들어 억겁의 세월을 보내도록 해야겠어.

“글쎄요... 한심하긴 하네요.”

“그렇지요? 너무 무식해요.”

더 듣다간 화병이 날 지경이다.

러시아군의 감사인사에 대충 화답해준 나는 전투기를 돌렸다.

“고생 많았어요. 돌아가죠.”

“네! 오늘도 쓰빠씨바에요! 지혁 씨!”

“.... 예.”

아델이 이토록 짜증난 날은 없었는데...

나는 타는 속을 애써 달래면서, 러시아를 떠나 연구실에 도착했다.

실비아는 발을 동동 구르며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디바이스가 완성되었는데도 나설 수 없어 심란한 모양.

위풍당당하게 연구실로 돌아온 아델은, 그런 실비아를 향해 다가가 눈치를 보았다.

위로는 하고 싶은데 아이테르 충전방식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함부로 말을 꺼낼 수가 없는 듯했다.

두 사람을 잘 타일러 돌려보낸 나는, 곧바로 마르셀라와 연락을 취했다.

-네, 마왕님.

“상황은?”

-아직 파악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왕비님께서 마계로 갈 준비를 하고 계세요.

직접 알아볼 생각이로군.

발품을 파는 게 가장 좋긴 하지만... 느낌이 안 좋다.

세화 혼자 마계로 가면 뒤통수를 맞을 것 같단 말이지.

“가지 말라고 해.”

-네...? 하지만 여기서는 조사하는데 한계가...

뭐? 하지만?

이년 봐라? 요즘 풀어줬더니 따박따박 기어오르네?

내 영향력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방증인가?

“불복종이냐?”

-아, 아닙니다... 죄송해요... 왕비님께 가지 말라고 말씀드려놓겠습니다.

“박사의 상태는?”

-잘 적응해나가고 계세요... 이제 일상생활은 무리가 없을 정도에요.

“좋아. 박사의 케어는 세화와 유리아한테 맡기고, 넌 지금 당장 한대거리 오피스텔로 와라.”

-제, 제가요...? 지금요...?

“두 번 말 안 한다.”

난 마르셀라의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이후 연구실을 제대로 정리하지도 않은 채, 밖으로 나와 차에 시동을 걸었다.

**

쿵!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던 나는 벽에 대가리를 처박았다.

젊은 커플이 날 밀쳐서 일어난 일이었다.

“하...”

허탈한 웃음을 터뜨린 나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한 마디 사과도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두 사람.

그러려니 한 나는 머리를 대충 털어내고 그들을 뒤따라 탔다.

19층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으로 보아, 커플은 여기 사는 것 같았다.

나한테 돈 주는 놈들이니까 참자.

25층을 누른 내가 가만히 있자, 남자의 퉁명스런 말이 들려왔다.

“닫힘 버튼도 누르셔야죠.”

이 년놈들은 대체 왜 뜬금없이 시비를 거는 거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커플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남자가 어깨를 으쓱이며 비아냥거렸다.

“거기 들렀다가 우리 집으로 올 수 있어요? 배달시킬 물건이 있는데.”

아... 내가 뭐 심부름센터 직원 같은 건줄 아는가보다.

옷차림이 후줄근했고, 손에 오피스텔에서 사용할 기계부품들이 든 자그마한 박스를 들고 있어 오해한 것 같았다.

[문이 닫힙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엘리베이터 문이 절로 닫혔다.

이어서 뒤에서 남녀가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날 비웃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나는 엘리베이터의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두어 번 끔벅였다.

내가 왜 이런 모욕을 당했는데도 참고 있는지에 대해 고찰해보기 위해서였다.

이것도 신성력의 영향인가? 로사리오가 내게 착한 마음을 갖게 한 건가?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걸 보면 그건 아닌 듯한데...

‘실험 한 번 해봐야지.’

마침 잘됐다. 장기말이 필요하긴 했으니까.

입맛을 쩝쩝 다신 나는, 엘리베이터가 13층에 왔을 때 비상버튼을 눌렀다.

삐익-!

그러자 한 차례 긴 신호음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무, 뭐야? 야!”

당황한 남자가 버럭 화를 냈다.

아무 말 없이 박스를 내려놓은 나는, 남자가 어깨를 잡으려고 할 때, 놈의 얼굴에 주먹을 갈겼다.

뻐억!

제대로 들어간 정권.

꺽 소리를 낸 남자가 엘리베이터 벽에 등을 처박으며 그대로 쓰러졌다.

구석의 벽면을 양쪽을 짚은 나는, 발을 들어 올려 남자의 머리통을 그대로 내려찍었다.

뻑!

짧고 강렬한, 무언가가 박살나는 불길한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몸이 한 차례 떨리더니 축 늘어졌다.

남자의 코에선 맑은 액체가 피와 섞여 주르륵 흘러나왔다.

뇌수 같은 건가 싶다.

“꺄아아아악!”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당황해하던 여자가 비명을 질러댔다.

그런 그녀의 입을 우악스런 힘으로 막고 목을 꽉 조른 나는, 천장에 달려있는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엘리베이터가 다시 재가동되더니 25층까지 멈추지 않고 올라갔다.

띵-!

[25층입니다.]

문이 열리며 나온 사람은 마르셀라였다.

내 품에서 기절한 여자를 받아든 그녀가 묻는다.

“이 여자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잡아놔. 권속으로 만들어서 마계로 보낼 거다. 이년을 통해 마계 상황을 알아보면 돼.”

“알겠습니다.”

나는 상쾌한 숨을 내쉬었다.

인간을 죽였다는 부분에 대한 죄책감 따윈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물화시킨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껄끄럽지 않았다.

신성력은 영향력만 감소시킬 뿐이지, 내 본질을 바꾸고 있지 않았다.

나는 마왕 타이라트가 맞다.

**

소파에서 맥주를 까 마시고 있던 나는, 마르셀라가 다가와 무릎을 꿇자 물었다.

“여자의 상태는?”

“마왕님의 피를 주입해놓았습니다. 곧 효과가 나타날 거예요. 남자와 여자 모두 사고사로 처리했고...”

“그리고?”

“죄송합니다, 마왕님...”

마르셀라는 아까 내 명령에 의문을 표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있었다.

그녀를 빤히 주시하던 내가 말했다.

“아니다. 그럴 수도 있지.”

아까는 너무나도 화가 나서 마르셀라를 모질게 대해버렸다.

머리가 차갑게 식은 지금은 그녀에게 미안했다.

날 네 번이나 부활시킨 충성스런 존재를 의심해버려서 말이다.

냉정했어야하는데,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너무 흥분해있었다.

“저는 죽어도 싸요... 벌을... 벌을 내려주세요...”

거의 울먹거리며 내게 엄벌을 갈구하는 마르셀라.

피식한 나는 상체를 숙여 마르셀라의 팔목을 잡았고, 내 쪽으로 끌어왔다.

이후 그녀를 거의 무릎에 앉히다시피 한 상태로 손등을 쓰다듬어주었다.

“네가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닌데, 죽어서야 되겠느냐?”

“아...! 마왕님... 저는...”

“아까는 미안했다.”

“사, 사과하시지 마세요...! 마왕님은 그러시면 안 됩니다...!”

“내가 부하를 아끼는 것도 죄인가?”

“그건 아니지만...! 허어억...”

마르셀라가 말을 하다 말고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내가 꼬리 끄트머리를 잡고 꾸욱 누른 직후부터였다.

“세화는 내 명령을 잘 들었겠지?”

“네, 네에... 그냥 박사님을... 도와드리겠다고... 하셨습니다아...”

“그러고 보니 네게 상을 준다 해놓고도 그러지 못했구나.”

“안 주셔도... 괜찮은데에...”

“여기까지 온 게 누구 덕분인데, 그래서야 쓰나? 어떻게, 오늘 자고 갈 테냐?”

마르셀라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허벅지에서 축축한 느낌이 이는 것을 보니 가기 직전까지 온 것 같다.

안기는 상상만 해도 이럴 정도라니... 언제 봐도 삼류란 말이지.

“마, 마왕님...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닙니다... 마계부터 우선적으로 알아봐야...”

“한 번 하는데 얼마나 걸린다고?”

“하지만... 저번에 분명 마왕님께서 시간을 많이 내어주신다고...”

아... 한 판으로 상을 퉁 치려고 하는 게 문제였어?

내가 잘못했네. 아주 큰 잘못을 했어.

마르셀라의 귀여운 반항에 실소를 터뜨린 내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았다. 배신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전혀 감이 잡히질 않지만... 가장 먼저 말파스가 생각났습니다...”

같은 생각이었다.

그 음흉한 새끼가 진짜 무척 의심스러워.

저번에 아몬을 비롯한 배신자 셋을 심문하러 갔을 때, 나한테 잘 굽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근데 말파스는 대가리가 잘 굴러간다.

이렇게 대놓고 포탈을 열 정도로 멍청하진 않다는 뜻.

아니면 한 번 더 꼬아서 이런 행동을 했을 수도 있다.

용의선상에서 벗어나려고 말이다.

어찌됐든 배신자가 있는 건 확실하니까... 가장 의심스런 놈부터 캐보는 게 맞다.

“뒤처리가 쉬운 인간들 몇 명을 더 찾아보고, 권속으로 만들어놓아라. 같이 보내야겠다.”

“네...”

마르셀라의 대답을 들은 나는 그녀의 꼬리를 입에 물고 약하게 씹어댔다.

“흐아아아...”

그녀가 뿜어낸 조수로 인해 바지가 완전히 젖어오는 것을 느끼던 나는, 마왕임에도 마계로 돌아가지 못하는 내 자신이 서러워졌다.

이래서 아이테르 복제가 절실한 거다.

틈만 나면 날 물려고 하는 마물들이 있으니까.

‘배신자 새끼... 찾으면 곱게 처리하진 않을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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