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242화 (242/471)

EP.242 마왕님은 아델이 보고 싶었어요

아델은 내가 의정부에 도착하자마자 집에서 뛰쳐나왔다.

버선발로 달려와선 폴짝 점프하며 내게 안기는 그녀.

다리와 팔로 내 허리와 목을 두르고, 내 뺨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는 모습이 마치 오랫동안 이별해있던 강아지가 주인을 반기는 모습 같아서, 입가에 절로 아빠미소가 감돈다.

팔을 내려 아델의 엉덩이를 받친 나는, 아무 말 없이 정원을 천천히 돌아다니며 그녀를 진정시켜주었다.

이후 벤치에 아델을 살포시 내려놓고는 물었다.

“실비아 씨는요?”

그 말에 아델이 뾰로통한 얼굴로 따졌다.

“지금 저를 만났는데 실비아 언니의 안부먼저 묻는 건가요? 실망이에요... 저는 정말 실망했어요!”

“아, 제 말은... 실비아 씨와 어떻게 됐냐는 뜻으로 물은 겁니다. 걱정돼서요.”

“몰라요!”

첫 마디로 정말 보고 싶었다느니, 사랑한다느니 같은 고백을 해주지 않아 삐친 모양이다.

바락바락 대드는 것도 오랜만이라 기분이 좋구나.

아델의 옆에 엉덩이를 밀착한 나는, 그녀의 얼굴에 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러자 아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눈을 감고 입술을 내민다.

그런 아델의 말캉한 입술을 내 입술로 한 차례 지그시 누르자,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간단한 뽀뽀 한 번에 헤벌쭉해질 거면서 왜 개기고 그래...

코트를 벗어 아델의 몸에 둘러준 내가 걱정스런 투로 말했다.

“날이 추운데 왜 반팔로 나오고 그래요. 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

“보고 싶었으니까요... 우, 우리 이러지 말고 어디 가요. 집에 실비아 언니가 있어서 눈치 보여요. 거기서 말씀드릴게요.”

그래? 실비아가 방금 우리 애정표현을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욱 질투했으면 좋겠어.

“단둘이 있을 곳이라면 괜찮을까요?”

“단둘이라니요! 지금 야한 생각을 하시는 건가요?”

“조용히 이야기할 장소를 말했을 뿐입니다.”

아델의 얼굴에 낭패감이 스친다.

얼굴이 화끈해진 그녀가 자신의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 그, 그렇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런 아델의 순진한 모습을 보길 원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내가 손을 뻗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아델이 깍지를 끼고는 내 손을 자신의 가슴께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손등을 쓰다듬어주며 걱정한다.

“손이 너무 차요. 제 코트 주머니에 넣어드릴게요.”

“아델이 입은 건 제 코트인데요?”

“우리 사이에 네 거, 내 거가 어디 있어요?”

나를 오매불망 기다렸나보다. 이런 적극적인 말까지 할 정도면.

아델은 깍지 낀 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

키가 자그마해서 주머니가 아래에 위치해있었기에, 내 손이 들어가다 말아서 상체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내 모습을 본 아델이 킥킥거리며 묻는다.

“불편하신가요?”

“전혀요.”

“그렇다면 이대로 자동차까지 가도록 하지요.”

아델은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추며 아주 천천히 차로 움직였다.

코트를 여미며 개미만큼 좁은 보폭으로 움직이는 아델.

그녀의 옆모습을 본 내가 생각했다.

볼 살을 콱 깨물어주고 싶다고 말이다.

너무 힐링되잖아. 오늘 아델이랑 하루 종일 있어야지.

**

우리가 간 곳은 연구실이었다.

딱히 이곳밖에는 갈 데가 없었다.

상봉 첫날부터 호텔을 가기엔 조금 그랬고, 오피스텔과 박사의 집은 세화와 박사의 옷가지들이 있었으니까.

“.....”

휴게실 천장에 달린 난방기에서 따스한 바람을 맞던 아델이 날 바라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전신을 훑어보고 있다 해야 옳았다.

정장 차림이 마음에 드는가 싶다.

얼마간 그러고 있던 아델이 본색을 드러냈다.

“지혁 씨.”

“예.”

“오늘 저를 만나자마자 잘못을 저지르셨으니, 징계를 연장하겠어요...”

또 또 이상한 트집을 잡으면서 내 위에 올라서려고 한다.

한 손가락을 들어 올린 내가 반박했다.

“제 징계기간은 이미 끝났습니다. 게다가 잘못이라니요? 저는 아델을 걱정하는 마음에 두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 여쭤본 것뿐인데요. 그건 아델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

할 말이 없었는지 콧바람을 훅 내뿜기만 하는 아델.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나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징계가 끝나긴 했지만, 그래도 아델은 저만의 성녀님이신 만큼... 말을 잘 듣도록 할게요.”

“저, 저는 지혁 씨만의 성녀가 아니에요... 로사리오 님을 모시는 모든 신도들의 성녀지요...”

모든 신도들은 무슨.

어차피 다 죽거나 노리개로 쓰일 운명인데, 나만의 성녀가 맞지.

“지구엔 신도가 저밖에 없잖습니까. 또 저는 아델의 행성에 있는 신도들을 만난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저만의 성녀죠.”

“궤변이에요...”

“딸기우유 드릴까요?”

“음료로 저를 현혹하실 생각이라면...”

“싫어요?”

“아니요... 주세요...”

부끄럼을 타는 모습이 너무 귀엽잖아... 오늘 다섯 번은 해야겠다.

나는 냉장고 문을 열고 구석에 있는 딸기우유를 하나 꺼냈다.

이후 비치된 빨대로 포장지를 뚫고 아델에게 내밀었다.

당연한 듯 우유를 받은 아델이 빨대 끄트머리에 입을 가져가 쪽쪽 빨아댔다.

그런 와중에도 날 흘끔거리는 것이, 어지간히 보고 싶었나보다.

이윽고 우유를 반절 정도 마신 아델은, 내가 옆에 앉자 그간의 일을 설명했다.

“실비아 언니 말이에요... 처음엔 정말 좋았어요. 영화를 볼 때까지만 해도요...”

“그 다섯 편을 연속으로 볼 때까지를 말씀하시는 거죠?”

“네, 맞아요.”

“그 이후 무언가 달라졌습니까?”

“달라지긴 달라졌어요. 언니가 저를 데리고 운동을 가주시기도 했고, 어느 날은 집에서 저와 하루 종일 수다를 떨기도 했죠.”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 좋은 일 아닌가요? 사이가 더욱 돈독해진 듯한데...”

“근데... 평소와 느낌이 달라요.”

“느낌?”

“뭔가... 언니가 저를 일부러 살갑게 대해주는 것처럼 생각되어요. 그리고 눈빛에 죄책감이 담겨 있다고 해야 할까요? 왜인지는 모르지만 제게 미안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으음... 고작 이 정도 결과만 나왔나?

베스트라 생각할 정도의 성과는 전혀 아니다.

하지만 괜찮다. 아델의 의심을 사게 한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나는 아델의 뒷목을 약한 힘으로 주물러주며 그녀를 안심시켜주었다.

“혹시 아델이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갑작스레 되돌아온 사이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가요...?”

“일단은 며칠 더 지켜봐요. 계속 그런 느낌을 받는다면 제게 말씀해주시고요. 편하게 생각하고 있으세요.”

“알았어요...”

“둘이 있을 때, 제 언급을 하셨나요?”

“실비아 언니가 한 번 물어보기는 했어요. 지혁 씨는 어디 갔길래 자기랑 계속 같이 있는 거냐구요. 그래서 그냥 출장 갔다고 한 뒤, 대화주제를 돌렸어요. 그 외엔 없어요.”

“잘하셨습니다.”

칭찬을 해주니 헤헤 웃는 아델.

우유를 마저 마시고 휴게실 안을 둘러보던 그녀가 묻는다.

“그런데 박사님은 어디 가셨나요? 요즘 통 보이지 않네요.”

“세계연합에 일이 있어 리옹으로 가셨다가, 미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신다 하셨습니다.”

“그래요? 오랜 시간동안 뵙지 못해서 보고 싶은데...”

지금은 안 돼. 박사는 마족이 된 몸을 한창 적응시키고 있거든.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셔츠 단추를 위에서부터 하나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아델이 눈에 띄게 당황해하더니, 양손바닥을 펼쳐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지, 지금 뭐하시는 거지요!?”

“샤워하려고요.”

“집에 돌아가셔서 하면 되지, 왜 지금 하시려는 건가요?”

“돌아가려면 내일 새벽이나 되어야 할 텐데, 그때까지 씻지 말라고요? 싫습니다.”

“내, 내일 새벽이라니... 연구실에서 밤을 지새울 생각이신가요!?”

너도 다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하지 마라.

와이셔츠를 의류 관리기에 걸어놓은 내가 씨익 웃었다.

“아델이랑 밤새 같이 있으려고요.”

“야, 야한 생각은 안 하셨다고 했잖아요...”

“아델이 야한 생각을 하냐고 물어봤을 때, 전 부정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렇죠?”

“.....”

“거봐요. 저 먼저 씻겠습니다.”

손가락 사이를 벌린 채로 날 구경하고 있던 아델의 고개가 작게 끄덕여졌다.

이럴 거면서 왜 순진한 척을 하고 그래.

**

철컥...

큼지막한 대형 타올을 몸에 두른 아델은, 박사 전용 휴게실의 방문을 아주 조금 열고 그 틈새로 날 쳐다보았다.

침대에 누워있던 내가 이불을 걷고 몸을 뒤로 빼서 공간을 만드니, 아델이 잽싸게 들어와 문을 닫고 잠갔다.

그리고는 후다닥 달려와선 내 품으로 쏙 파고든 다음,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가렸다.

“지혁 씨... 저희 성경공부먼저 할까요...?”

내 가슴팍에서 꼼지락거리던 아델의 물음이었다.

“책도 없잖습니까.”

“제가 다 외우고 있는데요...”

“나중에 해요. 이제부턴 한가해지니까, 공부는 언제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래요...? 일이 잘 풀리셨나보네요.”

“잘 풀렸어요. 최상의 결과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주 만족스러웠죠.”

“다행이에요...”

아델을 완전히 끌어안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나는, 조만간 실비아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가만 둔다면 실비아는 죄책감에 못 이겨 날 포기하려 들지도 모른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낮겠지만, 계속 내 얼굴을 보여주면서 사랑을 각인시켜주는 게 좋다.

가끔 음흉한 짓을 해서 혼도 쏙 빼놓고, 뒷공작까지 벌일 겸 말이다.

“지혁 씨... 마지막 비스트 슬레이어는 어디 있을까요?”

뜬금없는 물음에, 아델의 물기가 남은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잡아 정리해주고 있던 내가 대답했다.

“글쎄요. 언젠가 나타나겠죠. 때가 되면 아이테르가 인도해줄 겁니다.”

“어떤 분일까 궁금해요...”

스텔라는 앞으로 유명해질 가수란다.

그리고 내 수중 안에 있지.

너만 떨어지면 만나게 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실비아를 통해 증오, 불신이라는 감정을 얻으려무나.

내가 악의를 넣기 쉽게 말이야.

“저도 궁금하네요. 그런데... 상은 안 주십니까?”

“네?”

“저번에 상을 주신다 하셔놓고 미뤘잖습니까. 오늘은 꼭 주셔야 해요. 의정부에 놓고 오셨으면, 내일 새벽에 데려다드릴 때 주세요.”

“아, 그거요...”

아, 그거요?

이렇게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별 것 아닌 모양이구나.

기대한 내가 바보지.

라고 생각하던 나는, 아델이 내 사타구니 쪽으로 손을 가져다대자 흠칫했다.

“뭐하시는 겁니까?”

내 질문에도 아랑곳 않고 팬티를 톡톡 건드려보던 아델이 배시시 웃는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떨리고 있었다.

아주 큰일을 앞둔 사람처럼.

자신의 입술을 핥아 침을 묻힌 아델이 묻는다.

“누, 누가 올 일은 없겠지요...?”

“세화와 유리아 씨, 실비아 씨는 집에서 쉬고 있을 테고... 박사님은 미국에 가셨고... 없을 것 같은데요? 게다가 아델이 여기 문까지 잠가놨잖아요. 안전합니다.”

“그, 그럼 이제부터 조용히 해주세요... 말을 하시면 안 돼요... 아시겠나요?”

“예... 근데 뭘...”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

내가 입을 꾹 다물자, 긴장한 표정으로 숨을 몰아쉬던 아델이 어깨를 밀었다.

이후 내 몸이 정자세가 된 것을 확인하고는 위에 올라탔다.

이불을 당겨와 자신의 등 위를 완전히 덮은 건 덤이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아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지금부터 상을... 드릴 건데요... 인터넷에서 본 건데... 자, 잘 못할 수도 있으니까 절대 비웃으시면 안 돼요... 가르치려 들어서도 안 돼요... 그리고 끝나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행동하셔야 해요...”

또 그놈의 인터넷에서 본 거냐?

하지만 이번만큼은 나무라고 싶지 않았다.

아델이 뭘 할지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금 입으로 날 만족시킬 생각이었다.

‘진짜로 해주려고...?’

반신반의하던 나는, 아델의 고개가 서서히 내려가면서 내 하복부를 지나 허리춤으로 오자 정신이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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